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③ 서울 세곡중학교

"아이가 이렇게 행복해 하는데 엄마가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

2014-12-22 00:00:01 게재

융합수업, 인성과 창의성 교육에 도움 … 학부모와 지역주민 교육기부 끌어내

16일 서울 세곡중학교를 방문한 김신호 교육부차관이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올 2학기가 학교생활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내가 어른이 되면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지,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서울 강남 세곡중학교 박재형(1학년)군이 올 2학기 자유학기제에 대한 느낀 소감과 과정을 또박또박 설명했다. 말솜씨가 이제 막 초등학생 티를 벗어난 중학교 1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박 군은 올해 '유대인식 토론을 통한 나만의 스토리 만들기'에 참여했다. 중 1학년이 소화하기엔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었지만 교사들의 노력과 지도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박 군은 "가상의 고교입학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써보았는데, 나만의 꿈과 끼를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한 학기 동안 나의 스토리를 뒷받침해줄 프로젝트 진행부터 발표 자료 작성까지 꼼꼼하게 챙겨줬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은 짝을 지어 토론하는 유대인식 탈무드 토론방식을 충분히 경험했다.


글쓰기 활동에 참여한 한 김선우(여·1학년)양은 소설가가 꿈이다. 김양은 "내 상상력에 스토리가 더해지는 풍부한 경험을 했다"며 "자유학기제 동안 학교생활이 무척 즐거웠고 많은 것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함규비(여·1학년)양은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얻었다. 반드시 선생님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함양은 "자유학기제 동안 논리와 추리수업을 한 결과, 내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고 꿈과 비전을 찾은 것 같다"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


◆시험보다 더 어려운 수행평가서 작성 =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시험이 없다. 하지만 세곡중 아이들이 그냥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나름 고민과 스트레스도 많았다며 웃었다. 체험학습 등을 마치고 나면 수행평가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는 것. 세곡중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유학기제 평가방법을 개발해 시행중이다. 아이들은 수행평가, 직업체험 등 본인이 무슨 일을 할지 꼼꼼하게 계획을 세운다음 실천에 옮긴다. 학교에 제출한 수행평가서는 다시 부모에게 전달된다.

함 양은 "한 학기동안 시험이 없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놀기만 한 것은 아니예요. 수행평가서를 쓰려면, 기존 시험공부나 숙제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연구를 해야 해요"라며 "수행평가서를 만들면서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 이 공부가 상급학교에 진학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를 지켜본 부모들은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우선 아이들이 어른스러워지고 속이 깊어졌다는 것. 체험활동을 경험하고 난 후 산만함이 줄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진숙(최현수 학생 어머니) 씨는 "학교 가는 게 즐겁다는 아이를 보면 웃음이 나온다"며 "아이가 저렇게 행복해하는데 엄마가 무슨 걱정을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아쉽고, 진로탐험과 관련된 더 많은 곳을 기관이나 단체 등을 방문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2학년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 기존 수업방식으로 돌아갈 경우 아이들이 적응하는 문제를 학교와 부모 모두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통해 신뢰·평등 배워 = 올해 세곡중학교가 운영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은 선택형 24개와 문화예술 분야 12개를 합쳐 36개에 달한다. 자유학기제 운영의 문제점 중 하나인 '전문강사 부족'을 극복해 눈길을 끌었다. 교사 16명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면서 외부강사 인력 풀 문제를 해결했다. 총 24개 강좌 중 17개 프로그램을 교사들이 맡아 운영했다.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자유학기제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은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인문사회 탐구 교양 예술체육 분야에서 아이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나만의 사전 만들기' 시간에 한 학생이 '사랑'에 대한 자신의 정의를 적었다.

아이들은 '나만의 사전 만들기'가 힘들었지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사랑이란' 주제에 대해 '부모님사랑= 부모님이 자식에게 주는 사랑은 자신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자식 하나만을 위해 망가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다른 여학생은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말보다는 행동하고 서로를 생각하면 두근거리고 떨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친구간 사랑과 우정은 서로 다투고 싸우고도 미안해하고, 같이 있으면 시간가는 줄도 모를 만큼 행복하고 서로를 의지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아이들은 선택프로그램활동 중에 목공예, 나라사랑이야기, 뮤지컬, 기계과학, 요리, 발상과 표현 등 기존 수업시간에는 불가능한 다양한 체험을 했다.
 

특히 융합수업은 아이들의 진로나 인성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심갑섭 교장은 "지식 습득을 넘어 창의성이 넘치는 인재 육성을 위해 융합수업주간을 선정했다"며 "학생들은 융합수업을 통해 지식융합, 학문간 융합과정을 배우고 스스로 다양한 융합을 시도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이들은 도덕과 수학, 미술의 융합수업을 통해 인간관계의 보편적 도덕원리를 이해하고 배웠다. 사회와 기술, 국어의 융합교육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가 어떻게 가능한지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올해 세곡중학교가 진행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중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교육자원활용'은 특히 눈에 띈다. 우선 '자녀의 꿈을 찾아주는 행복한 학부모 진로 아카데미'를 9회에 걸쳐 진행하며 부모들의 인식전환과 참여를 끌어냈다. △꿈꾸는 부모가 꿈을 만든다 △고교선택의 방법 △아이들을 존중하라 △마음을 읽어주는 부모의 노하우 △자녀는 사춘기, 부모는 사추기 △부모자녀의 궁합 △현명한 부모의 자녀교육 코칭스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다가갔다.

이를 통해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교육기부를 끌어냈다. 자유학기제가 안고 있는 지역사회 참여의 모델을 세곡중학교가 만들어낸 셈이다. 강남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학습클리닉 희망 프로그램을, 서울시교육청위탁 한양인재개발원은 직업인 특강 및 영화제작 체험활동을 기부하는 등 다양한 단체와 학부모들이 진로교육이나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었다.


◆학생 부모 교사 만족도 높다 = 설문조사결과 세곡중 1학년 218명 중 81% 이상이 수업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73%가 자유학기제가 진로고민에 도움을 줬다고 답했다. 설문에 답한 1학년 전체 학부모 80%이상이 자유학기제 운영에 만족을 나타냈다.

자유학기제 운영이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생각을 일깨워 줬는가라는 질문에 학생은 73%, 부모는 74% 교사는 85%가 '그렇다'고 답했다. 세곡중은 올해 자유학기제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2015년 서울형자유학기제'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16일 세곡중학교를 찾은 김신호 교육부 차관은 "자유학기제 수업을 통해 행복과 즐거움이 넘치는 학교로 변하고 있다"며 "자유학기제가 꿈과 끼를 찾고 진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단계별 맞춤형 진로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곡중학교
세곡중은 2012년 12월 설립해 다음해 3월 개교했다. 역사는 짧지만 지난해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연구학교로 선정됐다.

심갑섭 교장은 아이들이 '즐겁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멍석을 까는 일에 열중이다.

교장을 비롯한 전 교사들은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교육에 힘쓰고 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배운 '신뢰와 평등'이라는 단어를 사회에 나가서도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감성 도덕성 예술성 준법성 등을 통해 소통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가르친다.

지난해 진로교육 우수학교로 표창을 받았고, 교육부 지정 우수시설학교로 선정됐다. '꿈과 끼를 일구는 행복한 세곡인 육성'이 학교 교육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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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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