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② 대구 천내중학교

"끼리끼리 뭉쳤더니 인성·성적 다 좋아져"

2014-12-18 00:00:01 게재

'성적' 아닌 '적성' 따라 반 배치 … 아이들간 거리감 좁혀

'학력저하' 우려는 어른들 오해 … "우리가 알아서 잘해요"

"자유학기제는 흥미로웠어요. 각자의 특성에 맞게 반이 편성돼 친구들과의 소통이 넓어졌죠. 한층 더 친구들과 가까워졌고, 담임선생님도 같은 유형이어서 그런지, 더 가깝게 지내고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자유학기제를 했으면 좋겠어요."

자유학기제의 매력에 푹 빠진 대구 천내중학교 1학년 2반 최정인 양의 말이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친구들끼리 한반이 돼 토론수업, 모둠수업을 하고 동아리활동을 진행하면서 학교생활의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자유학기제 공통수업과정 시간에 모둠별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저마다 발표를 하겠다며 손을 들고 있다. 사진 천내중학교 제공


◆"마음이 통하니 소통이 저절로" = 천내중학교는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면서 성적순이 아니라 적성에 따라 1학년 학급을 편성했다. 홀랜드 검사에 따라 아이들을 △현실형 △탐구형 △예술형 △사회형 △진취형 △관습형 등 6개 반으로 나눈 것.

이같은 결정은 배우는 과목마다, 단원마다 아이들의 이해도와 관심도가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것으로, 아이들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1가정 1아이 시대에 타인을 이해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비슷한 성향의 또래와는 쉽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학교 김정걸 교장은 "비슷한 아이들이 한데 모이니까 자신의 속얘기를 할 때나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소통이 쉽게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며 "서로 의지하고 믿으면서 고민을 나누니까 행복한 수업, 행복한 교실,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1학년 예술형반에 편성된 김지예 양 역시 "나와 같은 성격과 특성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마음이 잘 통하는 걸 느꼈다"며 "학교생활에 행복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적성별 반 편성으로 인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김 교장은 "구름이 잔뜩 끼어 날이 어두운데 전등을 켜지 않은 학급이 있어 '왜 불을 안 켜냐'고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한결같이 '켜라는 지시가 없었어요' 하더라"며 "알고 보니 '관습형' 유형의 학급으로, '너희들은 장차 공무원이 되면 좋을 아이들이구나' 하고 웃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순조로운 건 아니었다. 학부모들이 "1학기에 배치된 반을 2학기에 재편성하게 되면 아이들끼리나 아이와 교사 간이나 다시 관계맺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안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 역시 배 이상 힘이 들었다. 1가지 유형으로 준비하면 됐던 수업을 6개 유형으로 나눠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월 첫발을 떼고 2~3달을 거치면서 교사와 학부모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교사와 학부모 모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김 교장은 "공부뿐 아니라 인성 계발에도 효과가 컸다"며 "아이들이 2학년 올라가서도 적성별 반 편성을 하자고 졸라대는데, 고민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학력저하' 우려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어른스러웠다. 1학년 아이디어뱅크반 우정묵 군은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는 게 좋긴 하지만 공부를 소홀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며 "행복플래너를 작성하면서 스스로 계획을 짜고 실천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꿈과 끼를 최대한 살려 내 꿈인 교수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시험이 없으면 아이들 다 좋아할 것 같지만, 알게 모르게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들을 봤다"며 "아이들이 마냥 철부지만은 아닌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동아리협력 수업시간에 색연필로 자신의 꿈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 사진 천내중학교 제공

◆"진로·적성, 결국 교실에서 찾아야" = 직업과 진로 체험을 놓고 천내중학교는 고민이 많았다. 생동감 있는 외부 현장체험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의 이벤트로 아이들의 적성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김 교장은 "아이들은 하루 정도의 현장체험으로는 어떤 직업이든 다 좋아한다고 말하더라"며 "자유학기제의 취지가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한 학교생활'이라는 점을 고려해 교실 내에서, 교과 속에서 진로와 적성을 찾는 게 더 급선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선 착수한 것은 바로 '학습과 직업 간 관계'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칠판에 대강의 수업목표만 적기보다 그날 그날의 배움이 특정 직업과 어떤 연관을 갖는지, 배움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세세하게 적어 아이들에게 숙지시켰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신기해 하더니 이후에는 왜 배워야 하는지 깨닫게 되고 '아, 이 과목을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하는 동기를 부여받게 됐다. 수업 효과가 두드러지게 향상됐음은 물론이다.

김 교장은 "학교 생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되는 것은 교과시간이기 때문에 거기에 직업이며 진로, 적성을 녹여내야만 한다는 구성원간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아이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몰입해 동참하게 될 때 자유학기제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된 프로그램이 '동아리축제를 통한 진로체험'이다. 동아리축제 동안 1, 2, 3학년 모두가 어우러져 스스로 기획하고 제작한 36개의 진로체험 부스를 통해 다양한 직업세계를 친구와 선후배에게 체험케 해줬던 것.

김 교장은 "동아리축제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이 상당한 직업과 진로를 체험할 수 있었다"며 "밖에서만 진로와 적성을 찾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이들 스스로 친구들에게 보여준다는 아이디어가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천내중학교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에 있는 공립중학교로, 지난 2006년 3월 1일 개교했다.

이듬해인 2007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표창을 받았고, e-러닝우수학교 표창을 받았다.

교훈은 '꿈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자'이며, 교목은 소나무, 교화는 장미다. 3개 학년 19학급 532명의 남녀 학생이 다니고 있다.

지난해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선정됐고, 올 한해만 4번의 학교 공개수업을 열 정도로 모범적인 자유학기제의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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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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