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0
2025
1월 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기소되면서 12.3이후의 혼란이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법원의 형사재판이 병행되면서 대통령 선거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피의자측의 강변이 있지만 이들이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 1000일은 국정시스템이 붕괴한 타락의 시간이었다. 제도와 관례를 무시한 국정, 소통을 거부한 독단은 결국 오늘 이 미증유의 국가적 위기를 불러들인 화근이 되었다. 권력이 민주주의 근간인 정당정치를 철저히 파괴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우리 헌법 8조는 복수정당제를 명정하고 있다. 국가는 정당제도와 그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반면 정당은 그 목적 조직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책임을 진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가치,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 등 권력자의 배신을 막기 위한 정치적 공리를 그르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권력자 윤석열은 모든 것을 무시했다. 여당의 대표 갈아치우는 일을
02.06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연구실을 벗어나 산업과 투자 전문가들에게 관심 대상이 되더니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양자컴퓨터 회사는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초전도체를 기반으로 한 양자컴퓨터 회사 리게티 주가는 최근 석달 사이 10배 가량 올랐다. 디웨이브퀀텀이나 아이온큐 주가 역시 비슷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초거대 기업 구글 주가도 자체 제작한 양자컴퓨터 윌로우를 공개한 지난해 12월 9일 하루 만에 무려 5%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쓸모 있는 양자컴퓨터는 아마 20년 뒤에나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양자컴퓨터 회사 주가는 반토막이 되었다. 과연 양자컴퓨터에 투자할 때는 언제일까? 구글의 윌로우 양자컴퓨터가 이룬 성과는 작년 말 네이처에 게재됐다. 상용화가 가능한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인 양자 오류 보정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 컴퓨터가 10⁵년에 걸쳐 해야 할 계산을 윌로우가 단 5분 만에 했다는 쾌거도
02.05
2024년의 마지막 한달과 2025년 새해의 첫달은 멈춰 선 한국 사회의 시간과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흐르는 세계경제의 시간을 극명하게 대조시켜 보게 만들었다. 연휴기간 내내 한국의 방송과 언론은 계엄과 탄핵의 공간에 묶여 있었다. 날이 바뀌어도 같은 이야기라 나중에는 시간이 멈춘 듯 느껴졌다. 반면 같은 기간에 해외의 언론은 온통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DeepSeek) 이야기와 AI 발전의 신국면과 미-중 AI 전쟁으로 넘쳐났다. 두번째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예고한 대로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관세폭탄을 때렸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즉각 보복관세를 내세웠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들고 나왔다. 미국의 나홀로 호황을 배경으로 지속되던 달러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달러위안환율과 달러엔환율이 급등했고 안정되는 듯 했던 원화환율은 곧장 1470원대를 다시 돌파했다.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1.89%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와 대만의 자
02.04
벌써 두달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을 넘어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고, 특전사 요원들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 안에 침입하고. 절대 다수 국민이 ‘내란’의 생생한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비상계엄은 전 국민에게 충격이었다.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비상계엄이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전시나 극도의 혼란 속에 빠졌을 때도 아니고 국민이 지극히 평온하게 일상을 지내고 있는데 시행하다니. 대다수 국민은 그 충격적인 장면을 밤새 TV 생중계를 통해 지켜봐야 했다. 그날 이후 40일이 지난 1월 23일 진행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에서 윤 대통령과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잇단 거짓말로 국민들을 또 분노케 했다. 그들은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 의원들을 빼내오라는 지시를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계엄군 사령관들의 국회 진술을 부인하며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
02.03
설 연휴 기간 가족과 친지 방문차 여기 저기 다니다보니 거리 곳곳에 내걸린 정치현수막이 불가피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당신의 카톡도 보겠답니다” “민주당은 하다하다 국민 카톡 검열까지 합니까”라고 쓴 국민의힘 명의의 현수막들이다. 카톡 검열?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카톡은 온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인데 야당이 어떻게 본다는 걸까? 야당이든 여당이든 권력이 진짜 보려고 마음먹고 실제로 들여다본다면? 상상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제2의 비상계엄이다. 계엄을 TV 화면으로만 경험한 젊은세대는 아마 계엄보다 국가의 사생활 검열에 더 질겁하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마음이 바빠져 운전대를 내려놓고 인터넷에 접속해본다. ‘카톡 검열’이란 키워드를 입력하자 연휴 전에 보도된 관련 뉴스들이 줄줄이 검색된다. 그제야 현수막 문구가 어떤 맥락에서 나오게 됐는지 이해된다. 사실 일상에 바쁜 보통 시민은 세상의 모든 뉴스를 꼼꼼하게 읽고 완벽하게 숙지한 뒤 시시비비를 판단
01.23
20일 낮(미국시각)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국의 제47대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황금시대가 이제 시작됐다” “미국의 쇠락이 끝났다”고 목청을 높였다. TV를 통해 트럼프의 귀환 모습을 보며 두 가지 상념이 교차했다. 나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들어오는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차담을 나눈 후 국회의사당 취임식장에 동행하고 행사가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워싱턴을 떠났다. 민주주의 꽃인 평화적 정권교체를 상징하는 이 장면을 보며 미국 민주주의 겉모습은 아직 건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4년 전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과 오버랩되면서 미국은 속으로 곪아터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때 워싱턴에서 벌어진 광경은 험악했다. 대통령 당선을 확정하게 될 의사당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휘두른 폭력난동극으로 유혈이 낭자한 아수라장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날 트럼프는 관례를 내팽개치고 혼자 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로 떠나버렸
01.22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해 난동을 부리는 장면을 보면서 이제 정말 갈 데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독재 시절에도 거의 없었던 극우 폭도의 사법부 침탈이 그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자행되는 모습에 등골이 써늘했다. 77년 헌정사에서 중대한 법원 폭력 침탈은 두차례 있었다. 반공청년과 무장군인이라는 극단적 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이다. 반공청년 법원난입사건은 1958년 7월 5일 진보당사건 1심 판결에 불만을 품은 대한반공청년회 소속 청년 200여명이 대법원 청사에 쇄도해 “친공 판사 유병진을 타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한 사건이다. 진보당사건은 이승만 대통령이 정적 조봉암을 제거하기 위해 공안조작을 통해 사법살인한 것으로 역사적으로 정리되고 있다. 2011년 재심을 통해 법적으로도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자칭 ‘반공청년’들은 조봉암이 1심에서 5년 징역형을 받은 것이 가볍다며 사법부를
01.21
컴퓨터를 국가 조직에 비유한다면 하드웨어는 국토 건물 도로 자동차 같은 것들이다. 이들 구성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구동시키는 법률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즉 소프트웨어란 헌법이나 법률과 같다. 하드웨어란 기계덩어리 혹은 돌덩어리인 반면 소프트웨어는 질서정연하고도 유연한 법의 체계를 갖고 있다. 이 법을 영어로는 프로토콜(규범) 혹은 알고리즘(해법)이라고 부른다. 컴퓨터 하드웨어에는 기억용 메모리칩과 계산용 비메모리칩 두가지가 있다. 따라서 기억칩과 계산칩을 유기적으로 작동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기억칩(메모리)에 저장돼 있는 데이터(숫자 문자 등)를 계산칩(비메모리)으로 가져와 계산(더하기 빼기)한 다음 계산된 결과를 다시 기억칩에 저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메모리도 비메모리도 누군가가 만들어야 한다. 또한 소프트웨어도 누군가 제작해야 한다. 이런 메모리 제작 업체로는 삼성전자가 있고 비메모리 제작 업체로는 인텔과
01.20
탄핵에 의한 윤석열정권의 종식은 필자가 이미 예견한 일이다. 2024년 4월 23일자 본지 칼럼에서 지속가능한 정권의 조건을 피력하고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현정권의 미래는 국민의 탄핵심판일 뿐이라 예측했다. 정치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미래세대를 배려하는 경제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환경적 가치를 보호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증진시키는 정책으로 실현되어야 함에도 현정권은 그러한 능력과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정부를 포함한 공공조직의 운영은 사회적 가치 극대화를 통해 구성원의 복지와 행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정부의 역할은 민간 중심의 시장자본주의 경제에서 발생하는 외부효과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경제의 효율과 함께 경제정의를 실현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인식 향상과 행동주의 영향으로 심지어 민간기업도 환경 성과 향상과 다양성 및 포용성을 추구하는 지속가능경영을 확대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지속가능하
01.16
한마디로 국민 유감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사뭇 비현실적이다. 비록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지만 말이다. 외신들이 긴급 타전하고 생중계하는 모습에서 K-자부심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법을 가장 잘 안다는 검찰총장 출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대통령이 아닌가. 꼭 이런 비루한 장면을 연출해야 했나. 배신감 자괴감에 고작 이런 인물일 줄 몰랐다는 탄식마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한편에는 오죽하면 그랬을까 동정과 지지도 있지만. 본인은 억울하다고 한다. 법이 무너졌고 불법 수사라고 한다. 국민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다. 인지부조화를 벗어나려는 자아방어기제 발현일 것이다. 혹여 왕(王)이 어떻게 역적이 될 수 있느냐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 왕은 국민이고 대통령은 우두머리 심부름꾼이다. 국민은 옳고 심부름꾼은 늘 심판 대상이다. 사실상 끌려가는 모습에서 정의의 실현과 안도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반
01.15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측이 북한군 부대를 본격적으로 최전선 지상 전투에 투입하면서 북한군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투경험이 없는 북한 군인들이 낯선 땅에서 살상용 드론과 집속탄(확산탄) 등 ‘낯선’ 무기를 맞닥뜨려 속수무책으로 살상 당하는 모습들도 동영상과 사진으로 잇달아 공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개한 최근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생포된 북한 부상병의 동영상에는 턱과 다리를 크게 다친 1999년생 장교(26세)와 20세 소총수가 등장했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우크라이나 정보국(SUB)으로부터 제공받은 이 동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에 파견되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그 사실은 한국어 통역을 통한 포로신문의 대화에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와 싸우는걸 알고 있었나?” (고개를 젓는다.) “상관들은 누구와 싸운다고 했나.”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어요.” 이 군인은 1월 3일 전선에 나왔고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방공호에
01.14
지난해 11월 29일의 환율은 1달러당 1396.5원이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오르기 시작해 1470원을 넘었다. 곧 1500원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2022년 기준 94.4%로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환율상승은 에너지 부문에 직접적인 고통을 준다. 우리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에너지는 석유다. 석유의 대략 절반이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으로 만들어져 65% 정도가 수출되고 나머지 35%가 국내에서 소비된다. 지금까지는 환율이 급등해도 국내 정유산업은 기술 및 가격경쟁력으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닥쳤다. 정유산업은 석유의 나머지 절반으로 나프타를 만들어 석유화학산업에 필요한 에틸렌의 원료로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수요 감소와 중국 인도의 저가공세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해 12월 23일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쟁
01.13
현대 중국문학의 아버지 루쉰은 소설 ‘아큐정전(阿Q正傳)’에서 어떤 상황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합리화하는 아큐를 조롱했다. 아큐는 자기가 당한 수모와 무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려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는 동네 깡패에게 얻어맞아도 육체적으로는 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저들이 나보다 수준이 떨어지므로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정신승리법’을 구사한다. 오늘날 흔히 쓰는 ‘정신승리’라는 낱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정신승리는 아큐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어기제다. 정신승리는 아큐를 더욱 고립시키고 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 출석요구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관저에서 장기농성 중인 것은 전형적인 ‘정신승리’의 발로다. 여기에 역술인 무속인 극우종교인 같은 인물들의 혹세무민적 예언과 맹목적인 지지자들의 추종이 더해졌다. 대통령 출마 때부터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은 탄핵소추된 윤석열이 석 달만 버티면 상황이 반전
01.09
12.3 이후 한달, 내란의 밤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그는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한 채 극우세력에게 사실상의 내전을 독려하고 있다. 경찰과 공수처가 다시 체포에 나선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내란범을 내놓으라는 세력과 지키려는 세력의 물리적 충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이 내란 피의자, 그리고 그 비호세력과 한통속이 되어 사사건건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헌정질서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당이 내란을 옹위하는 해괴한 일이 아무렇지 않은 듯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 늦기 전에 내란세력과 결별하고 ‘내란옹호당’이라는 오명을 털어내야 한다. 대통령도 정당한 법집행 절차에 당당히 응하는 것이 도리다. 그것이 더 이상의 혼란과 분열을 막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의 밤은 섬뜩했다. 중무장한 군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들이닥치고
01.08
지난해 12월 3일 밤에 벌어진 친위쿠데타는 국회 탄핵과 검경의 내란죄 수사로 불이 꺼지는가 싶더니 다시 살아나 진행형으로 바뀌었다. 국민은 양쪽으로 나뉘어 정신적 내전을 치르고 있다. 탄핵이 정답이라고 믿는 집단의 대척점에 계엄도 답이라고 믿는 부류가 있다.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는 여러 개의 사회적 믿음의 구(球)가 마치 평행우주처럼 펼쳐져 있다. 일부 과학자들이 상정하는 평행우주는 서로 상호작용하지 않지만 지금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믿음의 구는 상호작용과 충돌이 매우 강렬하다. 과학적 믿음의 구에서는 이 세상에 쿼크라는 기본 입자가 있고 쿼크는 강한 상호작용을 통해 중성자와 양성자라는 입자로 묶여서 원자의 핵을 만든다. 20세기 중반 만들어진 쿼크와 강한 상호 작용 이론은 거대 가속기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충돌실험을 통해 그 유효성이 꾸준히 검증되고 있다. 직접 실험에 참가하지 않은 과학자들도 쿼크를 믿음의 구로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앞선 세대가 치른 치열한 검증
01.07
작년 말부터 위기설이 나돌던 신동아건설이 새해 벽두인 6일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도급 순위 58위. 1년 전 워크아웃을 신청한 도급순위 16위인 태영건설보다는 채무액이나 공사중인 주택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건설업계나 금융권이 느끼는 위기감은 태영건설 사태 때보다 더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 신동아건설 위기설은 작년 4월에도 나돌았다. 다른 건설사들도 무더기로 위기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당시는 금융감독원 등이 적극 나서 위기를 진화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힘이 그때만 해도 막강했고, 미 연준을 필두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건설경기가 호전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겹치면서 위기감 진정에 성공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인플레 재연을 우려한 연준이 금리인하에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엽기적 계엄선포로 탄핵정국이 조성되면서 정
01.06
한달 시차를 두고 군이 동원되는 ‘K-정치’ 시리즈가 생방송되며 주식·외환시장이 요동쳤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군의 국회의사당 진입 장면이 CNN BBC 등 글로벌 뉴스채널 방송을 탔다. 1월 3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관저에서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이를 막는 경호처의 대치상황이 생중계됐다. 지난해 12월 초 1402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계엄선포 직후 야간거래에서 1440원대로 치솟았다.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 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의 의사당 난입,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가결 등 상황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환율이 출렁였다. 지난 3일 아침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자 오전 9시 증시 개장과 함께 외국인 순매수가 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오후 1시30분 영장 집행 중단 소식과 함께 급락하며 상승폭 일부를 반납했다.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체포 실패로 정치불안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01.02
2025년 새해다. 지난 연말부터 이 나라에 드리운 비상계엄의 어두운 구름이 하루빨리 말끔히 걷히고 다시금 밝은 미래가 활짝 열리기를 온 마음으로 소망한다. 무안공항 참사로도 마음이 무겁다. 이상한 대통령이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K-팝의 나라 대한민국에서의 너무나도 엉뚱한 비상계엄 소식은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로써 그는 이제 자랑스러운 한 강 작가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유명인이 아니라 부끄러운 악명이 되었다.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는 느닷없는 일이 아니었다. 내란죄 수사를 통해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는 오래 전부터 비상계엄을 마음 속에 두고 준비했다. 그 증상은 이미 자유를 무려 서른다섯번 언급했던 대통령 취임사에서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이어 8.15 경축사에서도, 이어 9월 20일 유엔연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참으로 유별난 ‘자유 사랑’이었다. 검찰 방탄 속에 성장한 윤석열의 자유론
연말연시 활기가 도는 곳이 있다면 뉴스시장이다. 경제는 바닥이고 세상은 잿빛인데, 뉴스시장엔 신상품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출하되는 즉시 대량소비된다. 사람들은 어딜 가도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뉴스 보며 연말을 보내고 뉴스와 함께 새해를 맞는다. 동료와 함께 밥 먹다 말고 “뭐 무슨 점집에서 계엄노트가?” 하며 뉴스에 놀라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을 앞에 두고도 “방금 나온 뉴스인데, 권한대행이 탄핵되어…” 하며 뉴스 얘기를 한다.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12.3 계엄사태 이후 생겨난 사회풍속도다. 불법계엄 이후 시장에 나오는 뉴스는 한결같이 ‘사상 초유’의 등급이다. 이번 계엄이 전두환정권의 5·17이후 44년 만에 발생한 친위 쿠데타인데다 어쭙잖은 계획과 무모한 실행으로 6시간 만에 실패로 돌아간 만큼 파헤쳐야 할 스토리, 새로 전개되는 뉴스는 차고 넘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그들만의 생존논리라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실패한
12.31
2024
바닥 아래 지하실이 있다고 했다. 알고 보니 지하실 아래 싱크홀이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싱크홀이다. 온통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깊이도 넓이도 가늠할 수 없다. 작금의 한국 상황이 영락없이 그렇다.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갈 길 바쁜 한국의 발등을 찍었다. 하룻밤 사이에 나라 위상이 선진국에서 개발독재 후진국 수준으로 수직 낙하했다. 국가 신인도도 추락하면서 환율이 연일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패닉상태이다. 말 그대로 눈 떠 보니 ‘벼락 후진국’이다. 연말이면 으레 등장하는 클리셰가 있다. “다사다난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기원한다”는 거다. 하지만 올해는 다사다난이 과거완료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설상가상으로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참사까지 겹쳤다. 황당한 내란시도로 황급해진 경제난에 황망한 참사까지 얽히고 설켰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단서를 찾아 인내심을 갖고 한올씩 풀어가는 거다. 다른 하나는 싹둑 잘라버리는 거다. 그리고 새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