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3
2024
정치경제학은 말그대로 정치와 경제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다룬다. 정치경제를 이렇게 정의해 놓고 보면, 연구범위가 막연, 모호하고 변수들이 추상적이고 무한한 것 같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정치경제학은 과학적 방법과 엄격한 분석을 중시하는 현대 경제학으로부터 버림받다시피 해, ‘경제학적 가정과 논리로 정치행위를 분석’하는 신고전파 정치경제학이라는 주변적인 하위분야로만 살아 남았다. 반면 경제학을 제외한 인접 사회과학 분과학문들, 특히 정치학과 국제관계, 사회학, 인류학, 지리학 등에서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접근법 내지 분야로 더 각광을 받고 있다. 동남아에서 정치와 경제는 양방향 작용 동남아에서 정치와 경제 관계는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현실적으로도 학술적으로도 너무 중요하다. 지금 동남아정치에서 주된 쟁점을 구성하는 금권선거, 정치적 부패, 정경유착과 화인재벌, 과두제, 정치왕가, 정체성의 정치, 외국인투자, 국영기업과 관료기업 등이 모두 정치경제학적 연구과제이다.
02.08
2024년 갑진년 구정이다. 새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새해 덕담과 함께 혹시나 있을 법한 액운의 기미를 미리 짚고 피해 갈 수를 찾는 것 역시 필요한 새해 행사다. 올해 모두가 주의할 액운 1호는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다. 올해 상황은 30년 전인 1994년 6월 ‘한반도 전쟁 위기’가 대두되었던 흐름과 비슷하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는 정말 심각했다. 한국발 외신에 불이 났다. 한국 거류 중인 외국인들과 정보가 빠른 일부 한국인들의 ‘한국 빠져나가기’ 항공 티케팅이 마비될 정도였다. 눈치 빠른 강남 일대에서는 라면 참치 캔 촛불 방독면이 동났다. 있을 법한 조짐으로서의 ‘전쟁위기’를 과장할 뜻은 전혀 없다. 객관적으로 보아 1994년에 비해 2024년의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은 훨씬 낮다. 1994년 6월 당시에는 북측이 체제의 존망을 걸고 결사적인 상태였고 미국도 전쟁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다. 현재의 북측은 전쟁에 존망을 걸어야 할 절
02.06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지난달 24일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한 지 며칠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조지도자 숀 페인에게 분노를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지원이 미국 자동차산업을 파괴하고 일자리를 해외로 보낼 것이라고 주장하며 “페인이 자동차산업을 중국의 거대하고 강력한 손에 팔아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동자 표심을 놓고 구애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UAW가 최종적으로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자 페인 위원장을 비난한 것이다. UAW는 2020년 대선에서도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노심(勞心) 구애경쟁은 노동자표가 중서부 주요 경합주이자 이른바 러스트벨트에 위치한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의 승부를 가를 중요변수로 꼽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미시간주에서는 15만4000여표, 위스콘
02.05
캐나다 통계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식료품 비용은 4.7% 올라 전체 인플레이션 3.4%보다 큰폭으로 상승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 조짐을 보였지만 12월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를 거스르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식료품 가격의 상승폭이 커지면서 논란이 됐다. 과일주스가 전년 동기 대비 17.5%, 전월인 11월 평균보다도 3.5%나 올랐다. 야채도 전년 대비 8.3%, 식용지방과 오일가격은 12.8%나 뛰었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연방자유당정부는 이민자 폭증에 따른 주택난 심화에다 생활물가까지 치솟자 위기를 느꼈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작년 9월 캐나다의 주요 식료품 체인점 대표들을 오타와 연방의회로 불러 가격인하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연방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은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집권 자유당에 대한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9월 “대형
02.02
1월 26일은 주 미국공사와 주 러시아공사를 지낸 이범진이 자결한 날이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되자 공사관은 폐쇄된다. 아파트로 옮겨 계속 업무를 보았으나 1910년 8월 일제에 의해 강제병합되자 나라를 잃은 울분에 고종에게 전할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다. 향년 59세였다. 황제 폐하께 우리의 조국 대한제국은 이미 죽었습니다. 폐하께서는 모든 권력을 빼앗겼습니다. 소인은 적을 토벌할 수도, 적을 응징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무기력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소인은 자결 이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소인은 오늘 생을 마감합니다. 자결하기 전 장례비를 제외한 전 재산을 독립운동단체에 보낸 후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을 맨다. 이범진 공사는 고종과 왕세자를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播遷)시키는 아관파천(俄館播遷)의 주역이자 러시아 외교 활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알려져 왔다. 조선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서 그의 첫 부임지는 미국 워싱턴D
02.01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2월 1일 118일째다. 전쟁 직후부터 국제사회는 유엔 차원의 종전 노력을 기울였다. 10월 27일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은 120개국 찬성으로(반대 14, 기권 45), 12월 12일 제2차 가자지구 즉각 휴전결의안은 153개국이 찬성해(반대 10, 기권 23) 통과됐다. 우리나라는 1차에서 기권했으나, 2차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은 두차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사실 유엔에 국제문제 해결 능력을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압도적인 찬성률이라고 해도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론압박용 카드로서의 의미는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압박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바이든행정부가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표를 잃지 않으려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면서 오히려 유엔에서 압도적인 다수국가가 선택한 길을 외면, 국제적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해 12월 29일 남아
01.31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 파리협정을 준수하기 위해 마련한 입법패키지 '그린딜(Green Deal)'에 대한 반대가 유럽 곳곳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린딜은 EU가 2050년 기후중립을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산업환경
01.30
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정보통신기술(ICT)은 지난 10년간 아프리카의 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역사상 아프리카 대륙이 오늘날처럼 연결된 적은 없었다." 2012년 당시 세계은행(World Bank)의 보고서 내용이다. 이후 1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까지, 아프리카의 디지털 산업은 해마다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디지털 시장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01.29
월가 대형 사모펀드들이 전례 없는 규모로 보험사를 사들이거나 보험사와 제휴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사업모델이 변하면서 금융안정성에 리스크를 제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01.26
남준기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장 1998년 개봉한 영화 '딥 임팩트'(Deep Impact)는 같은 해 개봉한 '아마겟돈'과 종종 비교된다. 두 영화 모두 지구와 혜성의 충돌을 다룬 재난영화다. 아마겟돈이 상업성에 치중한 할리우드 스타일이라면, 딥 임팩트의 결말은 과학적이고 현실적이다. 딥 임팩트는 나사(NASA)가 진행하는 혜성 충돌 프로젝트를 뜻한다. 영화는 어느 소년이 지름 11
01.25
손혜현 고려대 연구교수,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소 미국과 멕시코가 접해 있는 국경도시들이 최근 이민자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3년 미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남서부 국경을 넘다가 미국 국경순찰대에 체포된 불법이민자가 200만명이 넘었다. 역대 최고치다. 지난 12월 한달 동안에만 약 30만명이 월경을 시도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미국정부는 포용적인 이민정책을 포기하고 다시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다리를 폐쇄하고
01.24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은 러시아산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력 연료는 다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국영 원
01.23
김찬송 위스콘신대 지난해 여름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항공 여행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보도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민간항공사에서 사고로 사망한 승객은 2명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36만5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자동차가 유발한 사고로 사망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자동차사고로 인한 사망률 관련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최악의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2021년 OECD 조사에 따르면
01.22
최근 친미파로 분류되는 후보가 대만 총통에 당선됐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대만인의 회의감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중국이 공세적으로 대만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한편, 미국
01.19
[IMG4]1891년 10월 23일자 미국 일간지에는 '메릴랜드 농과대학(Maryland Agricultural College)을 다닌 조선의 귀족 변수가 워싱턴 D.C. 외곽에서 지난 밤(10월 22일) 볼티모어와 오하이오 철로에서 기차에 치어
01.18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매 4년마다 찾아오는 미국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공화당의 경우 미국 시간으로 15일 치러진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스타트를 끊었고, 민주당은 다음주 23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첫 문을 연다. '이변은 없었다'는 언론의 표현처럼 트럼프 후보가 과반(51%) 득표를 확보함으로써 나머지 유력 후보였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01.17
독일정부의 보조금 삭감에 분노한 농민들이 수도 베를린에까지 들이닥쳤다.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일주일 전부터 독일 전역의 도로를 봉쇄하며 시위를 벌이던 독일 농민들은 15일(현지시각) 베를린 브란덴부르
01.16
김욱진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 차장 2024년 첫번째 태양을 금문교에서 맞이했다. 적확하게는 태평양 연안 산중턱에서 금문교를 바라보며 해가 솟기를 기다렸다. 태평양 표준시로 2024년 1월 1일 오전 7시 22분 샌프란시스코에 새 해가 떠올랐다. 압도적인 풍경이었으나 도취되고 싶지 않았다. 3년 근무가 끝나가면서 귀국이 임박함에 따라 떠들썩한 다짐보다는 차분한 정리가 필요했다. 태양을 응시하며 마음 속으로 구호 하나를 되뇌었다.
01.15
지난해 12월 20일 일본 도쿄, 오쿠다이라 소이치로 다이하츠자동차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고객에게 커다란 심려를 끼치고, 신뢰를 저버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회사의 실질적 지배회사인 도요타자동차 도요다 아키오 회장도 이틀 후 태국에서 회견을 갖고 "일본 자동차회사의 대표로서 사과한다"고 말했다. 다이하츠자동차 품질인증 부정사건의 여파가 지속되고
01.12
지난해 11월 초순경 주요국 국채시장 화두에서 갑자기 사라진 단어는 국채 공급물량이었다. 선진국 국채가격이 연일 급등하면서 국채금리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절실히 원했던 수익을 안겨주자, 급증하는 예산적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