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 강원도

"부모 불안감 때문에 아이를 학원 내모는 건 잘못"

2017-03-16 10:47:53 게재

개정교육과정과 평가방식 꼼꼼히 점검해야 대입불안 해소

"초등 4학년 되면 엄마 의존하지 않을 것" 부모생각 변해야

"대한민국 학부모는 조만간 자녀 대학입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금 초등학생이 대학 갈 때는 대학이 남아돌테니깐요."

"미래사회 변화를 예측도, 진단도 하지 않으면서 불안심리 때문에 아이를 학원으로 내모는 건 무조건 부모잘못입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특강에 학부모들이 속이 시원하다며 박수를 쳤다.

14일 원주교육문화회관에서 '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가 열렸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2005년 423만명에서 2014년 272만명으로 151만명이 줄었고, 갈수록 학령인구는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14일 '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에 참여한 강원도 학부모들이 원주교육문화회관 강당을 가득 메웠다. 송 부사장이 '적응 그리고 협력'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이어갔다.

소비자의 '선택'을 아웃소싱 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는 내용과 이에 따른 직업군 변화를 데이터로 제시했다. 텔러마케터, 회계사, 부동산 중계업자, 기계전문가 분야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초등 4학년이 되면서 '아이들은 갈수록 엄마를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는 '엄마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콘서트에 참석한 부모들은 '아~'하며 길게 숨을 내쉬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부터 이 영 교육부 차관, 송길영 다음 소프트부사장, 오성근 전국입학처장협의회장


특강이 끝난 휴식시간에도 학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의견을 나눴다. "그래도 당장 학원을 끊으면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며 '학원불가피론'을 쏟아냈다. 일부 학부모는 "시험을 안보는 자유학기제가 성적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학부모 생각이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자녀가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다는 학부모들의 얘기다. "사실 요즘 부모들이 학교 다닐 때는 '토론수업'이나 '모둠수업' 등 협업수업을 받아보지 못했잖아요. 아이들을 부모시대 교육방식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오늘 토크콘서트에 와서 깨달았어요." "교실수업이 변하면서 아이가 학교 적응력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무조건 학교를 믿고 싶은데, 자꾸 학생부기록이 신경 쓰이네요."

송 부사장은 부모가 아이들의 성장과 미래를 직접 재단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대신 스스로 미래사회에 적응하고 개척할 수 있도록 길안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들의 생각이 자녀 20대에서 빨리 벗어나 100살까지 넓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당장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사회에 적응하는 인간형을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영월 마을선생님 수업시간

"서울대 나와도 취직 안된다니깐요"= 송 부사장이 우리교육방식의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가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입식 교육은 아이도 국가도 퇴보할 수밖에 없는 낡은 방식임을 강조했다. 결국 엄마의 의식변화가 아이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도와주고 미래사회를 설계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교실수업 변화가 대학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내용의 질문을 던졌다.

패널로 참석한 오성근 전국입학처장협의회장은 "이미 자유학기제나 학생중심 교실수업 교육과정이 대학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학교의 평가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들이 비전과 목표설정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심근성(원주 진부중 학부모)씨는 "수학과 영어 불안감 때문에 대도시로 이사를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아이 성적관리 고민에 답이 안나온다"고 질문했다.

패널로 참석한 진현홍 우천중학교 교사가 "자유학기제에 시험이 없다고 하면 부모들이 앞서 불안에 떤다"며 "시험을 안보는 학생과 교사는 더욱 바쁜 일정을 보낸다"고 말했다. 진 교사는 바뀌는 교실수업에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녀와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일명 '강원도 4D프레임 수업'이 아이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대학입시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교사는 "교사중심에서 학생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학교, 이에 따른 평가방식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강원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교육방식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상복 주문진고 교장은 "왜 하필 우리 아이 때 교육과정이 바뀌나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2015개정교육과정'은 복 받은 거라 생각하시면 된다. 학생 교사 부모 부담이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장은 "분필하나로 교실을 통제하던 시절은 끝났다. 교실에는 다양한 교육문화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교사들도 과거로 회귀를 거부하고 있다. 교사로서 자존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교육과정,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으로 = '2015개정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패널로 참석한 현장교사와 교장은 과거 정답만 찾는 문제풀이 교육과, 줄 세우기 교육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세계는 정답 없는 교육으로 방향을 돌렸고, 잠재력을 인정하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교사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서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바뀌는 교육과정을 소개했다.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고 인문학적 상상력 기르는 '창의융합형 인재양성' 교육과정이 '2015개정교육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 교육부 차관도 학부모 질문에 개정교육과정을 풀어냈다.

"가장 나쁜 수업은 교사가 질문하고 교사가 답하는 것이다. 요즘은 학생이 질문하고 답하는 좋은 수업형태가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교실수업 변화과정을 안내했다.

자유학기제 흐름이 자유학년제로, 2015개정 교육과정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쉽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협력수업으로 생각하는 힘이 생기고 학교폭력이나 우울증, 자살 등 학교부적응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중학교의 자살률은 30~40%나 감소했음을 강조했다.

이 차관은 "무엇보다 이런 교실수업의 변화는 아이들 '생각하는 힘'이 강해져 문제해결 능력으로, 대입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교실수업개선은 학생중심교육의 자유학기제 수업과 맥을 같이하며 문제해결능력이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평가는 당연히 과정중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교육개혁은 학교만으로 절대 안된다. 부모들이 함께 참여해주셔야 한다"며 "자녀를 변화의 교육과정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도록 놓아주시고 믿어주시고 기다려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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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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