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전쟁은 안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자 - ⑤ 인터뷰│김준형 한동대 교수

"평화는 현상관리가 아니라 적극 만들어가는 것"

2017-11-06 12:45:52 게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방한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점증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첫 아시아 순방의 일환이다. 한반도와 주변 정세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긴장은 커지고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어떤 해법을 찾아갈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문재인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 활동을 비롯해 대선 캠프에도 두 번 참여한 바 있는 김준형 교수의 고민도 여기에 집중돼 있다. 김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좀 더 담대하게 우리의 이익을 관철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답게 국민의 힘을 믿고 담대하게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애정이 많은 만큼 안타까움도 커 보인다.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그의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에서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대비하라는 격언이 진리처럼 통용되고 있다. 북핵이 이제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통한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먼저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대비하라" 표현에 이견이 있다.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하라로 바꿔야 한다. 현재 국제정치에서 횡행하고 있는 극우 또는 배타적 민족주의는 이러한 전쟁불가피성, 무력증강과 필연성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술핵배치나 핵무장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의 꽃이 복지라면, 외교의 꽃은 평화다. 노르웨이 평화학자인 요한 갈퉁이 말했듯이 '안보를 통한 평화보다 평화를 통한 안보를 추구해야'한다.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양상이 다른 게임체인저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미국이 냉전 이후 타국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은 적이 없다는 측면에서 미국조차 당황스러운 국면인 것이다. 북한문제가 미국대외정책 핵심 아젠다로 부상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트럼프정부 특성은 극우민족주의의 스트롱맨 정부다. 미국의 패권적 힘을 사용할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 군사옵션에 대한 의지와 생각도 분명히 있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군사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동원해서 군사옵션사용을 위협하고, 경제적으로는 글로벌 대북제재를 가동해서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는데 목적이 있다. 특히 전면전 위험이 뒤따르는 북한에 대한 예방공격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

다만 군사적 옵션에도 저강도 옵션이 있다. 예를 들면 북한 미사일을 공해상에서 요격하거나 해상봉쇄를 취할 수도 있다. 또 잠수함에 대한 비밀공격을 통해 북한 정부는 알게 하지만 그 사실을 공개하기는 어렵게 만들어서 북한지도부에게 강력한 경고와 함께 떠보기를 하는 옵션을 고려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나는 이런 저강도 옵션마저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 근간은 트럼프가 아니라 군부세력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매티스를 중심으로 맥매스터와 켈리 등으로 이어지는 군부세력이다. 이들은 트럼프 강경모드에 일견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고 경험했기 때문에 한반도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트럼프의 불예측성을 관리하는 합리성을 유지해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모험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러, 특히 중국 부상을 견제하려는 재균형론자들이라는 점에서 한국에게는 훨씬 더 터프한 상대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위기조장 뒤에서 실제로 한미동맹, 미일동맹, 한·미·일동맹을 연결시켜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세력들이다.


소규모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그렇지 않은 주변국은 어떻게 핵무기 사용을 저지할 수 있나? 전술핵무기 도입이나 핵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북한 핵능력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북한은 제재를 전쟁으로 인식하기에 제재상황에서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 요구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포기이며, 이를 북한이 주도권(핵능력)을 가지고 직접 획득하겠다는 의지(공식적 핵보유국 인정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갖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의 목표는 단순한 핵보유를 넘어 미국과 '공포의 균형' 추구하는 측면도 있다.

핵보유국 공통의 3가지 목표는 외교적 수단(leverage), 공격에 대한 보복수단, 선제 핵공격이다. 김정일은 첫 번째만 강조했지만 김정은은 나머지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김정은은 미·중·러 등 핵강대국들의 위협인식까지 변화시키는 질적 변화를 이뤘고, 심지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등가로 간주하지도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핵무기에 맞대응해서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 주장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본다. 남한 땅에 핵무기를 가져다놓음으로써 다소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해도 비용과 위험이 증폭되는 등 희생이 너무도 크다.

결국 핵우산으로 확장억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엄청난 보복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전략핵 정확도가 엄청나게 높아졌고, 괌과 일본 기지 등에서 출동할 수 있는 확장억지 전략자산이 북한 핵을 압도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른바 한국형 3축이라는 킬체인, KAMD, KMPR 중에 마지막 대량보복능력의 중요성도 커졌다. 다만 북한 수뇌부 참수작전 논의는 북한을 자극만 할 뿐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리라고 보는가? 북핵문제 해결방법은?

과거부터 북한 핵이 협상용인지 보유용인지 그리고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는 잘못된 논쟁이었다. 우리 내부의 이념논쟁과 책임전가 논리로 사용돼 왔다.

내가 볼 때 북한은 어느 한쪽을 정한 적이 없었다. 구태여 말하자면 두 가지 목적을 다 가지고 있는데 과거에는 협상용 여지가 더 많았다면, 지금은 보유의지가 굳어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현재로선 북한 핵포기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러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핵화를 입구에 두어 어떤 진전을 보지 못하고 대결구조만 강화하는 것보다 비핵화를 목표로 두되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핵문제 해결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지만 긍정적인 점도 없지 않다.

미국과 세계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글로벌 차원의 제재시스템도 발동했다.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오래 걸리더라도 그 방법만 가능하다. 대화에 조건을 다는 것은 문제를 어렵게 할 뿐이다. 제재를 풀지 않고 대화를 시작하면 된다.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트럼프의 구상은 무엇인가?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이지만 이면에는 최대 압박으로 북한의 항복을 받아낸 후 관여정책으로 가는 것이다. 동시실행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의 대화 시도나 관여정책을 트럼프 전략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또 아직까지 전체적인 얼개는 있지만 구체적인 수단이나 내용, 특히 관여에 대한 내용은 없다. 전방위적 제재는 물론이고 군사적 수단의 사용가능성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국면이다. 다만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가장 큰 차이는 오바마처럼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항복할 때까지 압박의 수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미동맹 강화차원에서 한미FTA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트럼프는 현재 북핵문제를 푸는 동시에 위기상황을 이용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 미국제일주의(America First)는 단순히 미국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맹과 적국도 가리지 않고 미국 이익을 취하겠다는 '난폭한 대외정책'(America Only)이다. 그 중에서 한국은 자동문이자 호구다. 중국도 밀어붙이고, 나토도 밀어붙이지만 현재 구도에서 한국이 가장 만만하다.

그런 측면에서 한미FTA는 사드와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을 지키려면 미국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앞으로도 MD(미사일 방어), 방위비 분담금, 한·미·일 군사협력 등 미국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달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초기 단추를 잘못 채운 느낌이다. 방미와 첫 정상회담이 너무 빨리 갔고 준비가 부족했다. 그런데 미국의 사드압박은 예상외로 강경했고, 대북 강경책과 군사옵션 등이 연결되면서 한국의 입지가 쪼그라들었다. 그러다보니 미국의 구도에 말려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의지는 베를린 구상 → 8.15경축사 → 유엔연설 등의 평화메시지로 이어지는 반면, 한미정상회담 당시 한·미·일 협력, 트럼프와 전화통화 등 미국과 상대할 때는 강경 일변도였기에 '갈지자 행보'로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문재인정부 독트린이 없거나, 또는 있더라도 미국을 담대하게 설득해내지 못하고 미국의 오해를 푸는데 급급하다가 여기까지 밀려왔다.

북핵위기대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한미공조는 중요하다. 일단 북핵에 대한 억지력 확보는 최소한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처럼 트럼프의 중국압박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트럼프가 중국을 압박하면 할수록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역설이 벌어진다.

결국 한·중·미 분업화를 통한 협력이 필수다. 이를 위해 2개의 입출구론을 병행해야 한다. 첫 번째는 핵동결입구-비핵화출구다. 두 번째는 한미입구론 → 남북경유론 → 북미출구론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우선 설득해야할 대상은 북한보다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고, 양국이 공히 대화의 유일한 창구로 한국을 인정하는 것이다. 북한에게 가장 아픈 채찍(경제)을 가진 나라는 중국이고, 북한에게 가장 좋은 당근(평화협정·수교)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다. 그런데 지난 25년간 북핵 문제를 풀어가면서 가장 잘못된 게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 바뀐 것이다. 북한에 당근을 줘야 할 미국은 채찍을 들었고, 북한에 채찍을 들어야 할 중국은 당근을 줬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최근 한중간 사드갈등을 봉합한 것은 어떻게 보나.

갈등을 봉합한 것은 일단 외교적 성과로 본다. 다만 다음 두 가지 부분이 전제돼야 한다. 우선 미국을 설득하는 문제다. 3불 원칙이 비록 입장표명이라지만 미국의 주요전략과 차이를 보이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또 중국은 사드배치 되돌리기 입장을 포기한 게 아니라 투트랙으로 간다는 것이다. 즉 사드반대 입장은 여전히 고수하면서 한중관계는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라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3불합의는 찬성하지만 박근혜정부처럼 미국에는 미국 듣기 좋은 소리하고 중국 가서는 중국 좋은소리하는 외교의 반복은 아니어야한다는 노파심이 든다.

트럼프 방한 의미와 우리의 역할은.

사실 이번 방문은 잘해도 본전일 수밖에 없다. 현재 한미관계는 미국 자국위주 및 대북강경 정책에 한국이 끌려가는 형국이다. 더구나 군사옵션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위기국면에서 동맹비용이 극대화되고 있어 미국이 무엇을 요구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도다.

미중 갈등이나 중러 접근 등 신냉전의 지정학적 난관에 더해 트럼프와 김정은의 적대적 공생 사이에서 우리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북한은 조만간 핵개발 완성을 선언하고 유리한 입장에서 대미협상에 나서려 하겠지만, 미국은 북한이 항복하거나 붕괴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항복할 생각 없는 북한은 미국 반응이 없을 경우 대남 핵갑질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역시 김정은과 자존심 싸움을 벌이며 만들어 낸 공포분위기로 한미 FTA, 주둔지 분담금, 미사일방어, 한·미·일 군사협력 등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한미동맹이 아무리 중요해도 우리의 국익을 앞설 수는 없다. 또 아무리 비대칭이라고 하더라도 상호적이어야 한다. 한미동맹은 필요하지만 동맹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은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할 문제다. 안방에서조차 자동문이나 호구가 되면 곤란하다. 담대하게 우리 이익을 피력해야 한다. 트럼프에게 동맹은 상호적이라는, 그리고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목표를 포함해 평화를 주지시켜야 한다. 평화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지 현상을 관리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답게 국민의 힘을 믿고 담대하게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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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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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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