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2
2024
3월 15일부터 3일간 진행된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87.3%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2030년까지 6년을 더 통치하게 되면 소련 스탈린 서기장에 버금가는 최장기 집권 지도자가 된다. 이번 대선으로 러시아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와는 달리 권위주의적 ‘관리 민주주의’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이번의 높은 득표율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푸틴 대통령이 서방과 투쟁과 전쟁 중에 국민을 단합시키고 국가를 수호한다는 메시지를 통제된 언론을 통해 널리 확산시켰다. 크렘린에 정치적으로 도전하지 않는 야당 후보들만 내세워 유권자들 선택을 제한했으며, 전시경제인데도 재정을 대폭 풀어 경제호황을 유지하면서 일부 투표거부 활동을 통제했다. 앞으로 6년 간 푸틴은 우크라이나전쟁 등 자신의 정책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하며 국정을 이끌 수 있게 됐다. 푸틴 대통령이 3.18 압승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러시아의 현재 상황이 국
3월 5일부터 11일까지 중국 양회가 열렸다. 나온 결과로 볼 때 올해 전반적인 정책방향은 바로 2023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제시된 ‘이진촉온(以進促穩)’ ‘선립후파(先立後破)’ ‘온중구진(穩中求進)’이다. 먼저 ‘성장을 통해 안정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이진촉온’ 정책기조의 배경은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갈등이다. 트럼프정부에서 내세운 ‘미국우선주의’를 필두로 지금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경제안보를 자국 정책의 우선순위로 잡고 있다. 이는 미국정부가 중국 견제 차원에서 제기한 전략 마련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많은 중국기업들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세계시장 진출이 어려워졌고 해외기술 도입을 통한 발전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중국정부도 선도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초격차 발전을 통한 경제적 안정을 하루빨리 실현해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의 자립성을 높이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번 양회에서는 ‘신질(新質)생산력’이라는 표현으로 이
03.21
지난 주말 고교 동기들과 관악산을 산행했다. 산행이 끝난 뒤 점심을 먹으며 때아닌 정치 토론에 열을 올렸다. 지지 정당 차이로 웬만하면 정치 이야기를 자제하던 평소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정치수다를 억누르기가 못내 어려웠던 모양이다. 토론은 눈꼴사나운(?)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로 맞추어졌다. 혹자는 국회의원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혹자는 숫자는 그대로 두고 특권을 없애야 한다며 보좌관을 모두 없애는 대신 국회 내 입법과 예산 관련 전문역량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혹자는 기초와 광역의원, 국회의원을 하나로 통합해 국회의원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주장 사이에는 공통의 인식 기반이 있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강한 불신이었다. 정치는 사회 공동의 이익 증진이라는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이다. 정치활동 보장을 위해 정부 예산을 다양한 형태로 투입하는 객관적 이유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위를 공적
일본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그 원인으로서 그동안 일본기업과 정부가 주력해왔던 기업지배구조 개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기업의 지배구조는 현재 주주 고객 종업원 지역사회 정부 등 각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투명, 공정, 신속한 의사결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 개인주주를 다소 경시했던 경영이나 주주이익만 지나치게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와 달리 각 이해당사자를 균형있게 배려하려는 것이다.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당사자자본주의’ 전환이 핵심 이러한 일본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추이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일본기업의 지배구조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재벌해체로 오너 없는 경영자 지배구조가 된 후 구 재벌기업끼리 상호출자로 기업그룹을 형성했다. 경영자 지배의 감시기능으로서는 그룹의 주거래은행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1990년대의 버블붕괴로 타격을 입으면서 은행의 감시와 지원 기능이 약해지고 6대 그룹 기업 간의
매년 개최되는 양회가 폐막됐다. 가장 관심 갖는 국무원 총리의 정부사업보고에서 2023년 경제성장률 5.2%에 이어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를 5% 전후로 설정했다. 이에 대해 중국 내외의 여론과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중국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많이 보도된다. 일부 중국경제 하강에 대한 관심어린 우려가 있지만 주로 중국경제 쇠퇴론, 중국시장 피폐론 등 기존의 논조에 입각한 것으로 중국경제에 대한 디커플링이나 디리스킹 정책들과 일맥상통한 것이다. 중국경제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위해서는 내부 구조와 발전 추세, 정부의 중점 정책 등 다양한 시각에서 고찰이 필요하다. 첫째, 전통적 강세인 제조업 분야를 보면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제조업 산업사슬과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기업을 포함한 일부 외자 기업들이 동남아지역으로 이전하고 있지만 대부분 경공업 방직업 중심의 노동밀집형 산업들이다. 이는 중국내 토지가격과 임금 상승 등 원
03.20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의 권력에 대한 갈구가 중국경제를 망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11일 끝난 양회(兩會)에서 중국정부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이라는 슬로건 하에 현재 부동산 부채에만 의존하고 있는 중국경제를 녹색에너지, AI, 디지털 서비스와 같은 생산성 높은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경제는 올해 당장 연 5%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지난 1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가 0.8%나 떨어진 심각한 디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정부가 2024년 목표로 제시한 연 3%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달성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또한 중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부문 경제의 분발이 절대적으로 요구되지만 부동산 침체로 인해 민간투자는 사실상 기대할 수 없다. 또 중국정부의 도 넘는 시장개입을 떠올려 보면 해외로부터의 신규투자를 유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상가상 어려운 경제 사정 속에서도
D-21. 유권자의 시간이 다가온다. 지난 21대 총선 투표자의 42%는 선거일 3주 전에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고 58%는 선거일 전 3주간 또는 투표일에 후보를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선관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여론조사 백서, p214) 무엇이 유권자 선택에 영향을 주나? 21대 총선 투표자가 가장 많이 고려한 요인은 정당(42%), 인물(25%), 정책과 공약(21%) 순이다. 유권자 선택에서 정당요인 비중은 20대 총선(24%)에 비해 크게 늘었고 인물요인 비중은 줄었다. 유권자가 정당을 평가할 때 무엇을 중시할까? 크게 보면 정당의 리더십, 문제해결역량, 구성원의 도덕성, 정당 내부의 정치력에 대한 평가가 유권자 정당인식을 구성한다. 정당지지도는 결국 정당의 리더십 역량 도덕성 정치력 평가를 집약한 숫자일 것이다. 한국갤럽 1월 4주차 조사에서 여당과 야당 리더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한동훈 52%, 이재명 35%, 부정평가는 한동훈 40%, 이재
수요부문에서의 에너지절약과 효율향상이 비용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임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에 따르면 지구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44%를 에너지효율이 담당할 것이라 한다. 이에 따라 효율 관련 산업과 기술이 글로벌 차원에서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중 주목할 만한 하나가 바로 히트펌프다. 히트펌프는 건물과 산업용 냉난방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고효율 기술이다. 2021년 한해 전세계 히트펌프 매출량은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다. 이 수치는 지난 10년 평균치의 두배에 달하는 것으로 기후·에너지위기가 계속 심화함에 따라 앞으로의 증가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건설전문협회 비스리아(BSRIA) 등은 히트펌프 시장이 2026년까지 미국 42%, 중국 30%, 유럽 2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며 글로벌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12.9%씩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폭풍
03.19
2023년 12월 제8기 9차 노동당 전원회의의 결정문에서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규정하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평정해 북한에 편입하겠다”는 호전적 선언을 했다. 이에 맞서 연초 윤석열 대통령과 통일부, 국방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강대강 방침을 천명했다. 한국내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한반도정세가 1950년 6월 이후 가장 위기라고 전망한다. 북미 협상에 깊이 관여한 로버트 칼린과 해커 교수가 38노스에 ‘한국전쟁 직전과 같이 위험하다’는 칼럼을 게재하며 한반도 위기론이 확산됐다. 과연 전쟁 징후는 있는가. 그렇지 않다. 첫째, 한미연합사는 ‘전쟁 징후목록’을 작성해 24시간 북한지역의 부대이동, 군통신, 군수품 비축 등과 같은 전쟁준비태세를 감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전쟁징후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 남북 모두 막대한 양의 탄약을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은 지금 트럼프 무역대표부의 대표를 역임하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교수인 고든 핸슨 사이의 무역논쟁으로 뜨겁다. 지난해 12월 고든 핸슨 교수는 라이트하이저의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No Trade Is Free)’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했고, 올해 2월 라이트하이저의 반박과 핸슨의 재반박이 이어졌다. 라이트하이저의 자유무역에 대한 진단과 처방(비전)은 간명하다. “자유무역의, 특히 중국을 포용한 대가로 미국 내 수천개의 공장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지역사회가 몰락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했다. 또 수조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중국에 맞서야 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에 의존하기보다 미국의 일방적 힘을 활용하며,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는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에서 뜨겁게 불붙은 자유무역 찬반 논쟁 이에 대해 핸슨은 “중국과 무역전쟁에 돌입한 지 6년이 지났으나 별 효과가 없고, 오
우리 속담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오래된 속담이지만 점점 더 복잡해지는 요즘 세상에 오히려 더 유효한 말인 것 같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세상에 사용자로서 따라가기도 바쁘니 나도 모르는 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기 십상이다. OTT 서비스를 이용해 원하는 시간에 TV를 보고 간단한 핸드폰 앱 조작으로 집이나 차 안의 온도를 미리 맞춰둔다. PC 핸드폰 태블릿 속 데이터들을 클라우드에 동기화해 필요할 때 장비를 바꿔가며 작업한다. 지난해 혜성같이 나타난 생성형AI들은 훌륭한 업무 파트너로 질문을 던지면 원하는 결과물을 척척 만들어낸다. 내 주변 기계들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서버와 소통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이런 편리한 생활은 서버와 스토리지 시스템 등이 모여 있는 데이터센터 덕이라 할 수 있다. 24시간 끊김이 없이 운영되어야 하는 데이터센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연속적인 전력공급과 냉각이다. 서버와 스토
03.18
지난 11일은 ‘흙의 날’이었다. 흙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5년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우리나라에서 3월 11일이 흙의 날이 된 것은 3월에 농사가 시작되고 석 삼(三)자가 농업 농촌 농민의 삼농을 뜻하고 11은 십(十)과 일(一)을 합치면 흙토(土)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 토양의 날’은 12월 5일인데 세계토양학회가 토양보전에 열성적이었던 태국의 푸미폰 국왕의 생일인 이날을 기념하자고 제안해 유엔이 2014년부터 지정했다. 영미권에서 흙은 흔히 dirt로 쓴다. 더러운 먼지와 같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흙은 그렇게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하찮아 보이지만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건강한 토양 1g당 1억~100억 개체수의 미생물이 존재하고 이런 건강한 흙 1㎝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200년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우리는 마구 파헤치거나 버려두고 아스팔트로 덮어버린다. 흙의 날을 정해 그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하는 이유다. 흙을 가장 요긴하
한국 증시가 오랜만에 선전하고 있다. 코스피는 연초 2500p 이하로 떨어진 이후 추세적인 오름세를 보이며 이제는 2700p선을 넘나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상승은 오랜 만에 외국인 투자가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국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3월 중순까지 불과 두달 반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약 12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작년 1년간 순매수와 비슷한 규모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가총액 중 외국인 비중도 작년 말 32.7%에서 33.7%로 1%p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상승 국면마다 주로 개인투자자들의 역할이 컸었던 점, 그리고 작년 중에는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증시 상승을 주도한다는 평가가 별로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가 빠르게 늘며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외국인 투자가 이끌며 선전하는 한국증시 첫째, 거시경제 환경 측면이다. 작년 말부터 수출증가율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우리나라도 보건의료 재정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우선순위가 높은 순부터 예산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 지역 보건소 사업을 보면 출산율 문제로 임산부지원을 하거나 인지검사 치매검사 등 치매관련 사업을 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사업 등을 한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하는 주요 사업 중 하나가 골다공증 검사다.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우선사업으로 보건소에서 골다공증 검사를 한다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그만큼 뼈 건강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그러면 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뼈 건강이 중요한가? 그 이유는 골절과 관련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어르신들이 빙판 길에 넘어지거니 낙상 등으로 골절이 일어난 후 몇달도 안 돼 돌아가셨다고 주변 이야기를 한두번씩은 들었을 것이다.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뼈도 약하고 게다가 근력까지 떨어진 노인들의 경우 가벼운 낙상으로도 골절이 발생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병원 도처에 낙상주의를 알리는 문구들을
03.15
선거민주주의 수준의 평가 기준으로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게 꼽힌다. 선거 절차가 투명하고 경쟁이 공정하게 관리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이번 공천에서 국민의힘은 동일지역구에 출마한 3선 이상 의원은 득표의 15%를 감산하며 여기에 더해 교체지수가 하위 10% 이하면 컷오프, 10~30%이면 득표의 20%를 감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컷오프 없이 하위 10%로 평가된 의원은 득표수의 30%, 하위 10~20%에 대해서는 20%를 감산했다. 민주당에서는 다선의원에 대한 페널티 문제를 논의는 했지만 채택하지 않았다.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 강화에 공천 활용 우선 다선의원 페널티 조항은 공정한지 그리고 바람직한지 살펴본다. 다선의원에게 불리한 규정이 도입된 이유는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이다. 선거철을 맞아 정당들은 잘못된 정치문제를 기성정치인들에 의한 구태 탓으로 돌리고, 해결책으로 정치신인을 충원하면 마치 새 정치가 실현될 것처럼 착시를 제공한 것이다. 불행히도 정
새 학기다. 청춘들이 봄 햇살 캠퍼스를 흠뻑 즐긴다. 그래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즐기니까 청춘이다. 그런데 정말 아파하지 않고 즐기는 걸까. 아파하지 않는 것처럼 잠깐의 여유나 휴식을 즐기는 것도 이상한 일일 테지만, 이미 아픔을 내면화하고 체화해버렸다면 이건 아주 아주 심각한 사태. 젊음이라는 몸이 살아내기 위해 아픔을 치유하거나 맞서 저항하거나 하지 않고 차라리 자기몸(自-身)으로 흡수해 혈중화해버리는 몬스터가 된 것일까. 인간이라는 세상이 젊음을 그런 괴물로 만들고도 견뎌낼 수 있을까. 이제 더 이상 청춘이라는 매력과 낭만으로 충일대는 ‘캠퍼스의 봄’을 꿈꿀 수 없다. 그래서 이런 현상은 역사적이면서 문화적 사태이며 사회적이면서 정치적 사태다. 냉소와 체념을 머금고 “이번 생은 망했다”는 젊음에게 선거가 다가온다. 내가 원했던 사람들도 아닌데 그 가운데 한사람을 택하라고 던져주는 건 참 이상하고도 수상쩍은 간청이리라. 애초에 민주주의라는 말에다 합성 불가능에
2024년 2월 22일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가 39,098.68로 마감, 거품경제 시기인 1989년 12월 29일의 38,915.87을 경신했다. 닛케이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주식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 장기간의 엔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중국경제의 부진, ‘신(新)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 실시, 일본은행과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 등 공적자금의 지속적인 주식투자 등을 들 수 있다. 동일본대지진 후인 2011년 10월 31일 달러당 75.32엔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엔·달러 환율은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정책 영향 등으로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서 2013년 5월 9일 달러당 100.61엔까지 하락했다. 이후 미국과의 금리격차 등으로 엔화가치는 더욱 하락해 3월 14일 현재 달러당 140엔대 후반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엔저가 계속되면서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해외에 저렴하게 상품을
2024년 들어 북한은 남북관계를 새롭게 규정했다. 이른바 1민족 2국가 개념에서 출발하면서도 ‘1민족’ 의미는 축소하고 ‘2국가’를 부각시켰다. 이미 1980년대 동독이 동서독 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규정한 바 있으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분단 당사자 간 경쟁이 한편의 일방적 우위로 기울어지는 경우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독일은 자국의 패전으로 1민족 2국가로 전락했고 한반도는 일본의 패전으로 1민족 2국가로 독립했다. 1990년대 미소 관계의 전환기에 동서독은 하나가 됐으나 한반도는 그러지 못했다. 국제정세의 흐름과 분단 당사자의 대처에 따라 시작과 끝 모두가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세계질서 전환과정에서 탄생한 유라시아의 투르크 1민족 5국가 사례도 맥을 같이 한다. 한반도 분단 상황과도 유사한 점이 있으면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동서양 사이에서 하나의 제국을 이루었던 투르크 민족은 18~19세기 청나라와 러시아의 점령으로 국가가 소멸한다. 1세기가 지난 무렵 소
03.14
근대 의료의 압축적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의료 시스템은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일본(84세)에 이어 세계 2위를 자랑하는 기대수명(83세)은 상징적인 결과다. 국제적으로는 3개의 의료 시스템이 눈에 띈다. 자유시장에 근접한 미국은 의료혜택의 사회 불평등은 심각하나 첨단 의료는 세계 최고다. 사회주의적 의료 제도의 영국은 서비스는 저렴하고 평등하나 수술을 받으려고 몇달씩 대기하는 일이 빈번하다. 프랑스는 미국과 영국, 시장과 국가의 원칙을 적절하게 혼합한 성공적 모델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의료지출(12%)은 미국(16%)보다 낮고 영국(11%)과 비슷하나 기대수명은 82세로 미국(77세)이나 영국(80세)보다 높다. 미국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낳으며 영국처럼 의료서비스의 질이나 대기시간이 열악한 상황은 아니다. 프랑스 의료의 거울에 한국을 비춰볼 만하다는 뜻이다. 한국 의료대란의 출발점은 의대 정원과 의사수다. 한국의 의사수는 14만명 정도이고 프랑스는
최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경제 규모 대비 세계 수위를 차지할 만큼 높았지만 최근 금리인상 등으로 자산시장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감소는 바람직한 소식이다. 하지만 조사 대상 국가 중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유일하게 GDP를 웃돈다. 그런 만큼 위험이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보고서에서는 민간부채의 다른 축인 기업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 우려를 더 한다. 주요 선진국 중 가계와 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100%가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기업부채의 빠른 증가와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때문에 우리나라 민간부채는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 비율 GDP 대비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