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4
2025
캄보디아에서 우리 대학생의 납치 사망 사건이 보도된 지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는 캄보디아 현지에 합동 수사팀을 파견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고 일부 조직원을 국내로 송환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캄보디아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이 최대 2000명에 달하고 일부는 베트남 라오스 등 제3국으로 이동하며 초국가적 연계 범죄 양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 조직은 국경을 넘나들며 진화하고 있다. 지역 거점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캄보디아 취업 사기 재발 방지의 핵심은 사전예방 현지대응 국제공조의 3축 통합관리체계 구축에 있다. 먼저, 사전 예방이다. 정보 제공 확대와 경고 강화가 필요하다. 주캄보디아 대사관과 외교부 홈페이지 SNS 유튜브를 통해 ‘해외 취업 사기 유형’ 및 ‘캄보디아내 위험 사례’를 정기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취업 알선 사이트나 SNS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허위 구인광고에 경고문을 게재해야 한다. SNS나 유튜브 등을
관세와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 트럼프정부의 무역정책은 15~18세기 중상주의 정책의 재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담 스미스, 존 스튜어트 밀, 알프레드 마샬 등 전통적인 고전 경제학자들은 관세정책에 부정적이었다. 관세가 시장의 효율성을 낮추고 자유로운 무역의 증진을 저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케인즈주의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수단 중 하나인 보호무역 조치로서 관세정책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 노선을 취한 각국 정부들은 대체로 관세를 낮추려는 정책을 취해 왔다. 세계 무역질서 당분간 미국이 정한 규칙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한국은 김대중정부 이래 여러 나라들과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는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왔으나 트럼프정부의 등장으로 중대한 전환점에 직면했다. 세계 무역질서는 당분간 자유무역의 확대에 기초해 구축된 기존 거래 질서와 함께 주요 국가나 경제블록과 미국의 양자협상에 의한 무역질서가 병존하게
내년이면 검찰청이 폐지된다. 검사의 수사권은 행정안전부에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공소권은 법무부에 신설되는 공소청이 각각 행사하게 된다. 공소권을 가진 검사가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 범죄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억울한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며, ‘범죄공화국’이라는 선정적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범죄를 누가 수사할지의 문제보다 어떤 자세로 수사할지가 중요하다. 검찰이 지난 78년 동안 많은 사건에서 보여왔던 정치편향적 수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공수처 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범죄혐의를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 활동을 벌이면서 공수처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했다는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럼 형사절차는 누구를 위한 절차일까. 형사절차는 범죄혐의를 밝혀서 범죄자를 처벌하는 과정으로서, 범죄자일지라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수사 기소 재판 등의 절차로 구별하고 적법한 절차와 원칙에 따라 진행하
뉴욕시는 인구 850만여명이 살고 있는 미국 최대 도시다.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지이자 미국 안팎을 아울러 오늘날 미국의 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11월 4일, ‘트럼프 시대는 여기서 끝’이라고 당선 일성을 날린 민주당 후보 조란 맘다니가 이 도시의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최근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다양한 대내외 정책으로 연이은 충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취임하자마자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를 향해 관세를 올리라고 일방적인 압박을 시작한 트럼프정부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조선업 등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급기야 지난 9월 초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 수백명을 체포·구금해서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반면, 맘다니는 최근 미국정치의 또 다른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무슬림, 34살, 민주사회주의자, 반트럼프주의자. 맘다니를 설명하는 키워드들이다.
11.13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초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생성 및 추론형 AI 다음에 등장할 AI 물결은 바로 ‘물리적 AI(Physical AI)’라고 선언했다. 이는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을 구동하는 기술로, 단지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세계에서 실제로 행동하는 기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최첨단 기술은 개념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 MIT의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 교수는 복잡한 기호와 규칙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추상적 지능’에 반기를 들며 “지능은 몸을 통해 현실세계와 직접 부딪히며 발현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는 과학철학 이론의 토대가 됐다. 이 이론이 실제 구현되기 위해서는 수십년에 걸쳐 발전해온 로봇공학과 컴퓨터 비전, 그리고 강화학습 기술이 필요했다. 결정적으로는 최근 급속하게 발전한 거대언어모델이 이들을 하나의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제104대 총리로 선출되면서 일본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다카이치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국방 기술 사이버보안 핵에너지 등 전략적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출과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다카이치정권의 재정 및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상 처음으로 주가가 장중 5만엔을 돌파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정책인 ‘사나에노믹스’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의 긴축재정 기조에서 벗어나 아베노믹스식 적극적 재정운용으로 전환해 강한 경제를 지향하는 것이다. 아베노믹스식 적극적 재정운용으로 강한 경제 지향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이전부터 GDP 대비 정부 순부채 비율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해왔다.여기서 말하는 순부채(Net debt)란 정부의 전체 부채에서 정부가 보유한 금융자산을 뺀 값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지표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
세계질서가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미중 전략경쟁이 구조화되고,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표준, 디지털 규범을 둘러싼 국제정치경제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중국은 2025년 9월 톈진(天津)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플러스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GI)’를 제안했다. 이는 글로벌 개발(GDI), 글로벌 안보(GSI), 글로벌 문명(GCI)에 이은 네 번째 글로벌 패키지로, 중국이 처음으로 국제 규범의 ‘설계자’를 자처하며 제도적 리더십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GGI는 표면적으로 ‘공정하고 포용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내세우지만, 그 핵심은 기존 서방 주도의 질서에 대한 대안 제시다. 시진핑 주석은 SCO 연설에서 “모든 국가는 국제질서의 동등한 참여자이자 의사 결정자”라고 강조하며, 미국 중심의 불평등한 체제와 제재 남용,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마비,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 지연 등 서구의 실패를 비판했다
11.12
일본은 산업사회의 최우등생이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제2의 경제대국 위치까지 갔다. 1988년 일본의 GDP는 미국의 60% 정도였다. 그러나 2024년에는 그 비율이 14%까지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1988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0위 안에16개가 일본회사였다. 미국회사는 3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4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0위 안에 일본회사는 하나도 없다. 17개 회사가 미국회사다. 10위 이내에는 지식정보화산업 관련회사가 7개나 된다. 일본의 상대적 쇄락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1985년에 있었던 ‘플라자 합의’를 꼽는다. ‘미일 반도체협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저출산과 초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장인정신, 역동성 부족, 좀비기업의 확대,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도 있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가야 게이지는 ‘일본의 못된 심보가 일본경제 침체의 원흉’이라는 저서에서 무관용의 억압되고 닫힌 사회, 부정적인 사고의 국민성, 비방과 공격으로 대표되는 일본 특유의 사
지난 5월 말,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의 일이다. 한 경제지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가장 우려하는 대선 공약은 주 4.5일제’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20명에게 가장 우려되는 공약을 물었더니 7명이 주 4.5일제 도입을 꼽았다는 것이다. 만일 같은 질문을 노동이나 환경 분야 전문가들에게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필자 주변에는 기후위기와 노동의 기계화 대응수단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 5일 근무제는 주 6일제가 그랬던 것처럼 불변의 원칙이 아니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노동시간은 사회적 규범과 합의의 산물이었다. 주 5일 40시간 근무는 100년 전 자동차 조립라인의 근무 형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드가 주당 근무시간을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이후, 주 5일 근무는 하나의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 세기 동안 일하는 방식과 업무 규범, 노동자들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의 시위대가 도쿄나 오사카 거리에서 “조선인은 떠나라” “조선인을 죽여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거나 밉다기보다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12년 전에 썼던 칼럼의 시작 부분이다. 재특회를 한국 극우단체, 도쿄나 오사카를 서울, 조선인 대신 ‘짱깨’로 바꿔 여기 그대로 다시 써도 될 것 같다. 딱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들이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서였다. 시위대만 벗어나면 좋은 아빠이고 남편이고 친구로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성실한 일원으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권이 혐중시위 등을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야권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다. 특정 국가 국민 인종에 대해 공연히 모욕하면 1년 이하의 징역형,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반의사불법죄와 친고죄 조항
11.11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제대로 준비된 상태에서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무엇이 정답일까? 조기전환이 정답이다. 전쟁의 수준(Level of War)은 전략적 작전적 전술적 수준으로 구분된다. 한반도로 국한해 생각해보면 통상 전쟁의 전략적 수준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작전적 수준은 한미연합사령부 육군 그리고 해군 및 공군 구성군사령부를, 전쟁의 전술적 수준은 육군의 군단사령부 이하, 해군의 함대사령부 이하, 공군의 비행단 이하 조직을 의미한다. 작전통제권은 전쟁의 작전적 수준에서의 임무 수행과 관련이 있다. 국가 간의 문제는 통상 정치 경제 외교와 같은 비군사적 수단을 통해 해결한다. 이들 수단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경우 예를 들면 영토 주권 문제를 놓고 국가는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전쟁 돌입 여부, 전쟁에서 추구해야 할 정치적 목표, 목표 달성을 위해 투입해야 할 군사력 규모, 종전 조건 등을 결정하는 곳은 전쟁의 전략적 수준이다
최근 정부는 인공지능(AI)과 K-콘텐츠 산업을 국가 성장의 양대 축으로 삼고 대규모 재정과 민간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AI 반도체, 데이터 인프라, 콘텐츠 수출 지원 등 ‘활성화’ 정책이 빠르게 전개되는 가운데 한가지 질문이 남는다. 이렇게 막대한 투자가 과연 국가의 장기적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현재 정책의 초점은 ‘투자 확대’와 ‘생태계 조성’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진정한 산업정책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국가 자산을 축적하고 순환시키는 투자행위이다. 따라서 국가의 전략적 투자는 반드시 수익환류 구조와 재투자 메커니즘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수익환류 구조와 재투자 매커니즘 함께 설계 해외 주요국은 이미 공공투자를 수익창출형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캐나다의 ‘범국가 AI전략(Pan-Canadian AI Strategy)’은 단순 연구비 지원이 아닌 AI 기술지분 투자 모델을 채택했다. 정부 펀드가 주요 연구기관의 알고리즘·데이터기술에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민
지구 주변에는 기상위성 통신위성 정찰위성 허블우주망원경 국제우주정거장 등 인간이 쏘아올린 인공물체들이 수없이 떠 있다. 지구 궤도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뉜다. 지구로부터 약 2000km 이내의 저궤도(Low Earth Orbit, LEO), 약 3만 5000km 거리의 정지궤도(Geostationary Earth Orbit, GEO), 그리고 그 사이의 중궤도(Medium Earth Orbit, MEO)다. 우리가 사용하는 GPS 위성은 중궤도에 있고, 통신위성은 정지궤도에 자리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약 400km 상공의 저궤도를 따라 지구를 돈다. 최근 전세계가 새롭게 주목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초저궤도(Very Low Earth Orbit, VLEO)다. 지구에서 약 200km 근처의 초저궤도는 기존 저궤도보다 훨씬 낮다. 지구와 가까워 발사비가 적게 들고, 통신 지연이 작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영역은 오랫동안 ‘금지된 궤도’로 여겨져 왔다. 지구 대기의 잔여
11.10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이슈는 현재로서는 내년 지방선거 승패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될 수 있다. 경제이슈가 선거의 승패 요인으로 등장하는 건 정도의 차이지 천고의 진리다. 문재인정부 때 27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것이 정권을 보수진영에 넘겨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란 분석이 많다. 지금의 부동산이슈의 기세를 보면 내년 지방선거를 좌우할 수 있는 규정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이슈가 경제이슈의 성격을 넘어 이렇듯 뜨겁게 오랜 시간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기능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사과의 기괴한 모습을 남기면서 퇴장한 전 국토교통부 차관은 “돈 모았다가 나중에 사라”면서 정작 자신은 3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예금으로 보유하면서 갭 투자의 솜씨로 자신이 수억의 차익을 남기고 판 집에 전세로 눌러 앉는 고도의 테크닉을 보였다. 15억원 주택이 서민이 갖는 아파트 수준이라는 염장지르는 말을 한 여당의 국토위 간사 역시 민심과
필자가 한국은행에 근무할 당시 지인들이 단골로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한국은행 본점앞 분수대 밑에 금괴가 있다는 데 사실인가”하는 것이다. 실망스럽게도 정답은 “아니다”이다. 현재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은 104.4톤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및 거래의 편의성 때문에 전부 영란은행에 보관돼 있다. 여기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해방 후 한국은행은 ‘지금은(地金銀)’을 지하금고에 보관해왔는데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급속한 남하로 보유 지금은 중 미처 옮기지 못한 일부 지금은(금 260kg, 은 16톤)이 북한군에 넘어간 것이다(한국의 화폐 125쪽, 한국은행). 전쟁이 끝난 후 금을 대구지점에 보관해오다 1998년 금모으기 운동으로 확보한 금과 함께 2004년 이전에 영란은행에 전부 이관했다. 달러 대체할 안전자산, 미중 전략경쟁이 금값 밀어붙여 보유 금을 어디에 보관하느냐 하는 문제가 2012년 이후 독일에서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가을은 걷기와 책 읽기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공기는 차분하고 낙엽이 바람에 실려 발끝을 스친다. 걷는 동안 마음의 속도도 느려지고 생각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책을 읽는 일도 그렇다. 활자를 따라가며 마음을 정돈하는 일, 그것이 걷기와 닮았다. 그래서일까.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운동화 끈을 조이며 다짐한다. “이젠 매일 만보는 걸어야지.” 하지만 정말로 그게 건강의 비결일까. ‘하루 1만보’라는 기준은 오래된 통념이다. 원래는 1960년대 일본의 만보기 광고 문구에서 비롯된 숫자였다. 과학의 근거라기보다 상징적인 제안이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반세기를 지나며 전세계의 건강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최신 연구들이 그 신화를 다시 검증하고 있다. 걷기의 핵심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몸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깨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은 올해 초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대규모 연구에서 그 근거를 제시했다. 70대 여성
11.07
도시를 바꾸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올바른 비전과 열정을 지닌 단체장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런 단체장을 뽑고 제대로 일하도록 감시하고 응원하는 시민의 몫이 더 크다. 40여 년간 도시를 연구하며 세계 곳곳에서 도시를 혁신한 존경스러운 단체장들을 보아왔다. 그런 리더를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세번씩 시장을 역임하면서 브라질 꾸리찌바를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로 만든 자이메 레르네르는 건축가 출신이었다. 그는 돈보다 창의력으로 도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었고, 해결의 열쇠로 ‘공동책임의 방정식’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가정에서 분리수거한 쓰레기를 가져오면 무게를 달아 과일로 바꿔주는 ‘녹색거래’는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 상징적 사례였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지하철 대신 꾸리찌바는 1974년 ‘땅 위의 지하철’이라 불린 간선급행버스(BRT)를 세계 최초로 운행했다. 전용차로 위를 막힘없이 달리는 굴절버스와 사전에 요금을 결제하고 대기하는 튜브
중동과 유럽지역에 중장비 무역을 하는 A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사태’ 등으로 막대한 금융손실을 입고 2012년 법원 회생절차를 밟았다. 모든 노력을 기울여 회생절차를 마치고 재기하려고 꾸준히 기존 바이어 접촉과 신뢰구축 결과 재기를 위한 계약을 성사시켰다. 희망에 부풀어 있던 그에게 현실은 또 다른 시련을 안겼다.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은 과거의 회생이력을 근거로 대출과 보증을 거부한 것이다. A씨는 기업회생 절차만 끝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영혼을 끌어모아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건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답변은 “안된다”였다. 회생절차보다 법인파산이 낫다는 현실 요즘 만나는 중소기업 대표들은 기업이 어려워지면 회생절차보다 법인파산 후 면책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회생인가를 받아도 A씨처럼 낙인효과로 제대로 기업활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2023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의하면 기업회생을 통해 재기하
2025년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미국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그런데 미국이 보여준 무관심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최근 미국은 그동안 추구해온 세계질서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있고 세계는 이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1980년대 말 새로운 자유무역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진전과 유럽연합(EU) 통합의 가속화는 경제블록의 출현을 예고했다. 위기감을 느낀 아시아가 대응하는 협력체 구상을 모색하자 태평양 연안국인 미국은 논의되는 경제협력체에서 자국이 배제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1989년 미국을 포함하는 북미 동북아 오세아니아 동남아 12개국에 의해 태평양 양안을 아우르는 APEC이 발족되었다. 한국도 발족 멤버다. APEC이 출범한 지 36년이 지났다. 과거와 달리 미국정부는 덤덤하다. 여타 다자협력체 참여에도 소극적이다. 2017년 발족시킨 쿼드(QUAD)에
일본에서는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는 한편 이를 위한 각종 디지털서비스 구입이 늘어 디지털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무역적자는 경영 및 컨설팅 서비스, 컴퓨터서비스, 저작권 등 사용료 서비스, 정보서비스, 통신서비스 등의 5개로 분류된다. 일본의 디지털서비스 시장에서는 고수익 분야인 앱, 미들웨어, 운영체제(OS), 계산 자원 인프라, 디지털 광고 등에서 외국 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점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디지털 무역적자 급속 팽창 우려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경제리포트(2025.4.30.)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디지털 적자 규모가 2025년 6조5000억엔에서 2035년 18조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최악의 경우 28조엔까지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강국이지만 디지털 무역적자가 확대 경향을 보이는 한국이나 일본으로서는 중장기적인 대응책이 중요한 시점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첫째, 애플리케이션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