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불시대 국민축산, 2030이 연다 │④네덜란드·덴마크 축산인들

네덜란드, 동물복지 규정과 자동화설비로 닭·젖소 길러

2015-11-27 11:18:38 게재

산란계 4만1000마리 한 사람이 관리 … 로봇착유기 설치한 낙농가 해외 여행도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는 열악한 국토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농업강국을 일구었다. 내일신문은 지난 16일부터 24일(현지 시각)까지 이들 나라의 축산농가 4곳과 축산 관련 기업 5곳, 교육기관 3곳, 정부 등을 취재하며 국민소득 4만달러 이상 선진국에서 어떻게 축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지 탐구했다. 농협중앙회와 농림축산식품부도 동행했다.
일행을 이끈 화두는 하나였다.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가 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네덜란드에서 방문한 농가 두 곳은 기계화·자동화와 동물복지가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 렐리스타드 지역의 산란계 농장에서는 닭을 마당과 연결한 계사에서 기른다. 동물복지 규정이 강화되면서 이전처럼 좁은 틀(케이지)에 넣어 기르는 닭은 없다. 닭을 유기농 방식으로 기른 것과 마당있는 계사, 마당없는 계사에서 기른 것에 따라 계란가격이 달라진다. 네덜란드 렐리스타드 = 정연근 기자

 


19일 방문한 렐리스타드의 산란계(계란을 얻기 위해 키우는 닭) 농장은 농장주 피터 프랑켄피터가 2명의 직원과 일한다. 직원 2명이 2교대로 농장을 관리하는데, 계란을 옮기는 컨베이어와 사료공급기 등이 자동화돼 있어 한사람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사람이 일하기 편리하게 동선을 짰고, 계란을 쌓아두는 곳은 버튼을 누르면 아래위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허리를 굽혀 일하지 않아도 된다. 그가 2010년 지금의 시설을 짓기 위해 투자한 돈은 140만유로(약 17억원)이다.

계란은 닭을 기르는 방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유기농으로 기른 계란 한 개 가격은 농장에서 받는 산지가격 기준 13~14유로센트(약 160원. 1유로 = 약 1220원)다. 닭을 마당이 있는 계사에서 기르면 9유로센트, 마당이 없지만 동물복지 기준에 맞춰 기르면 7.5유로센트다. 좁은 틀(케이지)에서 기르는 방식은 동물복지에 관한 규정이 강화되면서 없어졌다. 각각의 방식으로 기른 계란은 0, 1, 2로 번호를 붙여 분류한다. 번호는 계란에 찍힌다. 케이지 사육으로 기른 계란은 3이 붙지만 그런 식으로 기르지 않으니 없다.

피터의 농장에선 1번과 2번 방식으로 닭을 기른다. 계사는 2층인데 1층은 마당으로 연결돼 있고 2층은 마당이 없다. 1층에서 2만4000마리, 2층에서 1만7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산란계 사육규모는 ha당 2500마리를 넘지 못한다. 물론 닭을 기르는 방식에 따라 사육마릿수 허용치도 다르다. 유기농 방식으로 기르기 위해선 1㎡당 7마리, 마당있는 방식이나 마당없는 동물복지형 계사에서는 각각 9마리까지 키울 수 있다. 피터는 최소 16.4ha 이상의 농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곳도 과학적인 관리를 받는다. 닭이 먹는 사료는 세계적인 사료분석연구소 '스콧호스트 사료연구소'가 컨설팅한다. 아버지에게 농장을 물려받은 피터는 올해 41만유로(약 5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네덜란드 발더 지역에서 젖소 320마리(젖을 짜는 '착유우'는 200마리, 1년 미만 송아지 120마리)를 기르는 애드리 엔 베르트 형제는 렐리(LeLy)사의 로봇착유기 4대를 사용하고 있다. 착유기는 젖을 짜서 모으는 기계다. 렐리는 네덜란드기업으로 세계 60개국에 낙농관련 기계를 수출한다. 로봇착유기는 세계 최고다. 2014년 기준 매출액이 6억1700만유로에 이른다.

애드리는 동물복지법에 따라 농장을 운영하는데, 우사를 넓히는 대신 농장운영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지붕에 태양열 에너지시설을 설치했다. 농장에서 사용하는 전력 40%는 태양열로 사용한다. 형제는 태양열 시설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로봇착유기 4대과 곡물수확 등을 위한 작업용 기계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농장을 기계화한 것이다.

젖소들은 젖이 부풀어 오르면 로봇착유기로 스스로 와서 대기한다. 로봇착유기의 센서가 작동해 젖꼭지 4개에 착유기가 부착되고, 자동으로 젖을 짠다.

착유기에 부착된 센서는 젖소 몸상태와 우유성분 등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착유기를 결합한 이 기능은 렐리사가 자랑하는 시스템으로 2013년 출시했다.

로봇착유기 가격은 2억원이 넘지만(현지가격) 세계 각국에서 구입하고 있다. 한국에도 100대가 팔렸다고 한다. 물류비와 관세 등을 고려하면 3억원에 가까운 가격이다.

로봇착유기를 사용한 후 젖소 한 마리당 원유 생산량은 연 8000리터에서 9500리터로 약 19% 증가했다. 농장주는 로봇착유기 덕분에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여행을 다녀왔다며 웃었다.

유럽에도 원유쿼터제가 없어졌지만 농가들이 경쟁적으로 원유생산량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드리는 "문제는 분뇨처리"라며 "사육마릿수를 늘리려면 그만큼 초지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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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발더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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