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 충북도교육청

"교육·대입제도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대비"

2017-12-07 10:55:29 게재

전 세계의 동일한 화두 … 미래 소양과 가치관 담는 교육이 기성세대의 과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호는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실체가 명확히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유행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얘기하고 있다. 나라마다 사용하는 용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말 속에 담긴 의미는 똑같다. 사회가 크게 변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직업의 변화다. 실업 문제를 피할 수 없다. 20년 동안 70%가량의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가 아는 직업 중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잘할 수 있는 직업부터 사라진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이 직업을 갖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충북콘서트


4일 충북교육정보원에서 교육부의 '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가 열렸다. 콘서트는 세계적 로봇공학자인 한재권 한양대 융합시스템학과 교수의 특강으로 시작됐다. 한 교수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혁신을 말하다'를 주제로 포문을 열었다. "최근 정부 정책의 키워드 중 하나인 4차 산업혁명을 거창하게 볼 필요는 없다"며 "다만 삶이 어떻게 바뀔지 직시하고, 미래에 맞는 소양과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기성세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최근 학교 교육을 바꿔가려는 정부 정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사지선다' 객관식 중심의 일렬로 세우는 평가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이다. 서·논술형 평가와 수행평가를 늘리고, 토론과 발표, 체험 수업 중심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행복씨앗학교를 중심으로 한 충북도교육청의 혁신 교육과 학교 현장의 수업과 평가 변화를 통해 학부모들도 이를 체감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학부모 300여 명이 참석한 충북에서도 대학교육과 선발을 현장에서 책임지는 한 교수와 안현기 서울대 입학본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교육부는 권역별 학부모 콘서트를 통해 교육의 전반적인 변화가 정부정책과 학교 현장, 대입 제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일관된 흐름을 전하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로봇이 바꿀 세상 = 2015년 메르스 창궐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을 때 미국에서는 재난대응 로봇 대회 '다르파 로봇 챌린지' 결선 대회가 열렸다. 당시 카이스트 연구팀이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Ⅱ'로 미국 팀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카이스트 팀은 차량 운전과 벽에 구멍 뚫기, 밸브 잠그기, 계단 오르기 등 8가지 임무를 44분 28초 만에 성공해 2위인 미국 팀을 6분 차이로 제치고 최종 1위를 차지했다.

예선을 거쳐 6개국 24개 팀이 출전한 이 대회에는 세계적 로봇공학자들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교수는 "이 대회는 수많은 희생자를 낸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서 임무 수행에 실패한 로봇을 목도한 로봇공학자들의 반성에서 출발했다"며 "전 세계 로봇공학자들이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해보였던 8가지 임무를 하나씩 해결해가는 모습에 많은 미래학자들이 놀라워했다. 카이스트의 우승보다 중요한 시사점은 그만큼 로봇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계산과 암기 중심의 경쟁에 뛰어들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 교육의 문제였다는 한 교수는 '협업 능력과 휴머니즘을 키우는 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공지능과 로봇도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이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을 인간이 채워 연합할 수 있어야 진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휴머니즘이 녹아든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 수 없다. 협업 능력과 휴머니즘을 갖춘 학생들이 곧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학종 확대한 서울대의 선택 = 서울대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80%에 가까운 학생을 선발한다.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에도 서울대가 이 전형을 가장 앞서 도입, 확대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안현기 입학본부장은 프랑스의 엘리트 교육을 담당하는 그랑제꼴을 방문할 당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들이 우리의 입시제도에 대해 물으면서 수능에 대한 얘기가 시작됐다. 수능이 오답 4개에 정답 1개로 구성된 시험이라고 했더니 '모든 문제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나. 정답이 있다고 치자. 남은 오답 4개는 어떻게 만드나'라고 묻더라.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안 입학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과 지식을 융합해 창의적으로 재가공하는 창의 융합 능력, 협업과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학생이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상이라고 말했다. 이 훈련을 고등학교 단계에서 했는지 학생부를 통해 확인한다는 것이다. 안 입학본부장은 "서울대에도 과거의 방식대로 강의식 수업을 하는 교수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학생들이 와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요구하길 원한다"며 "고교와 대학이 이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선순환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교육과 선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학년도, 분기점 될 것 = 안 입학본부장은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학생 참여 수업의 확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생부 종합 전형에 적합한 교육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패널로 참석한 현장 교사와 학부모들의 경험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충북도교육청의 혁신학교는 '행복씨앗학교'라고 불린다. 개교 당시 행복씨앗학교로 출발한 충북 서전고 윤종원 교사는 "교실 책상 배치를 처음부터 네 명씩 한 모둠으로 구성했다. 이런 구조에서 수업과 생활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효과를 경험했다"며 "강의식 수업을 할 때보다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노력은 훨씬 많아졌지만, 학생들의 만족도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직 비평준화 지역인 충주에서 행복씨앗학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녀를 국원고에 보냈다는 학부모 서정혜씨 역시 혁신 교육을 위해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노력이 만만치 않다는 데 동의했다. 서씨는 그러나 "3년을 지나오면서 아이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높아진 것을 체감했다. 대학에 가는 문제뿐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학생들이 정말 많아졌다"며 "이것이 곧 혁신 교육의 모토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자 참석한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패널들의 토론을 경청한 김 부총리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미래 지향적 교육이 되도록 초·중·고 교육이 대학 입시와 연결되는 여건을 만드는 데 교육부의 책임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 국가는 기본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되, 시도교육청 단위로 지방자치교육이 활성화되고, 학교가 중심이 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현 정부 정책의 지향점이라는 설명이다.

김 부총리는 "내년부터 도입될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단계적으로 실시되면 2021학년도부터 이 교육과정 안에서 교육을 완성한 학생들이 배출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에 걸맞은 대입 제도와 고교 평가 체제를 종합 대책으로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즉석에서 진행된 전자설문 조사 결과, 콘서트 전보다 교육부 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도는 이전 지역과 마찬가지로 높아졌다. 교육부 정책에 대해서는 사전 '전혀 신뢰하지 않음'이 56.85%로 상당히 높았으나, 사후 2.5%로 유의미하게 줄었다. '신뢰함'은 19.75%에서 48.96%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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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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