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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식품, 호기심 넘어 일반식품으로

2023-11-07 00:00:01 게재
김기명 전 호남대 교수, 식품공학

열차 꼬리 칸은 빈민의 소굴이었다. 차별대우 속에서 살던 꼬리 칸의 사람들에 비해 지구 멸망의 빙하기 속에도 앞 칸의 그들은 풍족의 향유를 넘어서 사치와 타락 속에서 잘만 살고 있었다. 영화 '설국열차'는 인류를 설국을 달리는 열차의 군상으로 비유하고 세상의 치부를 통렬하게 보여준 명화다.

뒷 칸 민중들에게 급식으로 배포한 음식의 재료가 바퀴벌레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은 관객에게 매우 충격을 던졌다. 외관은 젤리 혹은 양갱같이 생겼는데 바퀴벌레라는 사실만 몰랐어도 먹을 만해 보였는데 말이다.

곤충식품은 아직도 이슈거리다. 비록 설국열차에 나오는 바퀴벌레와는 종은 다르나 바퀴벌레를 식용으로 먹는 나라도 있다. 따져보면 우리가 예전부터 즐겨 먹어온 번데기도 누에나방의 번데기로 곤충식품이다.



적지 않은 나라가 식품원료로서 식용곤충을 인정하는 추세다. 세계 곤충시장은 식량과 사료를 포함해 2019년 기준 약 1조원에서 2024년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곤충 판매액은 2015년 162억원에서 2019년 405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식용곤충으로 백강잠, 식용누에(유충 번데기), 메뚜기, 갈색거저리(유충), 흰점박이 꽃무지(유충), 장수풍뎅이(유충), 쌍별귀뚜라미(성충), 아메리카왕거저리(유충), 풀무치로 총 10종이다.

보통 식품원료로 인정을 받는 것은 곤충의 특성 영양성 독성평가를 비롯한 최적의 제조공정의 표준화를 위한 연구결과를 통해 장기간 식용현황과 인체영향 자료 등 안전성 자료를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수렴 등 평가를 거쳐 원료로 인정받게 된다.

곤충식품 얼마나 좋게요

곤충식품이 이슈거리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포화상태에 이르는 인구증가다. 2050년 예측되는 90억명 이상의 인류를 먹여살리기 위해 식량은 현재의 100% 이상으로 증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농업지 용수자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곧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만일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과도한 메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폐수 배출에 의한 환경오염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지구상의 곤충종은 600만에서 1000만종에 달하며 개체수로는 지구상 생명체의 90%를 차지한다. 곤충식품이 새로운 식량원으로 이용하면 다양성이나 공급 측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사육 시 필요한 면적이 작으며, 사료 효율과 가식 부위 비율이 높아 경제적 가치가 우수하다.

또한 영양공급원으로서 곤충식품은 매우 매력적이다. 농촌진흥청의 보고에 의하면 100g당 단백질의 함량은 메뚜기는 64.2g으로 닭과 소고기 65g과 비슷하며 비타민 B3, 철, 인의 함량에서 비교식품인 대두 생태 달걀 닭 돼지 소보다 월등하다.

더구나 건조된 곤충은 한약에서도 기능성으로 사용한 기록이 매우 많고 지금도 기능성에 관한 연구가 지속해서 발표되고 있다. 이런 천혜의 먹거리 자원이 아직도 산업화가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곤충식품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식품에 대한 거부감의 원인으로 위생과 안전성를 들고 있다. 인식의 전환이 어떻게든 선결된다면 과연 곤충식품 일반화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 곤충식품원료 가공 핵심은 양질의 곤충사육과 도충 방법이다. 곤충 사육 시 적절한 사료를 공급하지 않거나, 절식(굶기는 것)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곤충 체강 안에 노폐물이 남고 이는 최종 제품에 결정적인 품질저하를 일으킨다.

곤충식품 산업화 애로점 여전히 많아

정부는 양질의 식용곤충 사육을 위한 제조 가공기준을 제시했다. 따라서 곤충사육은 스마트팜이란 통제시스템에서 잘 이루어질 수 있으니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내의 곤충식품 산업 중 식품제조를 위한 사육산업체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에 버거운 상황인지라 애완용 곤충산업에 치중되어 사육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산업화를 위한 연구, 법령, 기준과 규격 등 모두 차려진 밥상 위에 아직 밥이 오르지 못한 모양새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 산업화를 위한 경제적 지원 등 넘기 힘든 몇가지 장애물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벗어나 설국열차 뒷 칸의 사람들이 분노로 먹는 식품이 아닌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친환경적인 미래의 먹거리 자원이 되도록 곤충식품에 대한 좀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