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
2025
열역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며 기술의 시대적 역할을 고민하는 필자에게 수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물질이다. 수소는 어떤 물질보다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고, 무엇보다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태초부터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지구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해 오고 있는 수소를 화석연료 대안으로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20세기 초, 수소는 식량문제 해결 수단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버-보슈 공정으로 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만들어진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는 합성비료는 인류의 농업 대전환을 이끌었다. 그후 수소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자동차 매연 문제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도심 공해문제 해결을 위해 무공해 차량 의무판매 정책을 도입했고 2010년대 초반에 수소차가 이 정책의 핵심수단으로 떠오르자 도요타와 현대자동차는 투자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그후 시장의 판도는 급변했다.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수소차는 설 자리를 잃었다. 때마침 우리
11.26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당초 계획보다 하루 연장하며 지난주 말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치열한 논쟁 끝에 도출한 선언문에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화석연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담지 못했다.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지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완강한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현대 산업화의 근간이 되었던 화석연료와 단절을 선언하지 못하고 과거의 연장선에 머물겠다는 모습이었다. 물론 합의문에는 해수면 상승, 가뭄 등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현 수준의 약 3배로 늘리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행동의 ‘이행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자발적 이니셔티브를 운영하기로 한 것도 소중한 성과다. 그런데 이러한 수준의 합의문이 과연 인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후재앙이 현실인데 화
11.19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이같이 제시했다. 2021년 10월 문재인정부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를 제시한 데 이어 그 이후 5년 간의 목표에 13~21%p를 추가한 것이다. 지난 5년 간 탄소감축 실행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불확실하다. 이제 시작하는 계획이니 제도 마련과 실행계획이 초반부터 수행되지 않았을 터고, 감축량 또한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5년을 보내고 난 지금, 앞으로의 5년이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5년 후인 2030년 국가 NDC 목표인 40%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부의 목표 상향 발표는 국민들에게 이 정부의 탄소
11.12
지난 5월 말,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의 일이다. 한 경제지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가장 우려하는 대선 공약은 주 4.5일제’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20명에게 가장 우려되는 공약을 물었더니 7명이 주 4.5일제 도입을 꼽았다는 것이다. 만일 같은 질문을 노동이나 환경 분야 전문가들에게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필자 주변에는 기후위기와 노동의 기계화 대응수단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 5일 근무제는 주 6일제가 그랬던 것처럼 불변의 원칙이 아니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노동시간은 사회적 규범과 합의의 산물이었다. 주 5일 40시간 근무는 100년 전 자동차 조립라인의 근무 형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드가 주당 근무시간을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이후, 주 5일 근무는 하나의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 세기 동안 일하는 방식과 업무 규범, 노동자들
11.05
바이오산업, 바이오에탄올, 지속가능항공유(SAF), 동물 사료, 대체 단백질. 이 거대한 변화의 배후에는 하나의 작물이 있다. 옥수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자 현대 식품 시스템의 근간, 그리고 육식 문명의 토대를 만든 보이지 않는 동력이다. 이제 옥수수는 음식의 재료를 넘어 에너지와 첨단 바이오 소재를 떠받치는 산업자원으로 다시 정의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옥수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경쟁에 돌입했다. 미국 브라질 중국이 생산 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특히 브라질의 변화가 눈부시다. 콩 수확 이후 휴경하던 땅에 옥수수를 재배하는 이모작 체계, 이른바 샤프리냐 혁명을 통해 세계 옥수수 시장의 핵심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생산량의 40%를 바이오에탄올로 전환하면서도 막대한 잉여분을 수출하며 시장을 방어하고, 중국은 2021년부터 옥수수 생산이 쌀을 앞지르며 곡물 전략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다. 전쟁으로 흔들렸던 우크라이나까지 복귀하면 글로벌 공급량은 더 늘 것
10.29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다음달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진전의 원칙’에 따라 2030년 목표인 2018년 대비 40% 감축보다 더 강화된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 이미 제출한 목표조차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담은 상당하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6년간 온실가스를 12% 줄이는 데 그쳤다. 그것도 코로나19 팬데믹 도움을 받아서였다. 2030년까지 40% 감축을 이루려면 앞으로 5년간 이보다 두 배 이상인 28%를 더 줄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2035년 감축목표로 산업계의 48% 감축안부터 시민단체의 65% 감축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그간의 논의과정을 지켜보자니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산업계 주장과 인류 생존을 위해 획기적인 감축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절박함이 모두 안쓰럽다. 산업계는 과거세대, 시민단체는 미래세대의 볼모가 되어있는 모양새이다. 어쨌든 지금 분위기로는 2035년 감축목표는 60% 이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
10.22
최근 용인 국가반도체산단의 전력집중과 초고압 송전망 문제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송전망이 지나가는 전남 전북 충남 충북 경기 강원 곳곳에 주민 대책위원회가 꾸려질 만큼 갈등지역의 범위도 전국적이다. 이번 사안은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전환을 강조하며 출범한 이재명정부가 시민사회의 저항에 맞닥뜨린 첫 도전으로, 그 해결이 국정운영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정부의 역점사업인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산업에는 모두 새로운 전력망 구축이 필수불가결하고, 에너지고속도로는 이와 밀접한 정책 사업이다. 만일 에너지전환과 계통연결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재생에너지 기반의 미래성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견인할 강력한 동력을 얻으려면 정부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갈등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현명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먼저 현재의 전력망 추진 상황을 들여다보자. 정부는 지난 1일 제1차 국가기간
10.15
발전소와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배출권거래제 제2차 계획기간(2018-2020)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2016년 무렵, 필자는 기업들의 기후변화 전략을 수립하고 온실가스 규제 대응을 자문하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의 고객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철강회사였는데, 앞으로 규제가 어느 수준으로 강화될지 예측하고 이에 대한 사업장의 감축 기술을 발굴해서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요 임무였다. 여러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엔지니어를 인터뷰하고 그동안 내부에서 보고되지 않았던 감축기술을 발굴해서 향후 5년 간의 투자 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나름대로 보람있는 일이었다. 약 6개월의 기간이 걸렸고, CEO를 포함한 주요 임원들에게 컨설팅 결과물을 보고하는 일만 남았다. 현장을 돌아다니며 발굴한 성과를 보고하는 것이라 우리는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임원들의 첫 마디는 “정부가 규제 강화하면
10.01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UN) 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해 감축목표를 포함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11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 개최국인 브라질은 2035년까지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9~67% 감축하고 산림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U는 회원국간 잠정 동의안으로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66~72% 줄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역시 10년내 최고배출시점 대비 7~10% 감축을 약속했다. 이러한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의 근저에는 올해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글로벌 기후정책 변화의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2024년까지는 EU 및 미국 주도의 기후정책이 유사한 방향성 하에서 국제사회로 확산되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었는데, 올해부터는 각 국가별 정책목표에 따라 분절된 방향성 아래서 각자도생의 경
09.24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이미 시대적 과제가 된지 오래다. 대한민국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과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면이 바다라는 우리의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이나 태양광 대비 높은 이용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지닌다. 더구나 해상풍력 발전소의 평균 이용률은 약 22~50%로, 육상풍력(22%)이나 태양광(15%)보다 높다. 2030년까지 14GW 규모의 설비 보급 목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지난 3월 제정된 ‘해상풍력특별법’은 산업계 전반에 큰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업계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기저에는 기존 다른 에너지 기술들이 그랬듯 기술이 발전하고 경험과 규모가 축적되면 발전 단가가 하락해 경제성을 확보할 것이
09.17
지구의 역사는 생존과 멸종의 반복으로 점철되어 있다. 고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지난 46억년 동안 최소 다섯 차례의 지구 생물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4억4000만년 전 오르도비스기 말 해수면 급강하로 인한 빙하기, 데본기 후기의 수백만 년에 걸친 기후 변동과 해양 무산소 현상, 지구 최대의 대멸종인 2억5000년 전 페름기 말 화산활동과 메탄가스 분출로 인한 기온 폭등, 트라이아스기 말 화산활동과 온난화, 그리고 6600만년 전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사라진 사건까지, 모두 지구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질 때 벌어진 사건이었다. 지질학자들은 지금을 인류세라 부르기도 한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 지질과 생태계 전반을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시대라는 뜻이다. 화석연료로 쏟아낸 2조5000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 농도를 산업혁명 이전 약 280ppm에서 현재 420ppm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불과 200년 만에 지구 대기조성의 균형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09.10
9월에 들어서자 아침 저녁으로 시원해진 공기가 느껴지며 드디어 여름이 지나갔다는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올해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46일로 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세워 견디기 힘든 밤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부지방은 여전히 폭염주의보 소식이 뉴스에서 들리고, 200년에 한번 있을 법한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부실공사나 대응을 잘못해서 벌어진 인재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수준의 기상재난이 속출하고 있다. 즉, 기후위기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극한기상이 새로운 일상으로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그런데 올해 서울에서 열대야 일수가 매우 적은 지역도 있었다. 은평구와 관악구는 열대야 일수가 각각 7일과 8일로 열흘도 되지 않았다. 도심지역인 용산구나 영등포구의 1/6 수준이었는데 그 차이는 녹지 면적 비율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은평구와 관악구는 숲이 차지하는 면적이 50%를 넘지만 용산구와 영등포구는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이라서 대구와
09.03
방학 전 작성하는 방학기간 학습계획표는 항상 야심찬 목표로 가득하다. 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실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일간 주간 학습스케줄은 휴식없이 빡빡하게 채운다. 목표 달성 후를 상상하며 뿌듯해하기까지 한다. 학습계획표를 작성한 학생들 중 소수 만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고 성취를 한다. 그것은 그들이 목표에 대한 집념과 성실성이 높은 것도 있겠으나 실천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실행을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실천가능한 목표인지를 잘 알고 있는 학생들만이 그런 현실적 목표를 세운다. 또 다른 소수 학생들은 부모의 강요나 스스로의 욕심으로 인해 실제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운다. 예를 들면 영어사전의 단어를 방학 한달 만에 모두 암기하겠다는 것들이다. 이루기도 불가능하지만 그 방법의 효과성도 입증되지 않은 것들을 목표로 삼는다. 현재까지 제출된 226개 시군구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서를 보면 바로 그 방학 전 작성한 학습계획표를 생각나게 한다. 전국
08.27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 미국에서의 일이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공급도 불안정해졌다. 그 시절 자동차들은 ‘머슬카’라 불릴 만큼 덩치가 크고 기름도 많이 먹었다. 1975년 제럴드 포드 행정부가 대응책으로 꺼내든 것은 연비규제였다. 자동차 배출기준과 평균연비를 설정해 강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비 기준이 점점 높아지자 자동차 제작사들은 과감한 기술혁신에 나섰다. 알루미늄 복합소재를 사용해 차체를 경량화하고 엔진 배기량도 대폭 줄였다. 하이브리드 차와 전기차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몇몇 제작사는 전기차 몇 대만 판매해도 평균 연비가 확 좋아져 벌금을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때 ‘전기차는 규제 회피용 비밀병기’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연비규제 기준이 내연기관으로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거의 모든 제조사가 전기차 라인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연비규제가 결과적으로 전기차 시대의 문을 여는 가속 버튼이 된 셈이다. 규제는 단순히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08.20
21세기 세계 식량 공급망은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인류의 식량 시스템은 오랫동안 바다를 무대로 공고히 작동해왔다. 브라질의 콩과 미국의 옥수수는 초대형 선박에 실려 대양을 건너 유럽과 아시아로 향했고, 곡물무역의 90% 이상이 해상운송에 의존했다.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는 세계 식량 안보를 떠받치는 핵심 관문이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이 ‘해양시대’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기후변화는 북극의 빙하를 녹이고 있다. 인류에게는 재앙이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막혀있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러시아 북부를 따라 이어지는 북극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거리를 30~40% 줄여준다. 러시아는 흑해의 불안정성을 상쇄할 대안으로 북극항로를 통한 곡물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직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2035년까지 물동량을 2억톤으로 늘리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쇄빙선단과 항만 인프라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08.13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일상이 되었다. 올 여름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이 기록적인 불볕더위에 시달리는 가운데 전력수요는 연일 100GW를 넘나들고 있고, 전력 당국은 비상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이 와중에 태양광이 전력공급의 숨은 주역으로 떠올랐다. 7월 하순 기준으로 태양광은 하루 최대 전력수요의 약 20%를 담당하며 여유있는 공급 예비력 유지에 기여했다. 태양광은 이미 발전 설비용량 기준으로 연간 약 16%, 발전량 기준으로는 8~9%를 차지한다. 문제는 올 여름이 아닌 내년 봄이다. 일반적으로 봄철에는 전력수요가 30~40% 줄어드는 반면 태양광 발전량은 여전히 풍부한 일사량으로 인해 여름철과 유사하게 유지된다. 전체 전력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 때문에 원자력을 포함한 다른 경직성 전원의 비중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전력계통 운영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전체 전력망의 안정성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산업체 전력수요가 감소
08.06
이재명정부 들어 주민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그 가운데 크게 주목받는 부문 중 하나가 상생형 에너지전환의 해법으로 꼽히는 ‘영농형 태양광’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훼손 없이도 작물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촌경제 활성화와 기후위기 대응, 지역공동체 성장의 일석삼조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소멸위기를 겪는 농촌지역에서는 지속가능한 소득창출의 수단으로 환영받고 있다. 현장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이미 많은 마을이 영농형 태양광으로 적잖은 수익을 얻고 있다. 실례로 경남 함양 기동마을의 경우 100kW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 연간 임대수익이 400만원, 그리고 전력 판매 수익이 3000만원(2022년 기준)에 이른다. 이 수입은 다시 마을회관 운영, 도로 공사, 장학금 지급 등에 재투자돼 지역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좀 더 거시적으로 국가적 관점에서 볼 때도 영농형 태양광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
07.30
일부를 제외하면 개학을 앞두고 벼락치기로 여름방학 숙제를 했던 기억을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가장 고역은 일기쓰기였다. 방학 내내 놀기만 하다가 개학을 하루이틀 앞두고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지면 그제야 꾸역꾸역 내용을 창조해 냈던 기억이 난다.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일기장 한편에 적게 되어 있는 날씨 칸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을 할 수는 없으니 기억을 가물가물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꼼수는 꼼꼼한 선생님에게는 금방 들통났다. 신문과 일기장 날씨를 대조해 보고 거짓말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정부가 오는 9월까지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만들어서 유엔에 제출한다고 한다. 지금이 7월 말이니 한두 달 정도 작업해서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벼락치기도 이런 벼락치기가 없다. 몇개월 동안 모든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이면 곤란하다. 모든 벼락치기가 그렇듯이 내용도 부실하고, 앞뒤가 맞지 않을 것이 뻔
07.23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도입했다. CBAM이란 EU 역외에서 생산되는 대EU 수출품에 대해 EU 역내에서 EU 배출권거래제의 적용을 받고 생산되는 동일 상품이 부담하는 탄소가격과 동일한 비용을 ‘관세와 유사한 탄소국경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등 6가지 수입품에 대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7월1일 EU집행위원회는 CBAM 대상 제품 확대 및 우회 방지 대책을 위한 의견조회 절차도 개시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대서양 반대편인 미국에서도 지난 4월 ‘해외오염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 FPFA)’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 또한 미국산 제품보다 배출집약도가(제품톤당 CO₂배출량) 높은 수입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서 적용 대상 품목이 기존 6개(알루미늄 시멘트 철강
07.16
2025년 여름 세계는 말 그대로 ‘불타는 지구’를 체감하고 있다. 서울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7월 초중순 기온을 기록했고 이천은 40.2℃까지 치솟았다. 유럽은 더욱 참혹하다. 최근 유럽 12개 도시에서 최소 2300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탄소 1톤의 배출은 생명과 건강, 생산성, 에너지 비용, 재난 위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피해를 숫자로 다루는데 매우 인색하다. 탄소는 분명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지만 여전히 이를 ‘0원’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배출자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그 부담을 국민 전체와 미래세대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제시된 개념이 ‘사회적 탄소 비용(Social Cost of Carbon, SCC)’과 ‘탄소의 그림자 가격(Shadow Carbon Price)’이다. SCC는 탄소 1톤 배출이 국민에게 미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