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5
2026
2011년 12월 26일 누군가가 새벽에 도쿄 야스쿠니신사 입구 나무기둥에 기름을 뿌려 불을 지르고 그날 한국으로 입국했다. 다음해 1월 6일, 그는 서울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져 방화미수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었는데 이른바 ‘류창 사건’이다. 류창의 진술을 확보한 한국 수사기관의 통보를 받고 비로소 사건을 파악한 일본은 같은해 5월 한일 양국간에 체결된 범죄인인도 조약에 의거해 신병인도를 청구했다. 이와 같이 범인의 국적(중국), 범죄의 발생지(일본, 한국), 범인의 체류지(한국) 등이 다를 경우에 각국의 형사관할권이 경합하게 되므로 사건의 진상규명 및 효과적인 처벌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협력이 불가피하다. 국제형사협력은 그 요건과 절차 등을 정한 국내법이나 조약 또는 당사국의 호혜적인 국제예양(international comity)에 따라 이루어진다. 협력의 범위에 따라 국제형사사법공조법, 범죄인인도법, 국제수형자이송법 등과 같은 국내법이 있고 국가간 조약도 체결되
03.23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정치의 심장부인 서울시장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지표와 각 정당의 후보 선출 과정을 살펴보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행보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쪽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정교한 마케팅 전략으로 경쟁력을 올려가는 모양새인 반면, 다른 한쪽은 ‘현역 프리미엄’마저 스스로 걷어찬 채 처절한 내부전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민심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여론조사 결과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3월 17~1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4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서울 지역에서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5%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은 17%에 머물렀다. 두 정당 간의 격차는 무려 28%p에 달하며, 이
03.20
법 논란이 거세다. 사법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되자마자 시끌시끌하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범죄자, 게다가 성범죄자까지 4심을 받겠다고 법석이니 법이 깜짝 놀란다.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의 노란봉투법은 ‘교섭 파국’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원청 교섭 요구가 거세다. 사회 약자를 보호하고 기본권을 지켜주겠다는 선의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법과 현실이 따로이니 곳곳에 염증이 생긴다. 속전속결 ‘입법 독주’의 부작용이다. 새로 법을 만들거나 고치려면 예견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공론(公論)이 필요하다. 세상에 완벽한 법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국민에게 의견을 묻고, 공청회를 열고, 여야가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보완할 것은 보완 해가며 입법하는 게 정도다. 입법 과정은 학생에게는 좋은 교육 모델이다. 공론장(Public Sphere)의 중요성을 생
03.19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합동 공습을 개시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이란 해군은 개전 나흘 만에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이란 방공망은 무너져 미국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산유국에 대한 공격을 통해 ‘유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특징은 트럼프 대통령이 얻고자 하는게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번 전쟁의 ‘전략 목표’는 무엇인가? 몇 가지 주장들을 살펴보자. 첫째, 개전 명분은 ‘임박한 위협’이었다. 그러나 루비오 국무장관은 의회 브리핑에서 정반대 말을 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계획임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미군에 대한 이란의 보복공격을 촉발하게 된다. 미국이 먼저 타격하지 않으면 더 큰 희생을 치를 것이기 때문에 행동했다.” 즉 ‘임박한 위협’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공격계획에 ‘미국이 방어적으로 끌려 들어갔다'는 고백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것은 정권 교체
03.16
40년이라면 한세대가 지나고도 강산이 한 번쯤 변할 시간이다. 그런데 역사적 자리매김이나 기록화에 앞서 법적 판단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역사의 잊힌 공간으로 사라지는 일이 여전히 많은 것을 본다. 지난 9일 서울고법은 1986년 벌어진 이른바 ‘건대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꼭 40년 만이다. 민주화운동이나 국가폭력 영역에서 그동안 많은 재심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지만 이 재심은 그 결정이 내려진 시기나 의미가 특별히 눈길을 끈다. 잠시 4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1986년은 전두환정권이 가장 기세등등했던 때다. 1987년 6월항쟁 한해 전으로서 민주화 요구에 초강경 대응책을 구사했다. 국회에서 “통일이 국시”라고 말했다고 국회의원을 구속한 ‘유성환 국시론 파동’이 있었고, 언론에 보도지침을 내려 그대로 보도하도록 강요했다. 각종 고문과 부천서 성고문 사건도 자행됐다. 북한이 서울을 수몰시킨다며 평화의댐 성금 모금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던 시절이다. 건
03.13
새삼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인공지능(AI )시대 전망을 둘러싸고 각종 메시지가 혼란스럽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혹자는 천국의 복음을, 혹자는 지옥의 묵시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가 하면 극단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과연 AI 시대 생존을 보장하는 ‘철의 원칙’은 존재하는가? 언제나 그렇듯이 한 시대를 관통하는 해법을 찾자면 넓은 시야를 갖고 문제를 근원적이고 본질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내친김에 지난 수십년 간에 걸친 지적탐색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변변치 않은 주제에 시건방 떠는 일일 수 있으나 복잡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푸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때는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소련 붕괴가 미친 사상적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곳곳에서 자본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선언하는 환호소리가 터져나왔고 사회주의를 신봉하던 인물들은 멘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 뒤 현대 경영학의 개척자이자 이 분야 최고
03.12
촉법소년(觸法少年)이 현 정부에서 또 소환됐다.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의 상한을 13세에서 12세로 낮추겠다는 정책을 세웠다. 지난 정부에서도 법무부 업무보고 때 담겼던 내용인데, 당시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탄핵이 되었고 큰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국무회의에서 다루어지고 있고, 대통령도 ‘압도적 다수 국민이 찬성한다’면서 실천의지를 드러냈다. 촉법소년이란 ‘형벌 법령에 저촉(抵觸)되는 행위를 한 10~13세 소년’을 말한다. 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처분이라는 점을 주목해 흔히 보호처분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회의 안전을 위한 처분이다. 보안처분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본질에 부합한다. 보호처분이라고 부르니 촉법소년의 범죄로 피해를 본 사람은 물론 촉법소년 자신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오해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형사미성년자가 아닌 소년도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을 흔히 범죄소년이라고 부른다. 범죄를 지은 14세 이상 19세
03.11
미-이란 전쟁 여파로 전세계의 경제와 안보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원달러환율은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린다.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투자심리도 얼어붙으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고유가·고환율·고물가가 겹치는 ‘3고 충격’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더해지는 복합위기에 직면하는 양상이다. 중동 위기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낸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은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은 그 핵심 통로다.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상승은 물가상승과 성장둔화,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치면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주가급락과 환율급등이 반복되는 상황은 실물경제로 충격이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결국 가장 먼저 타
03.09
‘아스팔트 극우’는 국어사전적으로는 ‘광장이나 거리에서 주로 집회와 시위를 통해 극우적 주장을 하는 일단의 그룹’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 이념 스펙트럼에서 극우는 나치즘이나 파시즘 등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일본의 군국주의 등의 세력을 일컫는 말로서 현대에서는 미국의 ‘마가(MAGA)’처럼 이민과 소수인종을 배제하면서 자국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이데올로기를 일컫는다. 아스팔트 극우는 이러한 의미와는 궤를 달리 한다. 한국정치 특유의 언어로서 12.3 불법계엄의 소산이다. 이데올로기와 언어는 하나의 기표로서 시대에 따라 의미를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원론적 의미의 ‘극우’와 다르다고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가 평균적인 시민의 인식과 큰 괴리를 보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단의 극우 주장을 펼치는 그룹이 ‘윤 어게인’을 외치고 강성그룹을 중심으로 결집도가 강해지면서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무기로 세를 확산시키는 추세다. 보편과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비판에도
03.06
우리는 지난 몇년간 질문에 답하고 글을 요약해주는 인공지능(AI) 챗봇의 범람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같은 모델들은 본질적으로 ‘통 속에 든 뇌’와 같다. 그들은 뛰어난 지능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만지거나 실행할 수는 없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오픈클로(OpenClaw)와 같은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이 ‘뇌’에 실제적인 손과 발을 달아주는 시도다. 에이전트에게 암호화폐 지갑, 트위터 계정, 웹 브라우징 권한, 그리고 API 호출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AI를 단순한 상담가에서 현실 세계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자(Agent)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태어난 ‘랍스타 와일드(Lobstar Wilde)’라는 에이전트는 단 사흘 만에 45만달러를 공중분해시키며 에이전트 시대의 서막을 기괴하고도 강렬하게 알렸다. 랍스타 와일드의 탄생은 대담했다. 개발자는 그에게 5만달러의 자금과 트위터 계정,
03.05
유토피아, 오래 전에 등장해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한참 동안 쓰였으나 요새는 잘 쓰이지 않는다. 요새 학자들이든, 오랜 친구들이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 가지 주제가 있다. 부동산, 주식 그리고 인공지능(AI)이다. 얼마전 풍광이 아름다운 산봉우리에 오른 사람들조차 이 주제들로 열띤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부동산과 주식과 AI가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의 상상과 욕망을 지배 혹은 대표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도, 부정해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 유토피아라는 말은 사라진 게 아니라 부동산과 주식과 AI로 대체되어진 건 아닐까. 누구나 자산을 증식해 구태여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혹은 자기 하고 싶은 일(만)하며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유토피아의 의미와 이미지도 갖고 있으니 꼭 틀린 생각도 아니겠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유토피아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널리 퍼졌던 이유가 사실 인클로저 운동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
03.04
헌법상 신체의 자유의 한 중요한 내용인 ‘죄형법정주의’는 ‘죄’와 ‘형’이 미리 성문의 ‘법’으로 ‘정’해져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무엇이 처벌될 행위인가를 국민이 예측가능한 형식으로 미리 법에 정하도록 해서 개인생활의 법적 안전성을 보호하고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따라서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요구한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의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고,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본래의 목적이 실현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명확과 불명확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불명확
02.27
러시아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벌써 4주년을 맞았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큰소리치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넘었으나 종전은커녕 휴전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2022년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며칠 사이에 무너뜨리겠다던 블라디미르 푸틴의 ‘특수작전’은 이제 지난 세기 소련이 나치독일을 상대로 치렀던 ‘세계대전’(1941~1945년)보다 길어졌다. 아무도 전쟁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엄청난 규모의 사상자를 낸 데다 경제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상식적으로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던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고 적극적으로 전쟁의 종결을 압박하는 정책은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무력을 통한 영토 확장이라는 러시아의 노골적 국제질서 파괴 행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원칙과
02.26
트럼프의 관세압박에 전세계가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해보고 항복했는데 모두가 예측했던 대로, 아니 기대했던 대로 미국 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에 위법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상황은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대법원이 대통령의 지렛대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지렛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곧장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의 글로벌 관세명령에 서명했다가 바로 15%까지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 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미국 법원의 판결과 이에 대한 트럼프의 정치적 반발은 한국에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하나는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기는커녕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이 과연 충분한 외교적 대응 역량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미국 사법부는 트럼프행정부가 남용해온 관세권한에 분명한 경계선을 그었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가
02.25
정도원은 웃으면서 법정을 나왔다. 김미숙은 이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정도원은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가 발생한 양주 채석장의 삼표그룹 회장이다. 김미숙은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로 새벽에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스물넷 김용균의 어머니다. 김미숙은 일터에서 스러져간 산재 희생자의 유가족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산업재해로 희생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린다. 반면 한국 최고의 로펌 김앤장을 변호인단으로 꾸린 대기업 회장은 무죄판결에 ‘환호’한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과 그 유가족들의 처절한 투쟁 끝에 만들어진 법이다. 2020년 12월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이 시작되었다. 나흘 뒤 김미숙과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 등이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내 자식은 이미 갔지만 다른 아이들은 살려야 한다”며 영하
02.23
지난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정하며 1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역사적 심판 앞에 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반응은 국민적 상식과는 궤를 달리했다. 선고 이튿날인 20일, 검은 넥타이를 매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장 대표는 사과나 반성 대신 “안타깝고 참담하다”는 소회로 운을 뗐다. 그는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는 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재판부의 판결을 “논리적 허점이 가득한 확신 없는 판결”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더 나아가 장 대표는 당내에서 터져 나오는 ‘절윤(絶尹, 윤석열과 절연)’ 요구를 “분열의 씨앗”으로 규정했다. 오히려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을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며 역공을 취했다. 이는 사실상 ‘윤어게인(Yoon Again)’ 세력을 등에 업고 당의 사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임계점
02.20
설 연휴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움직였다. 귀성·귀경 또는 해외여행을 합친 이동인구는 2800만명(국토교통부 추산). 전철을 타도, 시내 어디를 가도 여유로웠다. 대한민국 인구는 2025년 말 현재 5168만 명이다. 서울은 930만명(18%), 경기도는 1370만명(26.5%), 인천은 300만명(5.8%)이다. 빅3 인구는 2600만명, 전체의 50.3%다. 명절 직후의 일상은 다시 ‘복잡’이다. 직장인은 발 디딜 틈 없는 ‘지옥철’에서 다시 일상을 시작했다. 국민 세금으로 고급 승용차 타고 다니는 국회의원들은 단 한번이라도 ‘러시아워 지하철’을 경험해 보시라. 말로만 떠드는 국가균형성장이, 지역 살리기가, 수도권 집중완화가 얼마나 허상인가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재명정부는 5극 3특 자치분권을 기반으로 한 국가균형 성장전략을 주창한다. 5극 3특은 사실 용어 자체가 입에 붙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극(極)과 특(特)의 한자를 모른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를
02.19
지금은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필요한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반면 인간이 할 일들을 대체한다는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게 된 것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거대언어모델이 출시된 최근 3~4년간의 일이지만 인공지능의 모태가 된 인공지능망 개념은 1982년 홉필드 박사에 의해 처음 창안되었다. 당시 기초물리학의 모형이었던 이 개념은 40여년에 걸친 여러번의 상용화 시도와 실패 끝에 비로소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혁신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공로로 홉필드 박사는 토론토 대학의 힌튼 교수와 함께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전화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처럼 큰 변혁을 가져온 혁신적인 기술은 대부분 겉보기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축적된 기술 덕분에 새로운 지식이 제품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점점 줄어들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속
02.13
현대자동차가 자회사를 통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람도 하기 힘든 묘기까지 연출하면서 아틀라스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놀랍기 그지없다. 현대자동차가 단순히 로봇 쇼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아틀라스를 개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노조에 비상이 걸렸다. 노조는 아틀라스가 조합원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자신들과 협의 없이는 단 한 대도 투입할 수 없다며 사실상 아틀라스 투입을 강력히 반대했다. 아틀라스 현장 투입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쟁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논쟁은 좌우 이념을 기반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파 이념 집단에서 아틀라스 투입은 묻고 따질 필요가 없는 당연한 선택으로 본다. 좌파 이념 집단 안에서는
02.12
마을 어른들이 돌아가시면 3년상을 치렀다. 시묘살이까지는 아니지만 장례 후에도 집에 빈소를 그대로 두고 3년 동안 상주가 자리를 지켰다. 상주는 농사일이 바쁠 때도 빈소 가까운 곳에서만 일을 보았다. 문상객은 빈소가 있는 집 골목에서부터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면서 들어가고 상주는 이 소리를 듣고 급히 빈소로 달려갔다. 먼 옛날이 아니다. 1960년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본 장면이다. 그 후 이런 전통 상례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1년상으로 끝내는 집이 많았다. 1980년대 집안 상을 당했을 때는 백일 만에 탈상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무렵부터 3일장을 지내고 당일 탈상하는 것이 이미 대세였다. 지금은 ‘무빈소 2일장’이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제사 풍습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흔히 보았던 부모부터 고조부모까지 4대봉사를 모두 하는 집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2대 봉사만 하거나 부모 제사만 지내도 그나마 괜찮은 경우다. 아예 기제사나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