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본류 꾸구리 귀환

강천보 열자 남한강에 '꾸구리'가 돌아왔다

2021-12-20 11:21:33 게재

여주환경련·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모니터링 … 여주 삼합리(흥원창) 남한강 본류에서 '우점종'으로 확인

우리나라에서 2개의 강이 만나는 곳은 많다. 두물머리 합강리 합수리 합수머리 등등. 3개의 강이 만나는 세물머리는 드물다.
삼강주막이 있는 낙동강 본류 예천 '삼강리'는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곳이다. 원주 흥원창 일대도 남한강 본류와 섬강, 청미천이 만나는 세물머리다. 지명도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다.
3개의 강이 만나니 생태적으로도 중요하다. 예천 삼강리 일대는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 본류 수계에서 유일한 '흰수마자'(Gobiobotia naktongensis.멸종위기1급) 서식지다. 삼강리에서 영풍교 사이 낙동강 모래톱 여울구간은 내성천 일대 흰수마자의 월동 및 번식지로 추정된다.
여주 삼합리 남한강 본류는 전형적인 자갈여울이다. 이 일대 남한강과 섬강의 자갈여울은 멸종위기2급 '꾸구리'와 '돌상어'(Gobiobotia brevibarba) 핵심 서식지다. 12일 여주환경운동연합 모니터링 동행취재에서 4대강사업 이후 남한강 본류로 처음 돌아온 '꾸구리'들을 만났다.

강천보 수위가 불과 30cm 정도 낮아졌을 뿐인데 삼합리(흥원창) 여울은 눈에 띄게 물살이 강해졌다. 지난 봄 모니터링 때는 강물 깊이만 얕아진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물살이 확연히 달랐다. 강물 흐름이 초당 50cm 이상이면 꾸구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울이다. 족대 모니터링 10여분 만에 '꾸구리' 80여 개체가 확인됐다. 사진 남준기 기자

 

12일 오전 10시 바로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자욱한 안개 속에 남한강 강천보 일대 민물고기 모니터링이 시작됐다. 강천보는 12월 1일부터 조금씩 수위를 내리기 시작했다. 강천보는 경기도 여주시 관내에 있는 3개의 보 가운데 가장 상류에 위치한다. 강천보 상류에는 섬강과 청미천, 남한강 본류 3개의 강이 만나는 '흥원창'이 있다.

첫번째 모니터링은 강천보 바로 아래 지점. 여주보가 수문을 굳게 닫고 있지만 이 일대는 강바닥이 암반층이라 깊이 준설하지 못해 일부 여울 구간이 남아있는 곳이다. 강천보 아래 어도와 여울에서 족대(반두)로 어떤 물고기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민물검정망둑. 여울이나 물이 정체된 곳 모두에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 종이다. 사진 남준기 기자

여울성과 호소성 물고기가 골고루 관찰됐다. 우점종은 '피라미'로 103마리가 나왔다. 그 다음은 '밀어'(32마리) '쉬리'(24) '돌마자'(5) '민물검정망둑'(4) '줄납자루'(1) '대륙종개'(1) '붕어'(1) '꾸구리'(1) 등이었다.

멸종위기2급 '꾸구리'(Gobiobotia macrocephala)는 원래 섬강 합수부에서 이포나루(이포대교), 팔당대교까지 한강 전역의 여울에서 관찰됐던 남한강 수계의 대표적인 멸종위기 물고기다.

MB정부 4대강사업으로 이포보-여주보-강천보로 가로막힌 후 여주 남한강은 꾸구리들이 살 수 없는 호수지대로 변했다. 강천보 바로 아래에서 어린 꾸구리가 한마리 관찰된 것은 좁은 구간이지만 꾸구리들이 살 수 있는 여울과 저서곤충들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다. 역시 여울을 좋아하는 '쉬리'들이 20마리 이상 관찰된 것도 강천보 아래 여울의 생태적 건강성을 말해준다.

아침 해가 강하게 비치면서 안개는 점점 옅여졌지만 강천보 아래 남한강은 깊이가 너무 깊고 물살도 강했다. 최소수심 2~3미터 이상으로 가슴장화로는 모니터링이 불가능했다. 다음에 선박을 이용해 자갈섬 안쪽 여울을 관찰하기로 하고 상류 흥원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국고유종 쉬리. 여울을 좋아하는 쉬리가 강천보 하류 여울지역에서 여러개체 확인됐다. 사진 남준기 기자

◆'꾸구리'와 '돌상어' 핵심 서식지 = 두번째 모니터링 지점은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 남한강 본류.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과 경계를 이루는 흥원창 건너편이다.

어류학자들은 원래 이포나루에서 흥원창까지 남한강 본류 여울에 주로 서식했던 꾸구리들이 4대강사업으로 섬강과 비내섬 등 상류와 지천으로 밀려난 것으로 본다.

4대강사업 당시 여주 삼합리 앞 남한강 본류는 3미터 이상 깊이로 준설됐다. 그때 준설된 모래와 자갈은 삼합리 강변에 수십미터 높이로 그대로 쌓여있다. 그 직후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흥원창은 녹조류가 낄 만큼 강물이 정체된 상태를 보였다.

그런데 몇해 전부터 겨울에 팔당호가 얼어붙으면 '고니'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재작년부터는 흥원창 앞 남한강 본류에서 고니들이 자맥질을 하는 게 종종 눈에 띄었다. 잠수를 못하는 고니들이 자맥질을 할 정도면 물 깊이가 1미터가 안된다.

지난 3월 남한강 본류 모니터링에서 실제 삼합리 앞 남한강 본류 깊이를 확인해보았다. 가슴장화를 신고 흥원창 절벽 아래 모래섬까지 이동이 가능할 정도였다.

지난 3월 섬강 여울을 도강하는 오프로드 차량들. 이후 원주시와 원주지방환경청이 멸종위기 어류 보호 현수막과 강변 진입을 막는 차단기를 설치했으나 최근 군부대에서 장갑차 도하훈련을 한 뒤 다시 차단기가 열린 상태다. 사진 남준기 기자


◆10여분 만에 80여 개체 확인 = 강천보 수위가 불과 30cm 정도 낮아졌을 뿐인데 삼합리(흥원창) 여울은 눈에 띄게 물살이 강해졌다. 지난 봄 모니터링 때는 강물 깊이만 얕아진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물살이 확연히 달랐다. 강물 흐름이 초당 50cm 이상이면 꾸구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울이다.

족대 모니터링 10여분 만에 '꾸구리' 80여 개체가 확인됐다. 관찰된 어종은 '꾸구리'(80마리) '밀어'(6) '돌마자'(4) '쉬리'(2) '민물검정망둑'(2) '대륙종개'(1) 등이다. 꾸구리가 남한강 본류 삼합리 여울의 우점종을 차지하고 있었다. 놀라운 변화다.

멸종위기종 포획허가를 받은 모니터링이 아니어서 꾸구리들은 개체 확인 즉시 현장에서 방류했다.

이완옥(어류학 박사) 한국민물고기보전협회장은 "멸종위기 어류는 산란처 먹이터 월동지 등 미세 서식지가 중요한데, 꾸구리들은 여름에는 지류에 있다가 겨울에는 본류 쪽으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며 "초당 50cm 이상 유속이 돼야 살 수 있는 꾸구리가 여주 삼합리 남한강 본류에 돌아온 것은 강천보 개방으로 여울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병수 담수생태연구소장도 "강천보 개방으로 남한강 여울이 회복되면서 상류에서 내려온 개체들일 것"이라며 "내년 봄 강천보 수문을 닫더라도 최소한 이들 멸종위기 어류의 서식지인 여울은 남겨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는 "꾸구리는 과거 남한강 홍천강은 물론 한강본류 팔당대교에서도 관찰됐던 종"이라며 "한강유역 전체에 꾸구리가 서식할 수 있도록 자연 그대로의 여울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니터링을 주도한 여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민물고기 모니터링 내용이 남한강 재자연화나 3개 보 수문 개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모니터링에 참여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관계자는 "멸종위기종 서식지 섬강 여울을 횡단하는 오프로드 차량들에 대한 더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군부대 훈련도 이런 곳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한강 = 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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