회계제도개혁, 전문가에게 듣는다│⑥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정권 상관없이 대규모 분식회계 이어져"

2018-01-10 10:53:18 게재

참여정부 당시 삼성상용차 의혹 묻혀 … "소송 활성화로 책임 엄중히 물어야"

다스의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한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다스처럼 매출채권을 이용한 비자금 의혹은 중견·중소기업에서 자주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너가 회사의 돈을 제3자에게 보내라고 하면 대여금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마치 매출채권을 못 받은 것처럼 장부만 바꿔놓는다"며 "또는 3억원의 물품을 사고 마치 30억원의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뒤 거래업체로부터 27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돌려받으면 장부에 남지 않고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견·중소기업 흔한 비자금조성 유형" = 김 위원장은 다스의 비자금 조성의혹이 120억원에 머물지 않고 다수 발견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분식회계가 드러나더라도 회계법인 등 감사인을 상대로 법적책임을 묻기에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분식회계를 의심했다. 흑자가 계속 나는데도 불구하고 몇 년 연속 회사의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 회계사들은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계속돼도 흑자가 날 수 있다고 하지만 8년 연속 흑자가 나면서 현금흐름이 계속 마이너스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1000억~2000억원 가량의 분식을 회계사들이 잡아내기 어렵지만 1조~2조원 규모의 분식은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정권에 상관없이 대규모 분식회계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회계업계의 관행이 바뀌지 않았고 금융당국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삼성자동차 분식회계 의혹을 대표적인 사건으로 지목했다. 2005년 심상정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삼성상용차가 3124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1997년 삼성상용차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흑자로 분식회계를 해서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 "분식회계 의혹 못밝히고 국민혈세 투입" = 김 위원장은 "자산 9000억원 회사의 매출이 1579억에 불과했는데 흑자가 났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손익분기점이 최소 매출 6000억원이라는 보고서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의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흑자를 내기 위해 비용을 대거 자산으로 계상했는데, 예비군중대에서 사용한 비용마저 판관비가 아닌 자산으로 분류했다"며 "삼성상용차에서 금감원에 유권해석을 했는데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당시 "유권해석을 한 금감원 팀장이 이후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보로 자리를 옮겼다"며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상용차의 분식회계 의혹은 참여정부에서 드러났지만 결국 묻히고 말았다"며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은 서울보증보험(당시 대한보증보험)이 보증을 섰고 분식회계가 반영된 허위의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대출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회계사들이 기업의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권리행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투자자들, 적극적 권리행사 해야" = '감사인 지정제' 확대라는 제도적 변화만으로는 대기업을 상대로 회계법인 '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회계사 생활을 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계정별 원장'을 받아본 적이 없고 지금도 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복리후생이나 접대비 원장은 구체적인 내역을 적은 것인데 기업들이 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제가 확대된다고 해도 달라지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회계사들이 느낀다면 감사현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우중공업 분식회계 의혹이 터졌을 때 당시 몸담고 있던 회계법인의 파트너가 회사 대표이사와 격렬하게 다퉜던 일이 기억난다"며 "회계사들도 살기 위해 기업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98년 참여연대 활동을 시작하면서 소액주주운동을 벌였다. 당시 현대건설 분식회계 사건이 터졌고 현대건설 전환사채를 매입한 투자자가 외부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김 위원장은 투자자의 소송을 도왔고 투자자는 배상을 받아냈다.

그는 "당시 현대건설 감사는 총체적 부실일만큼 문제가 많았다"며 "가장 기본인 은행조회서조차도 감사증빙 자료로 유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회계사업계의 오랜 농담 중 하나는 미국에서 이혼율이 가장 낮은 직업이 회계사인데 이유는 재산을 모두 부인명의로 해놨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미국 회계사들은 늘 투자자 소송에 노출돼 있어서 분식회계를 눈감아주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감사위원회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지만 기관투자자들이 나서서 손실에 대한 감사인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98년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이후 참여연대 활동을 시작했다.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했으며 현재 미래세무회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상용차를 비롯해 쌍용자동차 해고무효소송에 참여해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기사]
김경율 참여연대 회계사 "다스 분식회계, 감사인 모를 수 없어"

['회계제도개혁, 전문가에게 듣는다' 연재기사]
①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 "기업회계감사 40점 넘으면 '적정의견' 이 현실" 2017-12-12
②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회계개혁, 금융위원회 의지가 중요" 2017-12-15
③ 이기화 다산회계법인 대표│ "감사인 지정제 반대, 깊이 있는 감사 무서워서 " 2017-12-19
④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 "기업 감사위원에 회계전문가 반드시 포함" 2017-12-26
⑤ 박찬대 국회의원│ "친분으로 감사계약, 독립적 감사 어렵다" 2018-01-02
⑥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정권 상관없이 대규모 분식회계 이어져" 2018-01-10
⑦ 김성훈 법무법인 한누리 회계사│ "기업 내부회계통제 구축, 출발부터 잘못" 2018-01-23
⑧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외부감사와 살충제 계란 문제는 사실상 동일" 2018-02-09
⑨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회계사| "국내 회계법인, 시스템 안 바꾸면 무너져" 2018-02-26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