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 - 대전시교육청

"기업이 인재 재정의하는 시대, 이제 교육도 달라져야"

2017-12-27 12:16:58 게재

융합교육, 생각만 바꾸면 가능

공교육 강화로 희망사다리 회복

"경쟁을 잘하는 인재가 아니라, 진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재가 기회를 얻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경쟁을 잘하는 인재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주었다.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지가 인재를 정의하는 시대인데, 우리는 '경쟁'을 중심으로 인재를 구분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기업은 학교에서 인재로 인정받았던 학생을 인재로 평가하지 않는다. 기업이 인재를 재정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도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김태원 구글코리아 상무가 '미래 사회를 위한 창의적 인재와 교육 혁신'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김 상무는 "변화된 시대의 인재상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대전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린 '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손잡고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혁신을 말하다'를 주제로 지역 학부모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미래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교육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교육을 바꿔가려는 정부의 교육 정책 역시 이런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교육부와 교육 정책에 보내는 신뢰도를 보면 기성세대보다 어린이, 학생들이 더 높다"며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학교에서 일체화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키워가도록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의 양보다 생각·관점의 시대= 케냐의 창던지기 선수인 줄리우스 예고는 2015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창던지기 종목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동메달조차 나온 적이 없었기에 예고 선수의 금메달은 놀라운 결과였다. 게다가 예고 선수는 코치가 없어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혼자 배웠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예전에는 지식이나 정보를 소프트웨어로 봤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다 나오기 때문에 하드웨어로 봐야 한다. 이제 생각과 관점이 곧 소프트웨어"라며 "지식 교육에서 관점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교육 중심의 인재는 지식의 양을 평가하는 시험을 통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 상무는 우리가 문학을 통해 배웠던 '역설'이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설명하면서 관점을 바꾸는 교육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일본 도쿄의 한 수족관은 찾아오는 길이 복잡해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새로운 지도 앱을 개발했다. 휴대폰에서 이 앱을 켜면 화면에 펭귄이 나타나면서 수족관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포켓몬고'라는 게임에 적용된 증강현실(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을 지도와 연결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도의 모습은 없다. 휴대폰을 길에 비춰 펭귄을 찾기만 하면 된다. 이런 '지도 같지 않은 지도'가 바로 역설이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역설을 알려준다면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문학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김 상무는 "세상은 융합형 인재를 외치지만 우리는 경쟁만 하면서 지식을 연결하는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며 "융합형 교육은 별도의 과목이 필요하지 않다. 있는 과목을 바꿔 하면 된다. '수학 시 창작대회'처럼 생각과 관점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업 개선하려면 교사 업무량 줄여야= '학교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에 교사들도 공감했다. 김정원 대전 복수고 교사는 "좋은 대학과 안정적 직장을 다니는 것이 성공이라는 보편적 의식 때문에, 학생들은 입시 위주로 공부할 수밖에 없고, 교사는 입시 위주로 가르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실 수업이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협동학습, 토론하고 공유하는 하브루타 수업, 교과 간 융합 수업 등 수업 혁신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수고는 교과 교실제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과를 다양하게 개설했다. 같은 반 학생이어도 수업 시간표가 다르다. 사회·과학은 세분화된 선택 교과에 따라, 영어나 수학은 수준별 수업으로 진행한다. 학생마다 진로가 다른 만큼 그에 필요한 과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업 개선에 따르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다고 호소했다. 김 교사는 "교과지도 외에도 담임 관리, 생활 지도, 진로진학 등 교사들이 맡고 있는 과중한 업무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홍영은(대전 전민고 2학년 학부모)씨도 "아들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각종 대회에 참가하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교사들의 업무도 늘어 인력 확충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교육 강화로 양극화 현상 줄여야= 김 부총리는 이날 콘서트에서 정부의 교육 분야 6대 국정과제를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공식 통계 자료에는 사교육비용이 약 18조원으로 나타나는데, 비공식적 통계로는 약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높은 사교육 의존도는 가정과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공교육 강화를 통해서만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초 학력 제고, 고교 입시제도 개선, 혁신학교와 자유학기제 확대 등 교육 정책들을 통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진로교육 중심의 미래 지향적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또 "교육이 시장화·고립화·개별화되면서 교육격차가 심화됐다. 교육 양극화가 다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양극화 현상을 줄이고 교육이 계층 사다리 역할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저소득층, 특수교육, 다문화, 학업중단 청소년 등의 교육 지원을 확대하고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했다.

12일 교육자치정책협의회는 교육 자치를 강화하는 내용의 '교육 자치 정책 로드맵'을 심의 의결했다. 이는 유·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배분한 것. 김 부총리는 "지난 3개월간 논의를 거쳤다. 대전을 포함해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학교 민주주의와 학교 자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즉석에서 실시한 전자 설문조사 결과 교육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학부모들은 '매우 신뢰함' 18.03%, '신뢰함' 44.26%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가 추진중인 6대 국정과제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은 '미래 교육 환경 조성 및 안전한 학교(30.83%)',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27.5%)', '고등 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 직업 교육 혁신(20%)' 순으로 꼽았다. 교육정책을 주제로 열린 이번 콘서트가 '학부모와 소통·공감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42.74%), '매우 그렇다'(39.51%)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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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김정옥 리포터 jungga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