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⑩ 강원 함태중학교

"많은 '지식'보다 다양한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행복교육'입니다"

2015-01-19 00:00:01 게재

"용돈을 받으러 갈 때만 들렀던 엄마의 미용실에 우리 반 친구 네 명과 함께 직업체험 활동을 갔어요. 막상 엄마 가게에 친구들을 데려가려니 창피한 마음이 들기도 했죠. 우리가 미용실에 도착하자 엄마는 나와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하기도 하고 가르쳐 주셨어요. 미용실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 쓸기, 마네킨의 가짜 머리카락으로 파마하는 법을 배웠어요. 마지막에 엄마와 직업인 인터뷰를 했어요. 엄마는 '미용사란 사람의 머리카락을 잘라 주고 만져 주는 직업이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만져 주는 일이기도 하다'고 했어요. 평소 미용실에서 일하는 엄마를 보면서 좀 더 멋있고 폼나는 직업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막상 엄마가 하는 일에 보람과 행복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들으니 마음이 찡해졌어요. 더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태중학교 1학년 심미진 양)

진로체험 제과 제빵사 체험을 하는 장면. 사진 함태중학교 제공


◆지식 넘어 '진짜 경험'으로 확대 = 유독 밝고 활기찬 함태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교과서를 통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 체험과 활동을 통한 직접 경험으로 확대되고 있다. 요리사가 꿈인 최예은 학생(1년)은 "평소에 요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리반에서 매주 하고 싶은 요리를 하니까 일주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하며 웃는다. 진로 프로젝트 대회에서 1등을 한 이교민 학생(1년)은 "진로 프로젝트시간에 직업카드 보드게임 만들기를 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직업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얘기했다.

한 학생이 '자유학기제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 함태중학교 제공


홍성봉 교사는 "아이들이 전보다 많이 활발해졌고, 수업시간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자유학기제가 교사들에겐 수업 개선과 각종 체험학습 진행의 부담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니 보람이 생긴다"고 전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한 학기동안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잘 지내고, 독서나 취미생활을 보다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보니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공감할 수 있었다"며 "1학년뿐 아니라 2학년도 진로 탐색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아이가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과 함께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며 "아이가 꿈을 갖게 되니 2학년에 돼서는 스스로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자유학기제가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현장에서는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시험 부담을 벗고, 교사는 기존 교육과정의 틀에서 자율성을 부여받아 새롭게 재구성한 교과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에 적용해볼 수 있다는 면에서 새로운 변화의 시작임에 틀림없다. 또 학생들에게는 성적이나 서열을 떠나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설계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미래명함을 만들고 밝게 웃는 학생들. 사진 함태중학교 제공


◆자유학기제, 교육혁신 씨앗으로 = 이득주 교장은 "이런 면에서 볼 때 자유학기제의 목적은 많은 양의 지식을 가르치기보다 많은 '경험'을 갖게 함으로 배움과 삶의 가치를 동일시할 수 있는 가치관을 갖게 하는 과정일 것"이라며 "결국 우리 아이들이 왜, 무엇 때문에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게 돼 궁극적으로는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도록 돕는 '행복교육'의 씨앗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복교육의 시작은 역시 수업개선이다. 함태중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학기제 수업을 추구했다. 특히 진로 독서의 경우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단 한권의 책이라도 마음 깊이 읽어 스스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내면화 동기를 목표로 삼았다.

염혜현 교사는 "국어과의 쓰기 교육의 경우 시험이나 수행평가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됐었는데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며 글쓰기 교육을 위한 집중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자유학기제 수업은 하나의 주제나 단원을 깊이 있고 여유로우면서도, 활동 중심으로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모둠별 활동이나 협력학습의 경우 친구들과 수업을 통해 상호 소통한다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새로우면서도 만족을 줬다는 것.

■함태중학교 = 1987년 개교한 함태중학교는 현재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강원행복더하기학교 △선진형교과교실 운영학교 △삼성꿈장학재단 지원학교로 선정돼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인재상은 '남을 먼저 배려하고, 스스로 탐구하며, 극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학생'이다.

이를 위해 학생의 탐구능력과 사고력을 촉진하는 팀프로젝트 수업, 영어통문장 암기, 시를 감상하는 아름다운 심성을 기르기 위한 한국의 명시 암송, 1인 1음악 1체능을 위한 특기적성, 학생의 다양한 체험을 위한 동아리와 진로탐구 프로그램, 즐거운 독서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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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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