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제주, ‘심판론’으로 똘똘…정치력↑기대감

2024-04-11 13:00:02 게재

민주당, 지역구 31석 석권 … 현역 물갈이 후 몰아주기

광주·전남, 전북에선 지역구 의석 28곳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제주에서도 3석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몇몇 지역구에선 국민의힘 후보가 인물론을 내세우며 선전했으나 ‘정권심판론’의 구도를 뛰어넘지 못했다.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현역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선택했던 광주·전남 민심은 민주당 후보에게 최고 92%가 넘는 몰표를 몰아줬다. 야당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되 정권견제와 정치혁신의 성과를 지켜보겠다는 표심으로 풀이된다.

11일 중앙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28석 가운데 14명이 현역의원 자리를 대체했다. 광주에선 8명 가운데 7명이 새 인물로 교체됐다. 광주 광산을에선 민형배 후보가 이낙연(새로운미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전남 해남완도진도 선거구에선 박지원 후보가, 전북 전주병에선 정동영 후보가 각각 5선 고지에 올랐다.

호남권 총선에선 민주당 현역의원 물갈이, 새로운 민주당을 표방한 이낙연의 실험, 국민의힘 후보들의 인물론이 통할 것인가 등이 관전포인트였다. 광주를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층은 현역의원 대신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후보를 선택했다.

대선·지방선거 패배 이후 혁신하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불만, 이재명 대표 체제에 거리두기를 택했던 의원들에 대한 평가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됐다. 이재명 체제에 반대에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이낙연 후보가 친명계 민형배 의원에게 큰 표차로 패한 것도 같은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새로운 민주당’을 내세웠지만 광주민심은 정권심판과 다른 길을 걷는 야당 분열로 평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남, 전북에서 당선경험이 있는 국민의힘 이정현 정운천 후보의 재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정부여당과의 가교 마련이라는 실리적 선택을 호소했지만 정권에 대한 강력한 견제표심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민주당 대승의 결과를 내놓았지만 민주당의 심장부라는 평가에 걸맞는 정치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대 총선 이후 민주당이 수도권 지역구 중심의 지도체제를 구축하면서 호남비중 자체가 축소됐다는 평가다. 균형발전 요구가 강한 전북에서 현역의원 대부분이 생환하고, 올드보이라 불리는 정동영, 박지원 등 5선 의원이 다시 불려나온 이유를 여기에서 찾기도 한다.

제주에선 3석 모두 민주당이 차지해 2004년 17대 총선부터 24년간 이어진 ‘보수정당 0석’이 연장됐다. 총선 직전 열린 4.3 추모식에 윤 대통령은 물론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불참하면서 적잖은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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