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5
2026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장의 시민들이 체감하는 의료·돌봄 서비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제도의 취지는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도록 돕는 것이지만 현실은 공적급여의 한계와 비급여 항목의 무게 때문에 ‘반쪽짜리 돌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하면 병원비 걱정은 크지 않아야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노년층의 경우 누구든 한두가지 중증질환만 겪어도 지금의 제도 아래에서는 삶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목격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약 65%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시민들이 직접 짊어져야 할 의료비 부담이 매우 크다. 이 공백을 민간 실손보험이 채우면서 과잉진료와 의료 양극화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공·사보험 체계 모두에서 비급여로 분류되어 환자가 전액을 부담하는 영역들은 단순한 선택적 진료가
06.08
직장 동료가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찾아왔다. 수치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 주다 문득 깨달았다. 사람들이 건강을 묻는 방식이 요즘 들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확인하고 싶은 의학지식의 출처를 말할 때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요”로 시작했다. 이제는 “챗GPT에 물어봤는데요”로 시작한다. 어조도 변했다. 검색결과를 옮길 때의 망설임은 사라지고 자기 생각이었던 양 차분하게 말한다. 인공지능(AI)이 내놓는 답변이 그만큼 정연하기 때문이다. 예전의 인터넷 건강정보는 의심의 여지가 많았다. 출처가 불분명한 카페 글, 정제되지 않은 블로그, 과장된 광고가 뒤섞여 어딘가 어색했다. 그 어색함이 사람을 주춤하게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정보를 들고 의사를 찾아왔다. 어설픔이 오히려 안전장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AI가 내놓는 의학정보는 다르다. 문장이 단정하고 구성에 짜임새가 있다. 게다가 AI는 검색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그럴듯한 말을 지어낸다고만 보
06.01
“여름에는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나요?” 여름이 되면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묻는 질문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더위가 빨리 시작되고 길어지면서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위험하지만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탈수가 콩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콩팥은 우리 몸에서 세 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는 대사산물 및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배설기능’이고 둘째는 체내 수분량과 전해질, 산염기 등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항상성기능’이다. 그리고 셋째는 혈압 유지, 빈혈 교정, 칼슘과 인 대사에 중요한 여러가지 호르몬을 생산하고 활성화하는 ‘내분비기능’이다. 몸속 수분이 부족해지면 소변을 농축해 탈수를 막으려 하지만 탈수가 심해지면 콩팥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급성콩팥손상이나 전해질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노인이나 만성콩팥병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은 탈수와 콩팥 손상에 더욱 취약하다.
05.18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곳저곳 온몸이 신호를 보내온다. 그 중에서도 나이 듦의 변화를 가장 먼저, 그리고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곳이 바로 ‘눈’이다. 40대에 접어들면서 ‘눈이 침침하다’는 말이 수시로 나온다. 중년의 눈건강은 앞으로 펼쳐지는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세심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중년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불청객은 ‘노안’이다. 특히나 요즘은 스마트폰 같은 각종 IT 기기 사용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노안을 예전보다 더 일찍 더 심각하게 경험하게 된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를 생각해보자. 저 멀리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로 담아낸 후 내 앞의 인물로 화면을 옮기면 카메라가 잠시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어 낸 후 선명한 사진을 찍어낸다. 우리의 눈은 카메라보다도 훨씬 우수한 자동초점기능을 갖추고 있어 바라보는 사물의 거리에 따라 수정체 두께가 알아서 변화되면서 항시 선명한 상이 맺히게끔 되어있다. 멀리 앞에 놓인 칠판을 바라보다 1m 앞의 컴퓨터 작업도 하고
05.11
만성질환과 기력저하가 있어도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70대 박씨는 지난 겨울 아침 집 앞 빙판길에서 넘어져 고관절 골절상을 입었다. 다행히 응급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가족들은 “뼈만 붙으면 예전처럼 걸으실 수 있겠지”라며 안도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짧은 입원 후 쫓기듯 퇴원한 박씨는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고, 통증과 낙상 두려움에 침대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급격히 진행된 근력저하와 ‘근감소증(sarcopenia)’은 일어설 힘마저 앗아갔다. 결국 한달 뒤 폐렴으로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이 안타까운 이야기는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의료는 ‘치료’에는 강하다. 응급수술도, 중증질환 치료도 빠르고 정확하다. 그런데 치료가 끝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 즉 ‘재활’에서는 자주 길을 잃는다. 병은 고쳤다는데, 몸의 기능을 회복하지 못해 결국 예전의 삶으로 돌아
05.04
또 한 사람의 재난 참사피해 관련자가 세상을 떠났다. 그분에게도 여러 사람들이 도움을 주려고 애를 썼을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는 전달되지 못한 서비스에 대한 재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도움을 요청하세요”라는 형태의 접근은 반드시 재고와 보완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기존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겨 왔으나, 최근 영국과 일본등지에서 변화가 있었다. 도움요청 행동을 넘어선 적극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왜 그런가? 절박한 사람 대부분 도움 요청할 상태 아냐 첫째, 절박한 사람은 도움을 요청할 겨를이 없다. 위기전화번호를 몰라서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자살 위기에 있는 사람의 인지·정서상태는 터널시야, 깊은 무망감, 의사결정 능력의 손상으로 특징지어진다. 어디에 어떻게 청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가장 어려운 상태가 바로 그 상태다. 도움요청 능력이
04.27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마주하며 보낸 세월이 어느덧 30년을 훌쩍 넘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치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과거의 치과가 단순히 ‘아픈 치아를 뽑고 때우는’ 질병치료와 기능적 회복에 집중했다면, 현대의 치과는 정기검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하는 관리영역에 중점을 두는 한편 기능회복을 넘어 ‘아름다운 미소’를 디자인하는 안면 심미의 영역으로까지 그 지평을 넓혔다. 흔히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독소’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세균이 분비하는 독소로 식중독과 관련된 연구에서 발견되었다. 19세기 초 독일의 의사 유스티누스 케르너가 부패한 소시지를 먹고 마비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관찰하며 이 독소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을 위협하던 이 강력한 독소는 1970년대 알란 스콧이 복시와 사시 치료에 사용하면서 의학적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1989년 안면떨림에 대
04.20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사춘기 소녀의 월경통은 성인 여성의 통증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 시기 통증의 대부분은 자궁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에 의해 발생하는 일차성 월경통이다. 사춘기에는 자궁경관이 상대적으로 좁고 자궁근육의 수축 조절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통증은 더 예리하고 강하게 나타난다. 단순한 하복부 통증을 넘어 오심 구토 설사, 심한 경우 실신에 가까운 전신 쇠약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자율신경계가 충분히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리통은 참아야 한다’거나 ‘진통제는 내성을 만든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의학적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반복되는 강한 통증을 방치할 경우 중추신경계의 통증 감작을 유발해 이후 만성 골반통이나 섬유근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사춘기 환자의 통증은 과장이 아니라, 신체 조절 한계를 넘어선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04.13
100년 전 사람들의 생활과 건강상태는 어땠을까? 다들 어렴풋이 알고 있는 큰 변화를 몇가지 데이터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25년 당시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남성의 기대수명은 58세였다. 1925년 일제강점기 한국의 남성 평균수명은 28세에 불과했고 일본도 평균수명이 42세였다. 현재 미국 한국 일본의 평균기대수명은 모두 80세 전후다. ‘영포티(Young Forty)’를 논하는 세상이니 격세지감을 이렇게 크게 느끼기 쉽지 않다. 100년 전에는 미국에서도 일부 대도시에는 지하철 노면전차 개인자동차가 있었으나 그 이동거리는 극히 짧았다. 한국은 일부 철도와 서울의 노면열차가 전부였다. 당시 한국인은 대부분 도보로 이용했고, 유학이나 취직이 아니면 태어난 동네를 벗어날 일이 거의 없었다. 즉 대다수 사람들은 하루종일 걷거나 뛰어다녔다. 또한 물건을 옮기는 것도 모두 사람이 직접 지거나 들고 가야했다. 농사일이 다수여서 새벽같이 일을 하고 낮에 쉬다가 다시 일을 했다.
04.06
나라의 기본정책을 바꾸는 것은 산을 옮기는 것과 같아서 상당히 힘들기도 하지만 얻는 이득은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전문의 중심병원도, 일차의료도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2024년 의료대란 때 혼란스러운 의료현장을 목격했다.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았다. 이번 정부는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적 염원을 받아 안아 보건의료의 산을 옮기는 작업인 일차의료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2025년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26년 7월경부터 실시하겠다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에 관한 보건복지부 안을 심의했다. 보건복지부는 국정과제인 ‘주치의제도 확대로 맞춤형 일차의료 체계 구축’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형 일차의료 모델을 제시한다고 했다. 지역 중심의 일차의료 혹은 주치의제도를 선호하는 많은 사람들과 의료인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기대감이 상당히 컸다.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맞춤형 건강관리, 다학제 협력을 통한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만성질환 관리 등 일차의료에 중요한 내용들
03.30
파킨슨병의 주요한 특징은 동작이 느려지고 몸이 서서히 굳어지며 손발을 떨고 잘 걷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인체의 신경계에서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는 질환을 ‘신경퇴행성 질환’이라고 부른다.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가장 대표적인 병이 치매다. 파킨슨병은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그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신약의 개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까지 없으며 한번 발생하면 낫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파킨슨병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나 한약에 대해서 최근에 새로 발표된 연구를 찾아보자. 가장 먼저 추천할 수 있는 것은 계피와 시나몬(Cinnamon)이다. 계피는 계피차와 수정과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한약이다. 시나몬은 카푸치노 시나몬롤 츄러스에 들어가는 식재료이다. 계피는 어딘가 장년층에게 더 친숙하다면 시나몬은 힙한 젊은 층에서 더 익숙할 수 있다. 아주 가까운 친척 관계인 계피와 시나몬은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주요 성
03.23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결핵균을 발견한 독일의 의사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가 1882년 결핵균을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결핵의 심각성을 알리고 조기검진과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결핵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결핵균 발견 100주년이 되던 해인 1982년 세계 결핵의 날을 제정했다. 결핵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WHO의 ‘글로벌 결핵 보고서(Global TB Report) 2025’에 따르면 2024년(추정치) 전세계 결핵환자는 약 1070만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약 123만명이다. 결핵은 여전히 단일 감염원 중 세계 사망원인 1위이자 전세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특히 다제내성결핵과 같은 약제 내성 결핵은 현대 의학의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결핵퇴치를 위한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공기 전파 감염병이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
03.16
우리나라 사망원인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이 암이기 때문에 환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일반 사람들에게서 암 발생을 줄이는데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암을 완전히 막아주는 ‘마법의 슈퍼푸드’는 없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암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반복해서 나온 식품군은 분명히 있다.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핵심 식품군으로 채소 전반(특히 생 채소 많이 먹기)은 여러 연구에서 다양한 암의 위험을 낮추는 데 연관되어 있다. 브로콜리 양배추 콜리플라워 배추 브뤼셀싹 등은 설포라판 같은 성분을 통해 유방·폐·대장암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여러 연구들이 있다. 블루베리 딸기 라즈베리 등은 항산화·항염 성분이 풍부해 DNA 손상 보호, 종양 성장 억제 등 기전에 대한 연구가 많다. 과일 채소 통곡물 콩 씨앗 견과류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많이 쓰는 지중해 식단은 비만 관련 암 위험을 낮추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통곡물 콩류 채소 과일에 든
03.09
요즘 외래강의나 대중강연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눈이 뻑뻑하고 시린데 어떤 인공눈물을 써야 하나요?”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안구건조증은 더 이상 특정 연령대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젊은 층에서도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생활 속 질환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눈물의 양’보다 ‘눈물의 질’이다. 최근 상담했던 20대 대학원생 영수씨(가명)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하루 대부분을 모니터 앞에서 보내고,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어느 날부터 눈이 뻑뻑하고 오후가 되면 시리고 충혈이 심해져 도움을 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가 하나 더 있었다. 이 주부터 여드름 치료를 위해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을 2주 처방해 복용 후 여드름은 아주 좋아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마지막 약을 복용했는데 눈이 더 건조해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눈물이 갑자기 많이 흐르는 증상까지 나타났다고
02.23
“교수님, 그날 이후로는 혼자 밖에 나가는 게 무서워졌어요.” 70대 후반의 한 여성 환자는 겨울철 집 앞 계단에서 미끄러진 뒤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한달 넘는 입원과 재활치료를 거치며 보행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고, 이전에는 당연했던 혼자 장보기와 외출은 더 이상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다리가 아니라 자신감이 먼저 부러진 것 같다”는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노인의 낙상은 흔히 ‘운이 나쁜 사고’로 치부된다. 그러나 임상과 연구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낙상은 우연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 감소와 근력 저하, 그리고 균형 유지 능력이 떨어지고, 외부상황에 대처하는 인지능력의 감퇴도 일어난다. 여기에 골다공증이 더해지면 낙상과 취약골절은 시간문제가 된다. 특히 고관절과 척추 골절은 단순한 외상이 아니라 노인의 삶 전체를 바꾸는 분기점이 된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02.09
설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누군가는 예매한 기차표를 확인하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뵙는 설렘에 잠기고, 누군가는 명절 전 업무를 마무리하느라 평소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시장 골목은 제수용품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집집마다 명절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저마다의 모습은 다르지만 명절을 앞둔 바람은 비슷하다. 연휴 동안 큰 탈 없이 지내는 것, 그것이 설을 맞이하는 가장 소박한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설 연휴에는 생각지 못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평소보다 과하게 섭취한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소화 불량, 장시간 운전이나 명절 노동 뒤의 근육통, 갑작스러운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은 드물지 않다. 연휴에는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이 많지 않아 집 안에 구비된 상비약이 첫 대응 수단이 된다. 문제는 많은 가정에서 상비약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래전 개봉한 시럽, 언제부터 있었는지 기억조차 힘든 조제약, 용도가 불분명한 연고가 뒤섞여
02.02
“영양제 먹어도 될까요?” “먹는 알부민은 괜찮을까요?”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친은 어떨까요?”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면 콩팥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요?” 외래 진료실에서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들이다. TV 광고나 유튜브, SNS를 보다 보면 각종 영양제와 단백질 보충제가 넘쳐나고 건강을 조금이라도 더 잘 챙기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하지만 ‘몸에 좋다’는 말이 늘 ‘콩팥에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된 선택이나 과도한 섭취가 특별한 증상 없이도 콩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영양제나 단백질 보충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식사만으로 영양이 충분할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영양 관리는 단순히 ‘적게 먹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단백질과 에너지가 쉽게 소모돼 근육이 줄고 기운이 떨어지는 이른바 ‘영양 소모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이미 근력이 감소한 경우라면 그
01.26
현대인의 눈은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와 씨름하다가, 잠들기 직전까지 영상을 시청한다. 눈이 혹사당하는 와중에 아이러니하게도 눈 건강을 위한 영양제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눈 영양제가 TV프로그램에 소개가 되고 여러 매체를 통해 광고되면서 루테인이나 오메가3 등이 마치 눈을 위한 필수영양제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눈 상태나 연령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광고가 주입한 “눈 영양제는 루테인”이라는 공식에 따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루테인을 복용중인 경우를 자주 본다. 시력의 발달 및 성장, 생리학적 노화 과정에 따라 꼭 필요한 영양소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눈 영양제는 눈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할까? 성장기 아이들의 눈 관리 핵심은 시력발달과 근시진행을 막는 것이다. 요즘 많은 부모님들이 어린이용으로 젤리나 분말, 구미 형태로 나온 루테인을 먹이지만 이는 아이들의 시력발
01.19
당신의 마음이 공허하고 무엇인가에 의존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면 알고리즘이 건네는 위로가 얼마간 효과적일 수 있다. 그래서 인공의존의 권고에 따라 행동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인공지능은 심리정신 그리고 상담의 세계에도 크나큰 새로운 진동을 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은 언제나 열려 있는 24시간 상담소다. 외롭고 고립된 수많은 인류의 일원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상담과 고백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힘들여 상담소나 정신과를 찾지 않아도 스크린 앞에서 호소하고 고백하면 답을 해주는 인공지능 챗봇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컴퓨터에 인공지능 챗봇을 다운 받아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정을 쌓아가고 있다. 실제 사용자들이 정신과에 와서 인공지능 챗봇 사용이 놀라왔다고 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있다. 지속적인 기술적 발전으로 개발자들은 인공지능 챗봇이 말투, 말의 높낮이, 혹은 작성한 문장의 행간 등의 디지털 표현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높아지면서 반응의 공감도를 높이
01.12
대한민국은 현재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게 다가오는 어려움이 ‘초고령 사회 진입’일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노인인구의 급증은 단순히 인구 통계학적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복지와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2024년 3월에 제정된 ‘의료 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쇠 장애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살던 곳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법률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된다. 과거의 돌봄이 가족의 희생에 의존하거나 치료가 끝난 후에도 갈 곳이 없어 병원에 머무는 ‘사회적 입원’ 형태였다면, 이제는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 거주하던 곳에서 지속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