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 ① 부산 용수중학교

"수업이 변했다 아이들이 밝아졌다"

2014-12-15 00:00:01 게재

집중토론·실습 위주 '블록타임' 수업 아이들 호응 '폭발'

아이들 스스로 학교에 이것저것 요청하는 자발성 키워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저와 친구들을 설레게 했지만, 지나고 보니 시험 부담을 벗어나는 것 이상의 큰 의미를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자유학기제란 꿈으로 이끌어주는 '항해사'였습니다."

세계 최대 IT업체인 구글 본사 사장이 꿈인 부산 용수중학교 1학년 김난희 양의 말이다.

김 양이 꼽은 자유학기제의 장점은 '블록타임 수업'이다. 한 번에 1시간씩 배우는 대신 서너 시간을 한데 묶어 집중토론과 실습을 이어가는 수업이다.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미술 등 6개 과목이 1주일에 한 번씩 블록타임을 적용받는 과목이었다.

김 양은 "자유학기제를 시행하지 않았던 1학기에는 엄두를 못 냈던 토론과 실습수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배울 수 있었다"며 "수학과 과학, 사회과목의 경우 모둠을 정해 모둠원끼리 교과서를 공부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파워포인트나 동영상으로 제작해 친구들 앞에서 발표했는데, 선생님이 가르쳐줄 때와는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이 들어 이해도 잘 되고 친구들과도 더 친해졌다"고 말했다.

'드림윙' 프로그램을 이용해 또래친구들에게 과학원리를 이용한 매직쇼를 선보이고 있는 학생들. 아이들이 스스로의 끼와 재능을 친구들과 나누는 '드림윙'은 인기가 높은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이다. 사진 용수중학교 제공


◆삶의 현장 그대로 보여주는 직업체험 = 용수중학교 아이들은 자신의 특성을 발견하기 위해 매 학년마다 표준화 검사를 받는다.

1학년 때는 학습전략검사와 홀랜드 검사, 2학년엔 인성검사, 3학년엔 진로탐색검사를 받는다.

이 학교 권혜선 교장은 "검사에 따라 아이들을 6가지 유형으로 나눠 25명 정도의 그룹을 편성한다"며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유형이 나눠지면 외부 심리상담소의 상담교육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유형별 특성으로 나눈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어떤 계통의 직업을 갖는 게 좋은지 조언을 듣게 된다.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이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나면 진로체험터에 나가게 된다.

자유학기제가 전 사회적으로 정착되지 않은 탓에 직업체험터가 충분치 못한 상황은 용수중학교도 마찬가지다.

부산 용수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문화예술체험 시간에 '연필꽂이'를 만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용수중학교 제공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직업체험을 위해 직장을 방문해도 되느냐"고 요청하면 대개의 경우 "변변치 않은 직장이라 어렵다"고 손사래친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권 교장은 "학부형께서 가진 그 직업이 아이들이 취업할 즈음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직업이란 게 얼마나 힘든지, 부모님이 어떤 고생을 하며 키워주는지를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야 자신의 꿈을 그릴 때 더 치열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하고 설득하면 학부모들이 용기를 내 허락한다고 한다.

김난희 양은 "다양한 직업인 특강을 듣고, 마을 우체국 등을 직접 방문해 직업 세계를 알아보는 등 다양한 직업체험을 하면서 구글 본사 사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아직 꿈을 찾지 못한 친구는 꿈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꿈을 가진 친구는 남에게 자기 꿈을 이야기하면서 확신을 가지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길마중 토크콘서트' 시간에 한의대에 재학중인 선배를 불러 전공에 대한 얘기를 들은 학생들. 사진 용수중학교 제공


◆'길마중'과 '드림윙' 최고 인기 = 용수중학교에서 시행하는 '길마중 토크콘서트'와 '드림윙'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사회초년병 등이 학교에 와서 해당 전공과 직업에 대해 알려주는 '길마중 토크콘서트'는 말 그대로 아이들이 미래에 걷게 될 길을 사전에 안내해주는 기능을 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모두 20회 정도 열린 길마중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아이들은 1600여명. 하지만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권혜선 교장은 "처음 프로그램 안내문을 붙였을 때엔 고작 8명의 아이들만 관심을 보였다"며 "하지만 입소문을 타더니 지금은 40~50명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자랑했다.

'드림윙'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끼를 발산하는 자발적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5명의 아이들이 교무실을 찾아와 "벽화를 그리고 싶은데, 장소를 제공해줄 수 있느냐"고 한 게 시초가 된 드림윙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주체할 수 없는 잠재력을 발산하는 광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자작곡을 발표하겠다는 아이들, 과학매직쇼를 펼쳐보이겠다는 아이들 등등 다양한 끼와 꿈이 어우러지는 특색 프로그램이다.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장소와 시간을 협의해 안내문을 붙여주는 역할만 할 뿐, 나머지는 모두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지휘한다.

드림윙 프로그램의 폭발력을 확인하게 된 사례 중 하나는, 학교에서 부적응아이로 인식됐던 한 아이가 라면을 이용한 퓨전요리를 친구들에게 먹여주고 싶다며 장소와 시간을 정해달라 요구했던 일이다. 갖가지 조리기구를 챙겨 와 구슬땀을 흘리며 요리를 만드는 그 아이에게 교사와 학생들은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 아이의 퓨전요리는 값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맛이 있었다.

권 교장은 "열의도 관심도 없어 보였던 아이가 스스로 학교에 무언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게 긍정적 변화"라며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아이 스스로 기획하고 제작하고 홍보하는 과정을 통해 진취적인 꿈을 갖는 모습을 보며 대견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용수중학교 = 부산광역시 북구 화명동에 신시가지가 조성되면서 지난 2002년에 개교한 학교다. 현재 31학급 약 1040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이 중 1학년은 10학급 324명이다.

부모님은 맞벌이가 많아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편이지만 자녀의 학업성취 및 진로에 대한 관심이 높고 진학정보에도 밝은 편이다.

학생들 역시 학습의욕 및 학업성취 수준과 함께 진로탐색과 진로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 본교 인적 자원 및 지역 사회 인프라를 활용해 자유학기제의 본질적 목표를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전체 교사 51명 중 절반이 넘는 26명의 교사들이 1학년 교육과정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권혜선 교장은 "학생들의 미래역량강화를 통해 꿈과 끼를 기르고 학교생활이 행복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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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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