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7
2025
1998년 개봉한 ‘패치아담스’는 불행하게 목숨을 끊어야했던 로빈 윌리암스가 주연했고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다. 권위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피에로 분장을 해서 소아암 병동에 있는 아이들을 웃기고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근엄한 병원의 의사들은 위엄이 없이 병동을 나다니는 그가 싫었고 사사건건 부딪힌다. 이 영화는 환자들은 의사들과 소통을 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현실을 꼬집는다. 물론 의사가 광대처럼 굴어야만 소통하는 거냐며 이 영화를 싫어하는 의사들도 있고, 모든 의사들이 불친절한 것처럼 매도되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의 손길을 원하는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환자들의 바람을 담았다. 필자가 이 영화를 본 것은 의사 초년생이었던 전공의 시절이었다. 영화관을 나와서는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는데, ‘저런 의사가 실제로 있겠느냐’ 하는 쪽과 ‘잘난 의사 한 명이 병원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한다’라는 내용이 공통된
06.30
항암치료를 완주한 환자는 대개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손발을 찌르는 듯한 말초신경병증, 수술 부위를 조이는 근육통, 방사선에 노출된 관절의 뻣뻣함이 일상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통증 때문에 밤새 뒤척이고 약을 늘리면 졸음과 변비가 덮친다. 암과 싸우기 위해 기울였던 의지가 통증 앞에서 서서히 무너지는 순간을 숱하게 목격한다. 통증완화를 위해 마약성 진통제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증량하는 전략은 분명 한계가 있다. 약효는 짧아지고 부작용은 길어진다. 의학계가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한 대안이 침 치료다. 이전에는 ‘보완·대체요법’이라는 애매한 카테고리에 묶였지만 최근 연구는 침이 통증 감소에 기여한다는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한다.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연구진은 2023년 파클리탁셀과 옥살리플라틴 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시험을 진행했다. 12주 동안 주 3회 침을 시술한 결과 신경병증성 통증 점수가 평균 42% 낮아졌다. 통
06.23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환경성질환으로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CFS)이 주목을 받고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특별한 원인질환 없이 임상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심한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피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만성피로증후군에서 나타나는 피로는 휴식으로도 호전되지 않으며 정신적 육체적 활동에 의해 오히려 악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피로로 인해 직업이나 교육, 개인활동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한다. 주요 진단기준에는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포함된다. 설명되지 않는 심한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며 새로운 피로증상으로 나타난다. 기존의 과도한 활동으로 인한 피로가 아니며 휴식으로 호전되지 않고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다음 증상 중 기억력 또는 집중력 장애, 인후통, 경부 또는 액와부(겨드랑이) 림프선 압통(눌렀을 때 아
06.16
얼마 전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검사를 마친 어르신이 조심스럽게 쪽지를 내밀며 묻는다. “이 약을 먹으면 도움이 좀 될까?” 쪽지에는 지인이 추천해 줬다는 약 이름이 적혀 있다. 이른바 ‘뇌영양제’ 혹은 ‘치매예방약’이라 불리는 그것이다. 요즘 친구나 이웃에게서 “먹어보니 머리가 맑아지더라”라는 말을 듣고 이 약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그 정체는 바로 콜린알포세레이트라는 약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본래 치매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이다. 이 약은 뇌에서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만드는 데 필요한 콜린을 공급한다. 아세틸콜린은 기억력과 인지기능에 핵심적인데, 치매환자에서는 이 물질의 수치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콜린을 보충해 아세틸콜린의 생성을 도우며, 이를 통해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 있다. 이런 작용 원리 때문에 임상에서는 이 약을 도네페질 같은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와 함
06.09
헬리코박터균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H.pylori)는 만성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뿐만 아니라 장상피화생 위암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동아시아에서는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높고 위암 발생률 또한 높다. 2020년 발표된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 근거 기반 임상진료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약 50% 정도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헬리코박터 양성 위염을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하고 있어 사실상 모든 감염자들에게 제균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러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해야 해 치료와 관련된 부작용도 적지 않고 높은 비용이 요구되며 항생제 내성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헬리코박터는 위와 십이지장 궤양의 주요 원인균이고, 감염이 지속되면 궤양이 반복적으로 재발해 제균치료를 하지 않으면 1년 내 재발률이 60~8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제균치료를 통해 재발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으며 출혈 천공과 같은 재발성 궤양으
06.02
뇌졸중은 갑자기 뇌혈관에 문제가 발생해 찾아오는 대표적인 초응급 필수 중증질환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전체 80%)이나, 터지면서 생기는 뇌출혈(전체 20%)을 말한다. 그런데 이 둘은 대부분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하지만 뇌에는 동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용한 피를 다시 심장으로 되돌려 보내는 정맥도 있는데 이 정맥이 막히는 경우에도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뇌정맥혈전증이다. 이 경우 혈전에 의해 뇌정맥이 막혀 뇌에서 나온 혈액이 심장으로 잘 운반되지 못하므로 뇌조직에 다량의 혈액이 저류되어 뇌의 허혈(조직의 국부적인 빈혈 상태)로 인한 변화가 생긴다. 뇌정맥혈전증은 드물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전체 뇌졸중 환자 중 약 1% 정도로, 인구 100만명당 13~16명이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 80%는 50세 이하의 젊은 사람들이고, 여성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왜 여성에게 많을까. 이 질환은 임신, 출산
05.26
“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니.” 45세 직장인 정 모씨는 얼마 전 회사에서 받은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당황했다.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을 넘었다며 식습관 개선과 함께 약물치료도 고려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생소한 진단명도 함께 받은 정씨는 혹시 앞으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이처럼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 이상이 발견되면 막연한 불안과 함께 ‘약까지 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한다면 불필요한 걱정을 줄이고 적절한 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속의 지방성분, 즉 지질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총콜레스테롤이 240mg/dL 이상, LDL 콜레스테롤이 160mg/dL 이상,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 혹은 HDL 콜레스테롤이 40mg/dL 미만일 때 진단된다. LDL, HDL은
05.19
대통령 선거의 시간이다. 언제 우리는 마음의 아픔을 국가의 어젠다로 함께 논할 수 있을까?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미국 정신과 의사 아론 벡은 1980년대 마음의 아픔을 국가의 어젠다로 제안하면서 몸아픔 그 이상의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너무 뒤늦게 정부가 국민의 아픔에 반응한다고 비난했다. 40년 전 주장이다. 2020년 미국 대통령 후보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국민 방송토론에서 보건 분야 의제는 늘어나는 자살 문제에 대한 대처였다. 영국에는 외로움부 장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살예방부 장관도 있다. 2018년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는 건강부 장관에게 자살예방부 장관을 겸직하도록 했다. 2009년 블레어 총리 시절 자살예방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개혁 정책을 펼쳤고 그것이 지금 자살예방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1986년 핀란드는 자살자 전수를 5년간 전문연구를 해서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가까운 일본의 자살예방 예산은 우리의 10배 규모에 가깝다. 우리는
05.12
‘사랑니’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사람들은 불편, 통증, 발치에 대한 공포 등을 떠올린다. 사랑니는 무엇일까? 정상 성인은 앞니 8개, 송곳니 4개, 작은 어금니 8개, 큰 어금니 8~12개를 포함해 총 28개에서 32개의 치아를 지니고 있다. 큰 어금니가 8~12개인 이유는 사랑니가 때론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니를 영어로는 ‘wisdom tooth’, 한자로는 ‘智齒’라고 표현한다. 이는 사랑니가 나오는 시기가 사춘기를 지나고 가치관이 형성되며 지혜를 알게 되는 시기라고 이렇게 표현한다. 인종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10대 후반에서 25세 사이에 사랑니는 나오게 된다. 인류는 직립보행, 언어 및 지적 영역의 발달, 수렵시대에서 농경시대로의 전환 등을 거치며 두개골의 용적은 증가하고, 턱의 크기는 작아지고, 치아의 크기와 형태도 달라졌다. 특히 사랑니는 형태적으로 많이 변하거나 심지어 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작아진 턱의 크기로 인해 정상적으로
04.28
독서는 인지능력의 핵심인 언어능력 강화를 통해서 어휘 수, 생성문법 능력 등을 보존해 기억력의 소실을 막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바이고 고령의 유명인들 다수가 선호하는 방법이다. 현재 94세인 유명한 투자자 워렌 버핏은 최근에도 인터뷰와 논평을 내며 왕성하게 하는 활동 중인데 하루 5시간 가량 500쪽을 읽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기 듣기와 같은 구어영역도 인지능력, 특히 치매예방에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문어(文語) 영역을 강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읽기와 쓰기는 문어를 익히고 갈고닦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학교에서 배울 때 한묶음으로 다뤄지지만 언어능력에 가하는 쓰임새는 상당히 다르다. 문어는 ‘정리된 언어’이자 ‘축약된 언어’다. 어휘 수나 문장이 구어보다 복잡하다. 이는 시각적인 기억, 공간기억, 운동능력과 연계가 된다. 여기서 공간 손운동 등은 쓰기에서 강화된다. 무엇보다 쓰기는 인지능력으로 생산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쓸 것
04.21
우리나라만큼 안경을 끼지 않은 학생을 찾기가 어려운 나라도 없다. 군 징병검사 차 내원한 서울에 거주하는 건강한 19세 남학생들의 근시 유병률이 무려 96.5%였으며 고도근시도 21.6%에 달하였다는 국내 역학조사 결과는 단연코 전세계 1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전세계적으로도 근시의 유병률이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2050년경에는 전세계 인구 중 50억명이 근시이고, 그중 10억명은 고도근시에 해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중보건학적 측면에서 근시가 주목받는 이유다. 근시는 단순히 안경을 착용하느냐 마느냐, 혹은 라식굴절수술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6.0 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는 추후 망막박리 근시성황반변성 녹내장 등이 합병될 위험을 높여 평생 눈의 시력을 위협한다. 일반적으로 근시의 진행은 주로 6~12세 사이에 현저하게 나타나며, 이후 10대 후반 청소년기까지 서서히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 간혹 20대를 넘어 성인이 되어서까지 진행하는 경우도 있
04.14
오드리 디완 감독의 영화 ‘레벤느망’(2021)은 여성의 권리 이야기를 낙태라는 소재로 풀어나간다. 레벤느망은 프랑스어로 ‘어떤 사건’이란 뜻이다. 1960년대 원작을 쓴 아니 에르노라는 작가가 학생 시절에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영화에서 문학을 전공하는 여학생 주인공은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덜컥 임신을 하고 만다. 아기를 낳으면 문학의 꿈을 접어야 하고, 아기를 포기하자니 1960년대 당시에는 프랑스에서 낙태 자체가 불법이라 중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가야 했다. 찾아간 병원마다 여성은 임신중절을 선택할 권리가 없고, 법에 위반된다며 낙태 수술을 거부한다. 쇠꼬챙이를 달궈서 스스로 태아를 지우려 해보기도 하고 효과를 본다는 약을 먹어보기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유산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임신이 중단되어 태아가 사망하는 것이고, 낙태는 인위적으로 태아를 제거하는 것으로 영어로도 임신중절(artificial abortion)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낙태는 지금까지도 세계적으
04.07
면역은 거의 모든 질환과 증상의 설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다. 감기나 비염은 물론 장 트러블이나 만성피로처럼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증상들조차 면역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복잡한 면역체계를 뒷받침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은 무엇일까. 바로 체온이다. 진료실에서 비염을 앓는 아이들을 보다보면 잠든 아이의 코끝이 유난히 차가운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열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몸속 ‘위장과 장기’가 오히려 차가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찬 우유, 아이스크림, 과일주스 같은 성질이 찬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서 몸 안은 점점 차가워지고 이를 보상하려는 듯 체표에만 열이 몰리게 된다. 얼굴은 붉고 손발은 따뜻한데 정작 몸속은 식어 있는 상태. 이런 불균형은 면역기능을 오히려 저하시킨다. 이럴 때 단순히 복부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다. 자기 전 아랫배에 핫팩을 5분간 올려주는 습관만으로도 수면의 질이 달라지고, 콧물이나 장
03.31
진료실에서 잘 조절이 되지 않는 고혈압 당뇨환자이면서도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이분들 중에는 수면시간의 잦은 변동으로 수면장애를 가진 분들이 꽤 있다. 수면장애는 단순히 피로감을 주는 것 이상의 심각한 건강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수면은 신체와 정신의 회복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야간근무자는 야간근무로 인해 일주기 리듬 장애를 경험한다. 수면장애는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이는 산화 방지 활동에 대한 과도한 산화 촉진 인자와 반응성 산소종의 불균형으로 정의된다. 산화 스트레스는 세포 단백질 및 DNA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결국 암 당뇨병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 및 치매와 같은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여러 연구에서 야간근무와 증가된 산화 스트레스 지표 사이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확인됐다. 특히 야간근무는 DNA 손상 증가, DNA 복구능력 감소, 지질 과산화 증가, 활성산소종 증가, 항산화 방어력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수면장애는 혈압 상
03.24
흰 연기가 피어오를 때의 몽환적 분위기 때문일까. 역사상 수많은 예술가들이 담배를 창작의 동반자로 삼았다. 하루 2~3갑의 담배를 피웠던 것으로 알려진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그의 작품 ‘구토(La Nausée)’와 ‘닫힌 방(Huis Clos)’에서 흡연을 철학적 사고의 연장선으로 바라보았다. 재즈 음악의 전설 냇 킹 콜은 특유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담배 덕으로 돌렸고, 당대 뭇 남성들의 우상이었던 험프리 보가트는 하루 다섯갑이 넘는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술가들의 매력 뒤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따라오고 있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지속적인 흡연으로 심혈관 및 신장 합병증을 앓다가 사망했으며, 냇 킹 콜은 폐암에 걸려 45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험프리 보가트도 후두암으로 인해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것은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700만명 이상이 담배로 인해 목숨을
03.17
헬리코박터균은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일 뿐만 아니라 위암 발생률을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발표된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 근거기반 임상진료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약 50% 정도에 달한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더라도 90% 이상은 무증상이므로 증상 만으로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숙련된 의사는 내시경의 육안소견만으로도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의 감염의 지속기간에 따라 각각 급성기와 만성기의 특징적인 소견이 있기 때문에 감염 시점도 대강 유추가 가능하다. 감염 초기에는 점막이 붉고 부풀어 오르는 급성 염증의 소견이 두드러진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불규칙한 색을 띄거나 점막이 울퉁불퉁하게 변하게 되고, 장기간 지속되면 점막의 위축이 발생해 점막이 창백하게 변하고 점막 아래 혈관이 도드라지게 관찰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위내시경은 감염의
03.10
노년기에 증가하는 파킨슨병을 비롯한 신경퇴행성 질환에서는 변비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배변은 일종의 습관이기 때문에 개인차가 크다. 정상적인 건강인 중에서는 2~3일에 한번씩 배변하기도 하고 하루에 2~3번 배변하는 사람도 있다. 변비에 대한 의학적 판단으로는 일주일에 3회 미만으로 배변 횟수가 줄어들거나 변이 지나치게 단단하거나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남아 있다든지 불편감이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그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변비라고 본다. 파킨슨병이 발병하기 한참 전부터 변비가 미리 발생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 분들에게 변비가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파킨슨병의 전신 근육에 힘이 없어지는 증상과 관련이 있다. 안면 근육에 힘이 없어지면서 무표정해지고 또 인체의 코어근육에 힘이 없어지면서 특유의 구부정한 자세도 만들어진다. 우리 내장도 다 근육이다. 내장 근육이 힘이 없어져 음식물을 밀어내는 능력이 약화되면 장내 분변이 오래 머물게 돼 변비 성
02.24
뇌졸중은 갑자기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전체 80%) 터져서(뇌출혈, 전체 20%) 발생하는 초응급 중증질환이다. 보통 뇌경색 증상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각 병변의 위치에 따라 여러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이웃(이~하고 웃을 수 없음) 손 발 시선’으로 안면마비 편측마비 발음장애 실어증 안구편위 시야장애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 이외에도 한쪽 눈이 갑자기 안보인다면 반드시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뇌혈관은 대뇌 외부의 경동맥과 척추동맥에서 출발해 대뇌 내부로 이어지며 내경동맥과 척추동맥을 통해 뇌의 혈관 구조를 형성하고 혈류를 공급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두개내 내경동맥은 전대뇌동맥과 중대뇌동맥으로 분지되며 눈으로 가는 동맥인 눈동맥 또한 여기서 갈라져 나와 중심망막동맥을 형성해 눈에 혈류를 공급한다. 이 눈의 동맥이 갑자기 막히면 중심망막동맥폐색으로 인한 안구경색이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한쪽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
02.17
겨울철 독감환자가 이어지면서 예방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질환으로 인플루엔자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유명가수의 부인이 일본 여행 중에 독감에 걸린 후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은 독감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일깨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5년 1월 첫주 독감 의심환자가 외래환자 1000명당 99.8명으로 보고됐다. 10명 중에 1명 꼴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감의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백신접종과 적절한 치료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요구된다. 많은 사람들이 독감을 ‘좀 더 아픈 감기’로 여기지만 독감은 감기보다 훨씬 심각한 질환이다. 리노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감기는 증상이 경미한 데 비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은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또한 폐렴, 심장질환 악화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실 감기 바
02.10
정신질환의 어려움은 어떤 증상이나 징후가 특정한 질병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청은 조현병에서 흔하지만 조현병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환청은 양극성 장애에서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서도 나타난다. 망상도 조현병에서 흔하지만 주요우울장애에서도 나타나고 양극성 장애에서도 나타난다. 아동 청소년 정신질환의 경우 흔한 어려운 상황이 ‘산만하다’는 현상이다. 산만하고 부산한 아동 청소년, 활동이 많고 주의를 잘 집중하지 못하는 아동 청소년이 모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산만하고 부산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동 청소년들에 대한 심층면접이나 종합심리검사를 해보면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범불안장애, 강박증, 그리고 양극성 장애의 한 유형, 또 아동학대 피해아동, 경계선 지능 및 지적 장애뿐 아니라 갑상선 장애를 포함한 의학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