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4
2025
윤석열 탄핵으로 치르는 이번 대선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내란 세력 완전 종식, 새로운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회복 대선 등 나름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모두 뜻이 깊다. 지향해야 할 가치임도 분명하다. 이번 대선을 통해 새로 출범할 정권 앞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은 그것을 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너무 욕심을 내서도 안 된다. 개혁의 완급조절도 필요하다. 맺고 끊는 것과 버릴 건 버리는 지혜와 결단 용기도 필요하다. 필자는 6.3 대선을 국민 생명안전을 최고 가치와 비전으로 해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명은 인권의 핵심이다. 우리가 보건의료와 복지,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도 기실 생명 때문이다. 재난 안전과 일터 안전보건의 중요성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경제 삶 빈곤 안보도 생명안전과 직결된다. 생명은 삶이요, 평화다. 생명 존중 문화가 꽃피우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이다. 우리는 그
05.12
보수 단일화는 막장 드라마로 끝이 났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한덕수 예비후보는 대통령 출마 의사를 철회했다. 막장 드라마도 이보다는 나은 결말일 것이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및 국무총리는 5월 1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내려놓고 그 다음 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보수논객들은 한 후보와 김 후보의 보수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당연하게 단일화를 추진했던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단일화 무산 직후 비상대책위원장직에서 사퇴)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계획은 처음부터 헝클어졌다. 김 후보측은 ‘후보 끌어내리기’라며 반발했고 11일 후보자 등록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한 후보는 정반대였다. 11일 이전까지 단일화를 마무리 짓고 만약에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후보자로 등록할 것이라고 했다. 11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05.09
2022년 11월 등장한 챗GPT 이후 2025년 5월 기준 구글의 제미나이, 메타의 라마,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 챗,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비롯한 셀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는 거대언어모델 기반의 모델들이 경쟁하는 인공지능(AI) 전국시대라 할 만한 상황이 되었다. 앤트로픽은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의 연구자들이 회사가 MS의 투자를 받으며 영리화 되자 퇴사한 후 만든 미국의 AI스타트업으로 철저한 공익기업을 표방한다. 이 앤트로픽에서 작년 11월 오픈소스로 발표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이 최근 굉장한 주목을 받으며 향후 AI 에이전트 시대를 열어갈 표준이 되리라는 전망이 현재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 MCP라는 것이 무엇이고, 왜 중요하며, 향후 AI 전국시대의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언제부터인가 AI 에이전트라는 말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AI 에이전트란 쉽게 말해 AI 비서로 기존의 익숙한 질문에 대한 답을 생성해주는 챗봇기능뿐만 아니
05.08
현행 형벌의 주류는 구금형(징역 금고 구류)과 재산형(벌금 과료 몰수·추징)이다. 전자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해 구금의 고통을 주는 것이라면 후자는 재산을 빼앗아 경제적 고통을 주는 것이다. 소액의 벌금형을 받은 생계형 경미범죄자들이 벌금을 못내서 노역장에 유치되고 있다. 벌금형의 본질은 경제적 고통인데 그 본질에 맞는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법원 통계를 보면 2022년 한해 법원이 부과한 형벌 중 약 70%가 벌금형이고 이중 500만원 이하가 86%에 이른 반면 1000만원 초과는 0.3%에 불과했다. 벌금형이 10건이라면 이중 약 9건이 소액이다. 언론보도에 나타난 검찰의 벌금형 집행현황에 따르면 벌금형을 현금으로 집행한 비율은 약 20%에 불과한 반면 노역장유치로 집행한 비율은 약 60%에 이른다. 벌금형 집행이 10건이라면 이중 6건이 노역장유치되고 있는 것이다. 고액벌금 미납자들의 이른바 ‘황제노역’도 문제다. 노역장유치로 대체되는 1일 벌금액이 약1800만
05.07
보수가 정당성을 얻고 통치세력으로 존립할 수 있는 이유는 나라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보통사람들의 믿음과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한덕수 프로젝트’는 그런 보수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저버린다. 동시에 불신과 실망과 분노를 키운다. 나라의 안정을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무능한 세력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보수의 자격을 상실하고 결국 사멸의 길로 나아갈 ‘정체 모를 기생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6.3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서 20%대를 상회해 보수 주자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그렇다. 또 보수 후보 단일화를 하면 이재명 후보를 10% 안쪽으로 추격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해도 그렇다(중앙일보·한국갤럽 2025년 5월 3~5일 조사 기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정치세력의 존립에 중요한 건 지지율이 얼마인지보다 그 지지의 성격이 무엇이냐이다. 특히 나라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기대를 담고 있어야
05.02
작년 12월 3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성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의 국회 투입 등 그 실행행위로 말미암아 헌법이 유린당하고 절박한 헌정위기가 초래됐다. 그리고 올해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결정 이후 ‘헌정 위기’에서 ‘헌정회복’으로 가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이제 그 시작일 뿐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탄핵정국이 어느 정도 무르익자 윤 전 대통령 파면결정이 내려지기도 전부터 개헌에 관한 주장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렇게 된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규정한 헌법 때문이라는 이유 설명과 함께 였다. 안철수 전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중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는 책임총리제 중심의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홍준표 전 후보도 지난 15일의 비전 발표에서 4년 중임제와 국회 양원제 도입을 포함한 개헌을 공약했다. 두 후보 모두 2명을 뽑는 최종경선 진입에는 실패했다. 언론에선 한
04.30
며칠 지나면 어린이날이다. 4일이나 되는 황금 연휴에 가족여행을 떠나는 가정도 많을 것이다. 각종 기념행사, 공연이 열리고 사회명사들은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고 칭송하는 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아무 것도 달라져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학원차들은 여전히 어린이들을 실어 나르고 부모들은 십여년 후에 닥칠 대학 입시, 취업 전쟁을 내세우며 잔소리를 퍼부어 댈 것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일제하 식민지 시대에 어린이날을 만들 때는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가치관이 없었고 교육을 받을 권리도 보장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아동에 대한 관심과 투자 과잉이 문제인 시대다. 그러나 당사지인 아동의 입장은 생략되고 어른들이 바라는 대로 아동은 행동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식민지 시절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부모들은 “이것이 모두 자식들 잘되라고 하는 일인데 마음을 몰라준다”고 펄펄 뛸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
04.28
2025년 일본 반도체가 돌아오고 있다. 그것도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다. 4월 1일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Rapidus)가 홋카이도 치토세 공장에서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2나노(nm)급 차세대 반도체다. 미국 IBM과 기술제휴를 맺었고, 2027년부터는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정부는 올해까지 라피더스에 총 1조7225억엔(약 17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라피더스는 2022년 8월 일본정부가 주도해 설립했다. 대기업 8곳이 공동 출자했는데 반도체 제조는 키옥시아(Kioxia), 비메모리 분야는 소니, 반도체 패키징 및 부품은 다이닛폰프린팅, 정보통신 기술은 NTT와 NEC,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관련 수요는 소프트뱅크, 자동차 관련 수요는 토요타, 금융은 미쓰비시UFJ은행이 참여한 ‘일본 산업력의 집합체’다. 올해 4월 25일에는 정부가 라피더스에 출자도 가능하도록 관련법인 ‘정보처리촉진법’을 개정했다.
04.25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시키는 노력이라며 강압적 행동을 거칠게 쏟아내고 있다. 더구나 그 대상으로 미 정부는 침략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보다는 서방 국가의 지원을 받아온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습관적인 돌출 행동으로 치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을 노리고 무리한 행동마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계속 늘어나는 국가채무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의사표현을 거리낌없이 하는 것이다. 미 국가채무는 천문학적 액수에 도달한지 오래다. 한 추계는 약 36조2175억달러(5경1573조원)라고 발표하고 있다. 채무 액수가 대단위여서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지만 증가속도도 매우 가파르다. 지난해 1월 미 재무부가 34조달러(4경8400조원)를 넘어섰다고 발표했으니 1년 사이에 2조달러 늘어난 셈이다. 미 국가채무는 심각하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23년 미 국내총생
04.24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굳어진 걱정이다. 우리 헌정구조가 보기보다 취약하고 이를 수호하려는 정치적 의지나 국민적 공감대가 생각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현재진행형으로 거듭 확인하기 때문이다. 12.3 내란사태 이후 달라진 것이라고는 대통령 한 사람이 파면된 것뿐이다. 내란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부와 정당과 대통령 후보가 사과와 반성없이 국정을 운영하고 정국을 움직이는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헌정파괴, 더 정확한 표현으로 내란 상황을 일상처럼 겪은 세대로서 이런 현실은 걱정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1981년 1월 24일 해제된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없을 줄 알았던 (불법적) 비상계엄이 약 44년이라는 시간의 강을 훌쩍 건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를 대놓고 옹호하는 세력이 건재할 수 있을까. 60년 전인 1965년, 한일협정이 조인 비준되어 발효된 그해도 을사년이었다.
04.23
회계감사는 단순한 재무정보 검토 행위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의 재무제표의 신뢰도를 보증하는 공적 절차다. 감사인은 독립된 제3자의 입장에서 회계정보의 진실성을 검증하며 이는 자본시장 전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지지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필자는 감사보수는 단지 ‘노동’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신뢰’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낮은 보수를 지급하는 기업은 “값싼 감사품질도 괜찮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반면 높은 감사품질을 원하는 기업은 그에 걸맞은 보수를 기꺼이 지불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유사한 규모의 기업 간 보수 차이로 나타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회계·감사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한해 외부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유예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감사인 선임절차의 투명성이 입증된 기업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취지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이 같은 자율 선임 기조가 감사보수 할인 경쟁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될 것이다.
04.22
트럼프 대통령의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동시다발적 관세로 워싱턴은 관세전쟁이 한창이다. 협상차 오는 국가들,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탐색 중인 국가들, 여기에 국가별 상호관세, 품목별 관세 등의 예외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기업들의 정보전과 로비, 싱크탱크들의 백가쟁명 등이 섞여 겉으론 평온하지만 물밑으로는 치열한 정중동의 시간이 진행중이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메인스트리트에서는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으로 소비 심리 위축, 기업 투자 지연이 현실화되고 있다. 50%에 이르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도 몇주 만에 40% 초반으로 떨어졌다. 4월 2일 트럼프 상호관세 발표로 주식시장 등이 패닉에 빠지자 90일간 유예라는 급작스러운 U-턴을 하면서 다소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 주된 원인은 이 유예기간 내에 주요 국가들과 협상을 통해 관세를 완화시킨다는 것이었다.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더라면 꿈쩍도 하지 않았을 국가들이 다
04.21
챗GPT를 서비스 하고 있는 오픈AI라는 회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공익회사(Public Benefit Corporation/줄여서 B Corp)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좀 더 나아가면 오픈 AI의 시작이 회사 (Corporation)가 아니고 재단 (foundation) 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 적을 것이다. 한국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픈AI 는 비영리 재단에서 출범해서 현재는 공익회사 (B Corp에 대한 한국의 모델이 없어서 편의상 붙인 이름이다) 정도인 것이다. 작년 CEO인 샘 올트먼 해고 사태는 바로 이 회사의 미래 지향 모델이 일부 이사진과 샘의 방향이 달라서 나온 문제였다. 샘을 해고하려고 했던 이사진들은 공익회사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CEO와 대다수의 직원들은 영리법인 즉 C-Corporation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해 생긴 일이다. 샘 올트먼 해고 사태의 본질 잘 살펴야
04.18
미국 방송인 스티븐 콜베어는 2006년 4월 29일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저널리즘의 행태를 겨냥한 풍자가 날카롭다. 당시 미국 대통령은 조지 W. 부시였다. “백악관 출입기자 여러분, 대통령은 결정을 내립니다. 그는 ‘결정자(decider)’입니다. 대변인은 그 결정을 발표합니다. 기자들은 그대로 받아 적습니다. 결정·발표·받아쓰기. 맨 아래 자기 이름을 붙입니다. 맞춤법 검사 한번 돌리고 집에 가세요. 가족과 사랑을 나누세요.” 콜베어의 이 연설은 지금도 울림이 있다. 언론과 정치권의 공생관계, 특히 ‘처널리즘(churnalism)’을 이렇게 명쾌하게 꼬집은 말은 드물다. 처널리즘은 한마디로 ‘붕어빵 기사’를 말한다. ‘대량으로 찍어낸다(churn out)’라는 말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합성한 용어다. 즉 공장 기계가 빠른 속도로 똑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듯 언론이 같은 자료를 빠른 속도로 베껴 차별화하지 않은 뉴스를 쏟아
04.17
최근 한 대학 연구기관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집단 우울증을 앓고 있다. 2018년 11.5%, 2021년 26.2%였던 수치가 올해 들어와 49.9%로 크게 늘었다. ‘차라리 죽었으면 더 낫겠다고 생각했거나, 어떻게 해서든지 자해를 시도해보고자 생각했다’는 응답도 2018년에는 한 자릿수(4.6%)였는데 올해는 22.2%로 급증했다. 사태가 자못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노년은 외로움이, 4050세대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교사 중 40%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또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의 경우 평생 빚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지난 5년 동안 우울증 환자가 3배 정도 증가했다. 좀 더 깊이 추적해보면 일치된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미래 불안’이다. 미래의 삶이 지금보다 안정되고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언제 지금의 삶이 무너질지 모
04.16
2012년 시진핑이 나타나 중국몽을 주장하기 훨씬 전인 2004년 유럽의 꿈이 세계적으로 회자된 적이 있다. 미국의 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은 ‘유러피언 드림’이라는 책에서 미국과 유럽을 비교하면서 너무나도 개인주의적이고 공격적인 미국 모델보다 사회적 배려를 담고 합의를 추구하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유럽의 모델이 21세기에 적합하다는 주장을 폈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경제 모델이 다르다는 사실은 20세기부터 상식이었다. 미국은 소위 ‘야만적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혹독한 사회였다면 유럽은 복지국가를 통해 사회적 시장경제(독일)나 혼합경제(프랑스)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21세기가 시작되던 당시 유럽은 미국과 어깨를 겨누는 경제 수준이었고, 따라서 유러피언 드림이 아메리칸 드림과 경쟁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당시는 미국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는 시기였고,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군사적 하드
04.14
오는 6월 3일 다음 대통령이 결정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파면 결과를 안고 선거에 뛰어드는 국민의힘은 짧은 시간 동안 갈 길이 멀다. 국민의힘은 경선 일정을 결정했다. 먼저 15일까지 당내 경선에 참여할 후보자들의 등록을 받고 4월 22일 100%국민여론조사(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대상)를 실시해 4명의 경선 후보자들을 선출한다. 최종 경선에 진출할 후보자는 당원 투표 50%와 국민여론조사 50%로 오는 29일 결정된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나경원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안철수 의원 등이 출마선언을 했다. 대략 10여명 정도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출마가 유력시되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불출마를 선택했고 ‘완전 국민 경선 제도’를 주장하던 유승민 전 의원도 결국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출마를 철회했고 출마를 거론했던 몇명의 인사들은 당의 경선룰이 결정되고 난 이후에 출마 의사를
04.11
물과 불은 늘 인류 문명의 두 기둥이었다. 물이 생명을 잉태하고 키워냈다면 불은 문명을 앞당기기도 파괴하기도 했다. 불은 우리 삶에 스며들었지만 통제되지 않은 불은 항상 인류 최대의 위협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그 통제를 놓친 불 앞에 무릎 꿇었다. 산불은 결코 갑작스레 발생하는 돌발사고가 아니다. 봄철이면 예외없이 찾아오는 예고된 현상이다. 겨우내 쌓인 낙엽과 마른 나뭇가지들은 건조한 날씨 속에서 쉽게 발화되는 일종의 연료다. 봄철 강수량은 적고 습도가 낮으며 남쪽에 고기압 북쪽에는 저기압이 형성되고 그 틈바구니에서 일시적으로 강풍이 형성된다. 매번 산불에는 우연처럼 강한 바람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지만 우연이 아니다. 남고북저의 기압패턴이 강풍과 고온건조를 유발하는데 항상 이 조건들이 완벽하게 겹치면서 산불과 강풍이 동행하는 일종의 산불 패키지인 것이다.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산불발생 요소는 세가지다. 첫째는 낙엽 고사목 풀과 같은 자연 속
04.10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 피고인에 대한 형사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인해 2007년 마련된 현행 체포·구속제도의 개선이 필요해졌다. 체포·구속은 흔히 인신구속(人身拘束)으로 불리며 이로 인해 신체의 자유가 박탈된다. 따라서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려면 법관의 영장이 필요하다고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영장에 의한 체포도 가능하나 구속은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한데, 법관에게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주체를 헌법은 검사로 한정하고 있다. 경찰은 체포·구속 영장 신청권한이 없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관에게 청구할지 여부는 검사에게 달려있다. 이런 헌법 규정이 타당한지 향후 개헌 논의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체포의 유형에 관계없이 긴급체포 현행범체포 영장체포 모두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은 체포 후 48시간, 곧 이틀이다. 이 기간 중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체포한 피의자를 즉시 석방해야 한다. 체포한 피의자
04.09
반헌법적인 12.3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의장과 제1야당 대표가 국회 담장을 넘었다. 국가비상사태를 자의적으로 초래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초인 입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위협한 사건이었다. 더구나 국회 경호가 임무인 국회경비대가 계엄해제 의결을 위해 모인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고 문을 열라는 국회의장의 요구마저도 묵살된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 이 사건으로 회기 중 회의장과 그 주변 등 국회 안에서 주로 이루어졌던 기존의 국회 경호·경비 운영체제에 대한 대폭적인 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 출입문과 울타리 등에 대한 외곽경비를 행정부 소속의 경찰관으로 구성된 국회경비대에 맡겨온 방호체계는 더 이상 헌법기관인 국회의 헌법적 권한을 물리적·기능적으로 온전히 보호하지 못함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의 경호·경비 체계는 3선 방어개념을 따른다. 첫번째 경호구역은 국회 경위가 담당하는데,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서의 질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