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 풍경

100만원의 의미

2024-06-14 13:00:18 게재

지난해 3월쯤, A기업에는 B노동조합 C분회가 새로 생겼고, 바로 뒤이어 일주일 뒤 D노조 E지회가 생겼다. B노조는 임금협약 체결을 위해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했고 D노조에도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D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았고 B노조는 사용자와 임금교섭을 시작했다.

B노조와 사용자의 교섭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조정이 결렬돼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져 결국 B노조는 2차례 파업을 하게 됐다. 그런데 B노조가 파업을 하게 된 시점이 7월 초중순이라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시기인데다 강수량이 상당했다.

A기업은 F시 G구 일부의 생활폐기물을 수거해 매립장까지 운반처리하는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였다. 이런 날씨에 파업으로 인해 생활폐기물 수거가 원만히 되지 않는다면 민원이 빗발치는 것은 물론이고 F시로부터 계약 이행 촉구가 들어오면서 다음해 계약 체결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 뻔했다.

고마운 마음에 지급한 특별격려금인데

A기업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D노조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에게 파업 중인 B노조 조합원들 대신 생활폐기물 수거를 부탁했다. D노조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은 총 5일간 연장근로를 해가며 기꺼이 생활폐기물 수거 업무를 수행했다.

시간이 흘러 파업은 끝났고 B노조와 A기업은 F시와 고용노동부의 중재로 교섭을 진행해 임금협약도 체결했다. A기업은 파업기간 동안에 수고해 준 D노조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어 진심으로 고마웠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7월 급여 지급 시 이들에게 연장근로수당은 물론이고 그에 더해 1인당 100만원을 특별격려금으로 지급했다.

B노조는 A기업이 파업기간 중 연장근로를 한 D노조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에게 1인당 100만원을 특별격려금으로 지급한 것이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해서 인정을 받았다. 이에 사용자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초심을 취소해달라며 재심신청을 했으나 중노위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00만원이라는 금액이 어떤 이에게는 적은 돈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큰 돈일 수도 있다. 이처럼 어떠한 금액의 크기는 상대적이다. A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급여수준으로 볼 때 100만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라고 볼 수 없었다.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 봤을 때도 근로자 33명에게 지급된 특별격려금 총액은 3300만원으로 한번에 가볍게 지급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한마음으로 도와준 근로자들이 진심으로 고마웠을 사용자의 심정은 십분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을 선택해 100만원을 받지 못한 B노조 조합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D노조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이 100만원을 받는 것을 보면서 B노조를 탈퇴하고 비조합원으로 남거나 D노조에 가입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또 다음 쟁의행위를 고려할 때 ‘우리만 또 100만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단체행동권에 영향 미쳤다면 부당노동행위

우리 헌법은 근로자들에게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노동3권의 행사,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특히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적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을 비롯해 이에 대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 사례는 비록 사용자가 파업 기간 중 수고해 준 근로자들에게 선의로 지급한 금전이라고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단체행동권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면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는 사례다.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노조는 사용자의 입장을, 사용자는 노조의 입장을 한번만 더 생각해봤다면 노동위원회까지 오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다. 물론 사용자와 노조가 각각 주장하는 바에 대해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노사가 서로의 입장을 헤아림으로써 분쟁을 단기간에 끝내고 분쟁해결에 소비될 시간과 비용 등을 함께 성장하는 데 사용했다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당 사업장뿐만 아니라 노조가 있는 우리나라의 모든 사업장에서 노사 간의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필요한 때이다.

김동주

중앙노동위원회

교섭대표결정과 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