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도입 2년 무엇이 바뀌었나

달달 외는 시험 없애니 학생·교사 만족도 올라

2014-12-11 00:00:01 게재

잠재력·파급력 확인 성과 … 사회적 공감대 확대는 과제

지난해 2월 박근혜정부의 출범과 함께 자유학기제가 시범 도입됐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단계에서의 교육과정 개혁을 핵심 개념으로 담고 정권 차원에서 강력하게 시행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문래중 교사)은 지난 8일 열린 '자유학기제의 미래와 중학교 교육혁신의 방향' 토론회에서 "자유학기제가 가져온 변화는 그 이전 수많은 교육개혁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바꾸어내지 못했던 우리 교육의 많은 금기들을 깨뜨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것도 매우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에도 사회적인 저항이나 파장을 거의 일으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인 부산 용수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자율과정 시간에 스포츠스태킹 실력을 겨루고 있다. 사진 김은광 기자


◆지필고사 없애는 파격 이뤄 = 자유학기제 도입 이전과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중간 기말고사로 대표되는 정기 지필고사를 없앴다는 점이다.

정 위원은 "'이것 시험에 나온다, 밑줄 쫙!'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수업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지 못하고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라며 "그런데 자유학기제는 비록 한 학기이긴 하지만 중등학교 단계에서 정기 지필고사를 없앰으로써 정기 지필고사가 우리 교육의 절대적이거나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자유학기제를 도입한 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과목의 수업시간을 줄이는 대신 예체능 과목과 체험학습, 선택교과를 늘렸다. 각 학교는 이미 교육과정의 20% 내에서 과목 시수를 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오히려 국영수 수업 확대의 도구로 활용돼 왔던 것. 정 위원은 "성역으로까지 여겨졌던 국영수 수업의 축소는 자유학기제의 파급력을 보여준 또 다른 측면"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상덕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 특임센터 소장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경험한 가장 큰 변화는 교사와 학교의 교육기획력이 살아난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교사의 자기효능감이 높아져 권위적 통제보다는 설득적 방법을 사용하고 학생의 내적 흥미와 학업적 자발성을 발달시키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의 교육기획력 살아나 = 한국교육개발원이 올 1학기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한 전국의 38개 연구학교와 인근지역 38개 일반학교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연구학교 학생들은 사전 만족도보다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사후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교육과정 및 수업', '교육 결과', '학교생활 행복감' 영역에서 연구학교 학생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았다.

개발원 측은 "연구학교 학생들은 자유학기동안 학교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이나 동아리가 다양했다는 점, 토론실험실습 등의 다양한 수업 방법을 활용하였다는 점,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일반학교의 학생보다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경우 '교육과정 및 수업'과 '학생의 수업 참여', '학교 구성원간 관계', '교육결과로 나타나는 학생역량' 영역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연구학교 교사들은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에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또한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진 점 등에 만족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학부모 만족도는 교사나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연구학교 학부모와 일반학교 학부모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영역이 다수였다.

개발원은 "향후 자유학기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학부모들의 이해를 구하고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자유학기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불안 없앨 방안 마련 숙제 =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성과가 좋다지만, 현 정부 이후 사라지는 제도 아니냐?", "아이들을 실험용 쥐로 삼는 제도가 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현장 교사들이 전하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바로 자유학기제가 반짝 이벤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부산 용수중학교 권혜선 교장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교육적 성과를 느끼는 교사들이 학부모들로부터 종종 듣는 얘기"라며 "자유학기제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도록 법이나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런 부분은 현 정부도 깊이 공감하는 바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일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인 제주도 서귀중앙여자중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유학기제 실시 이후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고 웃음도 많아져 정말 만족하고 있는데 아쉬운 점도 있다. 예산이 줄어들까 하는 염려도 있고, 특히 정권이 바뀌면 제도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 하는 불안감도 있다"는 한 학부모의 질문에 "법령을 개정해 자유학기제의 근거조항을 두려 한다"고 밝혔다.

황 부총리는 이어 "자유학기제가 (입시 중심의 교육에서) 바늘구멍 정도의 숨통을 틔워줬는데도 학교 현장의 긍정적인 변화와 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2016년 전면 시행에 앞서 불안한 부분도 있지만 최대한 예산, 제도화 등에 신경을 써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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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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