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2025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장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장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는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내년 10월 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의 조직적 분리만 확정되었고 신설될 중수청과 공소청의 구체적인 모습은 확정된 것이 없다. 국무총리실 소속 검찰개혁추진단이 마련하게 될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법 제정안이 오히려 그 동안 추진되어온 검찰개혁의 취지를 무력화하거나 검찰개혁을 퇴행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 이유는 검찰개혁 논의가 나올 때마다 검찰은 국민을 핑계로 조직과 권한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자신의 권한이 약화되면 범죄자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검찰에 우호적인 법조인과 언론 및 학자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동안 검찰개혁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것은 검찰권력의 배후에서 정치 경제 언론 법조 권력이 이해관계에 따라 작동하면서 우리 사회의 흐름의 방향을 정하고 또 그 흐름을 지배하고 있기
12.11
최근 쿠팡 등 대형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기업의 정보보호 수준과 공시제도의 실효성을 돌아보게 되었다. 단순한 해킹사고나 기술문제로 치부하기에는 피해 규모와 파급력이 너무 크다. 이제 개인정보 보호는 단순 운영 리스크가 아니라 기업의 신뢰, 지속가능성, 그리고 시장 가치와 직결되는 핵심 경영요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정보보호 공시제도는 기업의 실질적 보안역량을 평가하거나 비교하기에는 부족하다. 현재 기업의 정보보호 공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의 공시다. 현재 이 공시의 경우는 기업의 자발적 공시로 이해관계자가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는 제한적이다. ESG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 정보보호는 사회(S)의 핵심 축임에도 국내 ESG 보고서에서 정보보호 항목은 선언적 문구나 관리체계 소개 수준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공시제도의 목적이 ‘위험을 드러내고
12.10
배우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했다. 30년 전 소년범 전력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독립운동가와 열혈 형사 등을 연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가 고등학생 때의 과오로 연예계를 떠나야 하는 상황. 이 충격적인 사건은 단순히 한 배우의 불운이 아니다. 언론은 무엇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 알 권리와 인권은 어디에서 균형을 이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때마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1970~1980년대 언론 탄압의 실상과 그에 맞선 저항의 역사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우리에게 언론자유를 위해 싸웠던 선배 언론인들의 용기를 상기시킨다. 그중에서도 1974년 10월 24일은 한국 언론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날이다. 그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 300여명은 유신독재의 언론 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외부의 일체 간섭을 배격한다.” “정보기관원의 출입을 거부한다.” “기자에 대한 불법 연행을 거부한다.” 선언문의 문장들은 간
12.09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 공개석상에서 내년이면 남북관계가 단절된 지 햇수로 8년이 된다고 토로했다. 냉전시대를 제외하면 그간 남북관계사에서 이렇게 장기간 단절된 적은 없었다. 특히 지난 윤석열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몇년이 허비했다. 그동안 북한은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는 남한을 버리고 화해도 대화도 통일도 버렸다. 한국에 진보정부가 출범해 북한에 대해 적대시하거나 체제를 전복시킬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반복해도 때는 늦은 감이다. 핵무기라는 체제 보위의 보검을 완성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골치 아프게 옛 인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바늘구멍이라도 뚫고 싶다는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금 상황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화없이 적대적으로 지내온 지 8년이 다 되어 가는 마당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는 일촉즉발의 대결구조에서 양측 모습
12.08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윤석열이 벌인 12.3계엄사태가 있은 지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정치의 정상화와 한국 민주주의의 재도약을 위해 던지지 않을 수 없는 물음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년 사이 한층 더 극우화되었다. 장동혁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며 부정선거론의 대표적 주창자와 국민의힘을 동일시했다. 또 대국민 사과를 거부하면서 윤석열 비상계엄의 부당성과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재명정권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목숨을 걸고 맞서 싸우자고 장외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 중에 국민의힘 지지층 중 68.8%가 계엄이 적절했다고 보며 74.9%가 사과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내일신문 2025년 12월 2일). 윤석열은 감옥에서 공개서한을 통해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종북좌파, 헌정체제 전복 세력 척결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재명정권을 국민을 짓밟는 독재정권이라며 국민이 똘똥뭉쳐 레드카드를 꺼
12.05
작년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1년 한국사회와 정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계엄이 해제됐지만 씻을 수 없는 상흔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극우의 결집은 더욱 강고해지고 있고, 급기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2.3 비상계엄은 의회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한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해괴한 논법의 메시지를 내놨다. 계엄 사과 거부를 넘어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망언을 뱉어냈다. 국민의힘 25명의 계엄 사과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계엄 후 작년 12월 7일 국민의힘은 탄핵 의결 정족수를 무산시킴으로써 내란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일주일 후 그나마 국민의힘 12명의 탄핵 표결 참여로 윤석열은 탄핵됐다. 그리고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극우지지자들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내란 우두머리를 감싸고 비호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석열은 관저에서 똬리틀고
12.04
‘개발’은 ‘계획’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신개발·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 도시에서 벌어지는 모든 ‘도시개발’은 ‘도시계획’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는 망가지고 본연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지켜낼 수 없게 된다. 정체성을 잃으면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키우는 일도 어렵게 된다. 종묘 앞 세운상가 일대 초고층 개발 논란의 본질은 ‘계획’을 무시하고 뛰어넘으려는 ‘개발’에 있다. 도시계획을 세워 도시를 지키고 돌보는 일이야말로 시장에게 부여된 기본 책무인데 지금 서울시장은 계획 아닌 개발 편에 서 있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부끄럽게도 역사도시 서울의 심장인 도심부(한양도성안) 도시계획은 1990년대 말까지 부재했다. 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서울 도시기본계획’은 1960년대에 수립되었지만 오랜 역사성을 보유하고 있는 ‘도심부계획(Downtown Plan)’은 2000년에 이르러 처음 세워졌다. 조 순 초대 민선 서울시장이 주재하던 도시계획위원회에 도심
12.0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동북아시아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살얼음같은 현안들이 많은 이 지역에 정치 지도자들의 리스크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돌출 발언은 당분간 깊고 긴 파장으로 번질 조짐이다. 총리 발언 이후 일본에 불리한 조치가 이어짐에 따라 발언이 실수가 아닌가 하는 막연한 짐작이 나왔다. 그러나 반대로 의도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최근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자리에서도 “발언 진의 왜곡” “발언 내용의 과도한 해석” 등 정치인들의 상투적 화법을 동원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야당 의원이 당시) 구체적인 사례를 물었기 때문에 나는 성실히 답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해협의 분쟁 발생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총리가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를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사전에 준비를 했으며, 신중을 기했으리라는 것을 일반인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일본은 직접 무력 공격을 받는 경우와 달리
12.01
지난 11월 25일 여당이 사법개혁안을 발표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여러 쟁점들이 이야기됐지만 제왕적 사법권력을 독점해 대법원장의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법원행정처를 폐지해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비법관 위원들도 참여시켜 사법행정에 민주적 통제를 강화한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이 핵심내용 중의 하나다. 사법행정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 모두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현직 법관 외에도 인권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식이 풍부한 비법관이나 비법조인을 포함시켜 위원회 구성에 다양성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즉 위원 지명이나 추천권을 변호사단체나 법학교수회 등에 분배해 사법행정의 폐쇄성을 타파하고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벌써 대법원에서 위헌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들린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사법권독립에 관한 조항이라고 보면서 법원에 속하는 '
11.28
다음주 수요일이면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만 1주년이다. 그날 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첫 1보를 접하고 턱도 없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가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황당해 했던 기억이 새롭다.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국민 상식으로도 도저히 납득되지 않은 내란 기도였음에 비춰 진즉 엄정한 법적 심판이 내려졌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만 결심공판이 끝나 내란우두머리 방조 및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형이 구형된 상태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핵심 피의자들의 재판은 법 기술을 동원한 피고인측의 지연작전에 휘말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 전 대통령이 재판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어떻게 저렇게 자격 미달의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게 됐을까 하는 참담함을 국민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증인들의 일관된 증언과 물증이 제시되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변명과 부인
11.27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 지도부를 누가 결정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내부 분란을 겪고 있다. 한쪽에서는 당심을 강조하며 당원 100~70%를, 다른 한쪽은 민심을 내세워 당밖의 국민참여 비율이 최소한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 정당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문제만 갖고 정당민주주의를 운운하는 게 타당할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정당민주주의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 정당민주주의는 정당이 정치과정 전반에 걸쳐 인민의 주권자적 위상과 역할, 즉 정치적 주체성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작금의 정당정치 현실에서 정당민주주의를 운운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인민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제1원리를 어떻게 구현해 갈 수 있는 지에서 찾아져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인민이 원칙적으로 정치의 주체임을 전제한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인민주권 사상에 바탕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
11.26
인공지능(AI) 시대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주식 하는 사람은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관련 주식이 등락을 거듭할 때마다 쾌재를 부르거나 한숨을 쉰다. 인공지능은 이미 의사보다도 더 정확히 병을 진단한다. 작사·작곡도 인간보다 더 뛰어나게 한다고 한다. 머지않아 인간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나은 마라톤 기록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할 것 같다. 전쟁의 승패도 인공지능 드론과 로봇이 좌우할 것이다. 법정에서 판결문이나 변론문도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움 정도가 아니라 직접 작성하는 사실상 인공지능 판검사·변호사 시대가 온다.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정당들도 틈날 때마다 인공지능을 들먹인다. 정상외교에서도 인공지능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우리 언론은 하루가 멀다는 듯 인공지능 관련 뉴스 기사 사설 칼럼 등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광풍에 휩쓸려 이것이 가져올 해악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앞장서 말하기를 꺼린다. 인류 역사를
11.24
한국경제가 진퇴양난의 생존위기에 직면해 있음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한국경제 미래와 관련된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반도체와 조선을 포함, 10대 주력산업 모두 5년 뒤에는 생산성과 경쟁력에서 중국에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 모두에서 중국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한국 기업 성공의 보장수표였던 추격전략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유일한 길은 시장진화의 선두자리를 꿰차는 ‘추월전략’ 뿐이다. 고객맞춤형 생산의 일반화가 그 해답이다. 이를 뒷받침할 필수 혁신 과제가 있다. 시장은 분명하게도 저마다 특색있는 요구를 제시하고 그마저 수시로 변화하는 고객맞춤형 생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확인되었듯이 사람의 역할을 기계로 대체하는 기계 중심 자동화는 기계적 동작의 반복으로 변화무쌍한 시장 수요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대안은 기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과감하게 기계에 맡기고 사람은 한층 창조적
11.21
#1.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깊은 협곡에서 독도법을 익히던 스위스 병사들이 폭설로 길을 잃었다. 병사들은 며칠을 헤맸다. 식량은 바닥났고 죽음이 몰려왔다. 그때 한 병사가 배낭에서 지도를 발견했다. 그 지도를 본 병사들은 마을 방향으로 무작정 걷고 걸었다. 지도를 희망 삼은 병사들은 목숨을 건졌다. 구조대는 깜짝 놀랐다. 병사들이 생명줄로 삼은 지도는 알프스산맥 아닌 스페인의 피레네산맥 지도였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밝힌 실화(實話)다. 대니얼 교수는 “신중한 선택도 중요하지만 고민만 하다 때를 놓치는 ‘결정장애’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나라의 국정 운영도 마찬가지다. 좌고우면(左顧右眄)만 하면 나라를 망친다. #2. 나르키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출중한 외모를 가진 미소년이다. 어느날 샘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비친 모습이
11.20
전광용의 단편소설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인국의 독백 “흥 그 사마귀 같은 일본놈들 틈에서 살았고 닥싸귀 같은 로스케 속에서도 살아났는데 양키라고 다를까”는 학생시절 이후 필자의 뇌리 한켠을 깊이 차지해왔다. 1900년대 중반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해방, 그에 이은 남북분단과 미소점령, 6.25라는 민족상잔(民族相殘)과 같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대격변 한가운데를 살았던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이보다 더 함축적으로 보여준 구절이 있을까? 그런데 혹시 ‘일본놈’ ‘로스케’ ‘양키’라는 일견 상스러운 표현들이 많이 불쾌한가? 하지만 필자에게는 이런 표현들 속에서 다른 국가와 민족에 대한 비하나 모욕보다는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침해한 국가나 민족에 대한 깊은 원망과 분노가 느껴질 뿐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필자의 외할머니 또한 태평양전쟁 시기 일제의 가혹한 수탈을 회상할 때면 필자에게 분한 감정을 표출하면서 일본인들에 대해 “왜(倭)놈”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으셨다. 하지만
11.19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큰 성과는 미국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믿고 보던 사고방식이 무너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금 3500억달러를 선불로 내라고 윽박지르는 트럼프를 상대로 밀당을 해서 2000억달러, 10년 할부로 깎은 이재명정부는 골치 아픈 각종 국내 정치 현안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지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게 돈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이후 세계질서를 규정해 온 세계화라는 말이 용도 폐기되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본래 세계화라는 말은 시장개방을 비롯해 각종 국가 간의 장벽을 낮추고 사람 재화 문화 지식의 이동이 자유로운 질서를 만든다는 뜻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한 탈냉전 시대를 맞아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인 미국이 세계질서를 관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11.17
검찰이 대장동 사건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면서 정치권은 전쟁 상황으로 돌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과 대북송금 사건은 검찰의 조작 기소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항소포기가 대통령의 혐의를 무죄로 만들기 위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신중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11~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1.5% )에서 ‘검찰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그에 대한 유권자의 생각’을 물어본 결과 ‘적절하다’ 29%, ‘적절하지 않다’ 48%였다. 23%는 의견을 유보했다. 연령별로 볼 때 대통령과 여당 지지세가 강한 40·50대에서도 양론이 비슷하게 갈린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주는 유권자층은 중도층 수도권 청년층(중수청)이다.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은 항소 포기가 적절 29%, 부적절 48%로 나왔고, 수도권은 서울에서
11.14
내년이면 검찰청이 폐지된다. 검사의 수사권은 행정안전부에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공소권은 법무부에 신설되는 공소청이 각각 행사하게 된다. 공소권을 가진 검사가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 범죄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억울한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며, ‘범죄공화국’이라는 선정적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범죄를 누가 수사할지의 문제보다 어떤 자세로 수사할지가 중요하다. 검찰이 지난 78년 동안 많은 사건에서 보여왔던 정치편향적 수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공수처 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범죄혐의를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 활동을 벌이면서 공수처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했다는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럼 형사절차는 누구를 위한 절차일까. 형사절차는 범죄혐의를 밝혀서 범죄자를 처벌하는 과정으로서, 범죄자일지라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수사 기소 재판 등의 절차로 구별하고 적법한 절차와 원칙에 따라 진행하
11.13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초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생성 및 추론형 AI 다음에 등장할 AI 물결은 바로 ‘물리적 AI(Physical AI)’라고 선언했다. 이는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을 구동하는 기술로, 단지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세계에서 실제로 행동하는 기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최첨단 기술은 개념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 MIT의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 교수는 복잡한 기호와 규칙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추상적 지능’에 반기를 들며 “지능은 몸을 통해 현실세계와 직접 부딪히며 발현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는 과학철학 이론의 토대가 됐다. 이 이론이 실제 구현되기 위해서는 수십년에 걸쳐 발전해온 로봇공학과 컴퓨터 비전, 그리고 강화학습 기술이 필요했다. 결정적으로는 최근 급속하게 발전한 거대언어모델이 이들을 하나의
11.12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의 시위대가 도쿄나 오사카 거리에서 “조선인은 떠나라” “조선인을 죽여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거나 밉다기보다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12년 전에 썼던 칼럼의 시작 부분이다. 재특회를 한국 극우단체, 도쿄나 오사카를 서울, 조선인 대신 ‘짱깨’로 바꿔 여기 그대로 다시 써도 될 것 같다. 딱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들이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서였다. 시위대만 벗어나면 좋은 아빠이고 남편이고 친구로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성실한 일원으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권이 혐중시위 등을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야권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다. 특정 국가 국민 인종에 대해 공연히 모욕하면 1년 이하의 징역형,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반의사불법죄와 친고죄 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