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전쟁은 안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자 ⑦│인터뷰-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경제로 남북관계 풀며 북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2017-11-20 11:08:21 게재

북한이 두달 이상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미간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쑹타오 공산당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 중이고, 허이팅 중앙당교 부교장이 21일 서울로 온다. 이어 26일에는 북핵 6자회담 러시아 측 수석대표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의 방한도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정세의 국면 전환을 위해 남북간 경제 대화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남북 경제문제 전문가인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내년 하반기쯤 북핵 대화 해결 국면이 올 것으로 전망하면서 경제를 매개로 남북 갈등을 풀어나가고 중단된 경제협력을 복원시키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북 제재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간 경제협력이 가능하겠나.

남북관계가 오랜 냉각이이고 여기에 핵·미사일 문제가 겹치다보니 한반도 전쟁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정치외교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에 주는 충격도 크다. 금융시장에도 충격이 오는 등 남북관계 냉각으로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안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핵 프레임에 계속 갇혀 있으면 남북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북핵 해결을 입구로 놓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이를 출구로 놓고, 그 과정에서 경제를 매개로 그간의 남북 갈등을 풀어나가고 중단된 경제협력을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 차원의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데, 큰 틀에서 핵·미사일 대결 국면이 대화나 협상으로 전환되어야 경제협력의 길이 열리는 것 아닌가.

지금은 정치군사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자고 해서 평화협정을 거론하더라도 인식의 차가 워낙 커 접근이 쉽지 않다. 경제로 접근하면 북한과 대화하기 좀 더 수월하고, 연결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을 카드로 북을 대화테이블 나오게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대북제재 국면인데, 이것과 남북간 경제협력을 연결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북한과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제재의 목적인 북핵 개발 방지, 완화를 위해서는 북한 내부에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압박만으로는 변화 유도에 한계가 있다. 경제 문제가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

현재 핵무력 완성을 고집하는 북한이 경제협력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올라선다는 차원에서 지금껏 달려왔지만 김정은의 입장에서 경제문제 해결은 핵 문제 못지않게 중요하다. 김정은은 국가경제 5개년 전략으로 2020년에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경제강국 건설에서 진척을 보여야 내부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성과를 내세울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결국 경제의 회생이 필요하고 남한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근 북한 내 움직임을 봐도 김정은은 과학기술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기초과학 기술이 아니라 실용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수입에 의존했던 것을 자체 기술화해서 국산화를 이루고, 이 기술도 상업화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처럼 김정은 입장에서 경제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남북간 대화가 시작된다면 경제를 매개로 빠른 시일 안에 관계개선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김정은의 정책 외에 북한 내부적으로 눈에 띄는 경제적 변화가 있나.

북한은 현재 장마당을 중심으로 시장이 급속하게 활성화되고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돈벌이를 해봐서 경제가 뭔지 알고, 이 과정에서 외부 정보를 많이 얻어 외부 세계가 어떤 것인지도 많이 안다.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확산돼 장사를 경험한 사람들의 마인드가 굉장히 많이 변했다. 이 세력이 커지고 경제를 중시하는 세력이 커지게 되면, 김정은이 계속 핵·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면 주민들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장마당 세력을 키우는 게 북한 강경파나 김정은 지도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이 내세운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의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가.

북한 내의 경제세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다자간이든 남북간이든 경제협력 사업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현금이 들어가거나 일방적인 지원 사업은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에 맞지 않으니 자제하더라도, 주민 생활과 관련되거나 북한의 시장경제를 촉진시킬 수 있는 사업은 하는 게 좋다.

제재는 외부로부터의 압박인데, 이것만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게 검증된 사실 아닌가. 내부의 경제세력을 키워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일으키면, 이것이 외부의 제재와 접목이 돼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제재 때문에 북한과 협력은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제재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경제협력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남북 경협사업이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오래다.

개성공단은 지금 같은 제재 프레임이 존속하는 한 절대 재개하지 못한다. 개성공단이란 게 제재국면에서는 재가동을 못하지만 제재가 지향하는 북한의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개성공단을 이렇게 이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우리가 만들어내야 하고, 이것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

다만, 현금이 대규모로 들어가거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위험이 있는 부분은 북한과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 현금이 북에 안 들어가면 되니까 현물지급은 가능하다고 본다.

현금이 아닌 현물 대금지급으로 개성공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북한 기관이나 기업이 물품을 수입할 때 북한 자체의 신용도가 없어서 외화를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고 가격할인은 받지도 못한다.

만일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남한측 기업이 임금으로 월 1000만달러 정도 지급해야 하는데,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이 월 3억달러 가량이다. 이 1000만달러로 우리가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사서 현물로 줄 수 있고, 이 경우 가격할인도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한 게 북한 내부의 관리체계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내각 소속 민경련이 개성공단 임금(외화)을 지급받았고 이를 다른 기관 산하의 기업과는 공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동당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당이 이런 문제를 컨트롤 할 수 있다.

이것을 가지고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를 설득한다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의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다.

북한 핵·미사일로 인한 긴장 고조와 남북 냉각 상태를 경제를 수단으로 해서 풀어내자는 것인데, 남북 경제협력을 지나치게 수단화하는 건 아닌지.

한반도의 문제해결을 위한 경제의 활용이란 측면 말고도 우리와 북한, 동북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번영의 측면도 있다. 바로 문재인정부 대북 정책의 핵심인 한반도 신경제지도다. 신경제지도는 단순히 남북간 경제협력을 하자는 개념이 아니다. 삼성, 현대 등 몇 개 대기업에 의존해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사업 위주로 일궈왔던 경제성장은 이제 최고점, 한계점에 와 있다. 중국의 추격이 거센 상황이고 과거의 방식은 앞으로 통하지 않는다.

분단으로 인해 우리의 경제동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점에 눈을 돌려야 한다. 끊어진 남북경제를 이어서 중국, 러시아, 동북아 등 북방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고, 북한도 경제강국으로 가려면 이 방법 밖에는 없다. 남북간 경제가 연결되면 러시아, 중국 등 북방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것이 한반도 신경제지도다.

신경제지도 구상은 북한이 받아들여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신경제지도 구상을 대북정책의 관점으로만 보면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 남남갈등 등 여러 가지 갈등 요소만 부각된다. 대북정책 차원의 틀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한국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래로 가는 비전으로 바라봐야 한다.

북한도 나름대로 구상하고 있는 경제지도가 있다. 북한 전 지역에 20개의 경제개발구를 설정해 놓고 있다. 동해축, 중러 접경축, 서해안축, 남북한축 등에 점을 찍어 놓았다. 이런 구상 때문에 북한은 현재 항만, 철도, 도로 등 인프라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3개 벨트축으로 이뤄져 있다. 환동해경제벨트, 환황해경제벨트, 평화광관생태 중심의 접경지역벨트를 지도로 펼쳐놓으면, 북한의 구상과 다 관련이 돼 있다. 이 두가지를 협상테이블에 놓고 대화를 하면 말이 굉장히 잘 통하게 되어 있다.

당장은 북한의 노동자 해외송출이 막히고 있고, 제재 강화 속에 관광업도 어려워지지 않고 있나.

북한은 특성상 경험해보지 않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본다. 반면, 경험해본 것은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한다. 북한이 자꾸 경험하도록 해줘야 한다. 대북제재가 전방위로 강화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봉쇄로 북한의 항복을 받아낼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인력송출 사업을 틀어막는 게 북한의 변화란 관점에서 과연 좋은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돈을 많이 버는 두 축이 인력송출과 관광이다. 두가지 사업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북한 근로자의 해외 경험은 외부세계에 눈을 뜨게 하고 북한 내부로 정보가 유입되게 한다. 인력송출 사업을 인권 측면에서는 비판해야 하지만, 완전히 막는 건 기회손실일 수도 있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은 연간 10만명에 불과해 활성화된다 해도 북으로 들어가는 달러 규모는 크지 않다. 반면 외부세계와의 접촉은 확대된다. 전략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제재국면인 현 시점에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경제협력이나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현실화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측면에서 남북이 경제를 매개로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 현재의 제재국면에서 개성공단을 재개하자고 하면 당장 우리 내부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추진한다고 하면 적어도 북한과 2년은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우선 내년 2월 평창올림픽, 3월 장애인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토록 해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계기로 북한과 경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북한과 미국간에 계속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어 일정 시점에 계기를 만나면 대화를 통해 북미간 접점을 찾으려는 분위기도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몇 개월 더 진행되면 내년 하반기쯤에는 변화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염두에 두고 과거의 일방적 지원식이 아니라 개발협력 등으로 경제협력을 재개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해가 바뀌면 한반도 정세가 바뀌고 남북간 경제협력이 가능한 시점이 올 것이란 건가.

내년에는 남북관계에 조금씩 훈풍이 불 수 있는 만큼 중요한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잘 준비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의 목표를 설정하고 중국, 러시아 설득해가며 준비하면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도 협의가 가능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 3년차가 되는 2019년이 되면 남북관계에 본격적인 동격이 생기지 않을까 전망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도 내년 하반기부터 협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손을 놓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과 중국, 한국과 러시아가 먼저 시작하고 추후에 북한을 참여시키는 방법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러시아, 중국과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관련기사]
3대 경제·평화벨트+하나의 시장 구축

 ['창간기획 - 전쟁은 안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자' 연재기사]
①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인터뷰│ "평화협정 논의, 비핵화·군사적 긴장완화 촉진할 것" 2017-10-10
②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 인터뷰│ "3천년 전쟁사의 교훈, 평화 원한다면 전쟁을 이해하라" 2017-10-16
③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외교 국방 통일의 삼위일체로 교집합 최대로 늘려야" 2017-10-23
④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 │ "트럼프 행정부, 북한 예방타격 준비 정황없다" 2017-10-30
⑤인터뷰│김준형 한동대 교수│ "평화는 현상관리가 아니라 적극 만들어가는 것" 2017-11-06
⑥인터뷰│데이비드 바인 아메리칸대학교 교수│ "평화협정이나 합의도출하려면 한반도 주한미군 철수해야 2017-11-13
⑦인터뷰-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경제로 남북관계 풀며 북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2017-11-20
⑧인터뷰-이정우 국제통상전략연구원 부원장│ "남북관계 물꼬 터 '전쟁 안된다' 국제여론 북돋워야" 2017-11-27
⑨진징이 중국 북경대 교수│ "북한 변화시키려면 시장경제 바다에 빠뜨려라"2017-12-04
최종회 - 전문가 좌담│ 전쟁불가론 공식화, 남북교류 물꼬터야 2017-12-11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