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0
2025
이전 여러 정부들도 부분적으로는 실용외교를 표방해왔고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연설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에서 실용외교라는 슬로건이 들어온 지가 오래되나 그 개념의 구체적 속성에 대해서는 다들 생소한 편이다. 막연하게 우리의 실리를 잘 챙기는 거래적 외교, 또는 눈앞의 이익을 따라 입장을 바꾸는 기회주의적 외교를 실용외교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본격적으로 ‘국익 중심 실용주의 외교’를 표방하는 현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실용주의의 의미와 실용외교가 가야 할 길을 짚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실용주의는 미국의 생활철학인 프래그마티즘(Pragmatism)에 그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 실용주의는 사상이나 이론의 주장보다는 그것이 실제로 어떤 유익한 결과를 낳느냐에 따라 그 사상과 이론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조를 말한다. 관념적으로 그럴듯해도 실생활에
06.13
올해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체제(APEC) 정상회의는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고려한다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경주는 시작부터 개방적이고 국제적이었다. 유라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과도 인연을 맺고 있었다. 이제는 APEC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태평양 횡단의 인연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경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신라왕의 호칭 및 당시 유물과 유적에서 유라시아와 인도·태평양과의 인연을 발견한다. 신라의 지배세력은 북방과 남방으로부터 이주한 집단이고 왕의 호칭은 우두머리를 뜻하는 이주민의 언어였다. 그래서 지배세력이 바뀔 때마다 왕의 호칭이 변화했다. 유물과 유적 그리고 그 무렵 세계정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초대왕은 거서간(居西干)으로 불렀다. 박혁거세의 탄생설화에 말이 등장하고 유라시아에서 널리 쓰인 ‘00간(干)’으로 호칭했다는 사실은 지배세력이 북방에서 이주해왔음을 의미한다. 이 시기에 중국대
05.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달 만에 쏟아낸 관세폭탄이 세계경제 지형을 바꾸고 있다. 세계 각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매달리는 가운데 일본은 자유무역질서 강화에 나섰고, 동남아에서는 자유무역 세력권 확보를 위해 중국과 경쟁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조치에 대항해 다자주의 자유무역 기치를 내걸고 동남아 진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4월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방문해 다자무역주의의 수호자를 자임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의 국제개발처(USAID) 폐쇄와 원조 중단, 고관세 부과로 어려움에 부닥친 동남아에서 중국과의 경제관계는 더욱 확대일로를 걸을 것이다. 과거 일본은 공적개발원조(ODA)와 기업 투자를 통해 동남아 경제성장을 견인했으나 중국의 국가주도 진출 전략으로 중국은 일본의 대 동남아 경제관계를 이미 추월한 상황이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중국을 안보상의 위협으로 보면서도 경제관계를 해마다 더 확대시켜왔다.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무
05.23
6월 3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세계 재외동포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되새겨야 할 인물이 도산 안창호 선생이다. 1902년 도산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면서 1903년 재미 한인교포의 단결과 계몽을 위해 한인친목회를, 1904년에는 한인공립협회를 창립했다. 도산은 리버사이드에서 오렌지 따는 일을 계속하다가 3.1운동으로 상해에 임시정부가 설립되려 하자 모은 성금을 가지고 상해로 떠났다. 1929년 2월 도산은 일제가 목을 죄어 오던 상해와 만주 지역을 벗어나 새로운 독립운동 거점 개척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만주의 한인들을 필리핀으로 대규모 이주시켜서 이상촌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필리핀의 동포들과 함께 필리핀 이민국장, 케손 필리핀 국회 상원의장 등 필리핀 정계 유력 인사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으나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필리핀 동포들을 중심으로 ‘대한인국민회 필리핀지부’를 설립했다. 이렇듯 재외동포들은 미국 하와이 및 샌프란시
05.16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면서 세계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통적인 강대국 중심 체제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고 외교적 입지를 확대하려는 중견국들의 시도가 강화되는 가운데 인도가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6월 대선 이후 출범할 신정부의 외교 정책에서 인도의 전략적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인구 세계1위, 경제 규모 5위, 주식시장 규모 4위로 성장했다. 향후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대 경제대국(G3)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가 아니다. 안보 외교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인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으며 쿼드(Quad) 협력체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 주요국들은 인도와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빈번한 정상급 교류를 가지면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편 중국을 바라보는 인도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라이벌 의식,
05.09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외교전략 중 하나인 ‘핵심광물’ 확보 정책은 아프리카에서도 본격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특히 희토류 같은 전략자원 확보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미중 패권경쟁의 주요 요소인 만큼 아프리카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우크라이나와 유사한 성격의 또 다른 광물협정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자원보유국이자 두번째로 큰 영토를 가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은 정부 군사력이 미치지 못하는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30년째 내란이 진행 중이다. 1880년대 초부터 벨기에의 식민지배를 받은 민주콩고는 1960년 독립 때까지 인구의 절반인 1000만명이 무자비한 착취와 학살로 도륙당한 역사가 있다. 독립 이후에도 쿠데타와 장기독재 속에 대량학살과 내전을 거듭해 엄청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최빈국으로 고통받고 있다. 민주콩고 내전은 독재정권과 반군 간 충돌뿐 아니라 인종 갈등, 자원을 둘러싼 주변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540만명의
05.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13~1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한다. 이번 순방에서 그는 가자 예멘 시리아 이란 관련 현안들도 논의하겠지만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인 경제적 성과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의 새로운 중동셈법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중동 국가 중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에 마음을 두어왔다. 이번 취임 후 외국 지도자 중 최초로 사우디 왕세자의 전화를 받았다. 트럼프가 순방하는 중동 3국은 산유국이고 중동 경제의 엔진이다. 이들은 2024년 미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했기에 ‘상호관세’도 10%로 낮게 받았다. 이에 비해 가자문제 해결의 주도국인 이집트와 미국의 전략적 동맹국인 튀르키예는 포함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1기 정부 때에도 이들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번 트럼프의 사우디 UAE 카타르 선택은 대중동 정책에서도 확실히 경제이익이 우선순위임을 보여준다. 2017년 사우디 방문 시 그는 1100억달러 규모의 무기
04.25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는 아세안 국가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높은 관세율이 매겨졌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49%를 필두로 베트남 46%, 태국 37%,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가 부과되었고 대미 무역적자국인 싱가포르에게도 기본 관세인 10%가 부과되었다. 비록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에 대해서는 90일간 10% 기본관세를 매기면서 양자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충격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의 로렌스 웡 총리는 8일 의회연설을 통해 “미국이 보호주의로 회귀했고 우리가 알고 있던 예측가능한 규칙기반 질서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상호관세가 진정 상호적인 것이고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무역적자국인 싱가포르에 대한 관세는 0%가 돼야 할 것”이라며 “이는 오랜 친구에게 할 조치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웡 총리는 또한 미국의 현 정책은 개혁이 아니라
04.18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불가측성을 넘어 오락가락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게 표면적 명분이지만 그 뒤에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지정학적 계산도 깔려있다. 그러나 중국이 밀접히 연관되어 이미 복잡하게 짜여 있는 세계적 공급망의 사슬을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하는 대로 재편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공급망이 경제적 논리만이 아닌 지정학적 계산에 영향을 받는 지경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 추세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견제와 경쟁은 그 폭과 깊이에서 더욱 넓고 깊어질 것이다. 특히 양국 간 패권경쟁의 중심에는 첨단기술의 지정학과 지경학이 놓이게 될 것이다. 패권경쟁의 향배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 중 하나가 첨단기술이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의 고도화를 노리는 것은 미중뿐만이 아니다. 양국을 추격하려는 다른 기술 보유국들은 물론 다국적기업들까지 기술 패권경쟁에
04.11
트럼프 고관세로 자유무역 질서가 위협을 받고 있으며 대외개방적인 중규모 국가인 우리 경제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등 우리 제조업 공동화(De-industrialization)를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장기불황처럼 트럼프의 관세 인상 동인이 된 제조업 공동화 문제는 현상의 해석이나 원인 분석에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공동화는 △ 어떤 제품의 국내 생산이 수입품이나 자국 기업의 해외 생산 이탈로 인해 대체되는 제1단계 △ 새로운 제품으로의 생산 전환에 실패하는 제2단계를 거쳐서 발생한다. 즉 수입품의 증가나 자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없으며, 국내 경제 및 산업의 비교우위 여건의 변화에 맞게 해당 지역이나 산업이 대응하지 못한 데서 발생할 수 있다. 트럼프 고관세 압박에 자동차 등 우리 제조업의 공동화 우려 일본의 경우 의류나 휴대폰 분야의 제조 기반이 급격히 약해졌다고 할 수 있으나 산업용 로봇, 특수화학 소재, 게임 및 애니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래 파격적인 안보·경제 정책으로 세계질서의 대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기존 체제가 미국에 불리하게 작동했다는 인식하에 ‘거래’ 중심 외교로 재편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트럼프의 안보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안보부담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는 러시아 북한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이외 재래식 방어는 지역 동맹국들이 더 많은 부담을 해야 하고 미국은 자국 본토와 대만 방어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겠으나 지역 안보 체계의 약화나 갑작스런 안보 공백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 또한 트럼프행정부는 전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상호주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이 맞장을 뜨자 다른 국가의 관세 적용시기를 유예하기로 했지만 기본 노선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정책은 자국의 경제주권 회복과 함께 ‘경제적 디
04.04
트럼프 대통령의 충격요법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가 행정명령을 통해 국제개발처(USAID)와 글로벌미디어국(USAGM) 활동을 잠정중단 시키자 1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당할 위기에 처했다. 당장 경제적 효과를 내지 못하는 공공외교의 예산과 인력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공공외교의 효시 국가인 미국의 소프트파워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 1960년대에 미국은 공공외교 이론 정립과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한치 양보도 없는 이념 및 체제경쟁을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공공외교가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은 해외공보처(USIA)를 설립해 세계 각지에 미국 문화와 자유 민주주의 이념을 확산시켜 왔고 또한 국제개발처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제공했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수혜국이었다. ‘악수 그림’이 새겨진 밀가루 포대는 가족들의 허기를 달랬고 AID차관아파트는 부족한 주택난 해소에 일조했다. 이러한 공공외교는 미국이 ‘민주주의 옹호자’ ‘후덕한 큰
03.28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세계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시책을 우려하며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 지연·회피 강경대응 환심사기 등 몇가지 대응양태가 주목되는 가운데 일본의 이시바 수상은 2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환심을 사고 미일동맹의 신뢰기반을 확인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특유의 총력외교가 보인다. 미일동맹은 일본의 국가안보와 경제에 사활이 걸린 핵심이익이다.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일동맹 유지·강화를 위해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많은 공을 들인다. 하물며 동맹 때리기도 불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일본의 조바심과 대응노력이 어떠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트럼프 2기에 대한 일본의 대비는 미국 대선기간 중 시작됐다. 아소 전 수상은 작년 4월 뉴욕에서 트럼프 후보와 만나 일본의 방위예산 배증계획을 설명했고 트럼프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1기 때 친분이 깊었던 고 아
03.21
3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행복의 날’이다. 유엔이 발표한 ‘2024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전세계 143개국 중 52위로 일본(51위)과 필리핀(53위) 사이에 있다. 그런데 행복감은 오래 건강하게 살고(건강기대수명, 3위) 경제적으로 윤택(경제력, 25위)하다고 해서 오는 게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사회적 지원, 83위), 사회 양극화와 빈부 격차의 심화로 인한 자신의 결정권(선택의 자유, 99위)의 유무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노인(60세 이상)의 행복도(59위)가 청년(30세 이하)의 행복도(52위)보다 떨어지는 나라로 나타났다. 비록 한국의 행복점수가 필리핀의 행복점수보다 한 단계 높고 경제적으로 훨씬 풍요롭지만 실제 필리핀의 행복지수가 한국보다 높다고 생각한다. 지난 2월 말 필리핀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교에 특강을 위해 방문했는데 대학생들은 물론
03.14
북아프리카 알제리 지중해안에 위치한 로마유적지 티파자 언덕 위에는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베르 카뮈에게 봉헌된 시비(詩碑)가 서 있다. 티파자의 풍경과 사랑을 예찬한 ‘티파자에서의 결혼’에 나오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말미의 카뮈 이름은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 독립을 반대했던 카뮈에 대한 알제리인들의 분풀이다. 카뮈는 프랑스와 알제리가 오랜 세월 함께한 공동체로 알제리는 프랑스와 알제리 두 민족 공동의 조국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사에서 비롯된 그의 주장은 정치세력에 악용되어 많은 비난을 받았고 알제리인들에게는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유럽 제국주의 식민통치를 겪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9세기부터 아프리카 북부 및 중서부를 중심으로 전체 아프리카 대륙의 40%를 차지했던 프랑스는 민족자결 인식 확산으로 이들이 차례로 독립하고 식민시대가 완전히 종결된 후에도 친프랑스 엘리트 세력의 집권을 지
03.07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후 470일간의 가자전쟁으로 주민 4만8000여명이 죽고 가자지역은 초토화됐다. 이스라엘은 저항의 축인 이란 헤즈볼라 후티도 폭격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까지 나서서 확전 자제를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은 듣지 않았다. 이스라엘 규탄 목소리는 가자 주민을 형제로 여기는 아랍국가에서 가장 크게 나왔지만 외교적 수사와 인도적 지원 약속, 시민 항의에 그쳤다. 국제유가를 4배 상승시킨 1973년 오일 엠바고(석유금수조치)와 같은 물리적 행동도, 이스라엘에 대한 집단적 외교제재도 없었다. 범아랍주의와 범이슬람주의의 후퇴다. 현재 아랍의 최대 관심은 국내 경제발전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그들은 산업 다각화를 핵심으로 하는 장기 발전계획을 제시했다. 경제발전에 필요한 사회·문화·교육개혁도 추진하고 외교 목표도 발전의 기여에 맞춰져 있다. 현재 아랍사회는 대 변화과정에 있고 중동정세는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됐다. 그들의 절박성은 2010년대 일
02.28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서 지구촌 내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 신행정부가 취할 대외정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또 다른 핵심세력인 중국에 대한 대처 역시 큰 관심사다.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수 있는 유동적인 상황에서 우리의 좌표 정립은 어려운 도전일 수밖에 없다. 이런 때에 우리와 유사하게 미중 틈바구니에서 국익을 지키고자 분투해온 싱가포르의 대외정책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대미외교에서 실용을 추구하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다. 1990년 필리핀이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 해군기지에서 미군의 철수를 요구했을 때 싱가포르는 주변국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측에 자국 내 기지를 이용토록 제안해 오늘날까지 긴밀한 군사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반면 미국의 정책이 자국의 가치나 입장에 반할 때는 분명한 견해를 밝혔다. 1983년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 시 이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한 유엔 결의에 적극 찬성했고 1988년 싱가포르 국내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미국대사관 1등 서
02.21
인간은 ‘만물의 영장’인가? 챗GPT에 물었더니 돌아온 답의 요지는 이랬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표현은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전통적 관점에서 나왔지만 그렇다고 자연을 마음대로 지배할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틀렸다는 답을 회피하는 챗GPT답게 우회적으로 비판적인 답이었다. 호모사피엔스가 문명을 이루어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이후에 인간은 다음 세가지 오만에 사로잡혀 왔다. 그 첫째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믿음이었다. 지구 위에 있는 모든 생물의 가장 위에 있는 존재이자 유일하게 생각하는 고등지능을 갖추었다는 우월적 의식은 신의 형상으로 태어났다는 종교적 신화로까지 발전되기에 이르렀다. 둘째는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라는 착각이다. 그러나 45억년에 가까운 지구의 역사에서 호모사피엔스의 출현은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 역사를 1년으로 계산하면 12월 31일 자정 5초 전에 불과하다. 문명을 이룬 1만년 전으로 계산하면 훨씬
02.14
매년 겨울이면 인도 델리는 극심한 스모그로 뒤덮인다. 이번 겨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기질지수(AQI)가 400을 넘어 ‘심각’ 단계에 진입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1000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안전기준치를 수십배 초과하는 수치다. 델리의 공기오염은 계절적 요인과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다. 겨울이 되면 찬 공기가 도시 위에 머물면서 오염물질이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펀자브 하리아나 등 인근 주 농부들이 추수를 마친 뒤 논밭의 잔여물을 태우는 관행이 더해져 대기 중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또한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성장으로 인해 차량 배기가스, 건설현장의 먼지, 공장 배출가스 등이 대기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심각한 오염은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인도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스모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2부제로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
02.07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연이어 제시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 중이다. 그는 대선 당시 “24시간 내 전쟁 종결”을 공언했고 불필요한 전쟁의 조기 종식의 중재자, 해결사가 되고자 한다. 트럼프 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협상 동의를 얻어내고 푸틴 대통령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각도의 압박과 함께 핵 군축 협상 의향도 언급했다. 백악관 종전협상 계획의 첫 단계인 미러 정상 간 통화로 종전 추진에 대한 시동이 걸리게 된다. 3년간 이어진 전쟁을 외교적 협상으로 해결해 항구적 평화를 이루려면 상당한 결단과 조율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중재가 성공하려면 균형잡힌 합의 결과와 지속가능한 평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군 전력 강화 지원, 서방의 안전보장과 재건 협력, 우크라이나 주권 보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행정부는 추가 군사 지원이나 유럽과의 협의에 소극적이며 대외 원조를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