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3
2026
탈냉전 이후 지난 30여 년간 국제질서는 미국 주도의 규칙에 기반해 작동해왔다. 미국은 동맹에 군사·경제력을 제공하는 공급자였고, 동맹국들은 그 틀 안에서 안정과 번영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점차 변화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연이어 발표된 트럼프 2기 행정부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을 통해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두 전략서의 공통된 메시지는 명확하다. 미국은 본토 방어와 국익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동맹에 더 이상 포괄적 공여국 역할 대신 ‘비용 분담’과 ‘책임 전가’를 전제로 한 거래적 동맹 모델로 전환을 선언했다. 특히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중국을 최우선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미국의 패권적 지위와 핵심 이익이 위협을 받을 경우, 단호한 ‘거부(denial)적 억제’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국에 자국 방위의 1차적 책임은 물론 집단
01.27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과 ‘2026 국가국방전략(NDS)’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대체로 ‘고립주의’ ‘가치외교의 포기’, ‘서반구에 대한 군사적 모험주의’, ‘대서양동맹의 파열’ 등 부정적 반응이 많다. 두 문서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소진된 미국의 힘을 비축하기 위해 전략적 내러티브 전반을 재정립한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 수호’나 ‘국가 건설’ 같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목표를 폐기했다. 그 빈자리는 “미국인의 구체적이고 실리적인 이익”이라는 지극히 계산적인 잣대의 내용들이 채워졌다.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우선, 위협 인식의 재조정이다. 미 본토 방어,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 억제, 동맹국 및 협력국과의 분담 증대, 미국 방위산업 기반 강화를 4대 핵심 노력으로 설정했다. 이는 모든 위협에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힘의 비축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립보다는 중국 억제에 집중하며 북
01.20
지난해 평양을 수차례 방문한 중국학자와 기업인들과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남북대화의 조기재개와 중국 지도부에 의한 중재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한중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소통 자체가 안되니까 중국이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석 자 얼음은 한번에 녹지 않고, 과일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또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를 발신하기도 했지만 윤석열정부 시절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위를 언급하며 “불안해했을 북한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북미대화를 중재하려면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되었지만 이후 고위급회담, 공식 무역확대, 노동자 파견 재개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국측 인사들은 중국정부의 대북한 제재가 원인이라고 분
01.13
정부가 한국군을 육군 해군 공군 중심의 3군 체제에서 해병대 포함 4군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대통령과 같은 정치가들이 정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 보인다. 프로이센의 저명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에는 원리 또는 문법은 있지만 논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쟁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논리)가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반면 정치적 목표를 겨냥해 어떻게 싸울 것인가(원리와 문법)하는 문제는 군사적 차원에서 결정된다는 의미다. 한국군이 3군체제 또는 4군체제를 유지해야 할 것인지는 바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의 문제다. 그러면 4군체제로의 한국군 전환 무엇이 문제일까. 군사작전 원칙에 위배된 지휘통일(Unity of Command)이다. 지휘통일은 공중 지상 해상에서의 작전을 각각 단일의 공중 지상 해상 지휘관이 지휘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수천년의 전쟁사를 통해 인류가 도출한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군사작전 원칙에 위배되는
01.06
최근 북한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 후계자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김정은을 동행하는 모습이나 삼지연관광지구 이깔호텔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이 전해지면서다. 게다가 신년을 맞아 그동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참여하지 않던 리설주와 함께 김주애가 참배를 했고, 신년 경축 공연장 등에도 등장했다. 이렇듯 김정은의 주요 일정에 지속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김주애가 차기 후계자라는 추측들이 나온다. 과연 김주애가 후계자일까. 김주애는 2022년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공개석상에 처음 얼굴을 내보인 후 주요 자리에 등장하면서 김주애의 후계자설이 떠올랐다. 그동안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자녀는 후계자 외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바가 거의 없다. 그런데 김주애가 김정은의 자녀로서 유일하게 여러 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나면서 후계자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것이다. 특히 미사일 발사 현장, 현지지도 동행, 주요 행사 참여
12.30
202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는 아직 좋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5년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김정은의 반응이 없자 체류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하면서까지 기다리는 트럼프의 모습은 거의 ‘애원’에 가까웠다. 지난 12월 5일 공개된 트럼프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는 북한에 대한 언급을 완전히 생략했다, 북한의 핵무기 위험성과 비핵화를 강조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위협인식의 우선순위를 조정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는 적어도 대북 적대감을 직접 표출하지 않음으로써 간접적인 우호의 신호를 발신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트럼프의 속마음이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구축인지 알 수 없다. 아마 세간의 추측대로 온 세계가 관심을 보일 김정은과의 회동을 통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노벨평화상을 받겠다
12.23
지난 12월 3일 국회에서는 ‘부상군인의 보상과 명예를 위한 지원체계 발전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군 복무 과정에서 부상이나 질병을 입고 전역한 청년들, 이른바 청년 부상제대군인이 처한 현실과 현 행 보상·보훈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단순한 제도개선을 넘어 병역의무 이행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을 국가가 어떻게 책임지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되짚는 논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년 부상제대군인의 현실은 특정 집단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병역의무 이행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국가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통계를 보면 군 복무 과정에서 부상이나 질병으로 전역하는 청년은 결코 소수가 아니다. 최근 수년간 군 복무 중 부상이나 질병으로 전역하는 인원은 매년 평균적으로 약 1000명 내외로 파악된다. 이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이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통
12.16
어렸을 때 동네에서 편싸움 놀이를 했다. 6.25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도 양편은 남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소련이었다. 미국 편을 뽑은 아이들은 코가 크다는 흉내를, 소련 편을 뽑은 아이들은 춥다는 시늉을 하며 편을 나눴다. 우리의 운명이 전승국들의 ‘전후 처리’를 통해 결정됐다는 사실을 어린 마음에도 체감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국토와 영토를 같은 의미로 쓴다. 하지만 국토는 지리·역사·문화적 의미가 강한 반면 영토는 국가의 실효적 주권이 미치는 국제법적 권역을 뜻한다. 1919년 임시헌법은 ‘대한민국의 강토는 구한국의 판도로 한다’라고 규정했고, 1944년 임시헌장은 ‘대한의 고유한 판도’라고 표현했다. 영토를 ‘한반도’로의 규정은 제헌헌법 제정 과정에서 일본식 조선반도를 단지 한반도로 단어만 바꾼 결과다. 김귀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강토 축소를 반대하
12.02
내일이면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2.3 비상계엄은 실체적 요건은 물론, 절차·목적 등 어느 하나 충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군·경을 동원한 국회 봉쇄시도 자체가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판시해 대통령 파면으로 결정지었다. 그러나 이후 사법절차는 지지부진하고, 피고인들은 재판을 희화화하는가 하면 동조세력은 장외투쟁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또한 내란을 묵인·방조한 정치권과 고위관료들 역시 반성보다 책임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란 가담자와 동조자는 물론방조한 이들까지도 읍참마속의 원칙으로 신상필벌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사사태를 막고, 무너진 헌정질서 위에 민주주의의 새살이 돋을 수 있다. ‘K-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역사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미시적 동기와 거시적 행동의 후과 12·3 내란사태는 정치 엘리트들이 개인의
11.25
동북아의 지도가 조용히 뒤틀리고 있다. 이제 판을 움직이는 것은 ‘거리’와 ‘속도’, 그리고 ‘정밀성’이다.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Long-range precision steike)는 자국 영토 밖 수백~수천km 거리의 표적을 짧은 시간에 높은 정확도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공격할 수 있는 재래식 또는 핵 탑재 타격체계다. 즉, ‘멀리·정확히·빨리’ 타격하는 무기이며, 단순히 ‘타격수단’이 아니라 전략적 영향력을 투사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한 ‘작전수단’이 아니라 국제정치의 구조를 재편하는 냉정한 기술적 요인으로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정밀타격 무기는 이제 ‘전술’이 아니라 ‘지정학’이다. 그것은 전략적 메시지이자 위기관리의 언어이며 전쟁의 문턱을 높이기도 낮추기도 하는 정치적 메커니즘이다. 오늘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된다. 정밀타격 경쟁이 가속될수록, 북·중·러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
11.18
윤석열정부는 정부주도의 북한붕괴론을 확산시켰다. 제재 자연재해 코로나대유행의 삼중고로 북한경제가 붕괴되고 체제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2025년 평양을 방문한 중국전문가들은 북한에 신축건물이 크게 늘어나고,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와 중장비가 증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한다. 올해 1만3000달러짜리 중고자동차 수천대가 평양에서 팔렸다. 평양의 도시풍경은 다양한 디자인과 형형색색의 색 혁명이 일어나고 밤 풍경도 화려해졌다. 북한 산업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장비와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는 수수께끼라고 말한다. 올 가을 필자는 북중 국경을 방문했는데 평양과 유사한 현상이 국경 도시만이 아니라 농촌과 산간오지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필자가 본 풍경, 평양을 방문한 전문가들의 주장과 현지 주민 인터뷰에 더해 위성을 통해 북한 주요 도시를 관찰한 결과, 주요 도시에서 신축건물, 중고 자동차와 중장비가 증가하고 남포항의 유류설비가 대
11.11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제대로 준비된 상태에서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무엇이 정답일까? 조기전환이 정답이다. 전쟁의 수준(Level of War)은 전략적 작전적 전술적 수준으로 구분된다. 한반도로 국한해 생각해보면 통상 전쟁의 전략적 수준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작전적 수준은 한미연합사령부 육군 그리고 해군 및 공군 구성군사령부를, 전쟁의 전술적 수준은 육군의 군단사령부 이하, 해군의 함대사령부 이하, 공군의 비행단 이하 조직을 의미한다. 작전통제권은 전쟁의 작전적 수준에서의 임무 수행과 관련이 있다. 국가 간의 문제는 통상 정치 경제 외교와 같은 비군사적 수단을 통해 해결한다. 이들 수단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경우 예를 들면 영토 주권 문제를 놓고 국가는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전쟁 돌입 여부, 전쟁에서 추구해야 할 정치적 목표, 목표 달성을 위해 투입해야 할 군사력 규모, 종전 조건 등을 결정하는 곳은 전쟁의 전략적 수준이다
11.04
얼마 전 북한은 전자지갑 가입자 수가 수백만명에 이른다고 홍보했다. 북한의 전자지갑은 전자지불체계로 ‘삼흥전자지갑’ ‘전성전자지갑’ ‘만물상전자지갑’ ‘화원전자은행’ 등이 있다. 삼흥전자지갑은 택시 버스 지하철 등 교통비 결제, 곡물쿠폰 구매, 전화 및 전기요금 납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려졌는데 다른 전자지불체계에서도 이런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자지갑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전자지갑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의 진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전자지갑과 같은 정보화의 발전은 과학기술 발전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목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북한 당국은 정보화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현 시대 모든 나라의 중요한 국가적 과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김정은 시대 들어 과학기술의 발전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는 데 과학기술 발전은 핵심적 동력이다.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 국방공업의 강화를 도모하고
10.28
경주에서 10월 31일~11월 1일 열리는 2025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펙)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한국의 미국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소위 ‘한미동맹 현대화’의 구체적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이 두 가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바로 그 점이 최소한 ‘선방’이라는 여론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의 협상 실무자들은 아펙회의 전에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지난 두달 간 빈번히 만났다. 합리적 절충점은 핵심쟁점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밝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뿐 아니라 집단지성과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과연 정부가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결코 국가의 핵심이익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릴 수 없다. 안보와 경제는 국가의 생존을 떠
10.21
정부 차원의 국방개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장관 직속 자문기구로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국민주권정부의 국정과제 추진과 주요 국방현안 해결에 국민의 뜻이 직접 반영되도록 민간 주도의 자문기구를 설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위원회는 미래전략, 헌법가치, 군 방첩·보안 재설계, 군 사망사고 대책, 사관학교 교육개혁 등 다섯 분야에서 연말까지 정책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미래전략 분과는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부합하는 군사전략과 구조개편 방향을 논의하고, 헌법가치 정착 분과는 계엄법 등 관련 법령에 문민통제를 반영하며 전군 민주주의 교육 강화 방안을 검토한다. 방첩·보안 분과는 국군방첩사령부 해편과 군 내 방첩 정보 전문기관 창설 방안을, 사망사고대책 분과는 총기 관리 및 자살 예방 등 사고 종합대책을, 사관학교 개혁 분과는 교과과정 개편과 민간 교수 확대 방안을 각각 마련한다. 한편 정부는 국방혁신 전반을 총괄하
10.14
8.15는 단순한 식민지 해방일이 아니라, 우리가 현대사 속에서 자주독립국으로 등장한 날이다. 그런데 독립기념관 관장이 기념사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일부에서는 전체 맥락상 문제가 없다고 옹호하지만 1년에 단 한번 그분들의 희생을 기리는 날, 그것도 책임 공직자 입에서 ‘선물’이라는 표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의도적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만 그 점은 곧 선이 되고 면이 된다. 야당 지도부가 국군 장병이 묻혀 있는 현충원이 아닌, 혹은 이승만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도 아닌 외국 장군 맥아더 동상을 참배한 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조선시대에 임금이 ‘사초(史草)’를 보지 못하게 한 이유는 권력이 역사를 왜곡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였다. 역사 기록이 몸통이라면 해석은 머리다. ‘광복이 선물’이라면 ‘신탁통치도 선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독립기념관장 식의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라도 우리가 신탁통치에 반대했다
09.30
북한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적대적 두 개 국가’ 노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남한을 더 이상 동족이나 통일 대상이 아닌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것이다. 대남·통일기구를 해체하고 대적사업국(제10국)을 신설했다.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 사안이 아닌 대외 외교 사안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대신 ‘적대국가’라는 개념이 공식 문서에 담았다. 2024년 10월 개정 법률에도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영구 분단화를 선언한 셈이다. 북한의 구상은 자국 이익을 반영한다. 첫째, 체제 결속이다.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주민통제가 쉬워진다. 둘째, 군사 우위 전략이다. 핵무력 등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할 수 있다. 셋째, 외교 명분이다. 남한을 미국 일본과 같은 진영으로 묶어 대미 협상에서 ‘직접 당사자’ 지위를 강화한다. 그러나 문제점도 분명하다. 남북대화 통로가 닫히면서
09.23
오늘날 국제질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지난 80여년간 유지돼온 미국의 패권질서가 흔들리는 형국이다. 이달 3일 중국의 대규모 전승절 행사는 군사력 과시를 넘어 반미연대의 결속을 노골화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세력 전이 현상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본격적인 ‘냉전 2.0 시대’가 시작됐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일 내 강대국 간 대규모 충돌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 지정학적으로 약한 고리에서는 불안정성이 날로 고조되고 있어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취약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드러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전략 구상은 동맹에 대한 부담의 전가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대중견제에 집중하고, 동맹국은 자국 안보의 책임 강화와 대외적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현실화될 경우 대북억제력 강화가 절실한 우리 정부에 이중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긴장과 군의 과제 이재명정부가 내세
09.16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참관한 모습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은 전 지구를 사정권에 두는 핵·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첨단 전자전 장비들을 대거 공개하며 군사 강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동북아는 오늘날 세계 군비지출의 약 65%를 차지하는 군산복합체의 심장부다. 6자회담 당사국 중 5개국은 21세기 들어 국방비를 50% 이상 늘렸고, 모두가 인공지능, 사이버전, 우주전력 등 신형 무기체계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 경쟁을 넘어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의 충돌과 경쟁이 집약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이란 국가안보와 세력경쟁의 맥락에서 구축되는 거대한 사회기술 체계다. 기술과 제도, 인간이 하나의 통합적 네트워크를 이뤄 특정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체계라는 점에서 군사경쟁은 단순히 무기 숫자 비교가 아니라 복합적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이해되어야 한
09.09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단연 돋보인 인사는 푸틴과 김정은이었다. 러시아는 전쟁 와중이라 중국의 외교안보 협력과 중공업 물자조달이 절실한 상태다. 안보와 경제협력 측면에서 러시아보다 중국과의 협력이 더욱 절실한 북한은 미국과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6년 8개월 동안 북중 고위층 교류 및 경제협력을 최소한도로 제한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으로 북한은 안보와 경제협력 분야에서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경제무역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전방위적 경제협력을 예고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필자가 조사한 경제협력 분야의 꽃놀이패가 어떤 것인지 짚어보려 한다. 8~9월 다양한 중국전문가 집단이 북한 방문을 재개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대유행 이전과 비교할 때 5년 사이에 평양에서도 건축 붐이 일고, 석유가 상당히 원활하게 유통돼 전기 사정이 좋아지고, 교통·물류가 상당히 증가했다고 전한다. 여기에 식량 사정에 여유도 보여 유엔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