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4
2026
또 한 사람의 재난 참사피해 관련자가 세상을 떠났다. 그분에게도 여러 사람들이 도움을 주려고 애를 썼을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는 전달되지 못한 서비스에 대한 재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도움을 요청하세요”라는 형태의 접근은 반드시 재고와 보완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기존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겨 왔으나, 최근 영국과 일본등지에서 변화가 있었다. 도움요청 행동을 넘어선 적극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왜 그런가? 절박한 사람 대부분 도움 요청할 상태 아냐 첫째, 절박한 사람은 도움을 요청할 겨를이 없다. 위기전화번호를 몰라서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자살 위기에 있는 사람의 인지·정서상태는 터널시야, 깊은 무망감, 의사결정 능력의 손상으로 특징지어진다. 어디에 어떻게 청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가장 어려운 상태가 바로 그 상태다. 도움요청 능력이
04.27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마주하며 보낸 세월이 어느덧 30년을 훌쩍 넘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치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과거의 치과가 단순히 ‘아픈 치아를 뽑고 때우는’ 질병치료와 기능적 회복에 집중했다면, 현대의 치과는 정기검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하는 관리영역에 중점을 두는 한편 기능회복을 넘어 ‘아름다운 미소’를 디자인하는 안면 심미의 영역으로까지 그 지평을 넓혔다. 흔히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독소’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세균이 분비하는 독소로 식중독과 관련된 연구에서 발견되었다. 19세기 초 독일의 의사 유스티누스 케르너가 부패한 소시지를 먹고 마비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관찰하며 이 독소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을 위협하던 이 강력한 독소는 1970년대 알란 스콧이 복시와 사시 치료에 사용하면서 의학적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1989년 안면떨림에 대
04.20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사춘기 소녀의 월경통은 성인 여성의 통증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 시기 통증의 대부분은 자궁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에 의해 발생하는 일차성 월경통이다. 사춘기에는 자궁경관이 상대적으로 좁고 자궁근육의 수축 조절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통증은 더 예리하고 강하게 나타난다. 단순한 하복부 통증을 넘어 오심 구토 설사, 심한 경우 실신에 가까운 전신 쇠약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자율신경계가 충분히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리통은 참아야 한다’거나 ‘진통제는 내성을 만든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의학적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반복되는 강한 통증을 방치할 경우 중추신경계의 통증 감작을 유발해 이후 만성 골반통이나 섬유근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사춘기 환자의 통증은 과장이 아니라, 신체 조절 한계를 넘어선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04.13
100년 전 사람들의 생활과 건강상태는 어땠을까? 다들 어렴풋이 알고 있는 큰 변화를 몇가지 데이터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25년 당시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남성의 기대수명은 58세였다. 1925년 일제강점기 한국의 남성 평균수명은 28세에 불과했고 일본도 평균수명이 42세였다. 현재 미국 한국 일본의 평균기대수명은 모두 80세 전후다. ‘영포티(Young Forty)’를 논하는 세상이니 격세지감을 이렇게 크게 느끼기 쉽지 않다. 100년 전에는 미국에서도 일부 대도시에는 지하철 노면전차 개인자동차가 있었으나 그 이동거리는 극히 짧았다. 한국은 일부 철도와 서울의 노면열차가 전부였다. 당시 한국인은 대부분 도보로 이용했고, 유학이나 취직이 아니면 태어난 동네를 벗어날 일이 거의 없었다. 즉 대다수 사람들은 하루종일 걷거나 뛰어다녔다. 또한 물건을 옮기는 것도 모두 사람이 직접 지거나 들고 가야했다. 농사일이 다수여서 새벽같이 일을 하고 낮에 쉬다가 다시 일을 했다.
04.06
나라의 기본정책을 바꾸는 것은 산을 옮기는 것과 같아서 상당히 힘들기도 하지만 얻는 이득은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전문의 중심병원도, 일차의료도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2024년 의료대란 때 혼란스러운 의료현장을 목격했다.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았다. 이번 정부는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적 염원을 받아 안아 보건의료의 산을 옮기는 작업인 일차의료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2025년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26년 7월경부터 실시하겠다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에 관한 보건복지부 안을 심의했다. 보건복지부는 국정과제인 ‘주치의제도 확대로 맞춤형 일차의료 체계 구축’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형 일차의료 모델을 제시한다고 했다. 지역 중심의 일차의료 혹은 주치의제도를 선호하는 많은 사람들과 의료인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기대감이 상당히 컸다.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맞춤형 건강관리, 다학제 협력을 통한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만성질환 관리 등 일차의료에 중요한 내용들
03.30
파킨슨병의 주요한 특징은 동작이 느려지고 몸이 서서히 굳어지며 손발을 떨고 잘 걷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인체의 신경계에서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는 질환을 ‘신경퇴행성 질환’이라고 부른다.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가장 대표적인 병이 치매다. 파킨슨병은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그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신약의 개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까지 없으며 한번 발생하면 낫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파킨슨병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나 한약에 대해서 최근에 새로 발표된 연구를 찾아보자. 가장 먼저 추천할 수 있는 것은 계피와 시나몬(Cinnamon)이다. 계피는 계피차와 수정과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한약이다. 시나몬은 카푸치노 시나몬롤 츄러스에 들어가는 식재료이다. 계피는 어딘가 장년층에게 더 친숙하다면 시나몬은 힙한 젊은 층에서 더 익숙할 수 있다. 아주 가까운 친척 관계인 계피와 시나몬은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주요 성
03.23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결핵균을 발견한 독일의 의사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가 1882년 결핵균을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결핵의 심각성을 알리고 조기검진과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결핵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결핵균 발견 100주년이 되던 해인 1982년 세계 결핵의 날을 제정했다. 결핵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WHO의 ‘글로벌 결핵 보고서(Global TB Report) 2025’에 따르면 2024년(추정치) 전세계 결핵환자는 약 1070만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약 123만명이다. 결핵은 여전히 단일 감염원 중 세계 사망원인 1위이자 전세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특히 다제내성결핵과 같은 약제 내성 결핵은 현대 의학의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결핵퇴치를 위한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공기 전파 감염병이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
03.16
우리나라 사망원인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이 암이기 때문에 환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일반 사람들에게서 암 발생을 줄이는데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암을 완전히 막아주는 ‘마법의 슈퍼푸드’는 없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암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반복해서 나온 식품군은 분명히 있다.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핵심 식품군으로 채소 전반(특히 생 채소 많이 먹기)은 여러 연구에서 다양한 암의 위험을 낮추는 데 연관되어 있다. 브로콜리 양배추 콜리플라워 배추 브뤼셀싹 등은 설포라판 같은 성분을 통해 유방·폐·대장암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여러 연구들이 있다. 블루베리 딸기 라즈베리 등은 항산화·항염 성분이 풍부해 DNA 손상 보호, 종양 성장 억제 등 기전에 대한 연구가 많다. 과일 채소 통곡물 콩 씨앗 견과류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많이 쓰는 지중해 식단은 비만 관련 암 위험을 낮추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통곡물 콩류 채소 과일에 든
03.09
요즘 외래강의나 대중강연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눈이 뻑뻑하고 시린데 어떤 인공눈물을 써야 하나요?”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안구건조증은 더 이상 특정 연령대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젊은 층에서도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생활 속 질환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눈물의 양’보다 ‘눈물의 질’이다. 최근 상담했던 20대 대학원생 영수씨(가명)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하루 대부분을 모니터 앞에서 보내고,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어느 날부터 눈이 뻑뻑하고 오후가 되면 시리고 충혈이 심해져 도움을 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가 하나 더 있었다. 이 주부터 여드름 치료를 위해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을 2주 처방해 복용 후 여드름은 아주 좋아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마지막 약을 복용했는데 눈이 더 건조해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눈물이 갑자기 많이 흐르는 증상까지 나타났다고
02.23
“교수님, 그날 이후로는 혼자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워졌어요.” 70대 후반의 한 여성 환자는 겨울철 집 앞 계단에서 미끄러진 뒤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한달 넘는 입원과 재활치료를 거치며 보행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고, 이전에는 당연했던 혼자 장보기와 외출은 더 이상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다리가 아니라 자신감이 먼저 부러진 것 같다”는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노인의 낙상은 흔히 ‘운이 나쁜 사고’로 치부된다. 그러나 임상과 연구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낙상은 우연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 감소와 근력 저하, 그리고 균형 유지 능력이 떨어지고, 외부상황에 대처하는 인지능력의 감퇴도 일어난다. 여기에 골다공증이 더해지면 낙상과 취약골절은 시간문제가 된다. 특히 고관절과 척추 골절은 단순한 외상이 아니라 노인의 삶 전체를 바꾸는 분기점이 된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02.09
설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누군가는 예매한 기차표를 확인하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뵙는 설렘에 잠기고, 누군가는 명절 전 업무를 마무리하느라 평소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시장 골목은 제수용품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집집마다 명절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저마다의 모습은 다르지만 명절을 앞둔 바람은 비슷하다. 연휴 동안 큰 탈 없이 지내는 것, 그것이 설을 맞이하는 가장 소박한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설 연휴에는 생각지 못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평소보다 과하게 섭취한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소화 불량, 장시간 운전이나 명절 노동 뒤의 근육통, 갑작스러운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은 드물지 않다. 연휴에는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이 많지 않아 집 안에 구비된 상비약이 첫 대응 수단이 된다. 문제는 많은 가정에서 상비약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래전 개봉한 시럽, 언제부터 있었는지 기억조차 힘든 조제약, 용도가 불분명한 연고가 뒤섞여
02.02
“영양제 먹어도 될까요?” “먹는 알부민은 괜찮을까요?”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친은 어떨까요?”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면 콩팥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요?” 외래 진료실에서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들이다. TV 광고나 유튜브, SNS를 보다 보면 각종 영양제와 단백질 보충제가 넘쳐나고 건강을 조금이라도 더 잘 챙기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하지만 ‘몸에 좋다’는 말이 늘 ‘콩팥에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된 선택이나 과도한 섭취가 특별한 증상 없이도 콩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영양제나 단백질 보충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식사만으로 영양이 충분할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영양 관리는 단순히 ‘적게 먹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단백질과 에너지가 쉽게 소모돼 근육이 줄고 기운이 떨어지는 이른바 ‘영양 소모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이미 근력이 감소한 경우라면 그
01.26
현대인의 눈은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와 씨름하다가, 잠들기 직전까지 영상을 시청한다. 눈이 혹사당하는 와중에 아이러니하게도 눈 건강을 위한 영양제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눈 영양제가 TV프로그램에 소개가 되고 여러 매체를 통해 광고되면서 루테인이나 오메가3 등이 마치 눈을 위한 필수영양제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눈 상태나 연령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광고가 주입한 “눈 영양제는 루테인”이라는 공식에 따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루테인을 복용중인 경우를 자주 본다. 시력의 발달 및 성장, 생리학적 노화 과정에 따라 꼭 필요한 영양소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눈 영양제는 눈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할까? 성장기 아이들의 눈 관리 핵심은 시력발달과 근시진행을 막는 것이다. 요즘 많은 부모님들이 어린이용으로 젤리나 분말, 구미 형태로 나온 루테인을 먹이지만 이는 아이들의 시력발
01.19
당신의 마음이 공허하고 무엇인가에 의존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면 알고리즘이 건네는 위로가 얼마간 효과적일 수 있다. 그래서 인공의존의 권고에 따라 행동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인공지능은 심리정신 그리고 상담의 세계에도 크나큰 새로운 진동을 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은 언제나 열려 있는 24시간 상담소다. 외롭고 고립된 수많은 인류의 일원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상담과 고백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힘들여 상담소나 정신과를 찾지 않아도 스크린 앞에서 호소하고 고백하면 답을 해주는 인공지능 챗봇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컴퓨터에 인공지능 챗봇을 다운 받아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정을 쌓아가고 있다. 실제 사용자들이 정신과에 와서 인공지능 챗봇 사용이 놀라왔다고 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있다. 지속적인 기술적 발전으로 개발자들은 인공지능 챗봇이 말투, 말의 높낮이, 혹은 작성한 문장의 행간 등의 디지털 표현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높아지면서 반응의 공감도를 높이
01.12
대한민국은 현재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게 다가오는 어려움이 ‘초고령 사회 진입’일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노인인구의 급증은 단순히 인구 통계학적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복지와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2024년 3월에 제정된 ‘의료 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쇠 장애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살던 곳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법률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된다. 과거의 돌봄이 가족의 희생에 의존하거나 치료가 끝난 후에도 갈 곳이 없어 병원에 머무는 ‘사회적 입원’ 형태였다면, 이제는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 거주하던 곳에서 지속적
01.05
새해에는 “꼭 살 빼야지”라는 다짐이 단골로 등장한다. 약국에도 비슷한 질문이 쏟아진다.“약사님, 올해엔 진짜 살 좀 빼고 싶어요. 매년 새해엔 제일 큰 결심이 비만 탈출이지만 지난해도 실패했어요”라는 푸념과 함께 최신 유행하는 비만약에 대해 문의한다. 새해 결심은 늘 뜨겁지만 비만은 단순한 의지 싸움이 아니다. 비만은 장기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목표도 ‘한달에 10kg’ 같은 극단이 아니라 ‘6개월 동안 5%를 꾸준히’처럼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대한비만학회의 최신 권고에 따르면 체중 감량 1차 목표는 체중의 5~10%를 6개월 내에 감량하는 것이다. 이를 유지하면 비만 관련 합병증 위험을 줄인다고 밝힌다. 특히 치료 전 체중의 3~5%만 줄여도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개선한다. 그렇다면 새해 결심을 위해선 이렇게 시작하는 건 어떨까. 첫째, 식단에서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보다 조금 적게 섭취하는 ‘칼로리 적자’를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굶기’가 아
12.29
2025
한국 어린이들의 운동시간이 부족한 것은 유명하다. 질병관리청에서 2025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 청소년 기준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신체활동 혹은 주 3일 이상 근력강화운동을 하는 비율이 17.3%다. 이는 조사대상 146개국 중 최하위이고 미국과 비교시 32.9%나 낮은 수치다. 공식적인 신체활동 시간인 학교체육활동 시간도 부족하고, 학교외 고강도 운동, 저강도 운동 시간 모두 턱없이 낮다. 한국에서 청소년들의 운동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보다 학업부담 때문이다. 어린시절부터 학원과 숙제의 틈바구니에서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다. 여기다 학교에서도 체육시간은 부수적으로 다뤄지고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궁리만 하다보니 전세계 최하위 운동시간을 기록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낮은 수준의 운동시간이 우리 아이들의 체력저하나 신체발달 저하로만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어린이와 청소년기 운동부족은 청장년기 운동으로 메꿀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로 유소년
12.22
“필수의료가 몰락하고 있다.” “2026년 필수의료 전공의들 지원 저조.” “정부, 필수의료 지원에 최선을 다하기로.” 언론의 기사 제목처럼 최근 보건의료 분야의 화두는 ‘필수의료’라는 말일 것이다. 2024년 초부터 의과대학 정원 문제로 불어 닥친 의료대란 시국에서는 여러 종합병원의 응급실부터 중요 수술을 하는 전문과들이 무너지면서 더욱 많이 쓰였다. 필자는 방송이나 신문에서 이 말이 쓰일 때마다 내용을 만든 기자에게 “도대체 내용을 알고 기사화한 건지” 따지고 싶을 정도이다. 필수의료라는 말은 족보도 없고, 정체성도 없는 용어여서 큰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기로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이 말이 사용됐던 것 같다. 계속되는 일부 전문과들의 몰락이 사회문제화 되니까 특별히 지칭해서 부르기 시작한 것이 조금씩 통용하게 된 것이다. 무엇이 필수의료라는 말인지 짐작해보면 흔히 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처럼 수련은 힘들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는 엄청
12.15
코로나나 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을 앓고 난 뒤 쉽게 사라지지 않는 마른기침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불편이다. 특히 노인은 낮에는 괜찮다가도 저녁에 눕는 순간 기침이 심해져 잠을 설치는데, 이 시기의 기침은 단순한 감기의 끝자락이 아니라 감염 이후의 회복과정에서 생기는 특유의 신경 변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감염으로 자극받은 기도의 미주신경이 과민해지면 작은 자극에도 기침 반사가 과도하게 일어나고, 염증이 거의 사라진 뒤에도 기침이 오래 남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을 ‘기침 과민성’으로 설명하는 연구가 많다. 감염으로 기침 수용체가 예민해지면 건조한 공기, 체위 변화, 찬바람, 분비물의 미세한 이동만으로도 쉽게 기침이 유발된다. 코로나 이후 보고되는 롱코비드의 마른기침과 흉부 불편감도 같은 기전으로 이해된다. 점액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신경계의 불안정이 중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진해제·거담제가 잘 듣지 않는다. 독감 후유증에서 보이는 피로도 이런 기침을 악화시킨다. 감
12.08
심부전(heart failure)은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온몸에 혈액을 충분히 보내지 못해 각 장기에 산소와 영양이 부족해지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밤에 눕기 힘들 정도로 호흡이 불편하고, 발이나 발목 붓기와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가 있다. 심부전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한 입원뿐 아니라 재입원과 급격한 악화나 사망으로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심각한 경제·심리적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심부전을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신장질환 비만이다. 이들은 관리만 잘해도 심부전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심부전 예방의 핵심은 건강한 생활습관에 있다. 첫째, 소금(나트륨) 섭취를 반드시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단백질(생선·살코기), 통곡물이 기본인 식단으로 바꾼다. 둘째,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걷기, 자전거 타기, 수중운동 등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셋째, 흡연과 과음은 심장 건강에 치명적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