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mRNA 기법' 노화극복 열쇠 될까

2023-10-24 00:00:01 게재
김 준 충남대 교수 생명시스템과학대학

모든 생물은 늙는다. 사람의 경우 피부는 푸석해지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거나 빠지며 관절이 쑤셔오기도 한다. 또 신체기능이 차츰 떨어지고 잔병치레가 늘어나며 심각한 병에 걸리거나 죽음에 이를 가능성도 점차 높아진다. 이런 현상을 '노화'라 부른다. 현재 전세계 노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이 노화라는 생명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점차 늘고 있다. 생물이 노화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떻게 늙고 병들어가는지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노화 연구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노화세포다. 사람 몸에 있는 모든 세포는 비슷한 속도로 늙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다고 온몸이 한번에 다 쑤시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은 피부가 먼저 생기를 잃고 어떤 사람은 허리가 먼저 아파오지 않던가. 이처럼 노화속도는 한 사람의 세포 사이에서도 차이가 난다. 어떤 세포는 다른 세포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손상을 입게 돼 더 빠르게 늙는다. 노화세포는 성장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는 상태에 접어든 세포를 말한다. 이러한 노화세포는 주변 세포를 늙게 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노화세포 제거 기술 상당부분 진전

노화세포는 그 자체로 늙은 세포인 동시에 주변 세포까지도 늙게 할 수 있어 훨씬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노화세포가 되면 이 세포는 자신이 망가졌음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신호분자를 내뿜는다. 주변 세포들이 모두 건강한 상황에서는 면역세포들이 이러한 신호분자를 인식하고 재빠르게 노화세포를 제거한다. 그러나 노화세포가 제때 제거되지 않았을 때 이런 노화세포는 자신을 없애달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주변에 뿜어댄다.

문제는 이러한 신호가 주변 세포까지도 망가뜨리는 스트레스 신호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화세포는 자신만 늙은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세포에게도 스트레스를 주며 조직을 점차 노화시킨다. 이러한 노화는 점차 퍼져나가며 처음 시작된 조직 뿐만 아니라 주변 조직까지도 늙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인근의 신체기능을 차츰 떨어뜨리며 본격적인 노화를 시작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화세포를 조기에 제압할 수 있다면 노화라는 현상, 늙고 병드는 현상 자체를 막아낼 수 있는 건 아닐까? 사실 노화세포만이 지닌 특징을 찾아 그 세포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인 세놀리틱(senolytic)들은 노화세포만 골라 세포에 내재된 자살 버튼을 눌러 죽게 하는 것이다. 실제 생쥐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에서는 세놀리틱을 처방해주면 노화세포가 제거되고 동물이 좀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한편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도 노화세포가 축적됐으며, 이러한 노화세포를 제거해주기만 해도 환자의 건강상태가 개선된다는 것이 보고되기도 했다. 노화세포는 실제 우리 몸을 늙게 하고 있으며 이를 제거함으로써 건강개선을 꾀할 수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어떤 연구자들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mRNA 백신 기법이나 다양한 면역세포 치료제를 활용해 노화세포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기법들은 현재 암 정복을 목표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암세포만이 지니고 있는 분자를 표적으로 삼아 면역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독특한 분자는 암세포만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화세포도 다른 형태의 특징적인 분자를 일부 지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유전체 기법 등을 활용해 노화세포만이 지닌 분자를 우리가 명확하게 규명해낼 수 있다면 마치 암세포를 제거하듯 노화세포를 제거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늙은 조직에 자리잡고 있는 노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건강을 개선시키거나, 새롭게 생겨나는 노화세포를 제때 제거하도록 도와 노화 자체를 예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 만들어질 수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인류의 염원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정도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개선될 것은 확실하다.

노화세포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분명 성과를 낼 것이다. 어쩌면 노화세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또는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는 시점에 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등장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계속해서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보다 건강한 삶이 우리에게 다가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