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⑦ 충남 태안여자중학교

"또래들과 모둠수업 하면서 지루함 대신 자신감 얻었죠"

2015-01-05 00:00:01 게재

"수업시간에 자신감이 부족했던 저는 선생님의 질문에 항상 뒷전으로 물러나 있었어요. 성적도 뛰어나지 않을뿐더러 발표를 할 만큼 자신감이 있지는 않았어요. 자유학기제가 운영되면서 선생님들 수업이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제가 직접 만들고, 토론하고 발표를 했죠. 저 혼자가 아닌 모둠 친구들이 모두 도와서 했어요. 제가 수업의 주인공이 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수업이 재밌고 활발하게 참여를 하게 되었죠. 지루할 시간이 없었고 수업시간이 다 가는줄 모르게 집중했던 거 같아요."

충남 태안여중 1학년 희영 양은 "자유학기제로 인해 친구들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관계도 좀더 끈끈해졌다"며 "나에게 자신감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향료를 섞어 새로운 향을 만들거나 제품에 향을 덧입히는 직업인 '조향사' 진로체험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태안여자중학교 제공


◆학생중심 수업으로 바꾸기 매진 = 자유학기제를 통해 보람을 얻은 것은 학생뿐 아니다. 서재표 자유학기제 전담교사는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학생의 어떤 성취를 도와줄 것인지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다"며 "어쩌면 교사에게 더해지는 고민이나 부담일 수 있지만 큰 보람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핵심은 역시 '학생이 중심이 되는 수업'이다. 태안여중은 수업 방법을 다양하게 개선하는 데 역점을 뒀다.

서 교사는 "수업방법 개선을 통해 지식의 암기와 경쟁 중심의 교육을 창의성과 인성, 사회성 등 미래지향적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을 계획하고 이를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역량뿐 아니라 또래 친구의 역량을 느끼게 함으로써 학습 동기와 몰입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사회과 토론수업에 또래들과 의견을 나누며 웃고 있는 아이들. 사진 태안여자중학교 제공


하지만 수업 개선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용주 교장은 "교과별 핵심 역량요소를 추출해 수업을 해야 하는 작업은 교사들에게 과부하를 줄 우려가 있었다"며 "다행히 교사들이 열정과 의지를 갖고 수업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그 결과 '학생 중심 수업' 만족도 조사에서 지난해보다 긍정적 평가가 늘었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이어 "학력은 시험점수만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며라 창의성과 인성, 사회성이 중요한 학력의 요소"라며 "자유학기제의 교육과정에서는 협업과 체험·활동을 강조하는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을 강조하기 때문에 미래의 핵심역량을 크게 강화시켜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태안여중 1학년들이 수학체험프로그램 시간에 종이도형을 만들며 수학원리를 배우고 있다. 사진 태안여자중학교 제공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아이들 = 태안여중은 다른 곳과 달리 오후에 영어와 수학 선택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각 과목 3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이 선택해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것.

수학의 경우 종이접기를 통한 원리와 UCC 제작을 통한 수학원리 익히기를, 영어의 경우 팝송이나 뮤지컬을 통해 배우는 영어 등의 프로그램으로, 아이의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을 위한 배려였다.

아이들의 진로체험을 위해 대학과 공공기관, 기업체를 연계한 점도 눈에 띄었다.

선문대학과 연계해 학과체험 프로그램을, 해양국립공원과 함께 해양탐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예산 절감은 물론 진로탐색활동의 폭을 넓혀 아이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여중생의 관심을 끄는 직업인 스튜어디스, 네일아트 관련 기업체가 학교로 찾아와 직업체험 부스를 설치한 것도 인기만점이었다.

정 교장은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니 아이들이 상당히 좋아하더라"며 "진로체험을 알차게 꾸민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2년간의 자유학기제 경험으로 바뀐 것은 아이들이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 교장은 "진로진학 상담을 해보면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2학년들의 경우 자신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그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3학년생들은 다소 막연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자유학기제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안여자중학교 =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동문리에 있는 공립중학교로, 1970년 12월 태안중학교에서 분리돼 개교했다. 교훈은 '성실 근면 사랑'이며 교목은 향나무, 교화는 목련이다.

'미래사회를 선도할 참되고 유능한 스마트인재 육성'이 교육지표이며, 이를 위해 △바른품성 함양을 바탕으로 기본이 바로선 교육 △자아 정체감을 확립하여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 설계 △세계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자질 함양 △교육수요자와 교육공동체가 만족하는 학교 구현을 제시하고 있다. 매미처럼 껍질을 벗고 뱀처럼 허물을 벗는다는 의미의 '선태사해'가 학교경영목표다.

교육부로부터 창의경영학교 예술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받아 예술교과와 타교과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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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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