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전쟁은 안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자 ②│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 인터뷰

"3천년 전쟁사의 교훈, 평화 원한다면 전쟁을 이해하라"

2017-10-16 10:02:58 게재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전쟁은 안 된다'는 주장이 국민 인식과 이해를 오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평화통일은 전쟁을 각오하는 무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거나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전쟁과 전략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속에서 리델 하트와 그의 저서 '전략론'이 유명하다. 리델 하트(1895~1970)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재학 시절 제1차 세계대전에 보병장교로 참전했다. 수십만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전투를 경험한 뒤 전쟁사 연구와 함께 군사문제 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집대성해 '전략론'을 출판했다. 3000년 전쟁사를 아우른 리델 하트 전략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이해하라'는 격언을 즐겨 인용한다. 그는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대비하라'는 격언이 너무나 자주 전쟁 도발의 씨앗이 돼왔다고 강조했다. 전쟁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그것을 막을 수 없고 전쟁에서 이길 수도 없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에게 한반도 위기와 해법에 대해 들어 보았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과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결과는 깊은 상흔과 대규모 민간인 살상, 대량 파괴로 이어졌다. 특히 20세기에 개발된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과 살상력은 오늘날 세계 지도자들이 전쟁을 말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로 무장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국면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방황으로 치닫게 된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대재앙을 좌시할 수 없다.

1차 세계대전에서 900여만명이 사망하고 2000만명이 부상, 실종됐다. 당시 유럽 지도자들이 지혜롭고 전략적 시각을 가졌더라면 1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1990년 독일 통일과 1991년 소련 붕괴도 군사력 사용 없이 이루어졌다.

북핵 문제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평화적으로 외교를 통해 해결될 수 있으며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에서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대비하라'는 격언이 진리처럼 통용되고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과연 전쟁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리델 하트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이해하라'는 격언을 즐겨 인용한다. 전쟁의 발단, 전개 양상, 그리고 그 피해를 철저히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 클라우제비츠가 강조했듯이 전쟁 종식 여부는 상대의 '결전의지'에 달려있다. 적의 주력을 섬멸한다고 해서 결전의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전쟁 또한 끝나지 않았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이 이를 증명한다.

리델 하트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적을 섬멸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적의 결전의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군사적·경제적·도덕적 주도력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능한 한 적은 손실로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승리의 지표가 된다. 굳이 전투를 벌이지 않더라도 해상 봉쇄나 외교적 압력으로도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우위 전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손자병법의 모공(謨功)편에서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걸 최고라 하지 않는다(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백전백승 비선지선자야).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을 최고(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라 했다.

북핵이 이제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통한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는 것이 미국 정책이므로 군사적 수단을 통한 해결 방안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군사적 옵션은 채택하기 어렵다. 남한 수도권에 200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수백만명 희생을 무릅쓰고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로 무장한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은 이성적이라 할 수 없으며 무모하다.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도 군사적 수단을 통한 해결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북한은 핵탄두를 단거리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확보해 핵·미사일로 한국과 일본을 공격할 수 있다. 다만 대륙간탄도탄(ICBM)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소형화 기술과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그리고 대기권에 재진입한 핵탄두가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유도장치 등은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ICBM 시험 발사가 필요하다. 미국이 구축한 미사일 방어체제(MD)를 뚫고 북한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 전문가들 분석이다.

북핵 문제 관련 미중간 전격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10월 중순 중국에서 제 19차 당 대회가 끝나면 대외관계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미중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제안한 접근방식에 대해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협조를 얻어 북한 비핵화를 통일 한반도와 결부시켜 추진하자는 키신저 제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중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과 원유공급 중단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절충 가능한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협의해서 북핵을 인정하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만 제한하는 방식으로 합의하면 우리에게 최악이라는 주장이 있다.

미북 양자 대화는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북핵을 공인하는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사전 협의를 한 후 북한과 대화할 것이지만, 미국이 북한핵을 인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핵이 인정되면 일본과 한국 베트남 핵무장을 막기 어렵고 전 세계 비확산체제가 붕괴된다.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이외에 어느 국가도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대외전략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국인 일본이 핵무기를 갖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은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중국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보유가 파키스탄과 같은 국가들과 다른 특징은 무엇인가.

2012년말 북한은 3단계 ICBM 원형인 은하 3호 발사를 통해 우주에 위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역량을 과시했다. 2013년 초에는 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2016년 1월에는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고, 2월 7일에는 광명성 3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북한의 6차례 핵실험과 ICBM 기술을 이용한 위성발사 시험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운반수단 기술이 불량국가(rogue state) 손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상호 특수한 적국으로 제한된 목표를 가진 인도와 파키스탄과 같은 국가들 핵무기 보유와 본질적으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소규모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그렇지 않은 주변국은 어떻게 핵무기 사용을 저지할 수 있나.

미국 핵정책은 냉전시기보다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제 위협은 더 이상 개념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아 의도적 모호성으로는 충분치 않게 되었다. 핵공격을 받으면 핵무기를 가진 적국을 핵무기로 대응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 핵무기 사용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공격시 막대한 보복 공격의 두려움을 갖도록 하기 위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전술핵무기 재도입이나 핵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인가.

우리가 희망한다고 해서 전술핵무기 도입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반도 주변 지역에는 미국 핵무기와 재래식 전력이 포진해 있으며, 이러한 강력한 군사력과 동북아 안보체제가 지난 64년간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지켜온 동력이다. 미 본토, 괌, 일본의 오키나와, 요코스카, 가데나, 사세보 등에 배치되어 있는 미국의 확장억지 전력은 북한 전력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한미 양국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이며, 북한 핵개발로 인해 이렇게 중요한 원칙을 일거에 포기할 수는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리라고 보는가.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은.

북핵 문제는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북아와 세계의 안보 문제이고 국제 비확산체제의 문제다. 한국 단독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없으며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와 협조하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기반을 조성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충실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과 다양한 대화 채널을 가동해 긴밀히 협력하면서, 중국과도 돈독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 중요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한반도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남·북·미·중간 4자회담을 통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구상은 무엇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수십년간 행정부가 취해온 대북정책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하면서 이전 정부와 달리 군사 조치를 포함한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 관련 빅딜을 추진하고 있는데 중국을 압박함으로서 천문학적인 대중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한국, 일본, 대만에게는 첨단 무기를 판매하는 동시에 대미 무역역조 시정을 압박하고 있다. 북핵문제를 계기로 산적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일괄타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 정책 이면에는 공화당 지지 기반인 미국 내 군산복합체 이익과 결부되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이 한미 동맹 강화 차원에서 추진한 한미FTA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엄중한 북핵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한미FTA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너무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감정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엄중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미국이 한미FTA 개정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국제관계에서 국익이 우선한다. 미국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말하기에 앞서 국제 정치 경제 상황을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 동맹은 어느 일방이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아니며, 상호 이익이 존재해야 지속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상호 이익을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정책이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대북 유화론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다르다. 대화는 무조건 나쁘고 제재와 압박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방적이다.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하며, 어느 시점에도 대화는 개시될 수 있다. 미국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통해 북한이 긴장완화와 핵포기를 위한 대화로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북핵 문제는 압박과 제재만으로 풀기 어려우며 중국 협조가 긴요하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는 주장은 공허할 뿐이다. 어떻게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해 미국,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한중관계를 정상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핵 위기 대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안보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한다. 안보 문제를 두고 대립하면 국가에 위기가 온다. 196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맥스웰 테일러(Maxwell Taylor) 주베트남 미국 대사는 전쟁 중에도 사이공 정치인들이 국내 정치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을 보고 남베트남 정치의 병적 상황에 대해 덜 관심을 갖도록 존슨 대통령에게 건의 했다. 그는 "미국이 남베트남 국민의 국민성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존재하지 않는 지도력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보고했다. 미국 수뇌부는 베트남이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국내 정치 싸움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남베트남에 희망을 걸기 어려웠던 것이다.

[관련기사]
신성원 국립외교원 부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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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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