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
2025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25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다. 이로써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 범위는 지난해 말 4.25~4.50%에서 3.50~3.75%로 낮아졌다. 연준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계하며 ‘데이터에 근거한 신중한 접근(data dependent)’을 강조하고 있지만 소비와 고용 흐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은 이미 완화 쪽으로 이동한 모습이다. 12월 FOMC 점도표에서 연준은 2026년에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것이라 했지만 미국 경제 상황에 따라서는 그 이상 내릴 확률도 높다. AI 투자에서 시작된 ‘3A 성장’ 구조 2025년 미국 경제는 수많은 경기침체 신호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2% 안팎의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 제조업 경기의 구조적 부진, 고용증가 폭 둔화와 실업률의 점진적 상승 등은 과거 경기 순환상 경기침체 국면의 전조로
12.12
서울 삼성동에 깐부치킨이 있다면 새너제이 베리에사에는 데니스(Denny’s)가 있다. 실리콘밸리를 이해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가정하자. 주된 탐구 대상은 시가총액 4조달러 기업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이다. 그를 알기 위해 착륙하고 어디부터 가야 할까. 시작점은 베리에사 로드 2484번지의 허름한 식당 ‘데니스’다. 우리로 치면 24시간 영업하는 분식집이나 다름없는 이 레스토랑은 엔비디아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미국문화 습득의 강의실 ‘데니스’ 식당 대만에서 태어난 젠슨 황은 1973년 10세 나이로 태국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온다. 오리건주에서 기숙학교를 다니던 그는 미국 문화를 흡수하기 위해 혹독한 10대 시절을 보낸다. 그의 맹렬하고 결단력 있는 성격은 청소년기 미국에 ‘동화’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데니스 시절이 이를 보여준다. 그는 15세에 데니스에서 설거지 담당으로 일을 시작했다. 철야 근무를 자처한
12.11
내년 6월 23일이면 영국의 유권자들이 3.8%p 차이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국민투표가 이뤄진 지 10년이 된다. 10년이 다가오는데도 브렉시트의 어두운 그림자가 영국 사회 곳곳에 길게 드리워져 있다. 브렉시트가 초래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인정하지 않는 극우세력들이 오히려 더 계속해서 세력을 확대해 왔다. 미국의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민간의 독립적인 싱크탱크로 유명하다. 각종 경제자료를 분석해 심층평가해 왔는데 지난달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큰 손실을 끼쳤음을 종합적으로 해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결론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5년이 지나 평가한 손실보다 10년이 경과하면서 발생한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이었다. 5년과 10년의 시간 경과를 두고 5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경제성장률과 무역 투자 등 각 분야에 미친 영향을 종합 비교했다는 의미가 있다. 일회성 분석이 아니다. 유럽연합(EU)에 잔류할 때와 비교해 연간 세수가 900억파운드 줄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12.10
러시아인은 북중러 3국의 국경이 맞닿은 두만강에 대해 ‘안개가 자욱한 강’을 연상한다. 러시아어 발음으로 ‘투만’은 ‘안개’를 뜻한다. 지정학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역인 데다가 다자협력의 미래마저 불투명했기에 묘하게 일치된 느낌을 준다. 그런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상황이 변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최우선 협력국으로 급부상하고,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중국과의 연대가 절실해지면서 초국경협력을 대표하는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러시아, 아태경제권으로의 통합 목표 1991년 두만강유역개발계획(TRADP)의 원년 회원국인 러시아에게 전략적 목표는 극동지역의 장기적 발전과 러시아의 아태지역 경제권으로의 효과적인 통합이었다. 러시아는 특히 철도 가스 전력 등 연해주 남부와 한반도를 연계하는 메가프로젝트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참여국간 이해관계의 충돌로 지금껏 실행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중국 주도의 GTI로 격상(2005)되어
12.09
9월 트럼프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지금까지 석달 동안 마약 수송선으로 의심되는 23척의 선박이 격침되었고 최소 8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마약 소탕을 위해 베네수엘라 본토 공격까지 가능하다며 군사행동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전쟁범죄’ 논란 미군은 9월 2일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국적 선박을 격침시켰다. 당국은 이 배가 미국에 불법 마약을 공급하는 밀매조직 소속이며, 이를 타격한 군사작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11월 28일 워싱턴포스트(WP)의 단독보도에 의하면 이날 선박이 피격된 후 두명의 선원이 전복된 배에 매달려 생존해 있었다. 미군은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전원 사살” 지시에 따라 이 생존자들을 추가 공격해 죽였다고 위싱턴포스트는 폭로했다. 기사는 난파된 선박 생존자에 대한 공격은 ‘전쟁 범죄’이며 연루된 사람들이 향후 기소될 수 있다
12.08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나를 죽이지 않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고통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더 큰 가능성으로 이끄는 연료라는 것이었다. 니체의 이 말을 입증한 것은 독일경제였다. 독일은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 패전과 함께 잿더미로 변했지만 전후 40여년 만에 세계경제 4강으로 부상했다. 독일은 최근까지 세계 제조업의 챔프였다. 메르세데스·BMW·폭스바겐이 자동차 기술의 정점을 찍고, 보쉬·ZF·콘티넨탈이 수천개 부품 생태계를 지탱하는 동안, 지멘스·크루프·트룬프는 기계·전기·공작기계 분야에서 세계 표준을 만들었다. BASF와 바이어는 화학·소재 혁신의 원천이었고, 독일산 공작기계와 산업설비는 정밀 그 자체로 통했다. 독일경제, “날개없는 추락” 1993년 유럽연합(EU) 출범 이후 독일은 줄곧 유럽 경제의 중심축이었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EU 전체 GDP의 22~25%에 달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서 2010년
12.0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는 올해 세계경제에 대해 ‘회복력 있는 성장이 돋보였으나 취약성도 함께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행정부가 촉발한 무역장벽 강화로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경제는 예상보다 높은 회복력을 보였지만, 회복 이면에는 위기로 번질 수 있는 균열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회복력 보였지만 취약성 증가한 세계경제 이러한 이중적 경향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곳은 바로 미국이다. 겉으로 보자면 미국은 2025년 전세계를 이끄는 거의 유일한 성장엔진처럼 보였다. 연말까지 예상되는 미국 실질 GDP 성장률은 2%로 OECD 6월 전망치였던 1.6%보다 0.4%p 상향 조정되었을 만큼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경제를 떠받치는 각종 지표들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흔들림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우선 위기는 노동시장에서 가장 먼저 감지됐다. 올해 10월 미국
12.04
지난달 중순, 캄보디아 프놈펜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공식적으로는 민간 차원의 트랙2 회의였지만 다수의 아세안 고위인사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해 사실상 ‘트랙 1.5’의 성격을 띠었다. 회의는 비교적 차분했지만 지역 정세 변화 속 아세안의 전략적 고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는 여러차례 방문했던 곳이라 익숙했지만 최근 일부 한국 청년들이 온라인 사기에 연루된 사건 이후 치안 우려가 커져 이번에는 호텔 밖 외출을 자제했다. 대신 객실에서 메콩강과 프놈펜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과거 공관 근무 시절을 떠올렸다. 그러던 중 동행한 MZ세대 일행에게 “캄보디아의 대표 특산품은 후추”라고 말하니 모두 관심을 보였고, 심포지엄 종료 후 짧은 시간 동안 인근 이온몰(AEON Mall)을 찾았다. 그러나 필자의 관심은 쇼핑이 아닌 ‘관찰’에 가까웠다. 일본 대형 유통기업 AEON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전략—현지 소득·취향·구매력에 맞춘 생산·판매 구조—이
12.03
레조낙:반도체 화학소재 전문기업 레조낙(Resonac Corporation)이라는 회사명은 ‘공명하다’ ‘울려퍼지다’라는 뜻의 레저네이트(RESONATE)와 화학(CHEMISTRY)의 ‘C’를 조합한 것이다. 기능성 화학 및 소재 전문 기업으로 반도체·전자재료, 모빌리티 부품, 기능 소재, 기초화학품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화학의 힘으로 사회를 바꾼다”라는 미션을 가지고 다양한 사회 과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래는 히타치 그룹의 대표적인 기업이었으나 현재는 히타치 그룹에서 분리되었다. 2023년 1월에는 쇼와전공과 쇼와전공머티어리얼이 통합되어 레조낙이라는 사명으로 새로 출범했으며, 이를 ‘제2의 창업’으로 보고 있다. 이 통합을 통해 양사의 강점인 반도체와 소재가 결합되어,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폭넓은 기술력과 제품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능성 화학메이커가 되겠다는 장기비전 2030을 수립하고, 이 비전을 달성
12.02
트럼프행정부는 지난 10월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원자로 도입을 위한 800억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여러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연방정부, 웨스팅하우스, 브룩필드 자산운용, 우라늄 연료 공급업체 카메코가 참여하는 파트너십으로 구성되며, 웨스팅하우스는 현재 브룩필드와 카메코가 공동 소유하고 있다. 원전 4배로 늘리는 트럼프정부 행정명령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5월, 향후 25년간 대형 원자로와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건설을 가속해 원자력 발전을 4배로 늘리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규모 원전 확장 계획은 여전히 논란이 많다. 지난 1년간 전력망에 추가된 전력의 약 90%가 풍력·태양광·배터리에서 나올 만큼 재생에너지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비판자들은 신형 원자로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비싸고, 800억달러가 어떻게 사용되며 누가 부담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웨스팅하우스도 구체적
12.01
지난달 26일 일본 국회에서 자민당 총재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야당 대표간 ‘당수 토론’이 열렸다. 제1야당 대표인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총리 취임이후) 엔화가치와 국채가격의 약세가 시작됐다”며 “2022년 영국의 ‘트러스쇼크’와 같다”고 지적했다. 일본 엔화는 최근 달러당 157엔대까지 상승했다.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이후 달러당 10엔이나 급등했다. 10년물 국채금리도 1.815%까지 치솟아 중국 국채 금리를 웃돌았다. 초장기 채권인 40년물은 3.745%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어떻게 시장을 안정시킬까 2022년 9월 당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취임과 함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과거 50년내 최대’ 규모의 감세안은 영국 파운드화 폭락과 채권금리 폭등으로 이어져 금융시장 발작을 불러왔다. 이른바 ‘트러스쇼크’로 불리는 금융시장 혼란으로 트러스는 취임 44일 만에 불명예 퇴임하면서 영국 역사상 가장 단명 총
11.28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에게 달리기 경주를 시켰다. 멀찍이 과일 바구니를 하나 놓아 두었다. 과일 바구니까지 가장 먼저 달려가는 아이가 이를 독차지하도록 했다.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누구도 먼저 뛰어 나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나란히 손을 잡고 달렸다. 함께 결승점에 도착한 아이들은 사이좋게 과일을 나누어 먹었다. 학자는 놀란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왜 아무도 혼자 달리지 않았지?” “우분투(Ubuntu)! 우리가 있어야 내가 있으니까요.” 아프리카 반투족 말인 ‘우분투’는 아프리카 공동체의 연대와 공생, 배려를 담고 있다. 또 다른 아프리카 속담인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말과도 통하는 말이다. “우분투 정신으로 함께 번영” 세계 40여개국 정상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우분투’를 결의했다.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정상들은 “우리는 우분투의
11.27
이재명 대통령의 숨가쁜 중동 정상외교가 지난주 펼쳐졌다. 남아공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계기에 아랍에미리트를 필두로 이집트와 튀르키예를 연이어 방문하는 강행군이었다. 카이로대학 연설에서는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연결(Network) 교육(Education) 등 다섯가지 비전의 머리글자로 구성된 중동정책 구상을 밝혔다. 이른바 SHINE 구상이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걸프 3개국 순방 때 발표된 ‘한중동 미래협력 구상’을 더욱 구체화한 내용이다. 그만큼 시대의 변화는 빠르고 협력의 의제도 달라졌다. 우연이겠지만 이번에 방문한 세 나라는 각기 다른 묘한 상징성이 있다. 문명의 시원(始原) 고대 제국의 후예 이집트, 지중해 패권을 장악했던 중세 오스만 제국의 후예 튀르키예와 1971년 건국한 신생국으로 번영의 업적을 이룬 현대국가 아랍에미리트는 서로 무척 다르다. 고대와 중세, 그리고 현대를 아우른다. 2차대전 이후 냉전기
11.26
‘“우루과이 인구는 350만명입니다. 그런데 2700만 켤레의 신발을 수입합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만들고 고통스럽게 일합니다. 인류는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지며 더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리는 호세 무히카 우르과이 전 대통령의 말이다. 제30차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끝났다. 올해 30번째 COP은 아마존의 관문인 브라질 베렘에서 열려 큰 기대를 모았다. 아마존은 매년 수십억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지구의 핵심 탄소 흡수원이다. 지구 생명다양성의 상징이고 원주민 공동체를 비롯해 수백만명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마존이 점점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아마존 열대우림이 탄소를 저장하는 대신 배출하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올해는 파리협정 10년이 되는 해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11.25
자유민주국의 중추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정치권력이 격변하고 있다. 절대권력 중국 시진핑과 러시아 푸틴, 이에 연민하는 트럼프에 대한 반동일 수 있다. 지난 11월 4일 개최된 미국 주지사·시장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압승했다. 또 ‘위기의 유럽공동체(EU)’의 중심국가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온건 좌우파 정당이 쇠퇴하고 강경우파가 득세하고 있다. 자유진영에 가장 영향력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고, 아이러니하게 미국에서 그에 대한 반동으로 급진 좌파가 승리했다. 유럽에서 그를 닮아가는 강경우파가 권력을 잡아가고 있다. 전자로 뉴욕·시애틀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와 케이티 윌슨, 후자는 독일 AfD의 알리스 바이델, 영국개혁당의 나이젤 패러지, 프랑스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 등이다. 유럽의 극우들은 모두 트럼프를 모델로 반이민에 민족주의 포퓰리즘을 추구한다. 거대담론보다 생활정치 공약이 승리 자유민주국가에 ‘선거 승리법칙’이 있다. 3가지로 시대정신
11.24
미국의 국제개발처(USAID) 규모 축소 이후 후속탄이 아프리카 대륙에 투하되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재정 효율성을 내세워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을 폐지했다. 2025년 9월 30일 미국의 AGOA이 연장 없이 종료되면서 국제 무역질서에 균열이 생겼다. 이는 미국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전략적 영향력의 닻을 스스로 거둬들인 사건이며, 그로 인해 생긴 거대한 힘의 공백을 차지하려는 강대국들의 ‘새로운 경쟁’을 알리는 서막이다. 강대국들의 ‘새로운 경쟁’ 알리는 서막 AGOA는 지난 25년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0여개국에 미국 시장을 무관세로 개방해주며 산업화의 발판을 마련해준 ‘특혜 무역법’이었다. 그런데 AGOA의 종료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아프리카 영향력 약화를 예고한다. 그동안 아프리카 국가들은 섬유 의류 자동차부품 등을 미국으로 무관세 수출하며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 기반을 확충해 왔다
11.21
마크 카니 캐나다총리는 지난 10월 ‘국방투자청(Defence Investment Agency, DIA)’을 설립하고, 캐나다왕립은행(RBC)과 골드만삭스 등에 일했던 덕 구즈만을 초대 청장으로 임명했다.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부장관은 “투자청은 군수품과 무기 조달방식을 전문화할 것”이라며 “수행할 여러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첫번째는 잠수함 사업”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잠수함 사업은 국가 역사상 가장 큰 해외조달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계약 규모는 유지보수를 포함하면 약 1000억달러(약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 이 사업에는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5개국 업체가 관심을 보였지만, DIA는 잠수함 건조를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 방위산업체 티센크루프(TKMS) 두 곳에만 발송했다. 최종 후보가 좁혀진 것이다. 제안서 마감일은 내년 3월 2일로 알려졌으나 캐나다해군 안에서는 올해 안이라도 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20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국제법에 비춰 주권국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총체적 침략은 불법적인 행동이며 국제사회에서 평화의 규범과 원칙을 추구하는 유럽연합(EU)은 대륙에서 이런 행동을 방관할 수 없다는 관점이다. 따라서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서 400만명에 달하는 전쟁 피난민을 대거 수용하고 경제적 지원을 결정하는 한편, 러시아에 대해서는 다양한 제재를 펴왔다. 대표적인 조치로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등 자원 수입을 대폭 줄였다. 전쟁이 4년째 접어든 가운데 지난 9월 EU는 러시아에 대해 제19차 제재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러 자금 이용한 우크라 지원 목소리 커져 최근 들어 유럽은 더 강경하고 극단적인 수단을 강구하는 중이다. 러시아는 전쟁을 시작할 당시 유럽 벨기에에 있는 유로클리어(Euroclear)라는 금융기관에 1930억유로의 자금을 유치해 두고 있었다. 유
11.19
서로 닮은 점이 많은 반면 다른 점도 많은 이웃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청년들의 모습만큼 서로 다른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가 경험한 에피소드부터 소개하자. 일본의 대학에는 ‘제미’라는 게 있다. ‘세미나’를 뜻하는 독일어 ‘제미나르’에서 따온 것으로 2학년이나 3학년 때부터 자기가 지도 받고 싶은 특정 교수 밑에 학생들이 모여 연구 발표 토론을 하는 이른바 소수정예식 수업이다. 필자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국립대학의 경우 한 학년에 10명 정도가 참가했었다. 일본 학생이 다수이나 한국이나 중국 유학생도 있었다. 제미에서 보여주는 한국 유학생들의 발표력과 토론력은 빼어나다. 일본 학생들이 혀를 내두르며 닮고 싶다고 할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이다. 필자가 있던 대학은 제미 4학년 때 졸업논문을 쓰도록 되어 있었는데, 논문계획서를 작성하는 단계에 이르자 버벅거리는 한국 유학생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침착하게 연구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11.18
중국이 최근 고비사막 한복판에서 차세대 토륨 원자로 실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물 한방울 없는 지역에서 원전을 가동한 것은 세계 최초로, 기존 우라늄 원전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 연구팀은 750℃가 넘는 용융염 속에 토륨 연료를 녹인 채 중성자를 쏘아 토륨이 핵분열 가능한 우라늄-233으로 바뀌는 과정을 확인했다. 마치 뜨거운 소금물 안에서 연료가 스스로 변환되는 식이다. 이번 실험장치에는 전기를 만드는 터빈도, 거대한 원자로 건물도, 기존 원전에 필수적인 고압 냉각수 시스템도 없었다. 그저 연구소 안 작은 플랫폼에 불과했으나 채굴 우라늄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도 전기와 산업용 열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원자로 계열이 현실성이 있음을 실증했다. 하지만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토륨을 넣으면 우라늄-233이 만들어지고, 그 우라늄이 다시 에너지를 내면서 새로운 토륨을 우라늄으로 바꾸는 ‘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