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집회 우려…“총선개입 오해 불러”

2024-03-13 13:00:04 게재

수원 광주에 이어 14일 부산서 결의대회 개최

일부 중기단체 참여 거부, 부정적 시각 확산

“중처법 문제점 공감하지만 한쪽 쏠림 안돼”

중소건설업계 협·단체와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지난달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중소기업단체협의회와 건설업계 협회·단체가 주도하는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단체들은 ‘4월 총선에 개입하는 모양새’라며 집회참여를 철회하는 등 부정적 의견이 확대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의 문제점은 공감하면서도 결의대회가 ‘정치집회화’ 되고 있다는 걱정이다.

1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처법은 기업의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안전투자 확대를 통해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명시했다.

2022년 1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먼저 시행됐다.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올 1월 27일부터 5~49인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중소기업계와 건설업계는 모호한 적용범위, 과도한 처벌, 막대한 행정비용, 획일적인 규제 등을 지적하며 중처법 개정을 요구해 왔다. 중소기업 단체들은 여야 원내대표 면담, 10여차례 성명서 발표, 서명운동 등을 펼쳤다.

단체행동으로 국회를 압박했다. ‘중처법 2년 유예 촉구’ 릴레이 결의대회를 1월 31일 국회 본관을 시작으로 수원(2월 14일), 광주(2월 19일)에서 진행했다. 이런 노력에도 중처법 개정이 무산되자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영남권 중처법 유예 결의대회’를 갖고 네번째 단체행동을 이어간다.

중기중앙회 핵심관계자는 “중처법은 중소기업 경영을 옥죄는 법이어서 중소기업계는 어쩔 수 없이 결의대회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 참여 거부 = 단일대오를 유지한 ‘중처법 2년 유예’ 흐름에 최근 균열이 발생했다.

벤처기업협회가 결의대회 참석을 철회하며 참여단체 명단에서 빠졌다. 또다른 단체에서도 참석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결의대회가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벤처기업협회 고위관계자는 “중처법 문제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최근 결의대회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과는 밀착하고 야당을 반대하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정책은 여야를 넘나들며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사안인데 한쪽만 손잡는 셈이라는 것이다.

또다른 중소기업단체 고위관계자도 “중소기업은 산업안전과 근로자 생명을 무시하는 집단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결의대회에 협회차원에서 참여를 적극 독려하지는 않고 있다.

중소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로 진행하는 결의대회가 현 야당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결의대회가 진행된 수원과 광주, 부산은 4월 총선과 관련해 매우 민감한 지역이다.

현재 민주당이 장악한 수원지역은 정부와 여당이 권토중래를 노리는 곳이다. 광주도 국민의힘이 지지율 상승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부산은 낙동강 벨트의 완승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힘을 쏟고 있다.

교수 출신 전문가 A씨는 “선거는 내편 아니면 적인데 중소기업계가 결의대회로 인해 현 야당과 완전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기중앙회 헌법소원 청구 진행 = 중처법 헌법소원 심판청구도 향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중처법 헌번소원 심판청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재해 사고와 대표인 사업주 간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고 대표에 대한 처벌이 과도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많은 중소기업과 중소기업단체가 헌법소원을 내자고 해 노동전문변호사들과 유명 로펌에 알아보니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이었다”며 “국회 법사위원장 출신 정치인이 본인이 해보겠다고 해 맡겨볼까도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헌번소원 청구는 중처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지금까지 주장해온 ‘중처법 2년 유예’는 중처법 인정을 전제로 한 요구다. “이번에 2년 유예를 해주면 다시는 요구하지 않겠다”고 김 회장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이에 김 회장은 “헌법소원은 절박한 심정에서 검토하는 것”이라며 “유예하며 보완 입법을 만들 수도 있고 총선 결과에 따라 변수는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해사고사망자 감소 추세 = 한편 최근 산업현장에서 사고사망자가 감소하고 있다. 2년전 50인 이상 중처법 적용 이후 현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598명이다. 재해조사 이후 첫 500명대 진입이다. 중처법 적용 1년차인 지난해 644명보다 7.1% 감소했다. 2020년(882면)과 비교하면 32.1%가 줄었다.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50인 이상은 244명으로 지난해보다 4.7% 감소했다. 50인 미만은 354명으로 8.8% 줄었다. 특히 50인 미만의 경우 중처법 적용 직전인 2021년 사망자는 670에 이르렀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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