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7
2026
지난 한 해 잇따랐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는 온 국민을 불안과 불편에 빠뜨렸다. 2324만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부터 전 국민의 약 65%에 달하는 3370만명의 구매 내역이 유출된 쿠팡, 그리고 롯데카드와 KT·LG유플러스까지 보안 사고의 파고는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유출 규모를 단순 합산해도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활동 인구 대부분이 피해 영향권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출기업·기관에 대한 제재는 사고의 규모와 빈도에 비례해 늘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인정보 유출로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2021년 약 15억원 수준에서 2025년 약 1580억원으로 100배 이상 폭증했다. 유출 건수 역시 누적 1억건을 훌쩍 넘어서며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올해 들어 관계부처들은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고 점검망을 촘촘히 하는 게 골자다. 1000만명 이상
04.16
애착을 가지고 이용하던 농협 축산물 온라인쇼핑몰 ‘라이블리’가 폐점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국 지역축협에서 정성스럽게 키운 한우와 한돈을 중간 유통없이 직판매해 고기를 좋아하는 충성고객층이 많은 플랫폼이다. 농협은 꽤 좋은 상품들을 확보하고 거래망을 갖추고 있다. 통조림 햄 뚝심을 생산판매하는 목우촌과 성능이 입증된 홍삼 한삼인도 농협 상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농협 상품이 민간에 뒤처지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농협개혁을 보면서 라이블리와 같은 작지만 강한 농협의 상품들이 왜 살아남지 못하는지 생각해본다. 농협은 사실상 복합기업으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경제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의 자산규모는 800조원대로 국내 대기업진단 중 5위권 이내에 든다. 그런데 농협의 근간이 되는 경제사업은 매년 적자다.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83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농협경제지주는 농민 조합원의 생산물을 비싼 가격에 사들여
04.15
6.3 지방선거가 49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당마다 후보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후보에 이어 광역·기초 지방의원 후보 공천이 곧 시작된다. 통상 공천절차는 면접(자격심사) 통과자 대상으로 적합도 여론조사를 통해 경선 진출 후보를 추린 뒤 권리당원 휴대전화 투표로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그런데 일반 유권자는 물론 당원들도 우리지역 후보가 누군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 출마자들은 TV토론회라도 하지만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 후보들은 그런 기회조차 거의 없다. 대신 이맘때면 모르는 번호로 ‘선거에 출마했다’고 알리는 문자 메시지만 쉬지 않고 전송된다. 현 선거제도에서 정당공천을 받지 않고 지방의원에 당선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재의 정당공천제도는 유권자인 당원들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밀실공천 금권공천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깜깜이 공천’이라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경기지역의 한 여
04.14
일반 국민에게 다소 생소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있다. 지방선거 등 선거제도 개편을 앞두고 국회가 신속히 논의하기 위해 구성하는 특별위원회다. 선거구 획정, 피선거권 나이 조정 등 선거 관련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 현재 구성은 민주당 9명, 국민의힘 8명, 조국혁신당 1명 등 모두 18명이다. 정개특위는 그동안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선거 때 자주 발표하는 여론조사 신고 의무 규정이나 여성 추천 의무화, 비례대표 정수 확정 등 선거와 관련된 굵직굵직한 성과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름값도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22대 국회 정개특위는 역대 정개특위 중 가장 늦게 출발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역대 정개특위는 지방선거를 평균 478일 앞두고 출범했으나 이번에는 불과 163일을 두고 만들었다. 늑장 출발을 하면서 공직선거법도 위반했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구 획정 시한은 지난해 12월 3일이다. 벌써 4개월째 직무 유기다. 헌법재
04.13
이재명 대통령의 소통방식은 이전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르다. 국무위원들의 난상토론을 생중계로 공개하고, 타운홀 미팅에선 개인민원부터 지역갈등 현안까지 도마 위에 올려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모은다. 페이스북, X(옛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 등 민감한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올리는가 하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아동들에게 답장을 하는 친근한 모습도 선보이며 그야말로 전방위 소통을 하고 있다. 국민이든 정치인이든 대통령 의중이 어느 쪽인지 고민할 필요 없이 국정 최고 책임자의 뜻을 곧바로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으니 효율성 투명성 면에선 분명 우월한 소통법이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이 X에 이스라엘 관련 2년 전 영상을 올린 후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한국 간 설전, 이 대통령을 옹호하는 여당 정치인과 비판하는 야당 정치인들의 어지러운 공방전을 보고 있자니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는 진리를 새삼 느끼게 된다.
04.10
중동전쟁으로 ‘에너지전환’ 시급성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기후위기’라는 먼 미래가 아닌 ‘에너지안보’라는 현재 요구에 좀 더 무게중심이 실렸다는 점이다. 에너지는 산업의 혈액과 같은 존재인 만큼 에너지 체제 전환은 새로운 산업 구조로의 혁신을 위한 타임라인도 함께 앞당긴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중동발 위기를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대한민국을 ‘녹색 제조 글로벌 3강’으로 도약시키겠다”고 화답했다. 문제는 ‘어떻게’다. 에너지안보 에너지위기를 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고질적으로 문제는 계속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바로 가격이 시장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구조로의 개혁이다. 최근 전기자동차 판매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에너지전환이 잘 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는
04.09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기관장 공석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이재명정부 주택공급확대의 중추 역할을 담당할 LH 사장 선임이 6개월 가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주택공급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LH는 최근 신임 사장 재공모에 들어갔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명의 후보를 추천했지만 모두 내부 출신 인사라는 점 때문에 반려됐다. LH 개혁위원회가 고강도 조직 혁신안을 준비 중인 마당에 내부 출신 인사는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공모에서 최종 임명까지 통상 2~3개월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새 사장 임명은 올 상반기 중에 마무리되지 못할 수도 있다. 전임 이한준 사장은 윤석열정부 시절인 2022년 11월 임명돼 임기 만료 약 3개월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사표가 수리되지 않다가 지난해 10월 30일 면직안이 재가됐고 그 후부터 공백상태다. 이재명정부는 지난해 9.7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
04.08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지방자치단체에는 말 그대로 특별법 전성시대가 열렸다. 이미 특별법 틀을 갖춘 강원과 전북은 이를 한층 강화한 형태의 특별법을 추진하거나 마련했고, 광주·전남은 행정통합 논의와 맞물려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를 마련했다. 제주 역시 특별법 재정비 논의가 이어지는 중이다. 6월 지방선거 이후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이 흐름은 당분간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유독 오랫동안 국회 문턱에 걸려 있는 법이 하나 있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 그것이다. 얼핏 들으면 파격적 특례를 담은 법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부산을 물류·금융·첨단산업의 남부권 거점으로 키우자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상당수 조문은 강행 규정보다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사실 이 법은 만능 해법이라기보다 부산을 국가 발전의 또 다른 축으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출발선에 더 가깝다. 시야를 조금 넓혀 보면 이 문제의식이 낯선 것만
04.07
금융감독원이 코스피200 기업의 심사·감리주기를 현재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회계심사·감리업무 기본방향에서 밝힌 내용이다. 시장 영향력이 큰 핵심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회계감리가 20년에 한번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회계부정 감시망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2016년 말 금감원은 상장회사의 회계감리주기를 줄이기 위해 2017년부터 중점감리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1927개 상장회사 중 금감원의 회계감리를 받은 회사는 4%인 77개에 불과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상장회사들은 20~25년에 한 번꼴로 회계감리를 받게 됐다. 금감원은 10년 전에도 감리주기를 10년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동안 목표만 되풀이했을 뿐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감리주기 단축을 위해서는 기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겠지만
04.06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활력을 증진하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틀이 되는 법령 중에는 과거의 통제중심적 사고에 갇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비영리법인 설립을 ‘허가’ 사항으로 묶어둔 제도다. 수년간 비법인 사단으로 활동하며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다수의 지원기관으로부터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던 시민활동가조차 비영리법인 설립 과정에서 주무관청의 ‘재량행정’ 벽에 가로막혔다. 정치 활동과는 무관한 단체임에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가 하면, 주무관청은 구체적인 기준금액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무작정 기본재산이 충분하지 않다며 설립서류를 수차례 반려했다. 현장의 전문성이 행정의 자의적 판단 앞에서 무력해진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YWCA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YWCA연합회는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전국 50개 지역YWCA를 독립법인화하는
04.03
우리나라 국민이 연간 사용하는 경상의료비가 2024년 213조1000억원(GDP 대비 8.4%, 잠정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의료비는 공적의무로 부담하는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과 민간보험 환자자부담 등 민간영역에서 지출하는 보건의료서비스, 재화 사용을 위해 국민전체가 연간 지출하는 총액을 말한다. 2023년 203조4000억원이었던 경상의료비는 1년 만에 10조원 늘어났다. 10년 전인 2015년 112조5000억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렇게 1인당 경상의료비는 연 412만1000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그것이 실제 국민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의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수명은 2022년 69.9세로 2018년 70.4세에 비해 오히려 0.5세 줄었다. 건강수명과 기대수명과의 격차는 2018년 12.3세에서 2022년 12.8세로 0.5세 더 벌어졌다. 소득수준별 건강수명 격차도 2022년 8.4세로
04.02
출범 6개월 만에 의결정족수를 갖췄다.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까지 포함하면 3년여 만이다. 하지만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 한구석이 비어있다. 대한민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얘기다. 방송미디어의 자유와 공공성·공익성, 표현의 자유와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과 책임을 생각하면 방미통위 정상화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사이 방송미디어 환경은 너무도 많이 변했다. 미국 빅테크 자본과 기술을 등에 업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넷플릭스 등)가 미디어 생태계를 장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규제공백 속에서 주요 방송사들은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정책 관심에서 멀어진 유료방송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은 숨넘어갈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의 대한민국 방송미디어 시장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을까. 그것은 정치권 상황이 너무 극명하게 위원회에 투영됐기 때문이다. 주요한 사안 하나하나마다 둘로 나뉘어 갈등했다. 그 갈등이 파국에 이르면서 3년
04.01
“저게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의심하면 징역이라는 건가?”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의심하면 징역이라는 얘기도 같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얘기를 듣다가 고개를 드니 ‘부정선거 의심하면 징역 10년’이라 쓰인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행인들은 “아직도 저러는 사람들이 있다”고 코웃음을 치면서도 “자꾸 저러면 또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우려한다. 6.3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다시 거리에서 ‘부정선거’ 현수막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혐중·부정선거’ 현수막 단속을 강화한다더니 ‘혐중’이 빠진 내용은 괜찮은가보다. 거리뿐 아니다. 누리소통망에서도 ‘이미 기표가 끝난 투표용지’ 사진이 다시 떠돌고 ‘카더라’로 채워진 영상에 ‘좋아요’가 줄을 잇는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물론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 각종 선거 업무를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건 기초지자체 공무원이다. 선거인 명부 작성부터 공보물 발송과 투·개표 등 전반에 걸쳐 이들 손길이 닿는다.
03.31
전국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이른바 보수·진보진영에서 ‘후보 단일화’가 한창이다. 민선 교육감은 민선 시·도지사와 함께 지방자치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왔다. 특히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 등 고등교육을 제외한 영유아 및 초중고 교육을 담당하는 핵심기관의 장으로 그 위상이 높아져 왔다. 전체적인 교육 틀은 중앙정부에서 짜지만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곳은 교육감과 산하 교육기관들이다. 애초 민선 교육감은 따로 선출된 교육위원회 소속 교육위원들만의 소수 간선제로 뽑았다. 이후 학교운영위원들로 선거인단을 늘였지만 간선제가 지닌 한계로 2006년 법개정을 거쳐 주민직선제로 전환됐다. 2007년 부산교육감 선거가 첫 주민 직접선거다. 교육감 선거는 정치 등 ‘외풍’을 차단한다는 취지에서 정당 공천이 배제돼 자연스레 교육단체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교총이나 전교조 출신들이 다수 출마한 배경이다. 그런데 시도지사 선거에 가려 누가 누군지 모르는 ‘묻지마’ 선거가 이어지다 보
03.30
최근 만난 국민의힘 출신 A는 ‘20년 야당론’을 대뜸 꺼냈다. 박근혜·윤석열정권 핵심부에서 일했던 A는 “보수정치는 상당기간 집권할 능력도 없겠지만, 집권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20년 정도 야당을 각오하면서 반성하고 쇄신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권력중독 증상을 참지 못하고 섣불리 재집권을 시도하면 진짜 ‘만년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촛불항쟁 후 내걸었던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떠올리게 하는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A가 펼친 ‘20년 야당론’의 골자는 이렇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겪은 보수정치는 반성과 쇄신 대신 아스팔트로 뛰쳐나가 분노를 표출하는 데 급급했다. 보수정치가 배출한 대통령이 왜 국정농단 주범으로 전락했는지, 보수정치는 왜 그의 일탈을 견제하지 못했는지 되돌아보지 않고 아스팔트에서 메아리 없는 함성만 내질렀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가 ‘외인부대’ 윤석열을 영입해 단숨에 정권탈환에 성공
03.27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 형사사법 시스템은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고, 공소 및 영장청구 기능만 남긴 이번 개편은 검찰 권한을 구조적으로 분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권력을 나누고 기관 간 견제구조를 만들자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 출발점은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공개 대화였다. 이 사건은 검찰조직의 권위적 구조와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사회적으로 드러낸 상징적 계기로 평가된다. 민주당정권은 그 이후 여러차례 검찰개혁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수사·기소분리라는 제도적 틀은 이제 마련됐다. 하지만 권한을 나누는 것만으로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현장에서는 벌써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사 지휘가 사라지고, 중수청의 수사개시 통보 규정도 빠지면서 수사 공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법률
03.26
최근 국제 에너지시장은 극심한 구조적 불안국면에 돌입했다. 중동전쟁은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안보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고조는 공급 차질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다. 과거 오일쇼크와 달리 현재 위기는 가격급등 자체보다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사실 지금의 국제유가는 물가상승률 등 실질가치를 고려할 때 과거 최고치보다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의 충격’이다. 에너지시장이 금융충격 물류재편 실물부족 수요파괴로 이어지는 단계적 위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질유 경쟁 심화와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구조적 타이트닝은 향후 에너지 패권경쟁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셰일혁명을 기반으로 원유와 LNG 수출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으며 이는 사실상 ‘신 에너지 독트린’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의 베네수엘
03.25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을 넘어 새로운 지방정부 모델을 시험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광역지방정부 통합이 제도적으로 실현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이제 관심은 통합 자체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정통합 논의가 주로 권한이양과 재정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통합 이후는 ‘운영 방식의 혁신’이 핵심과제가 되어야 한다. 특히 통합특별시는 기존 광역지방정부보다 더 큰 권한과 자원을 갖게 되는 만큼 이를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할 제도적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집중과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나 재정특례 확보에만 매몰될 경우 통합은 또 하나의 ‘이익배분 정치’로 귀결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전남과 정치권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두 가지 흐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시민참여를 통한 정책설계 시도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20조 시민공동체
03.24
전세계 중앙은행은 지금 진퇴양난에 빠졌다. 글로벌경제는 이미 두개의 전선에서 협공을 받던 차에 또 하나 추가됐다. 세개의 전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공급망 단절) △미중 전략경쟁(관세 충격) △중동전쟁(유가 급등)이다. 이들 전쟁은 모두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각국 중앙은행의 리더격인 미국 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관세 충격에서 상당한 규모와 지속기간을 갖는 에너지 충격까지 직면했다”며 “인플레 기대심리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도 전쟁의 여파를 주시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기존 3.85%에서 4.10%로 인상했다. 인플레 우려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평가다. 이런 혼돈의 와중에 한국은행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적임자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국장을 선택
03.23
이재명정부 출범 후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새로운 흐름을 ‘뉴이재명’이라고 부른다. 민주당 전통 지지층과 구분하기 위한 이름이다. 오랜 친밀감이나 동질감보다 정책적 효능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여론조사상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동의하고 호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그 중심이다. 뉴이재명 현상의 배경에는 이 대통령에 대한 60%대의 긍정평가가 자리한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에서 이 같은 현상은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 되고 막강한 정치적 힘을 갖는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민주당 권리당원 수가 급증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수는 경기·전남·광주·서울·전북 순이다. 전북의 경우 유권자 151만여명 가운데 민주당 권리당원만 20만명이 넘는다. 뉴이재명 이전에 친노·친문이 있었다. 정치팬덤으로 시작해 수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당의 주류로 성장했다. 어떻게든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려는 시도가 반복됐고, 민주당은 선거 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