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8
2026
절기는 단순한 날짜의 흐름이 아니라, 농경 사회에서 축적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빅데이터였다. 대한(大寒)은 ‘큰 추위’, 소한(小寒)은 ‘작은 추위’를 의미했다. 실제로 기상청 자료를 보면, 20세기 초반(1912~1940년)까지 대한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연중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하곤 했다. 그러나 기후 시스템이 변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 공식이 깨졌다. 소한이 대한보다 더 매서운 추위를 기록하는 빈도가 늘어났고, “소한 추위에 대한이 울고 간다”라는 속담이 과학적 사실로 굳어지는 듯했다. 동지를 지나 새해 벽두에 찾아오는 소한의 위세가 1월 하순의 대한을 압도하는, 즉 겨울의 정점이 앞당겨지는 추세가 나타났다. 그런데 올해, 우리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해지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1월 초,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 속에 반소매를 입으며 실종된 겨울을 운운했는데, 대한을 기점으로 시작된 기록적인 한파는 한반도를 냉동고처럼
01.21
토미 로빈슨은 잉글랜드 루턴시에서 루턴FC의 훌리건들과 함께 ‘잉글리시 디펜스 리그(English Defence League, EDL)’를 창설하고 반이슬람 활동을 하는 보수성향의 사회운동가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반이슬람 활동 때문이라기보다는 영국 주류언론과의 싸움의 덕이 더 컸다. 영국 주류언론은 그에게 극우 정치선동가라는 딱지를 붙여서 그의 주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려 했다. 그가 제기한 영국 내 이슬람 범죄 행위에 대한 경고를 다민족국가로서 영국의 질서를 무너뜨린다고 본 것이다. 반면 토미 로빈슨은 영국의 주류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면서 모든 인종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도하는 시위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가짜뉴스(Fake News)’다. 주류언론은 토미 로빈슨이 고등학교 졸업도 못한 기술견습생 출신으로 폭력과 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며 대중으로부터 그를 분리 해체시키고 싶어 했다. 토미 로빈슨은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활용해 집요하게 자신의
01.14
“2026년 한국의 첫 농업위성이 발사된다.” 이 짧은 문장 속에는 향후 10년 한국 농업의 성패가 담겨 있다. 기후위기로 농업생산은 요동치고 식탁물가의 진폭도 커졌다. ‘기후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그러나 농산물 수급 판단은 여전히 지난해의 경험과 현장의 감각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번 위성발사가 단순한 우주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농업 인공지능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농업 인공지능(AI) 정책을 냉정히 진단하자면 나무는 무성하되 숲은 보이지 않는 격이었다. 센서, 드론, 로봇, 온실 제어 알고리즘 등 이른바 기술자들의 인공지능은 넘쳐난다. 그러나 농업구조의 근본적인 개선, 기후 리스크 분산, 농가소득 안정, 그리고 직불제와 재해보험의 정밀화까지 꿰뚫어 보는 정책가의 인공지능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 스마트팜 보급 사업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현장에 고가의 장비는 깔렸지만 정작 그 데이터를 엮어 농정과 경영을
01.07
말의 기질은 예민하면서도 관대하다. 초원에서 진화한 말은 포식자에 민감한 신경계를 지녔고, 작은 소리와 움직임에도 즉각 반응한다. 동시에 신뢰가 형성되면 상대의 감정과 몸짓에 깊이 공명한다. 생태적으로 말은 땅과 바람의 동물이다. 발굽은 땅을 박차며 에너지를 만들고, 긴 다리와 폐는 바람과 속도를 자신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말은 자연 속에서 언제나 ‘흐름’을 상징해 왔다. 정지보다 이동, 고정보다 변화하는 생명을 상징한다. 올해는 기후,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 흥미로운 대비가 선명해지는 해가 될 것이다. 우선 미국 등의 정책후퇴 기조가 지속될지가 관심사다. 일부 국가에서는 유권자들이 탄소 규제비용 부담을 무겁게 체감하면서 기후정책 추진 정당에 대한 지지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분야에서 나타나는 ‘기후 피로감’은 실제 전환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작 경제와 기술 시스템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시대
12.31
2025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5년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였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이다. 올 한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대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연 초 폭설과 맹추위에도 수많은 국민이 거리에 나와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고, 6월엔 드디어 국민주권정부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부푼 기대에도 불구하고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무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세상의 변화가 녹록치 않음을 느끼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되짚어 볼 때 올 한해 가장 큰 변화와 과제를 동시에 남긴 부문 중 하나가 바로 기후⋅에너지 문제일 것이다. 이재명정부는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성장을 핵심기조로 삼고 기후와 에너지를 하나의 행정체제로 통합하는 등 적극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을 내세우며 대한민국 최초의 기후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지난 11월에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53~61%로 설정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도 2030년까지 100GW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
12.24
올해도 겨울 영화에 푹 빠져 있다. 캐롤과 하얀 눈으로 가득한 화면만으로도 관객에게 힐링이 되는 계절은 오직 겨울뿐이라서 마치 계절의 선물과도 같다. 그런데 지난 22일 기상청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만약 우리가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서울의 겨울이 현재 102일에서 12일로 줄어 드는 등 사계절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는 우리나라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NDC)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 감축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강화된 NDC 달성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사용하는데, 특히 주요 배출 부문인 전력부문과 산업부문의 감축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가 운영되고 있다. NDC강화는 곧 배출권거래제의 강화로 이어지는데, 지난달 확정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의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서 기업들이 무료로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총량을 줄여 탄소규제 강화를 공식적으로 구체화
12.17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이 내년 5월까지 마련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전력 수급의 안정성 확보와 더불어,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에 대한 전력 공급, 그리고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을 위한 설계도를 마련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수립 과정에서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 만드는 개방형 전기본’을 만들겠다고 방향을 밝혔다. 탄소중립 이행에서 ‘전기화’가 핵심 수단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전기본의 어깨가 무겁다. 본연의 목적인 안정적인 전력 공급뿐만 아니라 경제성 확보와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시스템 구축이라는 과제도 동시에 실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전력 설비 확대에 따른 주민 수용성 확보라는 네 번째 토끼도 잡아야 한다. 제12차 전기본은 지난 11월 이재명정부가 수립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뒷받침하는 첫 번째 법정 계획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2035 NDC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
12.10
“태양광은 그저 비싼 장난감일 뿐이다.” 1954년 미국 벨 연구소(Bell Labs)가 실리콘 태양전지를 세상에 처음 공개하며 작은 장난감 관람차를 돌려 보였을 때 쏟아진 반응은 경탄보다는 냉소에 가까웠다. 당시 1와트(W)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현재 가치로 수천달러에 달했기에 석탄과 석유가 헐값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그 시절 햇빛 발전은 ‘신기하지만 비싼 과학 실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 판도는 완전히 뒤집혔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신규 발전 설비의 약 86%가 재생에너지로 채워졌으며, 태양광과 풍력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주류로 등극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역사는 ‘학습곡선(Learning Curve)’을 뚜렷하게 증명한다. 초창기 6% 효율에 불과했던 태양전지는 누적 생산량이 두배가 될 때마다 가격이 약 20%씩 하락한다는 ‘스완슨의 법칙(Swanson’s Law)
12.03
열역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며 기술의 시대적 역할을 고민하는 필자에게 수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물질이다. 수소는 어떤 물질보다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고, 무엇보다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태초부터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지구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해 오고 있는 수소를 화석연료 대안으로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20세기 초, 수소는 식량문제 해결 수단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버-보슈 공정으로 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만들어진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는 합성비료는 인류의 농업 대전환을 이끌었다. 그후 수소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자동차 매연 문제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도심 공해문제 해결을 위해 무공해 차량 의무판매 정책을 도입했고 2010년대 초반에 수소차가 이 정책의 핵심수단으로 떠오르자 도요타와 현대자동차는 투자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그후 시장의 판도는 급변했다.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수소차는 설 자리를 잃었다. 때마침 우리
11.26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당초 계획보다 하루 연장하며 지난주 말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치열한 논쟁 끝에 도출한 선언문에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화석연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담지 못했다.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지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완강한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현대 산업화의 근간이 되었던 화석연료와 단절을 선언하지 못하고 과거의 연장선에 머물겠다는 모습이었다. 물론 합의문에는 해수면 상승, 가뭄 등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현 수준의 약 3배로 늘리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행동의 ‘이행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자발적 이니셔티브를 운영하기로 한 것도 소중한 성과다. 그런데 이러한 수준의 합의문이 과연 인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후재앙이 현실인데 화
11.19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이같이 제시했다. 2021년 10월 문재인정부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를 제시한 데 이어 그 이후 5년 간의 목표에 13~21%p를 추가한 것이다. 지난 5년 간 탄소감축 실행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불확실하다. 이제 시작하는 계획이니 제도 마련과 실행계획이 초반부터 수행되지 않았을 터고, 감축량 또한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5년을 보내고 난 지금, 앞으로의 5년이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5년 후인 2030년 국가 NDC 목표인 40%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부의 목표 상향 발표는 국민들에게 이 정부의 탄소
11.12
지난 5월 말,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의 일이다. 한 경제지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가장 우려하는 대선 공약은 주 4.5일제’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20명에게 가장 우려되는 공약을 물었더니 7명이 주 4.5일제 도입을 꼽았다는 것이다. 만일 같은 질문을 노동이나 환경 분야 전문가들에게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필자 주변에는 기후위기와 노동의 기계화 대응수단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 5일 근무제는 주 6일제가 그랬던 것처럼 불변의 원칙이 아니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노동시간은 사회적 규범과 합의의 산물이었다. 주 5일 40시간 근무는 100년 전 자동차 조립라인의 근무 형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드가 주당 근무시간을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이후, 주 5일 근무는 하나의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 세기 동안 일하는 방식과 업무 규범, 노동자들
11.05
바이오산업, 바이오에탄올, 지속가능항공유(SAF), 동물 사료, 대체 단백질. 이 거대한 변화의 배후에는 하나의 작물이 있다. 옥수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자 현대 식품 시스템의 근간, 그리고 육식 문명의 토대를 만든 보이지 않는 동력이다. 이제 옥수수는 음식의 재료를 넘어 에너지와 첨단 바이오 소재를 떠받치는 산업자원으로 다시 정의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옥수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경쟁에 돌입했다. 미국 브라질 중국이 생산 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특히 브라질의 변화가 눈부시다. 콩 수확 이후 휴경하던 땅에 옥수수를 재배하는 이모작 체계, 이른바 샤프리냐 혁명을 통해 세계 옥수수 시장의 핵심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생산량의 40%를 바이오에탄올로 전환하면서도 막대한 잉여분을 수출하며 시장을 방어하고, 중국은 2021년부터 옥수수 생산이 쌀을 앞지르며 곡물 전략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다. 전쟁으로 흔들렸던 우크라이나까지 복귀하면 글로벌 공급량은 더 늘 것
10.29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다음달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진전의 원칙’에 따라 2030년 목표인 2018년 대비 40% 감축보다 더 강화된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 이미 제출한 목표조차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담은 상당하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6년간 온실가스를 12% 줄이는 데 그쳤다. 그것도 코로나19 팬데믹 도움을 받아서였다. 2030년까지 40% 감축을 이루려면 앞으로 5년간 이보다 두 배 이상인 28%를 더 줄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2035년 감축목표로 산업계의 48% 감축안부터 시민단체의 65% 감축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그간의 논의과정을 지켜보자니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산업계 주장과 인류 생존을 위해 획기적인 감축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절박함이 모두 안쓰럽다. 산업계는 과거세대, 시민단체는 미래세대의 볼모가 되어있는 모양새이다. 어쨌든 지금 분위기로는 2035년 감축목표는 60% 이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
10.22
최근 용인 국가반도체산단의 전력집중과 초고압 송전망 문제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송전망이 지나가는 전남 전북 충남 충북 경기 강원 곳곳에 주민 대책위원회가 꾸려질 만큼 갈등지역의 범위도 전국적이다. 이번 사안은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전환을 강조하며 출범한 이재명정부가 시민사회의 저항에 맞닥뜨린 첫 도전으로, 그 해결이 국정운영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정부의 역점사업인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산업에는 모두 새로운 전력망 구축이 필수불가결하고, 에너지고속도로는 이와 밀접한 정책 사업이다. 만일 에너지전환과 계통연결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재생에너지 기반의 미래성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견인할 강력한 동력을 얻으려면 정부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갈등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현명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먼저 현재의 전력망 추진 상황을 들여다보자. 정부는 지난 1일 제1차 국가기간
10.15
발전소와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배출권거래제 제2차 계획기간(2018-2020)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2016년 무렵, 필자는 기업들의 기후변화 전략을 수립하고 온실가스 규제 대응을 자문하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의 고객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철강회사였는데, 앞으로 규제가 어느 수준으로 강화될지 예측하고 이에 대한 사업장의 감축 기술을 발굴해서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요 임무였다. 여러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엔지니어를 인터뷰하고 그동안 내부에서 보고되지 않았던 감축기술을 발굴해서 향후 5년 간의 투자 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나름대로 보람있는 일이었다. 약 6개월의 기간이 걸렸고, CEO를 포함한 주요 임원들에게 컨설팅 결과물을 보고하는 일만 남았다. 현장을 돌아다니며 발굴한 성과를 보고하는 것이라 우리는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임원들의 첫 마디는 “정부가 규제 강화하면
10.01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UN) 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해 감축목표를 포함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11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 개최국인 브라질은 2035년까지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9~67% 감축하고 산림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U는 회원국간 잠정 동의안으로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66~72% 줄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역시 10년내 최고배출시점 대비 7~10% 감축을 약속했다. 이러한 국가별 기후대응계획의 근저에는 올해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글로벌 기후정책 변화의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2024년까지는 EU 및 미국 주도의 기후정책이 유사한 방향성 하에서 국제사회로 확산되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었는데, 올해부터는 각 국가별 정책목표에 따라 분절된 방향성 아래서 각자도생의 경
09.24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이미 시대적 과제가 된지 오래다. 대한민국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과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면이 바다라는 우리의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이나 태양광 대비 높은 이용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지닌다. 더구나 해상풍력 발전소의 평균 이용률은 약 22~50%로, 육상풍력(22%)이나 태양광(15%)보다 높다. 2030년까지 14GW 규모의 설비 보급 목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지난 3월 제정된 ‘해상풍력특별법’은 산업계 전반에 큰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업계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기저에는 기존 다른 에너지 기술들이 그랬듯 기술이 발전하고 경험과 규모가 축적되면 발전 단가가 하락해 경제성을 확보할 것이
09.17
지구의 역사는 생존과 멸종의 반복으로 점철되어 있다. 고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지난 46억년 동안 최소 다섯 차례의 지구 생물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4억4000만년 전 오르도비스기 말 해수면 급강하로 인한 빙하기, 데본기 후기의 수백만 년에 걸친 기후 변동과 해양 무산소 현상, 지구 최대의 대멸종인 2억5000년 전 페름기 말 화산활동과 메탄가스 분출로 인한 기온 폭등, 트라이아스기 말 화산활동과 온난화, 그리고 6600만년 전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사라진 사건까지, 모두 지구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질 때 벌어진 사건이었다. 지질학자들은 지금을 인류세라 부르기도 한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 지질과 생태계 전반을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시대라는 뜻이다. 화석연료로 쏟아낸 2조5000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 농도를 산업혁명 이전 약 280ppm에서 현재 420ppm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불과 200년 만에 지구 대기조성의 균형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09.10
9월에 들어서자 아침 저녁으로 시원해진 공기가 느껴지며 드디어 여름이 지나갔다는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올해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46일로 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세워 견디기 힘든 밤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부지방은 여전히 폭염주의보 소식이 뉴스에서 들리고, 200년에 한번 있을 법한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부실공사나 대응을 잘못해서 벌어진 인재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수준의 기상재난이 속출하고 있다. 즉, 기후위기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극한기상이 새로운 일상으로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그런데 올해 서울에서 열대야 일수가 매우 적은 지역도 있었다. 은평구와 관악구는 열대야 일수가 각각 7일과 8일로 열흘도 되지 않았다. 도심지역인 용산구나 영등포구의 1/6 수준이었는데 그 차이는 녹지 면적 비율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은평구와 관악구는 숲이 차지하는 면적이 50%를 넘지만 용산구와 영등포구는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이라서 대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