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6
2024
약간의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시대전환을 추구해야 할 때다. 이 지점에서 앞장서야 할 책무가 있는 분야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치다. 재계는 결과적으로 시대전환에 기여할 수는 있어도 당장은 자기 기업 챙기기도 버거운 곳이다. 사회 전체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기 힘든 처지다. 문제는 정치권이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서 극도의 무기력을 드러내고 있다는 데 있다. 정치권은 주로 상대의 악마화를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진영 대결에 의존하고 있다. 보수는 지키는 데 역점을 두는 세계인만큼 보수정치의 무능은 태생적이라고 최대한 너그럽게 봐주자. 시대를 앞서가며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하는 진보의 세계는 다르다. 진보정치가 미래를 기획하는 데 무능하다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액면 그대로의 현실이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크게 봐서 네 가
07.25
“기획으로 접근한 정치공작”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 “대통령기록물로 보관 중” “돌려주는 것은 국고 횡령에 해당” “돌려주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깜빡하고 돌려주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한 대통령과 그 주변의 각양각색 말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뜻으로 애용되는 경구다.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해내려면 세세한 부분까지 잘 살펴서 완벽성을 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도 이를 아는 듯하다. 온갖 세세한 변명과 해명으로 국민을 설득하려 한다. 그런데 이를 믿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과 정국 대처가 정교하지 못한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디테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실제로 정책에는 세심한 고려가 부족하고 정치에서는 깊은 수를 볼 수 없다. 세련되지 못하고 치밀하지 않은 대처로 문제를 더욱 키워온 측면도 분명히 있다. 의사 숫자 늘리
07.24
자유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의지나 선택의 자유라는 의미로 소통된다. 인간 존재의 본질을 자유라고 보는 실존주의 철학에서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스스로를 규정한다고 본다. 인간 자신에게 펼쳐진 세계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유의 관념은 기존의 규범과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탐색과 선택의 길을 모색하도록 촉구한다. 대학 교육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교양교육(Liberal Arts, artes liberales)은 바로 ‘자유로운 사람(liberales)’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artes)으로서의 학문과 기술을 강조한다.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특정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고 전공의 다양성과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늘어났다. 대학에서의 전공제도도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반응해왔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고교 또는 대학 진학 시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채 전공을 선택해 이미 주어진 경로에 따라 교육
07.22
필자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테슬라 등 미국주식에 투자한 이른 바 서학개미였다. 미국 주식시장은 한국시간으로 새벽 5시에 장이 종료되는데 한번은 장 종료 후 테슬라의 분기실적 발표가 공시되자마자 시간외거래에서 큰폭의 상승을 보이는 것을 보고는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공시라는 것이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만약 그 공시가 정확하지 않다면 얼마나 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지를 생각하니 새삼 공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졌다. 최근 전세계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엔비디아의 경우에도 5월 23일 새벽 6시(한국시간)에 실적공시를 하자마자 큰폭의 주가상승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많은 이해관계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직접 소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공시라는 방식을 통해 소통하게 된다. 따라서 공시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적시에 정
07.19
신문기자로 일하다 대학에 와서 많은 일을 체감한다. 15년째 동결된 대학 등록금, 고등교육 정책, 대학 경쟁력, 학점, 의대 정원, 취업 미스매치 등 다양하다. 그 가운데 ‘의대 문제’에 대한 일반 대학생들의 시선은 차갑다. 전체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의대만 늘린다는 점, 무전공 입학 확대로 소속 학과의 정원이 쪼그라든다는 점, 의대생만 특혜를 받는다는 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학점만 얘기해 보자. 학생들은 한학기 동안 열심히 공부한다. 과제를 충실히 제출하고 발표 때는 멋진 자료를 만든다. 몇분 수업에 늦으면 혹여 지각이나 결석 처리됐을까봐 수업 종료 후 교수에게 출석체크를 확인한다. 중간·기말고사 점수를 잘 받지 못하면 그 이유를 교수에게 묻는다. 학생들의 학점 집착은 곧 ‘자기 사랑’이다. 필자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학생들이 열심히 해도 학점 등급은 나뉜다. 대부분 대학이 상대평가를 한다. 수업일수의 1/3 이상 결석하면 ‘F’다. 수강생 규
07.18
2024년은 선거의 해다. 금년 한해 동안 전세계 70여 국가에서 선거가 실시되고 40억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다. 글로벌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를 통한 유권자의 정치적 심판이 내려지는 것이다. 현재까지 선거 결과는 각국의 집권여당의 연이은 패배다. 숄츠 독일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했고 영국은 보수당이 14년만에 정권을 넘겨주었다. 남아공은 장기집권한 여당이 패배했고 인도의 모디 총리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와 민생에 시달리는 유권자의 성난 표심이 집권세력의 책임을 물은 셈이다. 유럽 집권당이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사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은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15%가 넘는 득표율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SPD)을 2%p 앞섰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은 6월 총선의 1차 투표에서 33%로 1위를 차지했고, 2차 투표 결과 제3당에 그쳤지만 의석은 50석이
07.17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2014년 일본의 전 총무상인 마스다 히로야가 쓴 ‘마스다 보고서’에 등장한 말이다. 그 당시 인구감소 추세라면 일본의 절반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하고 이로 인한 일본의 파멸을 경고해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 과정은 이러하다. 첫째, 인구감소로 경제의 활력을 잃은 지방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둘째, 지방을 떠난 젊은이들은 대부분 도쿄로 이동한다. 셋째, 이 젊은이들은 저임금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넷째, 도쿄는 지방의 인구를 흡수하지만 재생산하지 못하는 블랙홀이 되어 결국 도쿄도 축소되고 일본은 파멸한다. 다소 과장된 듯하지만, 지방의 인구감소가 국가 존립을 위협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지난 6월 말 한국고용정보원은 ‘소멸위험지역’을 조사해 발표했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의 비율을 인구소멸지수라 하는데 이 값이 0.5 이하인 지역을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한다. 전체 시군구중 57.0%인 130
07.15
민주주의의 조국을 자처하는 프랑스와 영국이 거의 동시에 총선을 치렀다. 프랑스는 6월 30일 1차 투표를 진행한 뒤 7월 7일 결선 투표를 통해 국민의회의 577명 의원을 뽑았다. 영국은 프랑스의 두 투표일 사이인 7월 4일 총선을 치러 650석의 새 의회를 선출했다. 두 나라의 민심은 어땠고, 선거 결과는 민심을 충실하게 반영했을까. 민주주의란 민심을 잘 반영하는 정부를 뽑아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 아니었던가. 비슷한 시기에 치른 두 나라 선거에서 놀랍게도 똑같은 수치가 있다. 영 노동당, 프 국민연합 33%대 득표율 비슷 영국 총선에서 1등을 차지해 큰 승리를 거둔 노동당의 득표율이 33.7%이고, 프랑스 선거 1차 투표에서 1등을 한 국민연합(RN)의 득표율도 33.3%다. 거의 같은 득표율로 제1당이 되었으나 영국의 노동당은 650석 가운데 411석을 얻어 절대 과반인 325석을 훌쩍 뛰어넘는 역사적 대승을 거두었다. 반면 프랑스의 국민연합은 결선 투표에서
07.12
국민의힘 당 대표를 결정하는 전당 대회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당권 도전 후보들이 내놓는 ‘비전경쟁’ 때문이 아니라 김건희 여사가 총선 당시에 보낸 ‘문자’ 논란이 당 안팎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지난 총선 기간 중에 김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답신을 받지 못하고 ‘읽씹(읽었지만 씹어버림)’당했다는 설명이다. 관련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가 한동훈 위원장에게 지난 1월 5차례나 메시지를 보내 ‘명품백 수수’ 대국민 사과 의사를 밝혔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한 후보는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해 “저는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추가적으로 “이 시점에서 이런 얘기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은 당무 개입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김 여사 이슈가 핵심 쟁점
07.11
반성은 돌이켜(反) 깨닫는(省)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곰곰이 돌이켜 생각하고 깨달음 끝에 쓰는 글이 반성문이다. 그러니 반성문에는 내면의 소리인 양심이 드러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사가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도록 하는 것은 학생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제출을 명령한 시말서 또는 경위서가 사죄문 또는 반성문의 의미를 가지면 그 명령은 위법이라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이 타인의 반성문을 가장 많이 받아볼 것 같다. 피고인에게 선고해야 하는 형벌을 정할 때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지 여부를 참작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양형기준표에 따르면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은 형벌을 감경하는 요소다.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면 가벼운 처벌을 할 수 있다.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이 없으면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어렵다. 법관은 사법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사법(司法)이란 구체적인 분쟁이 발생한 경우 독립적
07.10
‘마음의 감기’로 알려진 우울증은 슬프고 희망이 없고 무기력한 기분이 지속되는 증상인데 자살자의 90% 이상이 이 증상 때문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반대로 세상이 모두 자기 것 인양 행복감에 도취되어 극도로 흥분된 상태를 ‘조증’이라 하는데, 이러한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혹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양극성장애 즉 ‘조울증’이라 부른다. 이는 현대인의 대표적 정신질환 중 하나지만 드물게 조증은 뇌 신경세포를 자극해 창의력을 극대화시켜 천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권총으로 자살한 네덜란드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 작가 버지니아 울프, 철학자 니체, 작곡가 모짜르트와 헨델 등이 조울증을 앓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병의 특효약이 ‘리튬’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고대에도 리튬이 조울증 치료에 이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2세기경 산부인과 창시자라 알려진 에페소스의 의사 소라누스는 리튬이 함유된 광천수를 마시게 하고 목욕시킴으로써 이를 치료했다. 물론 리튬이 치료효과가 있
07.08
흔히 외교라고 하면 정부 고위급간의 양자·다자회담을 떠올린다. 영화 ‘D-13’에서 묘사되듯이 쿠바 미사일기지 설치를 둘러싼 미소 간의 충돌로 제3차세계대전 발발 위기로 내달리지만 한편에선 비공식라인을 가동한 치열한 협상전이 전개된다. 군사 안보 통상 경제제재 등 국익을 확보하기 위한 양보할 수 없는 대혈전이 펼쳐지는 외교의 단적인 일면이다. 최근에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라는 용어도 자주 눈에 띈다. 공공외교는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으로 정의된다(공공외교법 제2조).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역사나 문화유산을 알리거나 제2외국어로 한국어가 자리잡도록 지원하거나 한국연구를 하는 외국인 학자를 후원한다. 우리나라의 정책 입장을 상대국이 공감하도록 문화 지식 정책 등을 활용한 소프트파워를 높이는데 집중한다. 결국 공공외교의 목표는 상대국이나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와 영향력을 대중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07.05
한국 정치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가 보수의 정체성과 행위규범에 대한 의식적 사유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보수라고 자처하고 여겨지는 이들, 특히 국민의힘 계열 정당들은 정치적 지배세력, 적어도 주류로 존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보수가 뭐냐” “보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 등에 대한 정치인들의 물음과 진지한 탐색을 찾아보기 어렵다. 분단과 전쟁, 독재정권 시기를 거치며 진보에 대해 막대한 힘의 우위를 점해왔던 터라 자신에 대한 성찰의 기회도 필요성도 딱히 없어서였는지 모른다. 아무튼 보수는 ‘무이념의 이념세력’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시대변화 속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지켜야 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실천을 맹렬히 펼쳤던 적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도 기억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경우가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총무처장관, 3선(15~17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용갑의 ‘보수우익 분기(奮起)론’이다. 김용갑은 한국 민주주의
07.03
총선이 끝나고 석달이 다 되어가지만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 선거에 대패한 진영의 자성이나 결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양남(강남과 영남)의 웰빙당’이란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쇄신에 둔감하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대국민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총선 민의에 부응하는 듯한 외관은 보였지만 국정지지도는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의 비상대책위는 전당대회 룰을 바꾼 걸 제외하고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흔한 총선 패인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당권경쟁은 고루한 ‘윤심’ 타령 일색이다. 이런 와중에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에서 “(이태원 참사가) 특정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고, 그 세부 발언 내용이 추가 공개됐다. 박홍근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거취를 두고 윤 대통령과
07.01
최근 탈북민단체가 살포하는 대북전단과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북한에서 내려보낸 오물풍선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시민단체들이 임진각에 모여 대북전단 살포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이 대북전단 살포중단의 이유로 내세운 것들 중에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부분이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활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지난해 9월 26일에 헌법재판소는 대북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남북관계발전법 조항들에 대해 표현의 자유 과잉제한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헌재결정을 근거로 전단 살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라며 탈북민단체에 ‘자제 권고’조차도 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다. 과연 이 헌재결정은 탈북민단체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은 희생되어도 좋다고 판시한 것인가? 헌재결정은 대북전단을
06.28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꼴찌였다. 출생아수는 2015년 44만명에서 2023년 23만명으로 줄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 역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지고 50년 후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절반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 최초로 0~4세 인구가 북한보다 적어졌다고 한다. 2021년 기준 0~4세 인구는 우리나라가 165만명, 북한은 170만명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는 국가소멸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저출생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제 사회 교육 안보 등 전 분야에 걸쳐 국가 시스템의 붕괴가 우려된다. 정부는 이러한 저출생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19일 대통령 주재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최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으
06.27
오랫동안 일본은 한국에게 넘사벽 같은 존재였다. 특히 전자 분야에서는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한손에 쥐고 흔드는 절대지존의 위치에 있었다. 한국의 전자업체가 머지않아 일본을 추월하리라고 상상하기란 도무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의 전자업체들은 상상조차 불허했던 그 한계선에 도전했다. 결국 한국 업체들은 일본 전자산업을 추월했다. 한일 역전 드라마의 한복판에 삼성전자가 있었다. 고작 흑백TV를 만들어 팔던 변방의 전자업체가 메모리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는 경이로운 신화를 창조했다. 액면 그대로 삼성전자는 한국의 산업화 성공을 상징하는 기업이었다. 그러던 삼성전자가 언제부터인가 절정기를 지나 쇠락국면에 접어든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연간 성장률이 이를 잘 보여준다. 1998년에서 2013년 사이 삼성전자의 연평균 성장률은 17.6%에 이르렀다. 말 그대로 기세등등한 성장기를 구가했다.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013
06.26
경기도 화성의 한 1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화재로 인한 참사가 발생됐다. 물론 사고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나 많은 산업재해는 아직 예방 가능한 영역에 있다. 이번 사고도 현장에 적합한 안전한 작업을 했더라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설비의 안전성에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작업자가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 훈련하는 것과 안전한 작업 조건과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성과 컸던 안전보건개선계획 폐지 이와 같은 사업장의 실행을 정부는 정책과 사업으로 유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 정책과 사업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참사의 본질은 과거 균형감각을 상실한 여론과 그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미래의 사고예방보다 마녀사냥을 우선한 정부의 대응이 빚은 참사로 판단된다. 필자가 2006년 새로운 산업재해 예방 사업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았을 때의 일이다. 사업 개발에 앞서 기존 재해예방 정책과 사업 중 큰 비중을 두어 집행되어온 ‘안전보건개선계획’ 관련 사업의
06.24
2024년 6월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적 합의가 불가능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만이 아니다. 모든 사회적 합의가 매우 어려운 나라로 치닫고 있다. 여당과 야당, 대통령과 국회, 정부와 이익집단 사이에 갈등이 끝없이 증폭되는데 그것을 해결할 정치적 의지나 능력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국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태극기’와 ‘촛불’으로 양극화해 두 진영이 합의는커녕 대화조차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둘 사이에 공존 화합 상생이란 의식은 애초부터 없었고 상대를 배제 제압 말살하려는 원시적 본능만 작동하는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무엇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국민을 이처럼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진영으로 갈라놓았을까.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당장 떠오르는 것이 한국전쟁이다. 이미 발발한 지 74년이나 지나 인구의 약 90%가 전후 세대로 대체됐음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채 갈등의 불씨를 활활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휴전(또는 정전)상태이며 실질적으로도 최근 대북 전
06.21
‘2조원+a’. 전국의 대학이 목을 매고 있는 돈이다. 내년부터 광역자치단체가 정부 재정을 넘겨받아 대학에 배분하게 되니 대학들은 자치단체에 한껏 몸을 낮춘다. 고등교육에 관한 전문지식도 경험도 거의 없는 자치단체 공무원은 대학 앞에서 또 다른 ‘갑’으로 등장했다. 교육부 ‘완장 질’에 이골이 난 대학은 교육부와 자치단체의 비위를 맞추려니 죽을 맛이다. 그래도 ‘2조원+a’의 현실에 대학은 지성의 자존심을 접고 끌려다닌다. 명칭도 특이한 라이즈(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사업 얘기다. 교육부는 이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고 부른다. 명칭 자체가 길고 감성적으로 와닿지도 않는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꺼내든 라이즈사업은 기존의 사업을 흡수한다. RIS(지역혁신), LINC3.0(산학협력), 브릿지(BRIDGE) 같은 현란한 교육부의 대학사업이 대표적이다. 일반 국민 입장에선 헷갈린다. 자치단체가 고등교육 담당, 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