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2
2025
내일이면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2.3 비상계엄은 실체적 요건은 물론, 절차·목적 등 어느 하나 충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군·경을 동원한 국회 봉쇄시도 자체가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판시해 대통령 파면으로 결정지었다. 그러나 이후 사법절차는 지지부진하고, 피고인들은 재판을 희화화하는가 하면 동조세력은 장외투쟁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또한 내란을 묵인·방조한 정치권과 고위관료들 역시 반성보다 책임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란 가담자와 동조자는 물론방조한 이들까지도 읍참마속의 원칙으로 신상필벌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사사태를 막고, 무너진 헌정질서 위에 민주주의의 새살이 돋을 수 있다. ‘K-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역사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미시적 동기와 거시적 행동의 후과 12·3 내란사태는 정치 엘리트들이 개인의
11.25
동북아의 지도가 조용히 뒤틀리고 있다. 이제 판을 움직이는 것은 ‘거리’와 ‘속도’, 그리고 ‘정밀성’이다.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Long-range precision steike)는 자국 영토 밖 수백~수천km 거리의 표적을 짧은 시간에 높은 정확도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공격할 수 있는 재래식 또는 핵 탑재 타격체계다. 즉, ‘멀리·정확히·빨리’ 타격하는 무기이며, 단순히 ‘타격수단’이 아니라 전략적 영향력을 투사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한 ‘작전수단’이 아니라 국제정치의 구조를 재편하는 냉정한 기술적 요인으로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정밀타격 무기는 이제 ‘전술’이 아니라 ‘지정학’이다. 그것은 전략적 메시지이자 위기관리의 언어이며 전쟁의 문턱을 높이기도 낮추기도 하는 정치적 메커니즘이다. 오늘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된다. 정밀타격 경쟁이 가속될수록, 북·중·러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
11.18
윤석열정부는 정부주도의 북한붕괴론을 확산시켰다. 제재 자연재해 코로나대유행의 삼중고로 북한경제가 붕괴되고 체제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2025년 평양을 방문한 중국전문가들은 북한에 신축건물이 크게 늘어나고,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와 중장비가 증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한다. 올해 1만3000달러짜리 중고자동차 수천대가 평양에서 팔렸다. 평양의 도시풍경은 다양한 디자인과 형형색색의 색 혁명이 일어나고 밤 풍경도 화려해졌다. 북한 산업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장비와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는 수수께끼라고 말한다. 올 가을 필자는 북중 국경을 방문했는데 평양과 유사한 현상이 국경 도시만이 아니라 농촌과 산간오지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필자가 본 풍경, 평양을 방문한 전문가들의 주장과 현지 주민 인터뷰에 더해 위성을 통해 북한 주요 도시를 관찰한 결과, 주요 도시에서 신축건물, 중고 자동차와 중장비가 증가하고 남포항의 유류설비가 대
11.11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제대로 준비된 상태에서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무엇이 정답일까? 조기전환이 정답이다. 전쟁의 수준(Level of War)은 전략적 작전적 전술적 수준으로 구분된다. 한반도로 국한해 생각해보면 통상 전쟁의 전략적 수준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작전적 수준은 한미연합사령부 육군 그리고 해군 및 공군 구성군사령부를, 전쟁의 전술적 수준은 육군의 군단사령부 이하, 해군의 함대사령부 이하, 공군의 비행단 이하 조직을 의미한다. 작전통제권은 전쟁의 작전적 수준에서의 임무 수행과 관련이 있다. 국가 간의 문제는 통상 정치 경제 외교와 같은 비군사적 수단을 통해 해결한다. 이들 수단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경우 예를 들면 영토 주권 문제를 놓고 국가는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전쟁 돌입 여부, 전쟁에서 추구해야 할 정치적 목표, 목표 달성을 위해 투입해야 할 군사력 규모, 종전 조건 등을 결정하는 곳은 전쟁의 전략적 수준이다
11.04
얼마 전 북한은 전자지갑 가입자 수가 수백만명에 이른다고 홍보했다. 북한의 전자지갑은 전자지불체계로 ‘삼흥전자지갑’ ‘전성전자지갑’ ‘만물상전자지갑’ ‘화원전자은행’ 등이 있다. 삼흥전자지갑은 택시 버스 지하철 등 교통비 결제, 곡물쿠폰 구매, 전화 및 전기요금 납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려졌는데 다른 전자지불체계에서도 이런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자지갑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전자지갑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의 진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전자지갑과 같은 정보화의 발전은 과학기술 발전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목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북한 당국은 정보화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현 시대 모든 나라의 중요한 국가적 과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김정은 시대 들어 과학기술의 발전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는 데 과학기술 발전은 핵심적 동력이다.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 국방공업의 강화를 도모하고
10.28
경주에서 10월 31일~11월 1일 열리는 2025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펙)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한국의 미국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소위 ‘한미동맹 현대화’의 구체적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이 두 가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바로 그 점이 최소한 ‘선방’이라는 여론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의 협상 실무자들은 아펙회의 전에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지난 두달 간 빈번히 만났다. 합리적 절충점은 핵심쟁점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밝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뿐 아니라 집단지성과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과연 정부가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결코 국가의 핵심이익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릴 수 없다. 안보와 경제는 국가의 생존을 떠
10.21
정부 차원의 국방개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장관 직속 자문기구로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국민주권정부의 국정과제 추진과 주요 국방현안 해결에 국민의 뜻이 직접 반영되도록 민간 주도의 자문기구를 설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위원회는 미래전략, 헌법가치, 군 방첩·보안 재설계, 군 사망사고 대책, 사관학교 교육개혁 등 다섯 분야에서 연말까지 정책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미래전략 분과는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부합하는 군사전략과 구조개편 방향을 논의하고, 헌법가치 정착 분과는 계엄법 등 관련 법령에 문민통제를 반영하며 전군 민주주의 교육 강화 방안을 검토한다. 방첩·보안 분과는 국군방첩사령부 해편과 군 내 방첩 정보 전문기관 창설 방안을, 사망사고대책 분과는 총기 관리 및 자살 예방 등 사고 종합대책을, 사관학교 개혁 분과는 교과과정 개편과 민간 교수 확대 방안을 각각 마련한다. 한편 정부는 국방혁신 전반을 총괄하
10.14
8.15는 단순한 식민지 해방일이 아니라, 우리가 현대사 속에서 자주독립국으로 등장한 날이다. 그런데 독립기념관 관장이 기념사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일부에서는 전체 맥락상 문제가 없다고 옹호하지만 1년에 단 한번 그분들의 희생을 기리는 날, 그것도 책임 공직자 입에서 ‘선물’이라는 표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의도적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만 그 점은 곧 선이 되고 면이 된다. 야당 지도부가 국군 장병이 묻혀 있는 현충원이 아닌, 혹은 이승만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도 아닌 외국 장군 맥아더 동상을 참배한 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조선시대에 임금이 ‘사초(史草)’를 보지 못하게 한 이유는 권력이 역사를 왜곡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였다. 역사 기록이 몸통이라면 해석은 머리다. ‘광복이 선물’이라면 ‘신탁통치도 선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독립기념관장 식의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라도 우리가 신탁통치에 반대했다
09.30
북한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적대적 두 개 국가’ 노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남한을 더 이상 동족이나 통일 대상이 아닌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것이다. 대남·통일기구를 해체하고 대적사업국(제10국)을 신설했다.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 사안이 아닌 대외 외교 사안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대신 ‘적대국가’라는 개념이 공식 문서에 담았다. 2024년 10월 개정 법률에도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영구 분단화를 선언한 셈이다. 북한의 구상은 자국 이익을 반영한다. 첫째, 체제 결속이다.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주민통제가 쉬워진다. 둘째, 군사 우위 전략이다. 핵무력 등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할 수 있다. 셋째, 외교 명분이다. 남한을 미국 일본과 같은 진영으로 묶어 대미 협상에서 ‘직접 당사자’ 지위를 강화한다. 그러나 문제점도 분명하다. 남북대화 통로가 닫히면서
09.23
오늘날 국제질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지난 80여년간 유지돼온 미국의 패권질서가 흔들리는 형국이다. 이달 3일 중국의 대규모 전승절 행사는 군사력 과시를 넘어 반미연대의 결속을 노골화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세력 전이 현상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본격적인 ‘냉전 2.0 시대’가 시작됐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일 내 강대국 간 대규모 충돌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 지정학적으로 약한 고리에서는 불안정성이 날로 고조되고 있어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취약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드러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전략 구상은 동맹에 대한 부담의 전가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대중견제에 집중하고, 동맹국은 자국 안보의 책임 강화와 대외적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현실화될 경우 대북억제력 강화가 절실한 우리 정부에 이중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긴장과 군의 과제 이재명정부가 내세
09.16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참관한 모습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은 전 지구를 사정권에 두는 핵·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첨단 전자전 장비들을 대거 공개하며 군사 강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동북아는 오늘날 세계 군비지출의 약 65%를 차지하는 군산복합체의 심장부다. 6자회담 당사국 중 5개국은 21세기 들어 국방비를 50% 이상 늘렸고, 모두가 인공지능, 사이버전, 우주전력 등 신형 무기체계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 경쟁을 넘어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의 충돌과 경쟁이 집약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이란 국가안보와 세력경쟁의 맥락에서 구축되는 거대한 사회기술 체계다. 기술과 제도, 인간이 하나의 통합적 네트워크를 이뤄 특정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체계라는 점에서 군사경쟁은 단순히 무기 숫자 비교가 아니라 복합적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이해되어야 한
09.09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단연 돋보인 인사는 푸틴과 김정은이었다. 러시아는 전쟁 와중이라 중국의 외교안보 협력과 중공업 물자조달이 절실한 상태다. 안보와 경제협력 측면에서 러시아보다 중국과의 협력이 더욱 절실한 북한은 미국과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6년 8개월 동안 북중 고위층 교류 및 경제협력을 최소한도로 제한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으로 북한은 안보와 경제협력 분야에서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경제무역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전방위적 경제협력을 예고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필자가 조사한 경제협력 분야의 꽃놀이패가 어떤 것인지 짚어보려 한다. 8~9월 다양한 중국전문가 집단이 북한 방문을 재개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대유행 이전과 비교할 때 5년 사이에 평양에서도 건축 붐이 일고, 석유가 상당히 원활하게 유통돼 전기 사정이 좋아지고, 교통·물류가 상당히 증가했다고 전한다. 여기에 식량 사정에 여유도 보여 유엔안
09.02
2023년 9월 한국군은 공중 무인기(드론)의 공격과 방어를 전담할 목적의 국방부 직할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다. 그런데 이는 지구상 유일한 경우라고 한다. 미국 중국 등 상당히 많은 드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물론이고 전쟁에서 드론을 대거 사용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한국군의 드론작전사령부와 같은 사령부를 창설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이는 특정 전구의 위협에 대항한 주요 전력들을 공중, 지상 및 해상 구성군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직접 운용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일 것이다. 드론은 그 목적에 따라 각 군 구성군사령부 예하 부대의 부대장이 여타 전력과 함께 운용해야 한다. 국방부 직할 합참의장이 지휘 감독하는 드론작전사령부 전력은 전시 군의 실정을 고려한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운용이 곤란하며, 평양에 드론을 침투시킨 2024년 10월의 경우처럼 평시 고위층의 입맛 충족을 위해서만 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드론은 고가의 재래식 항공기 크기에
08.19
광복 80년이다. 그날의 환희와 희망은 8월의 무더위도 무색하게 했으리라. 이재명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다시 읽어본다. 3년 만에 어떤 ‘정상성’을 되찾은 것 같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좀처럼 사라질 줄 모르는 답답한 느낌이 있다. 일제의 패망으로 독립은 이루어졌지만 이후 진정한 자주국가가 되었는가. 짧은 기간에 경제적 고도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자랑 뒤에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분단체제에서 미국에 경제와 안보가 구조적으로 종속된 현실에 대한 부끄러움이 버티고 있지 않는가. 통일 없이는 진정한 독립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조선이 일제에 병탄되기 전에 분단상태가 아니었기에 해방된 조선도 당연히 하나라야 한다는 논리로 생각할 수 있다. 분단이 외세에 의해 결정된 사실이 그런 논리를 뒷받침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진정한 독립의 더 본질적인 요건은 완전한 주권 즉, ‘자주성’일 것이
08.12
국군 병력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10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와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군 병력은 2019년 56만3000명에서 2025년 7월 45만명으로 6년 만에 11만3000명이 줄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현역병 입영자는 2020년 23만6000명에서 2025년 6월 기준 10만1000명으로 절반이상이나 줄었다. 간부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선발계획 대비 선발인원은 2019년 94.1%에서 2024년 64.9%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부사관 선발률은 같은 기간 93.5%에서 51.2%로 급락했다. 군의 중추인 간부의 모집이 50~60%대에 머무르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질적 수준의 하락이다. 이미 수도권 주요 대학의 학군단 정원미달 사태는 오래된 이야기다. 현재의 상황은 역량과 리더십을 갖춘 우수한 초급간부는 고사하고, 어떻게든 필요한 숫자만을 채우는 데에만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 더해
08.05
민간 출신 국방부장관의 임명으로 군 출신만이 가능하던 국방수장의 오랜 관행이 깨졌다. 단지 인사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전통적 군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민과 군의 경계를 허무는 하나의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4차산업혁명(4IR) 기술 발전이 국방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양자컴퓨팅 빅데이터 등은 군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엔 자원과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민군이 함께 개발하는 민군융합(Civil-Military Fusion) 전략이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4차산업은 3차산업의 단순 확장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이다. 그런만큼 3차산업 시대의 틀에 4차산업 기술을 끼워 넣으려는 낡은 사고는 고쳐야 한다. 병과 유형별 지원사령부, 6.25전쟁 이후 설정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등 구태의연한 구조가 대표적이다. 과거 민군통합(Integration)은 동일한 공장에서 트랙터와 전차, 종과 대포를 함께
07.29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2) 노딜과 대북전단살포에 대한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해체(2020.6), 윤석열정부의 주적론 부활과 흡수통일 불배제론(2022.5) 이후 핵보유 하의 체제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적대적 두 개 국가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2023.12)한 후 법화(2024.1), 헌법화(2024.10) 등의 법적 제도적 조치를 취했다. 동족(민족)·화해·통일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통일전선사업부·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관련 기구를 해체했다. 대적사업국(위장 명칭 제10국)이라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었다. 통일문제를 금기시하면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 등 45년간 유지해온 통일노선을 폐기했다. 대한민국은 평화통일의 헌법 가치를 존중한다. 남북합의서의 상호존중 정신을 계승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의 역사적 경험도 중시한다. 가치·정신·경험에 토대한 ‘통일지향의 특수관
07.22
64년 만에 문민 국방부장관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지난해 12.3 내란사태로 어수선한 군의 기강을 바로잡고 국방개혁과 한미동맹, 남북군사 관계를 재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정부 수립 이후 일부 민간인 출신 국방부장관도 있었으나 5.16 군사쿠데타 이후부터는 군 장성 출신들의 독무대였다. 이는 6.25전쟁 이후 70년 넘게 지속해온 불완전한 정전체제에서 유사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하고 군사작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군의 현실태는 어떠한가? 세계적 차원의 냉전이 해체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군은 반공 이데올로기와 상명하복의 경직된 군사문화가 팽배하고 ‘평화’를 적대시하며 현상유지에 급급해왔다. 폐쇄성과 권위주의 문화는 군의 민주적 통제에 걸림돌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12.3 비상계엄은 국방부장관, 육군참모총
07.15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복원’, ‘회복’, ‘정상화’ 목소리가 높다. 복원, 회복, 정상화란 과거의 어떤 상태, 경험의 ‘정상성’을 염두에 둔 용어다. 비정상인 현재를 그때와 같은 상태, 수준으로 복원, 회복, 정상화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화와 교류·협력이 활성화됐던 시기일까, 아니면 판문점과 평양에 이뤄진 정상회담, 그리고 ‘판문점 선언’이 정상일까? 사실 남북관계에서 ‘정상성’은 모호하다. 탈냉전 직후 북한은 경제난 속에 선군정치를 표방하며 체제를 비상관리했다. 남북관계의 유화적 대응을 통해 대내외 어려움을 관리하려 했다. 이 시기 7~8년 동안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화와 협력이 이뤄졌다. 그러나 분단사 전체로 보면 이 시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분단사의 대부분은 상호 도발과 긴장, 비난과 대립, 정략적 대화 등 남북관계를 수단으로 삼는 ‘적대적 공생’이 하나의 정상성이었다. 문재인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북미로 가는 교두
07.08
안보와 경제, 국민분열 등 복합적 다층적 위기속에서 이재명정부가 출범 한달이 지났다. 특히 윤석열의 내란 기획의 일부로 ‘고의적’ 우발적 남북 국지전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3년간 적대적 남북관계를 넘어서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전쟁에 가장 근접한 시기였다. 윤석열 정부 시기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남북대화’를 혐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들을 상대로 진실과 여론을 조작하는 인지전(認知戰)이 전개되었다는 주장도 폭로되고 있다. 정권교체 직후 남북관련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전쟁위기 해소, 경제발전, 남북대화’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평화가 경제다’라며, 현재의 ‘한반도 리스크’를 남북화해를 통하여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인수위없이 개문발차한 정권출범으로, 집권 한달 구체적인 외교안보와 남북관계에 대한 정책로드맵을 설계하는 과정이고, 관련 주요 인선도 초기 국면이다. 핵과 동맹 가진 적대적 두 국가론 남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