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 | ⑪ 대전가양중학교

"나로부터 비롯된 변화, 수업과 학교를 바꿨죠"

2015-01-26 00:00:01 게재

"이렇다 할 별다른 꿈이 없었어요. 그런데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인 '나을 찾아가는 여행'을 통해 롤모델인 조영래 변호사를 만나게 됐어요. 저도 조영래 변호사처럼 인권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자유학기제로 나만의 구체적인 꿈을 갖게 돼 정말 기뻐요." (2학년 10반 김소미)

대전가양중학교는 2013년 12월부터 교육과정과 핵심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재구성해 수업에 적용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10차시 분량의 '나를 찾아가는 여행' 프로젝트 수업. 교과 간 융합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수업이다.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자유학기제 취지를 한껏 살린 프로그램이었다.

이 학교 유순준 부장교사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자유학기제를 반기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아이들이 연말에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어 '감사하다'고 할 때 그보다 큰 감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 프로젝트 수업 장면. 교과 간 융합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수업이다. 사진 대전가양중학교 제공


◆가양, 나로부터 비롯된 변화 = 대전광역시 동부에 위치한 대전가양중학교는 학생의 70%가 저소득계층이다. 2013년 대전 지역에서 가장 공부 못하는 네 학교에 선정될 정도로 전체 학력 수준도 낮다. 이런 상황을 바꿔보기 위해 대전가양중학교가 선택한 야심찬 계획이 바로 '가양나비(가양, 나로부터 비롯된 변화) 프로젝트'다.

유순준 교사는 "여러 열악한 교육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보고자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를 신청, 운영하고 있다"며 "교육 가족 모두 스스로 그 변화에 앞장선다는 뜻으로 자유학기제 슬로건을 '가양, 나로부터 비롯된 변화'로 짓게 됐다"고 말했다.

가양나비 프로젝트의 핵심은 진로탐색활동이다. '진정한 나의 모습, 그리고 나의 길'을 찾아가는 진로활동의 특징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모습을 깊이있게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자유학기제 슬로건으로 가양나비를 정하면서 이 학교가 세운 원칙은 '밖에서 누군가가 억지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과 주도성을 발휘하게 하자'는 것. 이를 위해서 우선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강사가 필요했다.

◆발로 뛰며 교육기부자 섭외 = 마음을 어루만지고 아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강사 섭외를 위해 교장과 교사가 발로 뛰었다. 다행히 유능한 강사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혹은 우리나라 교육발전을 위해'라는 소명의식으로 학교를 찾았다.

특히 16명의 교육기부 봉사자로 구성된 인문고전읽기반 '바리스타'는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바리스타 진로체험 시간에 한 학생이 기계 작동법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사진 대전가양중학교 제공


커피향이 아니라 읽기의 즐거움을 만들어 선사한다는 의미의 '바리스타'는 매주 토요일마다 학생들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동서양 인문고전책들을 읽는다. 대기업사원과 공무원, 카이스트연구원 등 각자의 삶을 가진 16명의 자원봉사자 바리스타들은 자신이 느낀 읽기의 즐거움을 학생들에게 나눠 준다. 학생들은 바리스타들의 손에 이끌려 독서습관을 갖게 되고 생각의 변화를 통해 깊은 향이 느껴지는 사람으로 숙성하는 것이다.

강병오 교장은 "이처럼 가양나비 프로젝트는 학교와 교사, 아이들의 변화를 통해 교육가족들이 행복해지고 성장하는 것을 지향한다"며 "더불어 이 변화들이 나비효과처럼 퍼져 우리나라 전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갈 미래 사회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고 프로젝트 준비와 실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교내신문 기자단 발대식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대전가양중학교 제공


◆학폭과 기초미달자 크게 줄어 = 가양나비 프로젝트의 성과는 학교 분위기의 변화로 나타났다.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학생들이 성적의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자신의 진로를 세우면서 학교생활에 긍정적인 인식이 생긴 덕분이었다.

유순준 부장교사는 "교육 풍토가 긍정적으로 변한 것만큼 큰 성과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학교폭력사안과 기초미달학생수가 눈에 띄게 준 것도 성과"라고 자랑했다. 실제 셀 수 없이 많았던 기초미달 학생 수는 자유학기제 이후 국어 과목 2명, 수학 10명, 영어 9명으로 크게 줄어 대전 지역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다 보니 교사들의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수학을 가르치는 송현주 교사는 "학생중심 수업 모형을 개발해 적용하는 일이 처음에는 버겁고 두려웠는데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생기있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영어과 김연진 교사는 "자유학기제를 계기로 교사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교수 모형을 알게 되었고, 수업을 준비하는 일이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컸다. 학부모 최형주 씨는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아이와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된 것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대전가양중학교 = 1983년 3월 10일 개교했다. 교훈은 '참되게, 착하게, 굳세게'이며 교목은 설송, 교화는 장미다. 남녀공학으로 특수학급 2학급을 포함해 28학급 905명의 학생으로 편성돼 있다.

교육목표는 △민주시민의식이 투철한 학생(애국인) △자기주도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실력인) △자아발견으로 진로를 개척하는 학생(개성인) △서로 돕고 사랑하며 즐겁게 봉사하는 학생(봉사인) △심신을 단련해 굳은 의지를 실천하는 학생(건강인)이다. 특색사업으로 행복한 가양인을 위한 '가양나비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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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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