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찾아주다

"나한테 이런 재주가 있는 줄 몰랐어요"

2014-12-10 00:00:01 게재

교육부·제주도·제주교육청 서귀중앙여중서 업무협약

"제주의 다문화에 대해 알고 나니 제주역사가 한눈에 보여요."

올해 자유학기제 동아리 '제주문화반'에서 활동 중인 윤제연(제주 서귀중앙여중 1)양의 말이다. 윤양은 "1960~1970년대 제주로 이주해온 할머니들을 찾아가 살아온 과정을 듣고 나니 제주의 역사가 생생하게 머리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거침이 없이 답을 한다. 아이들은 문제집을 풀거나 외우기 방식에서 벗어나, 학교 밖으로 나가 체험하고 직접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나만의 논리를 만들었다. 다른 교실에서는 목공예 작업이 한창이다. 나무를 자르고 깎아서 탁자를 만드는 중이다. 묵직한 전동드라이버를 들고 피스를 박는 고사리 손이 어색해 보이지만 나름 익숙한 솜씨다. 꿈이 초등교사인 현채은 양(1학년)은 그림과 목공예에 관심이 많다. 디자인학을 전공한 엄마의 피를 닮은 것 같다며 웃었다.

8일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제주 서귀중앙여자중학교를 방문, 학생, 학부모, 교사, 기자들과 함께 자유학기제의 효율적인 운영방향에 대해 토론을 했다. 지난해 시범학교를 거쳐 올해 2년차를 맞은 제주 서귀중앙여중은 자유학기제 수업으로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학생들과 달리 일선 교사나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면 또 교육정책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서귀중앙여중에서 제주문화반을 지도하는 한상희 교사는 "학생들의 체험 활동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체험을 통해 진로와 꿈, 끼를 찾으려면 지금처럼 단순한 업무협약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기업과 기관 등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토론자로 나선 학부모 오현영씨는 "지난해 딸이 자유학기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진로와 적성을 찾는 데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영어에 능숙한 딸이 외교관에 관심이 많은데 이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이나 체험을 할 수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특히 토론자들은 부족한 예산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시범학교도 어려운판에 일반 학교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이나 체험하기가 어렵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구했다.

2년 동안 자유학기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서귀중앙여중 김후배 교장은 "초기에 교사는 변화를 두려워했고, 학생과 부모들은 변화를 갈망했다"며 "아이를 키우는 곳은 학교뿐만이 아니라 가정을 넘어 사회가 함께하는 시스템이 절실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답변에 나선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의 보배 같은 중학교 시절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자유학기제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관련 법령을 개정해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예산은 중앙으로 가져가 특교지원 등으로 최대한 노력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제주도 전지역에서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교육문제를 놓고 진보니 보수니 편가르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대한민국 교육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원희룡 제주지사,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자유학기제 활성화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전체 중학교의 25%가 연구 희망학교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신청학교가 예상보다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거점학교 성과 분석을 토대로 2016년에는 전국 3173개 중학교 전체에서 자유학기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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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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