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⑤ 세종 조치원여자중학교

"자유학기제의 열린 텃밭에서 아이들이 꿈을 가꾸기 시작했다"

2014-12-29 00:00:01 게재

자 : 자유롭게 꿈을 찾을 수 있었던
유 : 유일한 기회를 통해
학 : 학교에서 즐거움을 얻었으며, 자유학기제를 통해
기 : 기적같이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았고, 이제는
제 :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1학년 7반 박채선

자 : 자유학기제 전엔
유 : 유독 시험에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학 : 학교에서 진로나 꿈에 대해 알아보았고,
기 : 기존과는 다른 미래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제 : 제일 좋았던건 다양한 경험을 해본 것이다.
1학년 6반 최윤원

자유학기제를 맛본 조치원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소감을 적은 오행시다. '꿈그린 기자단' 동아리활동을 한 강주연 양은 "자유학기제로 가장 크게 바뀐 건 선생님의 표정과 교실 안 분위기"라며 "모둠을 짜고 조장을 뽑고 나와 친구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쓰고 발표하는 시간이 늘어 매 시간 나의 꿈을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학교 자유학기제를 전담하고 있는 이주화 교사는 "올해로 자유학기제를 시작한 지 2년차인데, 학생들의 등굣길 풍경이 달라졌음을 느낀다"며 "기대에 부푼 가벼운 발걸음, 재잘재잘 서로의 꿈을 묻는 명랑하고 상기된 목소리, 밝고 생기 넘치는 표정에서 아이들이 꿈을 꾸고 있음을, 학교가 살아 숨 쉼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지역언론사를 찾아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체험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조치원여중 제공


◆원동력은 '교사의 열정' = 조치원여중은 올해 2학기 자유학기제 2년차를 맞았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우선 교사들 간 관계가 돈독해졌다는 점이다. 자유학기제 수업을 위해서는 교과간 융합수업, 교육과정 재구성 등 교사들끼리 협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주화 교사는 "교사들이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자유학기제 연수에 참가했다"며 "자유학기제에 대한 이론적 배경에 대해 동료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유학기제 운영 방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구자일 교장은 "자연스럽게 교사 간 협의와 연수 시간이 늘었고, 교사들끼리 연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그러다 보니 교사들끼리 사이가 가까워지고, 동료 간 장학이 평상시에도 이뤄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고 자랑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1년차인 지난해엔 1학년 학생만 자유학기제에 관심을 보였지만, 올해엔 전교생이 자유학기제 활동에 관심을 갖고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경험해 보고 싶어했다.

조치원여중은 올해 진로수업과 선택프로그램 수업을 강화했다. 진로전문교사가 담당하는 진로수업과 진로교육프로그램, 진로독서 수업 3개를 추가해 학생들의 진로탐색을 도운 것. 수업교재로 '꿈너머 꿈' 노트를 개발해 아이들의 참여도와 이해도를 높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구 교장은 "올해 자유학기제를 구상하면서 '학생의 수요와 자율선택을 최대한 존중하자'는 큰 방침을 마련했다"며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의 꿈과 끼를 탐색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관심이 없는 분야를 탐색하는 것은 고통스러울 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학기제 수업을 강화하고, 교과연계 체험활동을 확대하려고 여러 시도를 했는데, 다행히 교과 선생님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풀꽃시인' 나태주 시인과 함께 하는 문학캠프 시간에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조치원여중 제공


◆진로독서 통해 꿈·감성 자극 = 자유학기제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수업 개선. 이주화 교사는 "1학년 담임 및 교과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교과서 파헤치기, 관련 단원 묶기, 융합 및 프로젝트 수업 계획하기, 교과연계 체험학습 계획 및 예약하기 등 '학생들의 꿈 키우기 프로젝트'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했다"며 "특별히 '진로독서'시간은 독서를 통해 학생들의 꿈·감성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진행했는데 아이들의 호응이 커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한 학기 동안 진로독서 시간에 6권의 진로 관련 도서를 서로의 꿈과 감상을 공유했다. 문학작품의 적극적인 감상을 위해 아이들은 각 반 게시판에 만들어놓은 '진로독서 나무'에 자신의 '감상 열매'를 달았다. 같은 도서에 대한 감상의 개인차를 이해하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기회가 되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신의 직업을 탐색하는 계기가 됐다.

학생들이 '꿈 Job Go' 직업체험 시간에 의사 역할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조치원여중 제공


이 교사는 "꿈 텃밭인 교실에 심은 '진로독서 나무'에 '감상열매'가 달려 나날이 풍성해지는 것을 보면 교사로서 가슴 벅찬 보람을 느꼈다"며 "학생들의 꿈 키우기가 현재진행형임을 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고, 교사인 나 자신도 학생들과 함께 꿈을 꾸고 성장했다"고 말했다.

진로독서 시간을 통해 '생각의 힘'을 깨닫게 됐다는 박채선 양은 "어떤 일이든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번에 정상으로 갈 수는 없기에 아래서부터 정상까지 한 계단씩 올라가게 되어 있다. 성공하는 과정은 제일 먼저 생각을 하고 계획을 짜서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렇게 가장 먼저 내가 스스로 생각을 하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서 실천으로 옮기게 된다. 결국은 '생각'이 가장 기초이다. 생각만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어렵던 일도 생각해 보면 해답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기존의 강의식, 주입식 방법으로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는 없다"며 "'자유학기제'라는 꿈의 텃밭을 만들어주니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꿈을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치원여자중학교 =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에 있는 공립중학교다. 1927년 3월 1일 조치원공립실과여학교로 설립인가를 받아 1927년 4월 15일 개교했다. 교훈은 '성실 명랑 협동'이며 교목은 은행나무, 교화는 목련꽃이다. 28학급(특수학급 2학급) 878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지난 9월 제28대 구자일 교장이 부임했다.

조치원여중의 학교 교육 지표는 '깨고 접고 펴고 날아서 우주로 향하자'이다. 또한 △바른 품성과 알찬 실력을 갖춘 스마트 인재 기르기 △열정으로 가르치고 함께하는 명품 교실 만들기 △모두가 즐겁고 안전한 행복학교 만들기 △배려와 나눔으로 어우러진 맞춤교육 펼치기 △교육가족을 감동시키는 지원체제 이루기 등 5가지 교육 목표를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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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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