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 무엇을 남겼나

"'교육=성공'이라는 학부모 생각 바꾸는 계기 됐다"

2017-05-11 12:21:41 게재

전국 9개 시도교육청 학부모와 소통 공감 … 교사 전문성 확보 여건 조성이 진정한 개혁

한국교육이 과거와 미래 사이의 변곡점에 서있다. 학생을 교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가는 교실수업개선과 문제풀이 칠판수업의 중간에서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 틈새에서 자녀교육에 '올인'하는 학부모들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4월 21일 열린 서울학부모콘서트


교육전문가들과 현장 교사들은 "미래교육은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부모들이 '교육=성공'이라는 학벌중심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손잡고 학부모들을 찾아 나섰다. 미래교육의 방향을 공유하고 학교변화가 어떻게 공교육 신뢰로 이어질 수 있는지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청년실업이나 열정페이,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사회의 병목현상이 학벌주의를 부추기고 사교육시장을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현실에서 학부모들의 마음 문을 열기는 쉽지 않았다. 공교육 변화에 수긍하면서도 학벌중심사회에 대한 기대를 지우지 못하는 이유다.

학부모 콘서트 서울

교육부는 이런 주제를 안고 3월부터 4월말까지 전국 광역시 9곳에서 '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를 열었다. 올해부터 바뀌는 '2015개정교육과정'과 교실수업 개선 등을 주제로 학부모들과 대화의 장(場)을 만들어갔다. 미래교육의 가치는 '협력과 융합'임을 강조했다. 학부모세대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문제해결, 토의와 토론, 프로젝트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현장교사들이 무대 위에서 설명했다. 특히, 교사들은 "학생활동중심 수업은 교실수업 주도권을 학생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미래 한국사회 비전을 그리는 핵심 개혁과제"라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의 변화와, 학생들이 교실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실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교육부는 교육개혁의 철학적, 제도적 기반조성과 비전을 제시했다. 시도교육청은 그간 학생중심 교육과정 운영과 지역상황에 맞는 다양한 정책과제 진행을 학부모들에게 소개했다. 각 분야 전문가를 '마을교사'로 활용한 강원도의 마을교육공동체, 교사들이 개발한 공동교육과정, 한 아이도 놓치지 않으려는 혁신학교, 고교 졸업 때까지 책 100권을 읽고 책을 쓰는 대구 독서교육 등을 학부모콘서트에서 자세히 소개했다.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넘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중고교 수업의 변화가 대학입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와 이 영 교육부 차관, 주요대학 입학처장, 교장과 수석교사들이 직접 학부모들과 눈높이를 맞췄고, 질문에 답했다. 콘서트에 참석한 9개 지역 5500여명 학부모들은 '그동안 내 자식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잠자는 아이를 깨우는 토론수업 ="학생 1/3이 교실에서 엎드렸을 때 교사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딴 짓하는 것을 보고 명퇴를 결심했다."

찾아가는 학부모콘서트에 참여한 대구지역 학부모들이 특강을 듣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콘서트에 나온 장애숙(대구 동도중학교)수석교사가 교실수업 변화에 대한 전후 상황을 설명했다.

장 교사가 "30년 교사생활에서 교사 간 협력수업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 일이다. 교실수업 개선이 학생과 교사의 삶의 질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하자 학부모들은 물개박수를 보냈다.

교실수업 개선에 찬성하고 '2015개정교육과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꾸로수업, 토론수업, 문제중심학습(PBL), 프로젝트 수업이 4차산업혁명 인재양성의 필수조건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수업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대학 교원양성과정에 이런 교육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교실수업 개선을 주도할 교사 양성에 주력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수업방식이 바뀌니 아이들과 교사가 변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학생 참여형 수업과 맞춤형 교육과정 재구성 준비에 들어갔다"며 "대구지역 교사 2만7000명중 학교를 바꾸고 수업을 개선할 전사 1000명을 선발해 양성했다"고 말했다. 학생중심 수업을 지도할 교관을 미리 양성한 셈이다.

대구 중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역사수업


학부모를 교육정책 주체로 삼아야 = "한국 학부모들은 자신이 사회에서 느끼는 불안을 자녀교육에 투사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의 특수한 사회구조와 제도에 따른 학부모들의 인식체계가 사교육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사교육시장의 바탕이 되고 있는 암기식 문제풀이 수업은 서서히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게 학원전문가들의 진단결과다. 그럼에도 많은 학부모들은 공부를 '부와 안정, 권력'으로 설정한다. 그 결과, 자녀를 경쟁교육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부모들을 교육정책 수립의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화를 겪고 있는 학교교육과 교실수업 개선에 참여하며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19대 대선후보들이 교육공약을 쏟아냈지만, 학부모들은 시큰둥했다. 교육혁신과 개혁을 외쳤음에도 분위기는 썰렁했다. 교육공약이 교육주체인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동안 정부도 학부모들의 주장을 교육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장 교사와 교육전문가들 역시 교실수업 혁신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대학입시 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특히, 4차산업혁명에 따른 창의융합형 미래인재양성 교육을 추진할 설계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벽 HD행복연구소 소장은 "미래사회를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는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교육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점검해봐야 한다"며 "여기에 대한 해답은 그냥 개개인의 차원만이 아니라, 국가 사회적 차원에서 중요하고 시급하게 다뤄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교사들은 '2015개정 교육과정'의 교육가치를 '협력과 융합'으로 삼고, 문제해결능력, 토의토론수업, 프로젝트수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진영에서 추구하는 '학교 혁신'도 이러한 교육목표와 정책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전국 학교에서 시범사업을 벌인 결과 교실수업 개선사업은 '맑음'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학부모콘서트에 토론자로 나온 수석교사들은 "차기정부는 교사를 신뢰하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현장의 제반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개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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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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