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8
2026
전쟁은 생명을 파괴하는 가장 참혹한 행위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전쟁의 또 다른 얼굴을 점점 더 분명히 목도하고 있다. 그것은 지구환경과 기후에 남기는 전쟁의 파괴적인 흔적이다. 전쟁의 상처는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무너뜨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군사작전에 사용되는 무기와 연료는 대기와 물, 숲과 토양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파괴한다. 지금 중동과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개의 전쟁은 지구에 가해지는 가장 야만적인 파괴 행위가 바로 전쟁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전쟁은 ‘군사적 사건’이면서 동시에 대기 중 탄소농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기후사건’이기도 하다. 화석연료 시대의 무력충돌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탄소배출로 이어진다. 전투기와 군함, 탱크 등 무기체계 운용과 군수물자 수송은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집약적인 활동 가운데 하나다. 전투기 1대가 단 1시간 비행으로 배출하는 탄소는 일반 승용차가 700시간 넘게 운행하면서 내뿜는 양과 맞먹는다. 군대와 방위산업
03.11
미국의 대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모처럼 활기를 맞았던 국내 주식 장이 극심한 변동성에 휩싸이며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에 드리운 이러한 위기감은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지목되어온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도 그 원인이 있다. 한국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 에너지 집약산업의 비중,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에너지의 약 94%를 수입에 의존한다. 게다가 1차 에너지 소비량의 40%에 달하는 석유는 70% 정도를 중동에서 수입할 만큼 공급선이 편중된 구시대적 에너지 체제를 갖고 있다. 이번 중동 전쟁은 우리에게 화석에너지로부터의 탈피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이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확인된 바 있는 뼈저린 교훈이기도 하다. 2021년 초 약 18유로였던 유럽의 가스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03.04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시범사업 차원에서 시행해 온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한다. 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유럽연합(EU)으로 수출할 때 제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CBAM이 수입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징수하는 방법은 EU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행 중인 배출권거래제의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EU 배출권 가격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1월 15일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톤당 배출권 가격은 92유로였는데(2023년 8월 이후 최고치), 그로부터 한 달 후인 2월 25일 기준으로 72유로를 기록해 약 20% 하락했다. 현재 EU 집행위원회가 논의중인 EU 배출권거래제 완화 관련 불확실성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완화에는 배출권거래제 주요 대상이 전력에서 산업까지로 본격 확대됨에 따라 무상할당 기한 연장, 배출권 가격 인하,
02.25
인류 역사에서 2022년 11월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시대의 질서를 바꾼 상징적 순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되면서 우리는 정보화 시대를 넘어 ‘AI 전력 시대’로 진입했다. 이제 전력은 공장과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산을 통해 가치를 만드는 ‘디지털 산업’이 전력을 가장 빠르게 빨아들이는 새로운 수요 중심으로 떠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약 460TWh로 추정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6년에는 1000TWh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 규모에 맞먹는다. 불과 몇 년 사이 전세계 전력 지형을 흔드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한 것이다. 데이터센터의 비중은 아직 세계 전력 소비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증가 속도는 무섭다. IEA는 데이터센터가 2024년 기준으로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5% 수준에 이르렀다고 추정한다. 문제는 이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며 전력망의 여유를 급격히 소진시킨다는
02.11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공론화가 국회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에서 진행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가 그것이다. 2년 전, 헌법재판소가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이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올해 2월까지 국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공론화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우리가 어떻게 충실하게 이행할 것인지 논의하는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가 크다. 국회가 제시하는 일정이 턱없이 짧기 때문이다. 국회 기후특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공론화는 2월 초부터 3월 말까지 약 두 달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하고 핵심 질문을 설정하는 동시에, 300명의 시민대표단도 선발해서 학습과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작년에 진행되었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경우, 정부안 준비부터 최종 결정까지 약 2년의 기간이 소요되었
02.04
연탄의 기원은 19세기 말 일본 규슈 지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작과 목탄의 대용품으로 석탄에 구멍을 뚫어 사용한 것이 시초였으며, 20세기 초 수동식 제조기가 발명되면서 본격적으로 양산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 도입되었으나, 주로 산업용이나 일본인 거주지 위주로 사용되었다. 연탄이 서민의 삶으로 들어와 난방과 취사를 책임지는 국민 연료가 된 것은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극심한 연료 부족을 겪으면서부터였다. 연탄은 우리나라에 풍부했던 무연탄을 가루로 만들어 점토와 섞어 원통형으로 가공된 고형 연료이다. 연소 효율을 높이기 위해 뚫은 구멍의 개수에 따라 9공탄, 16공탄, 22공탄, 25공탄으로 나뉘었는데, 초기 대중화된 모델이 구멍이 9개짜리였기에 ‘구공탄’이 대명사처럼 굳어졌다. 1961년 정부가 규격을 19공탄으로 표준화하며 연탄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정착되었다. 1970년대 이후 화력을 높이기 위해 22공탄이 등장했음에도 대중은 여전히
01.28
절기는 단순한 날짜의 흐름이 아니라, 농경 사회에서 축적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빅데이터였다. 대한(大寒)은 ‘큰 추위’, 소한(小寒)은 ‘작은 추위’를 의미했다. 실제로 기상청 자료를 보면, 20세기 초반(1912~1940년)까지 대한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연중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하곤 했다. 그러나 기후 시스템이 변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 공식이 깨졌다. 소한이 대한보다 더 매서운 추위를 기록하는 빈도가 늘어났고, “소한 추위에 대한이 울고 간다”라는 속담이 과학적 사실로 굳어지는 듯했다. 동지를 지나 새해 벽두에 찾아오는 소한의 위세가 1월 하순의 대한을 압도하는, 즉 겨울의 정점이 앞당겨지는 추세가 나타났다. 그런데 올해, 우리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해지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1월 초,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 속에 반소매를 입으며 실종된 겨울을 운운했는데, 대한을 기점으로 시작된 기록적인 한파는 한반도를 냉동고처럼
01.21
토미 로빈슨은 잉글랜드 루턴시에서 루턴FC의 훌리건들과 함께 ‘잉글리시 디펜스 리그(English Defence League, EDL)’를 창설하고 반이슬람 활동을 하는 보수성향의 사회운동가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반이슬람 활동 때문이라기보다는 영국 주류언론과의 싸움의 덕이 더 컸다. 영국 주류언론은 그에게 극우 정치선동가라는 딱지를 붙여서 그의 주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려 했다. 그가 제기한 영국 내 이슬람 범죄 행위에 대한 경고를 다민족국가로서 영국의 질서를 무너뜨린다고 본 것이다. 반면 토미 로빈슨은 영국의 주류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면서 모든 인종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도하는 시위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가짜뉴스(Fake News)’다. 주류언론은 토미 로빈슨이 고등학교 졸업도 못한 기술견습생 출신으로 폭력과 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며 대중으로부터 그를 분리 해체시키고 싶어 했다. 토미 로빈슨은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활용해 집요하게 자신의
01.14
“2026년 한국의 첫 농업위성이 발사된다.” 이 짧은 문장 속에는 향후 10년 한국 농업의 성패가 담겨 있다. 기후위기로 농업생산은 요동치고 식탁물가의 진폭도 커졌다. ‘기후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그러나 농산물 수급 판단은 여전히 지난해의 경험과 현장의 감각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번 위성발사가 단순한 우주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농업 인공지능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농업 인공지능(AI) 정책을 냉정히 진단하자면 나무는 무성하되 숲은 보이지 않는 격이었다. 센서, 드론, 로봇, 온실 제어 알고리즘 등 이른바 기술자들의 인공지능은 넘쳐난다. 그러나 농업구조의 근본적인 개선, 기후 리스크 분산, 농가소득 안정, 그리고 직불제와 재해보험의 정밀화까지 꿰뚫어 보는 정책가의 인공지능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 스마트팜 보급 사업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현장에 고가의 장비는 깔렸지만 정작 그 데이터를 엮어 농정과 경영을
01.07
말의 기질은 예민하면서도 관대하다. 초원에서 진화한 말은 포식자에 민감한 신경계를 지녔고, 작은 소리와 움직임에도 즉각 반응한다. 동시에 신뢰가 형성되면 상대의 감정과 몸짓에 깊이 공명한다. 생태적으로 말은 땅과 바람의 동물이다. 발굽은 땅을 박차며 에너지를 만들고, 긴 다리와 폐는 바람과 속도를 자신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말은 자연 속에서 언제나 ‘흐름’을 상징해 왔다. 정지보다 이동, 고정보다 변화하는 생명을 상징한다. 올해는 기후,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 흥미로운 대비가 선명해지는 해가 될 것이다. 우선 미국 등의 정책후퇴 기조가 지속될지가 관심사다. 일부 국가에서는 유권자들이 탄소 규제비용 부담을 무겁게 체감하면서 기후정책 추진 정당에 대한 지지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분야에서 나타나는 ‘기후 피로감’은 실제 전환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작 경제와 기술 시스템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시대
12.31
2025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5년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였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이다. 올 한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대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연 초 폭설과 맹추위에도 수많은 국민이 거리에 나와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고, 6월엔 드디어 국민주권정부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부푼 기대에도 불구하고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무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세상의 변화가 녹록치 않음을 느끼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되짚어 볼 때 올 한해 가장 큰 변화와 과제를 동시에 남긴 부문 중 하나가 바로 기후⋅에너지 문제일 것이다. 이재명정부는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성장을 핵심기조로 삼고 기후와 에너지를 하나의 행정체제로 통합하는 등 적극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을 내세우며 대한민국 최초의 기후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지난 11월에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53~61%로 설정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도 2030년까지 100GW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
12.24
올해도 겨울 영화에 푹 빠져 있다. 캐롤과 하얀 눈으로 가득한 화면만으로도 관객에게 힐링이 되는 계절은 오직 겨울뿐이라서 마치 계절의 선물과도 같다. 그런데 지난 22일 기상청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만약 우리가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서울의 겨울이 현재 102일에서 12일로 줄어 드는 등 사계절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는 우리나라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NDC)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 감축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강화된 NDC 달성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사용하는데, 특히 주요 배출 부문인 전력부문과 산업부문의 감축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가 운영되고 있다. NDC강화는 곧 배출권거래제의 강화로 이어지는데, 지난달 확정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의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서 기업들이 무료로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총량을 줄여 탄소규제 강화를 공식적으로 구체화
12.17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이 내년 5월까지 마련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전력 수급의 안정성 확보와 더불어,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에 대한 전력 공급, 그리고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을 위한 설계도를 마련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수립 과정에서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 만드는 개방형 전기본’을 만들겠다고 방향을 밝혔다. 탄소중립 이행에서 ‘전기화’가 핵심 수단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전기본의 어깨가 무겁다. 본연의 목적인 안정적인 전력 공급뿐만 아니라 경제성 확보와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시스템 구축이라는 과제도 동시에 실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전력 설비 확대에 따른 주민 수용성 확보라는 네 번째 토끼도 잡아야 한다. 제12차 전기본은 지난 11월 이재명정부가 수립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뒷받침하는 첫 번째 법정 계획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2035 NDC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
12.10
“태양광은 그저 비싼 장난감일 뿐이다.” 1954년 미국 벨 연구소(Bell Labs)가 실리콘 태양전지를 세상에 처음 공개하며 작은 장난감 관람차를 돌려 보였을 때 쏟아진 반응은 경탄보다는 냉소에 가까웠다. 당시 1와트(W)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현재 가치로 수천달러에 달했기에 석탄과 석유가 헐값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그 시절 햇빛 발전은 ‘신기하지만 비싼 과학 실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 판도는 완전히 뒤집혔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신규 발전 설비의 약 86%가 재생에너지로 채워졌으며, 태양광과 풍력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주류로 등극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역사는 ‘학습곡선(Learning Curve)’을 뚜렷하게 증명한다. 초창기 6% 효율에 불과했던 태양전지는 누적 생산량이 두배가 될 때마다 가격이 약 20%씩 하락한다는 ‘스완슨의 법칙(Swanson’s Law)
12.03
열역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며 기술의 시대적 역할을 고민하는 필자에게 수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물질이다. 수소는 어떤 물질보다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고, 무엇보다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태초부터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지구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해 오고 있는 수소를 화석연료 대안으로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20세기 초, 수소는 식량문제 해결 수단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버-보슈 공정으로 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만들어진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는 합성비료는 인류의 농업 대전환을 이끌었다. 그후 수소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자동차 매연 문제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도심 공해문제 해결을 위해 무공해 차량 의무판매 정책을 도입했고 2010년대 초반에 수소차가 이 정책의 핵심수단으로 떠오르자 도요타와 현대자동차는 투자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그후 시장의 판도는 급변했다.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수소차는 설 자리를 잃었다. 때마침 우리
11.26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당초 계획보다 하루 연장하며 지난주 말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치열한 논쟁 끝에 도출한 선언문에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화석연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담지 못했다.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지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완강한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현대 산업화의 근간이 되었던 화석연료와 단절을 선언하지 못하고 과거의 연장선에 머물겠다는 모습이었다. 물론 합의문에는 해수면 상승, 가뭄 등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현 수준의 약 3배로 늘리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행동의 ‘이행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자발적 이니셔티브를 운영하기로 한 것도 소중한 성과다. 그런데 이러한 수준의 합의문이 과연 인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후재앙이 현실인데 화
11.19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이같이 제시했다. 2021년 10월 문재인정부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를 제시한 데 이어 그 이후 5년 간의 목표에 13~21%p를 추가한 것이다. 지난 5년 간 탄소감축 실행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불확실하다. 이제 시작하는 계획이니 제도 마련과 실행계획이 초반부터 수행되지 않았을 터고, 감축량 또한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5년을 보내고 난 지금, 앞으로의 5년이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5년 후인 2030년 국가 NDC 목표인 40%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부의 목표 상향 발표는 국민들에게 이 정부의 탄소
11.12
지난 5월 말,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의 일이다. 한 경제지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가장 우려하는 대선 공약은 주 4.5일제’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20명에게 가장 우려되는 공약을 물었더니 7명이 주 4.5일제 도입을 꼽았다는 것이다. 만일 같은 질문을 노동이나 환경 분야 전문가들에게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필자 주변에는 기후위기와 노동의 기계화 대응수단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 5일 근무제는 주 6일제가 그랬던 것처럼 불변의 원칙이 아니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노동시간은 사회적 규범과 합의의 산물이었다. 주 5일 40시간 근무는 100년 전 자동차 조립라인의 근무 형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드가 주당 근무시간을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이후, 주 5일 근무는 하나의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 세기 동안 일하는 방식과 업무 규범, 노동자들
11.05
바이오산업, 바이오에탄올, 지속가능항공유(SAF), 동물 사료, 대체 단백질. 이 거대한 변화의 배후에는 하나의 작물이 있다. 옥수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자 현대 식품 시스템의 근간, 그리고 육식 문명의 토대를 만든 보이지 않는 동력이다. 이제 옥수수는 음식의 재료를 넘어 에너지와 첨단 바이오 소재를 떠받치는 산업자원으로 다시 정의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옥수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경쟁에 돌입했다. 미국 브라질 중국이 생산 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특히 브라질의 변화가 눈부시다. 콩 수확 이후 휴경하던 땅에 옥수수를 재배하는 이모작 체계, 이른바 샤프리냐 혁명을 통해 세계 옥수수 시장의 핵심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생산량의 40%를 바이오에탄올로 전환하면서도 막대한 잉여분을 수출하며 시장을 방어하고, 중국은 2021년부터 옥수수 생산이 쌀을 앞지르며 곡물 전략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다. 전쟁으로 흔들렸던 우크라이나까지 복귀하면 글로벌 공급량은 더 늘 것
10.29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다음달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진전의 원칙’에 따라 2030년 목표인 2018년 대비 40% 감축보다 더 강화된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 이미 제출한 목표조차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담은 상당하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6년간 온실가스를 12% 줄이는 데 그쳤다. 그것도 코로나19 팬데믹 도움을 받아서였다. 2030년까지 40% 감축을 이루려면 앞으로 5년간 이보다 두 배 이상인 28%를 더 줄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2035년 감축목표로 산업계의 48% 감축안부터 시민단체의 65% 감축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그간의 논의과정을 지켜보자니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산업계 주장과 인류 생존을 위해 획기적인 감축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절박함이 모두 안쓰럽다. 산업계는 과거세대, 시민단체는 미래세대의 볼모가 되어있는 모양새이다. 어쨌든 지금 분위기로는 2035년 감축목표는 60% 이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