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8
2025
지난해 이때쯤 회사 선배로부터 “김장하 선생이라고 진주에서 한약방을 했던 훌륭한 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만 해도 의정갈등 상황에 정신이 없던 터라 그 얘기는 그냥 흘려들었다. 그러다가 12.3 계엄사태가 한달 넘어가면서 내란성 불면의 시간을 보내던 올 연초 깊은 밤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순식간에 ‘내란성 불면’이 사라졌다. ‘어른 김장하’는 경남 진주에서 1963년부터 ‘남성당’ 한약방을 열고 수많은 사람들을 도우면서도 이름 내기를 달가워하지 않은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가족을 돌봐야 했던 김 선생은 19세에 한약업사 자격을 얻고 그때부터 한약업에 종사했다. 시간이 흘러 한약방은 문전성시를 이뤄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김 선생은 그렇게 번 돈을 주위의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줬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선생은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나의 후배들
04.17
대한민국이 성장해 온 지정학적 발판이 흔들리고 있다. 진앙은 미국과 중국이고, 지진 규모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정도다. 관세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해양에서도 두 세력판이 충돌할 기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미국의 해양지배력 회복’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해 4월 연방의회 민주·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함께 채택한 ‘국가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에서 밝힌 진단과 처방을 대부분 담았다. 중국의 해양력에 뒤쳐졌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경쟁력을 강화하자고 내놓은 미 의회의 ‘신해양전략’은 초당적으로 채택됐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과 의회지침을 주도했던 공화당의 두 의원은 트럼프 2기 국무장관과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돼 새로운 세계 전략을 짜고 있다. 행정명령은 ‘해양력 약화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명확히 적시했다. 미국의 해양능력 약화는 지난 수십년 정부가 방치한 결과였다. 한때 강력했던 관련 산업 기반은 쇠퇴했고, 이는 '적대국들'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대륙
04.16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약속’의 정의다. 약속을 잘 지키면 믿음과 신뢰에 기반 한 인간관계가 가능하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가 약속을 잘 지켜야 국민은 의무를 다하게 된다. 불신이 팽배하면 그만큼 정책 집행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국가 자원이 낭비된다. 국가 운영에 있어 그 만큼 약속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전남에서 설립 대학을 정해 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전남 의대 신설을 약속했다. 그동안 목포대와 순천대는 의대 설립을 두고 30년 가까이 싸워왔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단골로 악용했다. 감정의 골이 커질 대로 커진 탓에 누구 하나 나서서 두 대학을 설득하지 못했다. 대통령과 총리도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전남도는 만만치 않은 조건이었지만 30년 숙원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를 품고 해법찾기를
04.15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준비하면서 전단채 등을 발행했을 가능성이 높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매우 의심됩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말이다.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의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특수수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사법처리 전망은 현실화 가능성이 커 보인다. 수천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투자자들,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소상공인, 직장을 잃을 지도 모르는 홈플러스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MBK파트너스의 대처는 수습이 아니라 사태를 더 악화시켜왔다. 구체성이 없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 이후 사태 수습에 터무니없이 적은 1000억원대 지원, 그마저도 600억원은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이다. 홈플러스는 사모펀드로부터 600억원의 대출을 받으면서 10%의 이자를 내야
04.14
87체제 이후 벌써 두번째 대통령 파면을 경험하면서 적절한 때에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절실히 깨닫는다. 시대 흐름과 국민의 요구를 ‘언제, 누구를’ 통해 발현시키느냐의 문제다. 탄핵정국이 끝나고 조기대선 일정이 시작됐다. 당분간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탄핵의 강’ 논란이 중심이 될 것 같은데, 출마자 면면을 보자면 ‘정말 선거로 이길 생각이 있는 정당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은 경선보다는 본선 이후 준비가 얼마나 충실한가가 더 중요해 보인다. 정권교체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차기 경쟁에서 앞서는 상황이 꽤 오래 지속되는 영향이 크다. 탄핵정국을 매듭짓는다는 의미에서 다음정부는 국민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출발하는 정권이길 기대한다. 아직도 승복하지 못하는 ‘반탄’ 주장을 억제하고, 통상외교 위기 국면을 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국정동력을 확보하는 과제다. 1987년 대선 이후 과반 득표 당선자가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
04.11
윤석열 전 대통령은 왜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을까. 솔직히 아직도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세간의 구구한 억측과 달리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이었다. 비상계엄 당일 현장을 지켜봤던 국민들은 파면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재판관들은 변론을 끝내고도 38일이 돼서야 결론을 내놓았다. 현직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는 만큼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고심한 끝에 내놓은 것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대통령 파면이 가져올 파장을 최소화할 ‘완결된’ 결정문을 내놓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30여년을 법률가로 살아온 8명의 재판관들이 모두 동일한 탄핵인용 의견을 낸 것은 그만큼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성향의 재판관으로, 윤 전 대통령 지지자
04.10
“벤처생태계가 한계에 봉착했다. 위기다.” 최근에 만난 벤처기업인들의 우려다. 단순히 개별 벤처기업의 사업평가가 아니다. 한국경제를 재도약시킬 동력의 상실을 걱정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한국경제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 일어난 ‘제1 벤처붐’은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9년 시작된 ‘제2 벤처붐’도 코로나 대유행을 극복하는 힘이 됐다. 2021년에는 벤처버블 이후 코스닥지수 1000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실제 벤처생태계 규모는 크게 확대됐다. 벤처기업은 1998년 2042개에서 2023년 4만81개로 20배다. 투자조합은 같은 기간 12개에서 72배 늘어난 859개다. 벤처펀드 신규결성액도 825억원에서 12조7627억원으로 155배 확대됐다. 하지만 벤처생태계 성장은 2021년을 기점으로 꺾였다. 2024년 창업기업(118만2905개)은 2016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적었다. 창업의 질을 보여주는 기술기반 창업도 4년 연속 감
04.09
서울 영등포구가 개최하는 ‘2025년 여의도 봄꽃축제’가 시작된 8일 정오. 시각장애인 12명이 ‘특별한 나들이’에 나섰다. 만개한 봄꽃을 즐기는 시민들 대열에 합류한 참이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꽃을 즐기나”라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주민들은 눈 대신 귀와 손 혀끝으로 축제를 만끽했다. 영등포구는 주민들이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통해 축제를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봄꽃을 만지고 거리공연을 듣고 샌드위치를 맛보는 식이다. ‘봄꽃 동행 팸투어’는 축제 마지막날까지 매일 정오에 진행된다. 58명이 동반자와 함께 방문하고 해설사 10명이 동행해 축제를 즐기도록 돕는다. 민선 8기 들어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나들이를 선보이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노원구는 일찌감치 장애 아동·청소년과 가족 활동보조인까지 눈썰매장에 초청했다. 보호자 등이 희망한 행사였다. 눈썰매장 마감에 앞서 하루를 통째로 내줬다. 지난 겨울에는 중랑구와 도봉구도 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한 눈썰매장을 하루 운영했다
04.08
4일 대통령 윤석열이 파면되면서 123일 동안의 극심한 국가적 혼란에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그 사이 환율은 폭등하고, 소비는 침체하고, 중소상공인들은 부도위기에 직면했다. 국론은 분열되고 국격은 추락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에도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체질화된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인공지능 시대 도래, 기후위기 등 대전환의 위기에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비상구조차 없애버렸다. 그나마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결정으로 이제 겨우 숨통이 트인 상태다. 지금같은 전환기적 복합위기에는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등 새로운 노동질서를 만들어 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원로학자인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전환기적 복합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형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중견국가에 머무느냐의 기로에 섰다”고 진단한다.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도 “지금은 추격형에서 선도형 혁신으로 구조적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현재의 위기를 극
04.07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를 앞두고 대부분의 정치부 기자들은 인용과 기각의 경우를 나눠 기사를 준비했을 것이다.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에 대해선 경우의 수에 대비한 기사를 써두는 게 기자의 일이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로서 나 역시 기각과 인용 시 각각의 정치적 여파와 이후 상황을 가정한 기사를 썼다. 기각 시에는 가까스로 복귀한 대통령의 ‘살 길’이 과연 있을지 고민했고, 인용 시에는 스스로 파국을 자초한 대통령에 대해 썼다. 두 기사를 쓰는 내내 궁금했던 것은 하나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까?’ 역대급 위기를 자초한 그는 국민에게 사과할까. 이번만큼은 정말, 진심어린 사과를 할까. 대통령의 사과가 왜 그리 고프냐고 묻는다면 12.3비상계엄 이후 나라와 국민이 겪은 일을 돌아보라 말하고 싶다. 황당무계한 계엄령 탓에 환율은 폭등하고, 내수는 줄고, 국격은 떨어졌다. 찬탄과 반탄의 극단으로 국민은 갈라졌고, 초유의 법원 침탈, 현직 대통령의
04.04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2025년 부동산금융의 부실을 예고한다. 모두가 비웃었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라잔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원인을 여러가지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금융권의 과도한 인센티브(성과급) 제도였다. 거액의 성과급을 한번에 주는 조치는 기업 실적 증대라는 효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과도한 성과급으로 인한 소득격차가 대표적이지만 라잔은 성과급 지급 이후 벌어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금융회사에 재직하는 전문경영인은 속성상 재임중 외적성장에 집중한다. 단기성과에 급급해 불완전판매를 하거나 부실 상품의 위험을 소비자에 전가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라잔은 저서 ‘폴트라인’을 통해 금융회사 경영진의 성과급을 나눠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일부 기업들이 수용하면서 성과급 분할 지급을 도입했다. 한국도 성과급 이연지급제가 있다. 은행 고위층의 성과급을 여러해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성
04.03
시공능력평가 116위의 안강건설이 지난 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경기도 안산 성곡동 물류센터 시행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연대보증을 선 안강건설도 이에 휩쓸렸다. 안강건설은 지난해 매출 2333억원, 영업이익 4억606만원, 당기순이익은 11억1000만원으로 흑자를 냈다. 부채총계는 611억8710만원으로 부채비율은 157.5%다. 건설사 부채비율이 평균 200%를 넘는 것에 비하면 나름 안정된 기업으로 평가받은 곳이다. 이런 안강건설이 물류센터 시행사인 한승물류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상환 부담을 떠안으며 결국 법정관리행에 올라탔다. 한승물류는 사업 시행 과정에서 KB부동산신탁 등 대주단으로부터 830억원을 대출받으며 변제기일을 2024년 9월로 정했다. 준공 예정일인 2024년 3월이면 물류센터를 임차하거나 매각해 대출금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여겼다. 여기에 시공사인 안강건설이 책임준공 확약과 이에 따른 채무인수 약정, 연대보증으로 신용공여를 했다. 그리고 안
04.02
산림은 소유주에 따라 국유 공유 사유림 등으로 나뉜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산림면적은 630만㏊로 국토면적의 63% 정도다.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경북도의 산림면적은 전국의 20%인 129만㏊다. 경북도 산림을 보면 국·공유림은 29%이고 나머지는 사유림이다. 경북도의 산주는 총 33만1000명으로 전국 2위다. 대부분(80%)이 3㏊미만의 영세산주다. 대부분 지역 외에 거주한다. 치산녹화사업의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을지 모르지만 산림의 활용도는 갈수록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주 대부분이 재산증식 묘지 등 경영이외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분할상속이 거듭되면서 부재산주도 늘어나 산림경영여건은 악화되는 추세다. 산림보존과 활용을 고민하고 있는 사이 산림재난은 일상화 대형화 연중화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산불피해 면적은 2010년대 연간 857㏊에서 2020~2023년에는 8369㏊로 늘었다. 연간 건수도 1.3건에서 6건
03.31
역대 최악의 산불이다. 7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유례없는 재난에 전 국민이 놀람과 슬픔에 잠겼다. 거대양당 지도부는 앞 다퉈 영남 지역의 불에 탄 현장을 다녔다. 이재민과 방화 요원들의 손을 잡고 ‘빠른 복구와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서울 여의도로 올라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험한 말들만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2심 판결 전 유죄를 확신하듯 ‘승복’을 주문했지만, 판결 후 곧바로 불복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탄핵심판을 빨리 하라는 게 정쟁이냐”며 여당이 내민 손을 뿌리쳤다. 여의도의 160여배에 달하는 산과 살림을 태워버린 참혹한 재난에 대해서도 ‘예비비 말다툼’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2.3 내란사태를 놓고도 온도차가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대놓고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안에 전투헬기가 착륙했고 총을 든 무장군인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의사당 안으로 침투했다. 비상계엄을 위해 필요한 ‘유효한’ 국
03.28
‘선박 전쟁.’ 미국의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최근 발행한 보고서 제목이다. 거대한 선박을 뱃머리에서 촬영한 사진을 표지사진으로 채택해 ‘전쟁’을 냉혹한 이미지로 전달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군·민 융합’ 방식으로 2000년대 이후 20여년에 걸쳐 자국 조선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주문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 각국의 상품을 나르고(해운) 정보를 전달(해저케이블)하던 바다가 전쟁터로 변할 조짐이다. 중국 조선소는 상업과 군사 협력 정도에 따라 4단계로 입체적으로 조직됐다. 1단계는 국영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소속 조선소 중 해군 군함을 생산하는 곳, 2단계는 CSSC에서 상업용 선박을 건조하지만 군사 프로젝트와 밀접하게 연관해서 생산하는 곳, 3단계는 CSSC가 아닌 다른 국영기업이 소유한 조선소로 국가 안보에 따라 동원될 수 있는 곳, 4단계는 군사 관련 활동이 제한적인 민간 또는 외국 소유 조선소지만 중국의 규제를 받는 곳이다. 상
03.27
액상형 전자담배(액상전자담배)가 논란이다. 이 제품은 니코틴 용액과 희석제, 첨가물 등이 섞인 액상, 이른바 합성니코틴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원료 범위를 ‘연초의 잎’으로 한정한 현행 담배사업법에선 담배로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쇼핑몰이나 무인담배자판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문제는 합성니코틴이 천연니코틴과 같은 중독성이 있어 담배 대용품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금이 없어 가격이 저렴하고 냄새도 나지 않아 들킬 염려가 적어 청소년들 사이에도 인기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중1~고3)의 액상전자담배 사용률은 2018년 2.7%에서 2023년 3.1%로 늘었다. 또 액상형전자담배로 첫 흡연을 시작한 학생의 60% 이상이 현재 일반담배를 피는 것으로 확인됐다. 액상전자담배가 청소년이 흡연에 입문하는 통로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런 사정으로 국회에는 액상전자담배를 ‘법률상 담배’에 포함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10여
03.26
“친구 등 대인 관계 어려움으로 은둔 생활을 시작했어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다시 은둔하게 됐어요.”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6일 발표한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내용 중 일부다. 이번 조사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고립·은둔 청소년 현황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립·은둔 청소년 문제가 최근의 일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초반이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고 문제는 커져만 갔다. 2021년 고립·은둔 청소년 기획 취재를 위해 만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웠다. 직접 말을 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에 문자를 써서 소통하는(그것도 친밀감을 형성한 사람과만) 청소년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단기간의 취재로 이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한가지 사실은 분명했
03.25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대선 출마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출신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는 경기지사, 경선 후보였던 이낙연 전 총리는 전남지사 출신이고 국민의힘 경선 후보였던 원희룡 전 장관은 제주지사 출신이다. 김경수 김관용 김두관 김태호 손학규 안희정 양승조 등도 광역단체장 출신이다. 이들 광역단체장이 유력 대선 후보군에 포함된 것은 30년 축적된 지방자치의 효능감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하지만 현역 단체장들의 임기 중 출마는 한번쯤 고려해 봐야 한다.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과는 달리 오히려 지방자치 제도를 근본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자체장들의 대선 준비는 필연적으로 지방행정의 공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대선을 겨냥한 정치 활동이 본격화되면 지역 발전을 위한 중장기 행정은 표류하게 되고, 조기 사퇴하면 행정의 연속성도 훼손된다. 대선 출마를 결심한 단체장들이 단기적 정치효
03.24
정치인에게 성공이란, 승리란 무엇일까. 표와 권력을 얻는 것일까 아니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일까. 현재 우리 정치권을 보면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만드는 ‘지속되는 승리’보다는 당장의 권력에 도취한 ‘잠깐의 승리’에 치우쳐 있다. 찰나에 불과한 승리를 얻기 위해 정부는 행정권력을, 거대야당은 입법권력을 남용하는 중이다. ‘잠깐의 승리’에 취한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소추를 남발하고 있다. 21일 이 정부 들어 벌써 30번째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등 위헌 행위를 했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기로 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13건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정부 인사들의 위헌·위법 행위를 바로잡겠다며 추진한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서 판판이 깨지고 있다. 벌써 8건의 탄핵안이 기각돼 직무가 정지됐던 이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정부여당의 잘못을 심판하겠다는 명분은 자리를 잃고, 자신들의 정
03.21
소상공인의 삶이 악화일로다. 과열경쟁에 생산비용 상승,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은 탓이다. ‘벼랑끝’ ‘위기’ ‘죽을 맛’ 등이 소상공인을 상징하는 단어가 된 지 수년째다. 이는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폐업사업자는 98만6000명이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폐업자는 100만명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란우산공제 폐업공제금도 2019년 6042억원에서 2024년 1조3908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 비율은 19.8%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63년 통계집계 이후 처음이다. 최근 두달간 폐업한 자영업자가 20만명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중 금융기관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년 전보다 35% 증가한 15만5060명이었다. 이들이 갚지 못한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