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5
2024
올 들어 국내외 언론 모두 중국경제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사실 중국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7월까지의 경제수치들을 보면 중국경제가 일시적인 침체에 빠진 것을 넘어 장기적인 ‘중진국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든다.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세 축인 수출 소비 투자를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시원한 모습이 없다. 우선 수출부문(상품교역기준)을 보면 지난해 감소에서 벗어나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4% 증가에 그쳐 여전히 활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소비 역시 탄력을 잃은 모습이다. 7월까지 소매판매액 기준으로 3.5%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의 두자릿수 증가는 어렵지만 적어도 7~8%대의 증가세를 보이지 않으면 중국의 5%대 경제성장도 장담하기 쉽지 않다. 그동안 소비가 부진하면 이를 보충하면서 경제성장의 효자 역할을 하였던 고정자산투자 역시 3.6% 증가에 그쳤다. 부동산투자가 10%나 감소하면서 장기간 끝 모를 추락을 계속하고
08.29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세계경제가 힘들어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2000년 세계의 7.1%에서 2023년 31%로 커진 데다 무역흑자까지 2022년 8760억달러, 2023년 870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세계가 중국상품을 포용할 여력이 줄어들었다. 미국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4월 “중국이 너무 커져 세계 나머지 국가들이 그 막대한 생산능력을 흡수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스스로 추진하던 철강 석탄 등의 과잉생산 해소를 위한 공급측 개혁 노력이 주춤하고 최근에는 과잉생산된 전기차 태양광 밧데리 등 신제품을 밀어내 세계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이 부동산 침체와 민간경제의 위축으로 인해 중국내 내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공급의 축소가 아닌 과잉생산에 집착하는 것은 중국경제의 구조적 원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중국내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연간 성장목표의 달성에 수출제조업 육성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8월 초 중국경제
08.22
지난 7월 3중전회(중국공산당 20기 3차 전원회의)에서 제도형개방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와 대외투자 관리체제 개혁을 심화시킬 것을 제시한 바 있다. 8월 19일 중국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는 ‘고수준 개방으로 서비스 무역의 고품질 발전을 할 데 관한 의견’과 네거티브 리스트 2024년판이라 할 수 있는 ‘외국인투자 진입 특별 관리조치’를 통과시켜 서비스무역의 개방과 외국인투자 진입 제한에 대한 완화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을 보면 서비스 무역은 높은 수준 대외개방의 중요한 일환으로 인재자본 기술 및 데이터 등 요소의 국경 간 이동을 촉진하고 금융 자문 설계 인증 등 전문화 서비스의 국제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제조업영역의 외국인투자 진입 제한조치를 전면 폐지하고 통신 교육 의료 등 서비스 영역 개방을 추진하며 비니지스 환경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의 입국 거주, 의료, 결제 등 생활 편리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전자결제, 디지털화, 빅데이터 이용
08.08
‘차이나 리스크’ 경보는 지난 30여년 간 수없이 울렸다. 본래는 과도한 중국 의존의 위험을 경고하는 경제용어지만, 점차 외교안보 차원의 위험성까지 망라하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그 실체에 대한 인식은 극명하게 나뉘고 과장되기 십상이다. 차이나 리스크는 세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첫째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중국식 발전모델의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것이고, 둘째 너무 빠른 경제발전이 경착륙으로 이어져 주변국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까 불안하다는 것이며, 셋째는 정치적으로 강대국이 된 중국의 근육자랑과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행보가 위험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차이나 리스크’ 담론은 부동산 붕괴론, 지방 채무폭탄론 등과 함께 중진국 함정, ‘피크 차이나(Peak China)’로 논란의 폭을 넓혔고, 안보 면에서는 ‘투키디데스 함정’, 문명충돌론, ‘샤프 파워(sharp-power)’, 전랑(戰狼)외교 등으로 확산되었다. 그 논란의 배경에는 혐중(嫌中)정서에 편승한 매파
08.01
지난 7월 18일 중국 공산당 20기 3차 중앙위원 전체회의(3중전회)가 막을 내렸다. 1억명의 당원 중에서 선발된 199명의 중앙위원과 165명의 후보위원들이 참석한 이 회의를 통해 ‘2029년’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설정됐다. 그런데 동시에 새롭지 않은 일련의 정책들이 반복되면서 왜 굳이 3중전회를 개최했느냐는 물음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은 시진핑이 연임을 확정한 이후 3중전회의 위상이 변했다는 것이다. 본래 3중전회는 당대회를 통해 새로 구성된 당 지도부가 스스로의 종합적인 정책비전을 펼쳐 보이는 회의였다. 덩샤오핑이 부활한 1978년 11기 3중전회부터 시진핑 지도부의 개혁 청사진을 소개한 2013년 18기 3중전회까지 이 전통이 지켜졌다. 연도별 루틴을 설명하면 이렇다. 당대회가 5년을 주기로 2, 7년 가을에 열린다. 당대회 직후 그해 연말과 다음해 연초에 걸쳐 1중전회와 2중전회가 열린다. 여기서 당과 정부의 인선을 확정짓는다.
07.25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확정하고 경선 강령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추천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남아 있지만 이번 대선은 사실상 트럼프 대 해리스 대결로 압축됐다. 현재 중미 간의 전략적 경쟁이 날로 치열해짐에 따라 미 대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현재 미 공화당과 민주당은 대중국 인식에 있어서 많은 공통점이 보이고 있다. 그런만큼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중미 간의 구조적 모순은 쉽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제 중미관계는 그 어느 한차례의 미 대선 결과나 새로운 대통령 취임에 따라 바뀌는 것이 아니라 기나긴 역사적 안목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서 중국의 대미인식뿐만 아니라 경제건설에 관한 논의와 정책 방향이 보다 중요하게 됐다. 중국은 2035년의 사회주의 현대화 기본 실현, 2049년의 사회주의 현대화강국 건설 등 자체의 발전 목
07.18
15일 발표된 상반기 중국의 경제성적표는 기대치를 밑도는 수치였다. 1분기 5.3%, 2분기 4.7%로 상반기 5.0%의 성장에 그쳤다. 수년간의 통계를 보면 일반적으로 2분기 수치가 1분기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상반기 부진으로 중국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기는 무리다. 그러나 부진한 소비와 투자 등 주요 부문의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경제가 하반기에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소비 투자 모두 4% 이하의 낮은 증가율을 보여 중국경제의 내수기반 안정적 성장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소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상반기 소매총액 증가율은 3.7%에 그쳐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소비침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제조업분야 투자가 살아났지만 부동산투자의 지속적인 감소로 3.9% 증가에 그쳤다. 중국경제에 20%가량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되는 부동산투자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상반기에
07.11
작년 하반기에 열려야 했던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7월 15일 개최된다. 중국경제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가 당원들에게 정책에 대한 어떤 비판도 하지 말도록 한 것은 여전히 내부적으로 혼선이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경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실질적으로 이끌어간다. 시 주석은 2022년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1960년대 소련의 기술통제에도 불구하고 양탄일성(원자폭탄 수소폭탄 인공위성)의 개발에 성공했으며 미국의 대중기술통제도 결국 실패할 것이라 했다. 중국이 양탄일성의 과학기술 성취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반은 침체되어 1978년 개혁개방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과학기술의 도약과 경제의 침체가 병존하는 지금의 중국 상황에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신산업의 성장과 같은 물질적 토대의 강화만으로는 경제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기 힘들기 때문이다.
07.04
지난달 푸틴 방북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었다. 조약 제4조에 군사원조 항목을 두고 있어 1996년 폐기된 ‘조소 우호조약’의 군사동맹이 사실상 복원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원 결정에 “UN헌장 51조와 양측의 법에 준하여”라는 조건을 두고 있어 ‘자동 군사개입’의 구속력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한반도에서 북러 결탁과 한미일 안보동맹 사이의 신냉전구도가 매우 선명해졌다. 새 조약이 김정은의 ‘두 개 국가론’에 뒷배 역할과 함께 고립된 북한의 모험주의를 자극할 우려도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러북 간 양자 교류”의 문제라며 거리를 두었고, 서울 개최 한중 외교안보대화에 참석한 쑨웨이동(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은 “러북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견제성 발언으로 해석될 근거를 남겼다. 한편 환구시보는 두보(杜甫)의 시를 인용해(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때
06.27
시진핑 집권 이후 사회주의 국가주의 색채가 강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일견 옳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조금 긴 시간의 눈으로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공간적으로 오늘날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그렇다. 시간적으로 보면 시진핑은 ‘강한 후진타오’ 첫째, 시간적으로 살펴보면 시진핑의 방향전환은 후진타오 2기(2008~2012)의 연속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후진타오까지는 개방적이었는데 시진핑들어 폐쇄적이 된 것이 아니라 후진타오의 두번째 집권기부터 이미 오늘날과 같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었다. 사실 중국 공산당의 정책 변화를 묻는 올바른 질문은 “시진핑이 사회주의적이냐?”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으로 돌진하던 중국의 개혁이 언제부터 방향을 전환했는가?”이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선부론 – 먼저 부자가 될 사람은 되라 – 에 따라 개혁개방을 실시했고, 그 당연한 결과로 부자가 된 사람과 뒤쳐진 사람이 발생하게 된다. 이 구조를 더 강화한 것이 장쩌민-주룽지 지도부(1993~2
06.20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했다. 2022년 발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국제정세가 복잡해진 가운데 북러관계 변화가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회담 내용이 공개된 것은 없지만 푸틴 방북의 배경적 함의를 살펴보면 이번 정상회담과 한반도 지정학적 구도 변화를 들여다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전개된 북러간 관계 변화는 상호적인 전략적 지지와 실무적 협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러시아에 전략적 정치적 지지를 보냈다. 예컨대 2023년 1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러시아와 항상 한 전호(참호)에 서있을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6월 임천일 외무부상은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와의 면담에서 러시아 지도부가 내리는 임의의 선택과 결정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후 북러간 교류가 빈번해졌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으며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평양 방
06.13
1분기 중국경제는 예상보다 높은 5.3%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서방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 GDP 수치만 증가했을 뿐 세부항목별로는 별다른 개선사항이 보이지 않았다. 중국통계국이나 해관총서 상무부 재정부 등 통계를 살펴봐도 개선된 지표를 찾기가 어렵다. 여전히 높은 실업률, 공급과잉에 따른 물량 공세와 낮은 수준에서 배회하는 소비자물가, 큰 폭으로 가라앉고 있는 부동산 투자와 판매 등 중국경제 회복세가 불안하다는 신호는 많다. 중국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모를 리가 없다. 중국정부는 지난 3월 초 국무원 공문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 소비회복을 위해 실시했던 가전제품의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확대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구환신은 간단히 말해 중고제품을 교체해 신제품을 구매할 경우 정부에서 대금의 10~15% 정도의 구매금액(또는 일정액)을 지원해 소비를 촉진하는 제도다. 2009년에 상당한 소비촉진 효과를 봤던 이구환신 카드를 중국정부가 15년 만에 다시 빼든 것이다
05.30
대선을 앞둔 미국이 선거전략으로 대중무역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과학기술과 전략산업의 핵심을 장악해 중국의 기세가 꺾이고 있으며 대중무역규제 확산과 중국내부의 구조적 내수부진 등으로 중국경제가 피크를 지나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 이러한 중국의 ‘경제적 피크론’이 결코 중국의 ‘지정학적 피크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싱가포르연구소의 동남아 여론주도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아세안이 미국과 중국 중 어디를 편들 것인가’에 대해 50.5%가 중국을, 49.5%가 미국을 택했다. 미국의 대중국우위론이 중국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희망적 사고’에 그칠 우려가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미중 전략경쟁은 양자에서 진영으로 대결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주도 권위주의진영은 다양한 이념과 발전수준의 차이를 가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민주진영은 가치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자국 이익 집착으로 인한 분열과 갈등으로 반서구진영의 도전에
05.23
5월 중순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6년 반 만에 베이징을 방문했다. 2022년 8월 박 진 장관이 칭다오 방문 1년 9개월 후에 이루어졌다. 지난해 연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방한에 대한 답방이기도 하다. 5월 말 서울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중 외교당국 간의 최종조율이라고 할 수 있다. 양 장관은 회담에서 한국에서 열릴 9차 한중일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가기로 합의했다. 한중일 3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약 20%, 경제규모는 세계 GDP의 25%, 세계 교역량의 20%를 차지한다. 3국 협력체제는 동북아지역에서 유일하게 역할을 발휘하고 있는 지역협력체제다. 2019년 12월 청두에서 개최된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코로나19 사태, 한일관계 악화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3국 정상회의가 4년 동안 개최되지 못했다. 3국 정상회의 재개는 한중일 협력 회복 및 지속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
05.16
북중 수교 75주년 및 ‘우호의 해’를 맞아 자오러지(趙樂際)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지난 4월 평양을 방문했다. 최근 북러 밀착에 대한 견제 목적이라는 시각이 있었지만 그러한 성과는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양측 논조에 온도 차이를 보였다. 북한의 반응은 냉담하기까지 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인민일보는 자오 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에서 실무적인 상호이익과 공동이익 수호를 강조하고 “발전 연계 강화”를 희망했다고 밝혔지만 노동신문은 양측의 관심사 및 중요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만 보도했다. 중국은 일방적 시혜가 아닌 공동이익을 나누는 호혜관계의 틀 속에서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DI) 전략을 북한에 적용한다는 시그널을 보냈지만 북한은 불편한 심기로 관련 내용 공표를 기피한 것으로 보인다. 호혜 협력과 공동이익 수호는 중국 주변국외교의 기본원칙이다. 그런 점에서 중-북 사이에 특수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국가관계’ 적용을 둘러싼 미묘한 냉기가 묻어
05.09
올해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신질(新質)생산력’이란 용어가 부상했다. 지난해 가을 처음 언급된 이 용어는 올해 업무계획 중 맨 앞자리를 차지하면서 누가 봐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한자(漢字) 없이 우리 말만 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 용어는 아직 우리나라에 통일된 번역어가 없다. 신화통신 한국어판에서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이라 하고, 인민일보 한국어판에서는 ‘신질생산력’이라 한 적이 있으며, 우리나라 일부 언론에서는 ‘신품질 생산력’이라 부른다. 이 칼럼에서는 일단 ‘신질 생산력’이라 부르기로 한다. 생산력이라는 마르크스주의적 개념이 개혁개방 이후에 부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삼개대표(三個代表)론에서 ‘선진(先進)생산력’이란 이름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선진생산력의 함의는 생산력 발전을 추동하는 자본가 혹은 기업가 계층을 지칭한 것이었다. 장쩌민으로 대표되는 제3세대 중국 지도부는 덩샤오핑(鄧小平)
05.02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5.3%를 기록했다. 5%대의 높은 실업률,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이는 물가수준, 다소 낮은 4%대 소비증가, 지속적 부동산 투자 감소로 인한 투자부진, 달러화 기준 1.5% 증가에 그친 대외무역, 유입금액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외자유치 등 불리한 여건에서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생산이 6.7%의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5%대의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의 70%에 달하는 경제규모와 전세계 제조업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며 중진국 상위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은 질적 경제성장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 핵심은 산업발전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에서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 New Productive Forces)’이란 단어가 유행어가 됐다. 중국경제가 지향하는 고품질 발전을 이루려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생산력의 새로운 질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 단어는 지난해 9월 시진핑 주석
04.25
한국 젊은이들의 깊은 사랑을 받아왔던 판다 푸바오가 양국 협약에 따라 귀국하게 되면서 세간의 높은 관심을 샀다. 2020년 한국에서 태어난 푸바오의 귀국 길은 중국 언론에서도 보도되었고 특히 ‘푸바오 할부지’의 진심어린 푸바오 사랑은 중국 네티즌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었다. 얼어붙은 한중관계에 오랜만에 봄빛이 스며드는 느낌이라 할까. 국제 우호의 사절, 판다 판다는 중국에서만 생존하고 있는 희귀종 동물이다. 2024년 현재 1900여 마리에 불과하고, 이 중 해외 10여 개국에 50여 마리 정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판다는 중국에 있어서 국보로 여겨진다. 신중국 수립 이후에야 판다에 대한 체계적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판다의 생존환경 악화되고, 세계적으로 멸종위기 동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의 판다 해외 기증은 현재 임대형식으로 전환되었다. 그 심사 절차도 많이 까다로워졌다. 냉전시기 중미관계
04.18
최근 침체를 보이는 중국경제가 성장동력을 회복할 내구력이 있는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을 여러차례 오가면서 공항 상가 관광지의 한산한 모습에서 경기가 좋지 않음은 체감했다. 한편으로 알리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이 가성비 높은 중국제품으로 한국시장을 위협하거나 로봇청소기 태블릿 키보드 등 중국제 일상제품의 우수한 성능을 보면서 중국경제가 탄탄한 내성을 갖추었음을 실감한다. 중국의 최근 경기침체는 제로코로나 정책의 후유증이 크다. 중국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코로나 3년을 견디느라 저축을 사용했다고 했다. 기업도 가동제한으로 매출손실을 겪었고 노동자는 소득이 감소하는 등 리바운딩을 부추길 소비여력이 없었다. 특히 성장의 25% 이상 견인하던 부동산시장 붕괴를 예방하는 뒤처리만으로도 최소 수년은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다. 대외경제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미중 전략경쟁 등으로 인해 작년 교역은 수출이 3조4000억달러로 4.6% 감소하고 수입은 2조5012억달러로 5.5% 감소
04.11
지난 3월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푸틴 대통령이 집권 5기 첫 해외활동으로 6월에 중국을 방문 예정이다. 시진핑 주석도 2023년 3월 집권 3기 첫 해외방문을 러시아로 선택했다. 당시 두 사람은 양국 관계가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공식적인 조약 동맹국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및 서방국가와 관계가 악화될수록 동병상련의 양국이 더욱 밀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성격에 대해서는 고도의 ‘전략 동반자’ 또는 필요에 따른 ‘이익공동체’라는 양론이 있다. 그렇다면 중러 협력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들의 밀월에는 어떤 이익 배분과 지정학이 작동하고 있을까. 지금의 국제 환경과 신냉전 구도에서는 협력 요인이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은 중러 밀착의 새 전환점이 되었고, 2019년에는 ‘신시대 전면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를 선포했다. 시진핑과 푸틴은 2012년 이후 39차례 만났다. 양국은 첨단기술 에너지 금융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