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정부 발표

100만명 심리상담·청년 2년마다 정신검진

2023-12-06 11:46:57 게재

'예방부터 회복까지' 일상 마음돌봄·중증환자 관리 … "인력·예산 확보 뒤따라야"

정신건강 예방에서 회복까지 일상 마음돌봄과 중증환자 관리 등 전주기 관리 방식으로 정책전환이라는 비전이 나왔다.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에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청년 정신건강검진을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등 정책 추진이 제시됐다. 관련해서 정책 추진에 필요한 인력 등 인프라와 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신 건강 혁신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정부는 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관련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1위 등 정신건강 지표에서 하위권에 머물려 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5.2명(OECD 평균 10.6명), 정신질환 진료자 수 411만명등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고립과 경제난 등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하지만 그간 정신건강 정책은 중증정신질환자 치료와 요양에 치우쳤다.

◆사전예방, 조기치료, 회복일상복귀 지원 = 정부는 우선 일상적 마음 돌봄 체계를 구축한다. 내년 정신건강 중·고위험군 8만명, 윤 대통령 임기 내 100만명 심리상담을 제공한다.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정서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국민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해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조기 치료한다. 정신건강 위험 신호를 조기에 알아챌 수 있도록 20∼34세 청년층의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우울증뿐 아니라 조현병·조울증도 검사하기로 했다. 결과에 따라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1600만명을 대상으로 마음 이해와 도움 요청·제공방법 등 자살예방 교육을 내년 7월부터 진행한다. 학생 직장인 등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자살예방인식개선 교육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서비스 제공자 대상으로 생명지킴이 교육을 실시한다.

자살 예방을 위한 신고·상담을 위한 전화번호는 내년부터 '109'로 통합·운영한다. 상담원을 현재 80명에서 내년 100명으로 늘란다. 통화보다 메시지를 선호하는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SNS 상담도 도입한다.

고용부는 직장 내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중대산업재해 경험자·감정 노동자를 위한 직업 트라우마센터도 올해 14곳에서 내년 23곳으로 확대한다. 전국 74개 고용센터는 실직자·구직자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극복 심리상담을 제공한다.

중증 정신질환 환자가 중단 없이 치료·관리 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갖추고 늘린다. 24시간 정신응급 현장에 출동 가능하도록 전국 17개 시도에 정신건강전문요원과 경찰관 합동 대응센터를 설치한다. 외상과 질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위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2025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고 정신응급병상 확보와 정보공유를 추진한다.

정신질환도 신체질환과 대등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확보한다. 내년 1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의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 등은 95% 인상해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높인다. 사법기관이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는 지자체장이 외래치료 지원을 결정하고 불응시 입원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외래치료 지원제'도 활성화한다.

◆당사자 가족이 치료 회복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실효 = 중증 정신질환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복지체계도 마련한다. 시군구별로 정신재활시설의 최소 설치기준을 마련하고 시설설치가 어려운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기반의 회복지원사업을 제공하도록 권고한다.

정신요양시설 입소 절차와 인력 기준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재활시설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한다. 입소자 전원(8000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적합한 시설로 재배치한다. 내년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특화 일자리와 매입임대주택 등 주거를 지원한다. 정신장애인 고용률을 2021년 10.9%에서 2030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대학 동아리, 정신질환자 홍보대사 등과 함께 '정신질환은 고칠 수 없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 등 편견을 해소하는 대국민 캠페인도 추진한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과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정신질환자를 위한 지역사회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정신장애인의 온전한 회복을 위한 주거 고용·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신건강 혁신방안에 대해 박종언 마인드포스트(당사자언론) 편집국장은 "정신장애인을 수용과 격리 위주로 바라보던 국가의 시선이 조금씩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의 삶을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다만 정부가 정신보건 분야의 예산을 확충하려는 의지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학과 교수는 "정신건강관리에는 인건비만 확보되면 많은 사안이 해결된다. 인프라 예산 확보에 힘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정신건강, 중독 트라우마도 강조돼야 한다"며 "당사자와 가족이 예방 치료 회복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정신건강정책이 실효성있게 추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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