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부산광역시

"학생 참여수업, 사교육비 줄였다"

2017-04-03 12:24:32 게재

대학 회사 경쟁 'NO' , 정답보다 과정 찾는 능력 강조

학부모, 변화 체감 중…개정교육과정 방향 '유지되길'

"중학교 단계에서 사교육비가 줄었다. 학교 수업이 더 재밌고, 유익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영 교육부 차관이 자유학기제 성과를 묻는 학부모의 질문에 답했다. "자유학기를 경험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분석해보면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동기부여를 통한 자기주도 학습의 결과로 본다. 학생이 스스로 참여하는 수업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실수업이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본다."

조 벽 동국대 석좌교수가 '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학부모들도 이에 동조했다. 3월 29일 부산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다섯 번째 '찾아가는 학부모콘서트'가 열렸다. 강당을 가득 메운 학부모들은 자녀의 자유학기 경험담을 풀어내며 교육의 변화를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부모는 "수학을 싫어하던 둘째 아이가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겠다며 방학에도 공부하는 걸 보고 달라진 학교교육을 체감했다"며 "자유학기제가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될지, 대입에서는 어떻게 반영될지, 개정교육과정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알고 싶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자유학기, 학교교육 신뢰회복 계기 = 패널로 나선 이 차관은 "단순 암기로는 기계를 이길 수 없다"며 "4차 산업 혁명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 창의성을 키워줘야 하는데 과거의 수업으론 불가능했다"며 학생 중심의 수업으로 변화를 도모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조 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특강에서 달라진 인재에 대한 개념을 학부모들이 인지하고 교육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날 "천재 1명이 1만명을 먹여 살린다던 삼성이 이제는 집단지성을 강조한다"며 "복잡하고 다양해진 지금은 창의성과 융합, 협력 능력을 갖춘 인재가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 교육도 이에 걸맞게 목표와 방법을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응빈 연세대 입학처장도 대학이 자기주도성과 협동심을 갖춘 인재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며 현재의 교육 변화를 지지했다.

하혜진(재송여중) 교사는 "이제 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졸지 않는다"고 강조해 장내에 웃음을 줬다. 토론과 활동 중심 수업의 자유학기제 시행 후 학생들도 학교 수업을 즐거워하고, 교사로서 만족감도 높아졌다며 지금의 방향성은 옳다고 말했다.


학부모도 기대 이상의 성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산 용수중학교 학부모 대표로 나선 김선아 씨는 "반 학생 모두 자기 꿈에 대한 계획이 있다는 아이 말을 듣고 놀랐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고교, 대학, 전공은 물론 과목별 학습 목표까지 구체적으로 설정한 아이들의 진로 계획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고. 아이의 변화를 통해서 학교 교육을 신뢰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른 학부모들도 자유학기 활동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자녀가 학교생활을 즐거워하고, 스스로 해보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건 분명하다는 것이다. 자유학기를 경험하지 않은 한 초등 학부모는 "사교육이나 선행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달라진 수업, 학생부종합전형과 교집합 커질 것 = 입시에 대해서는 대다수 학부모가 불안감을 드러냈다. 학교 교육의 변화가 대입과 어떻게 연결될지도 궁금해 했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학생의 학교생활과 전공 적합성을 들여다보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자유학기제와 접점이 많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도 학생부 종합전형 확대와 2015개정교육과정 적용으로 자유학기 교육 모델이 중등 교육 전반으로 확산, 입시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5개정교육과정'은 문이과 구분을 없애 통합적인 사고를 길러주고, 2학년 이후 교과목을 선택하게 해 자신만의 전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을 골자로 한다.

학생의 활동과 선택은 물론 교사의 학생 관찰 소견이나 과정 중심 평가 기록이 학생부에 상세히 기재돼, 대입 학생부 종합 전형과의 연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정 중심 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냐는 학부모의 질문에는 하 교사는 "학생의 반응을 A부터 Z까지 관찰한다"고 답했다. 기록을 위해 학생의 발언이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 교사의 인적 물적 노력이 상당히 높게 요구되는 만큼, 제도 정착을 위해 행정 업무 완화, 인력 보충 등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요구도 덧붙였다.

부산시의 교육 개혁 정책도 눈길을 끌었다. 부산시는 독서 토론 수업 활성화, 인성교육 강화를 통해 관내 초중고 전반에서 수업·평가 개선을 통한 교육의 질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선 부산시교육청 장학관은 "특히 혁신학교인 다행복학교의 정착은 고교 수업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만덕고만 하더라도 다행복학교로 지정된 후 토론하는 교실로 바뀌면서 학업성취도가 높아졌고, 학내 구성원간 연대감이 강화되는 성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단, 패널들은 지금의 교육 변화를 입시와 직결해 유효성을 판단하는 것은 지양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 처장은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될 지가 우선되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망가진다"며 "중학생 수준에서 정확한 목표나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운 만큼, 수업을 잘 듣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마음이 학부모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교 중심의 대입 전략에서 벗어나 학과, 학교, 전형 순으로 선택하길 권했다.

이 차관은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고교교육 개선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며 학부모의 지지를 호소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사회적 변화 속 자유학기제가 교육 혁신의 첫 단추를 잘 꿰었지만 교육 개혁은 학교나 행정당국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이 차관은 "학부모님들께 입시와 학원 등 공부에 매몰시키는 것을 자제해주길 부탁한다. 학교에서 잘하는 것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를 주고 격려를 해주다면 아이는 배신하지 않고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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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내일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