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정위 쿠팡 상품진열 규제 ‘누구를 위한 공정? ’

2024-06-21 15:39:59 게재
강형구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공정위는 쿠팡이 ‘자기’ 상품인 직매입 상품들을 ‘타인’의 상품인 오픈마켓 상품 (중개상품)보다 우대해서 팔았다는 혐의로 1400억 과징금 부과 처분을 했다.

공정위 쿠팡 판결과 관련해서 우려되는 바는 유통업자의 ‘매장 운영방식’을 문제삼고 규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들로부터 장려금을 받거나 판촉비용을 전가하는 등 갑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착취행위를 문제 삼았다. 그런데 이제는 유통업체의 수익성, 재고운영 등 사업 방식과 직결되는 점까지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어떤 상품들을 소비자의 눈에 띄게 진열하고 구매를 유도할지는 유통업체의 고유 영역이자 중요한 사업 전략이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유통업체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상품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한다. 소비자들은 합리적 선택을 위해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유통사들의 상품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한 후 구매를 한다. 이러한 선택을 받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고객을 끊임없이 연구하여 어떠한 상품과 서비스를 어떠한 가격에 제공할지 많은 고민을 한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아 수익성을 확보한 유통사가 경쟁에서 살아 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된다.

유통업 뿐만 아니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든 업종에서 그렇다.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추천 알고리즘으로 어떠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어떻게 과시하고 홍보하느냐에 있다. 디즈니플러스나 티빙, 애플TV+ 등 경쟁업체들도 오리지널 콘텐츠, 즉 자기만의 독점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제안해 구독자를 늘린다. 소비자 또한 많은 업체 중 나에게 더 잘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업체를 선택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이 때 다른 업체에는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소비자의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쿠팡에게는 로켓배송 상품이 오리지널 핵심 콘텐츠로, 경쟁은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보다 더 치열하다. 소비자 경험이 쌓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 시스템은 소비자에게 더 질 좋은 상품과 더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게 한다. 이러한 사업 방식에 ‘공정’이란 잣대를 적용하기란 상당히 모호한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소비자가 눈에 띄는 매대 위치에 제품을 진열하고 장려금을 납품업체로부터 받는다. 말하자면 돈 되는 상품들을 더 잘 노출시키는 셈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진열 장려금을 합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돈이 없어 진열 장려금을 내지 못하는 납품업체들은 자신들의 상품이 보이지 않는 구석에 진열되니 억울할 수 있다. 공정위 논리라면 이것이야 말로 불공정하지 않은가.

쿠팡의 자사제품 우대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대한민국 유통을 쿠팡이 독점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약되는 경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쿠팡 외에도 많은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이 있어 소비자들은 쿠팡의 추천 제품이 맘에 들이 않는다면 다른 유통사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입점업체들도 다른 유통사들을 통해 판매할 수 있다. 공정위는 미국 FTC가 아마존의 자사제품 우대를 문제삼아 제소했다고 하는데, FTC는 아마존이 독점 지위를 갖기 때문에 아마존의 판매 방식이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쿠팡의 경우 국내 유통 점유율이 4% 정도다. 물론, 미국 FTC의 제소 결정도 “Big is Bad”라는 도그마에 갇힌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커머스가 성장할수록 소비자의 선호에 부합하는 상품 노출 알고리즘을 갖추는 것이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은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유통업체가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그런데 ‘공정’을 위해 알고리즘 설계를 규제하게 되면 소비자의 선호와 취향은 설계 과정에서 희생될 수 있다. 반면, 규제를 받지 않는 C-커머스 등 해외 직구 플랫폼들은 자유롭게 경쟁력 있는 알고리즘을 짜게 될 것이며 우리 온라인 유통사들의 경쟁력은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고리즘에 대한 평가는 규제당국보다 소비자가 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