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수입은 현행법 위반, 수요분산 주력”

2024-04-11 13:00:02 게재

검역 진행 중 일시 수입하면 식물방역법 위반

수입 이후 다시 중단하면 WTO 협정 위반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사과 가격은 88.2%(지난해 3월 대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월의 71.0%, 1월의 56.8%에 비해 오름폭이 커졌다. 정부는 납품단가 보조, 대체과일 공급확대 등 사과 가격안정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입 검역을 일시적으로 풀어 사과를 수입, 국내 가격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사과 수입은 현행법 위반으로 후속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다.

11일 GS&J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최근 ‘농산물 수입 검역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보고서에서 사과 수입은 식물방역법과 국제협정에 어긋나고 일시적으로 검역 문턱을 낮춰 외국의 유해 병해충이 유입될 경우 먹거리 안보가 흔들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국산 과일값 강세에 사과와 배 수출이 급감했다. 무역통계와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2월 사과 수출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75.2% 줄었다. 이에 반해 1~2월 바나나 수입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42.6% 늘었고 오렌지는 129.6% 급증했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사진 연합뉴스

수입 검역은 세계적으로 확립된 총 8단계의 위험분석을 통해 단계마다 과학적 증거와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는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기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수출국과 양자협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설정해 순차적으로 검역된다. 후순위로 밀린 품목이나 양자협의가 늦어지면 검역 완료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된다. 사과의 경우 현재 후순위로 밀린 품목이다.

하지만 일부 학계와 유통업계에서는 사과를 후순위에서 우선순위로 올려 검역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문턱을 낮춰야 사괏값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과를 한시적으로 수입해 공급망을 높여야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일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일시적 사과 수입은 현행 식물방역법에 위배되고 국내 식물에 피해를 줄 우려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서 원장은 또 “사과 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문턱을 높이자는 주장도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수입 허용이 일시적이라 해도 이는 외국산 사과가 국내 식물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인정한 셈으로 이후 수입을 막는 것은 자의적인 검역 조치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WTO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치에 관한 협정 제2조 3항은 동일 또는 유사한 조건에 있는 국가를 자의적이거나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 원장은 “유사한 조건에 있는 국가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험분석 도중에 특정 국가의 사과 수입을 허용하면 그와 유사한 단계에 있는 모든 국가의 사과 수입을 허용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과 수입은 무엇보다 국내 사과농가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과 재배농가와 주요 농민단체들은 성급한 사과 수입이 자칫 먹거리 안보에 치명상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느슨한 검역으로 국내에 없는 병해충이 유입될 경우 생산량 감소 등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생태계 혼란으로 농업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 원장은 “아무리 급하더라도 수입 검역 문제는 자체 원칙과 절차에 따른 충실한 이행이 최선”이라며 “사과 성수기인 추석과 설이 지났고 7월부터 조생종 사과가 출하되기 때문에 5월까지 수요 분산을 통해 시기를 잘 넘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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