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가시권 안에 들어온 mRNA 기반 암 백신
mRNA 기반 암 백신 개발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암 백신은 암이 애초에 생기지 않도록 한다기보다는, 암 수술 후 재발과 사망 위험성을 낮춰 환자의 상태를 개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로 유명한 머크와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가 힘을 합쳐 임상 중인 흑색종 대상 암 백신이 대표적이다. 해당 암 백신은 이미 임상 2상 시험에서 재발이나 사망 위험성을 44% 가량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으며, 지난 7월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 암 백신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흑색종 하나를 대상으로 하지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암이 차츰 더 늘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흑색종에서 성공한 방식을 다른 다양한 암에 고스란히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암 백신은 코로나19 백신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마찬가지로 암 백신도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무장시키는 형태로 작동한다.
코로나 백신과 암 백신의 차이는
물론 코로나19 백신과 암 백신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애초에 우리 몸에 있던 것이 아니니 이를 잘 공격할 수 있도록 백신을 제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암세포는 원래 우리 몸에 있던 세포로부터 유래했기 때문에 정상세포랑 비슷하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 암 백신을 잘못 설계하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도 공격해 망가뜨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니 정상세포는 공격하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면역세포를 훈련시켜야 한다. 정상세포에는 없지만 암세포에게만 있는 항원을 공격하도록 암 백신을 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상세포에는 없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암세포에만 생겨난 항원을 신항원(neoantigen)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신항원은 암세포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유전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원인으로 생겨날 수 있다. 최근 개발된 암 백신은 바로 이 신항원을 표적으로 삼도록 면역세포를 자극한다.
신항원은 유전자 비교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수술이 끝나면 수술 과정에서 제거된 종양 및 정상조직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비교하고, 이러한 유전자 중 신항원 후보를 골라낸다. 그후 이러한 신항원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mRNA 기반 암 백신을 생산한다. 이 암 백신이 몸에 주입되면 면역세포는 이제 신항원을 지닌 세포를 공격할 준비를 갖추고 온몸을 떠돌며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다시 말해 암 수술 이후 몸 속에 남아있는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막아 재발과 사망 위험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항원을 찾아내고 이를 대상으로 암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는 다양한 암을 대상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뒤에도 재발하고 전이되는 암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유전자를 고도화된 새로운 분석기법으로 연구함으로써, 기존에 확인할 수 없었던 다양한 유전자와 그로부터 형성되는 신항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최근 기술이 계속 발전한 덕분에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유전자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을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서는 유전자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DNA 지역이 신항원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술을 다양한 암에 적용해 대량의 자료를 생산하고 분석한다면 온갖 암세포의 신항원 정보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다양한 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기술 덕분에 암 극복도 가까워져
이처럼 코로나19를 거치며 개발된 mRNA 기반 백신은 이제 암의 재발과 전이를 막아내는 길을 열고 있다. 백신, 면역항암제, 유전자 분석 기법 등 온갖 지식이 맞닿는 접점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탄생하고 발전한 덕분이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암과 같이 복잡한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고, 그렇기에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아있다. 모쪼록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시작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연구를 향한 지원이 계속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