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승부처 ② | 대전 중구

박용갑-이은권, 네번째 ‘중원 결투’

2024-04-02 13:00:29 게재

구청장부터 40여년 정치 맞수

보수강세 불구 ‘엎치락뒤치락’

“우리 나이대는 국민의힘을 지지해요. 그런데 우리 자식들은 생각이 전혀 다르데.”

1일 대전 중구 유천동에서 만난 70대 후반 여성의 말이다. 이 여성은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랜 기간 구청장을 해 낯이 익지만 자신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태평동에서 만난 60대 후반 남성은 “진보정당을 지지한다. 그런데 술자리 등에서 만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번 선거는 접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남성 역시 선거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황운하 의원이 빠져나간 중구는 대전지역 총선 7개 선거구 가운데 대표적인 접전지역이다. 4년 전 총선에서도 1위와 2위의 격차는 2.1%p에 불과했다. 당시 민주당이 싹쓸이한 7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격차가 적었다. 하지만 2년 뒤 대선에선 7.2%p 격차로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중구는 대전의 대표적 원도심으로 보수세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1988년 이후 민주당계열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경우는 2004년 탄핵정국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과 지난 21대 총선 뿐이다. 국민의힘 측에서 중구 패배를 상상하기 힘든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이곳에서 내리 구청장 3선을 한 박용갑 후보를 내세웠다. 박 후보는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계열 후보로 당선됐다. 구도의 어려움을 인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후보

국민의힘 역시 긴 경선 끝에 이은권 전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구청장과 국회의원을 한번씩 역임한 지역의 터줏대감이다. 인물에 인물로 대응한 것이다.

이은권 국민의힘 후보

팽팽한 지역 민심은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태평시장에서 만난 60대 후반 남성은 “이은권을 찍을 예정”이라며 “범죄자들이 당 대표라고 나서는 꼴을 보자니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했다. 문화동 서대전광장에서 만난 40대 중반 여성은 “집에 온 선거공보물을 보고 이 후보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태평동에서 만난 50대 중반 남성은 “2명 모두 오랜 세월 봐온 사람들”이라며 “박 후보의 겸손한 자세가 마음에 든다”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또 다른 50대 중반 남성은 “팽팽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주변 이야기를 종합하면 박용갑 후보가 조금 앞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와 이 후보는 40여년 정치적 라이벌이다. 정치 초반엔 같은 배를 탔지만 이후 갈라섰다. 이미 이번 총선 전 구청장 선거에서 3번의 대결을 펼쳤다. 이번이 4번째 대결이다. 마지막 대결이었던 2014년 구청장 선거에선 박 후보가 승리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경합이라고 하지만 밑바닥 민심을 들어보면 물가상승 민생경제 파탄에 대한 불만이 높다”며 “유권자들에게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대전시의원 시절 장애인 콜택시 조례를 제정했다”며 “이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에 집중해왔다. 어르신 장애인 영유아 등 사회적 약자와 민생경제를 위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은권 국민의힘 후보는 10년만의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이은권 후보는 “최근 여당의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문제가 해결된 만큼 반등만 남아있다”며 “반면 민주당은 후보들의 범죄혐의 등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이 후보는 “중구와 대한민국이 처한 저출생 고령화 해결을 위한 입법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아빠 유급휴가 1개월 의무화 등 저출생 대책과 노인복지 정책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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