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 국내 ‘멋쟁이’는 못 잡았나

2024-02-15 13:00:01 게재

중국·해외 선전, 내수 부진

매출·영업익 예상치 밑돌아

‘잘나가던’ 중견 패션업체 F&F가 ‘멈칫’거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시장예상치(컨센선스)를 밑돌았을 정도다.

중국 등 나라밖 시장에서 선전했다. 그러나 내수시장 부진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해외 ‘패션피플’은 잡았지만 국내 ‘멋쟁이’는 놓친 꼴이다.

15일 패션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4분기 연결기준 F&F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4% 늘어난 3832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 전망치보다 3% 정도 적다. 이 기간 면세점 매출은 27% 줄었고 주력브랜드 MLB 역시 국내 매출이 13% 감소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따이공(중국 보따리상) 면세점 물량 조절과 국내 경기 둔화, 아웃도어 브랜드 경쟁 심화 등으로 대내외 환경 모두 악화하며 전체 매출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홍콩 212억원(+23%), 중국 2047억원(+69%) 등 해외에서 거둔 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급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증권사 전망치 1660억원보다 13% 줄어든 1440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기간 영업이익보다 8% 줄어든 수치다.

정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사업 관련 영업손실 50억원을 빼더라도 내수매출 감소와 마케팅비 증가 등으로 국내 영업마진율이 크게 하락한 점이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 비용은 전년 동기대비 국내에선 30억원, 중국에선 153억원씩 더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잠시 브레이크를 밟은 정도가 아니라 후진까지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F&F에 대해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지만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하향한다”면서 “목표주가 하향은 F&F 실적 전망치(가이던스) 하향에 따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F&F은 MLB 중국 출점 목표를 지난해보다 71개 늘어난 1200개 점포로 제시했다. 종전보다 크게 후퇴한 목표치다. 중국법인 매출 성장률 목표치도 당초 29%의 절반도 안되는 13% 수준에 불과하다. 이 연구원은 중국 내수 경기가 부진하기에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진 뒤 외형 확장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했다. F&F는 특히 주력 브랜드 MLB 면세매출 예상치를 ‘20% 감소’로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전체 면세산업이 지난해 낮은 기저효과 영향등으 로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괴리가 크다”며 “이 경우 브랜드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낳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고병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