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에서 기업공개 점차 줄어들어

2024-04-22 13:00:02 게재

올해 주식발행액, 1999년 이후 최저

무형자산 증가 등 IPO 꺼릴 이유 많아

글로벌 주가는 지난 한 해 동안 약 14% 상승하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동시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공급은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EY에 따르면 2021년 2436건에 달했던 글로벌 IPO 건수는 2022년 1415건, 2023년 1351건으로 줄었다. 올해 1분기도 287건에 그쳤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IPO를 통한 주식발행액은 자사주매입을 뺄 경우 마이너스 1200억달러다.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바이트댄스와 오픈AI, 스트라이프, 스페이스엑스 등의 수백억~수천억달러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여겨지는 기업들은 여전히 비상장 기업이다. JP모간 CEO 제이미 다이먼은 이러한 추세의 원인으로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ESG) 보고와 분기별 수익보고서 공개의 압박을 꼽았다.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멀리하는 건 기업 창업자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23년 중반 기준 사모펀드의 운용자금은 8조2000억달러다. 2018년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창업자들에게 상장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 이에 상관없이 기꺼이 투자할 의향이 있는 펀드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창업자가 비상장으로 남아야 할 이유는 많다. 무형자산의 부상이 대표적이다. 무형자산은 저작권과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브랜드 인지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르네 스툴츠 교수는 상장과 관련한 재무정보·전략 공개요건이 기계나 부동산 같은 유형자산을 보유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발표하면 경쟁업체가 그 자산을 훔쳐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디어나 연구성과 및 기타 무형자산의 경우 경쟁사가 모르면 모를수록 더 좋다. 기업이 상장할 때 정보를 숨기려고 하면 저평가될 수 있다. 더 안좋은 건 법을 위반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반면 창업자 이외의 사람들은 이런 추세를 걱정한다. 공개시장은 비공개시장보다 투명하다. 따라서 투자자뿐 아니라 금융안정성을 모니터링하는 규제당국과 시장을 평가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도 공개시장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건 우려사항이다. 또 주식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의 초석이 된다.

사모펀드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자산배분은 5년 전 자산의 6%에서 2023년 10%로 증가했다. 동시에 상장주식에 대한 배분은 비슷한 비율로 감소했다. 이는 개인이 연금과 뮤추얼펀드를 통해 비상장투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모시장의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당국의 선택지는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의 규칙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비상장 대기업에 더 엄격한 요건을 부과하는 것이다. 또 다른 선택지는 기업이 상장할 때 공유해야 하는 정보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긍부정이 엇갈렸다. 2012년 미국에서 도입된 ‘신생기업지원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은 상장기업에 대한 공시요건을 완화했다. 2015년 평가에 따르면 기업공개가 25% 증가했지만, 2022년 발표된 또 다른 평가에서는 저품질의 기업공개를 조장해 결국 시장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주식시장에 대한 최선의 희망은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욕구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컨설팅회사 베인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현재 보유중인 비상장기업 자산은 3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공개시장은 기업지분을 현금으로 전환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비할 데 없이 좋은 기회”라며 “언젠가는 최종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기를 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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