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
2025
공포 영화에 나오는 뱀파이어를 물리치기 위해서 영화 속 주인공은 마늘을 사용한다. 왜 뱀파이어를 물리치는데 마늘이 사용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뱀파이어의 전설이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의 동유럽에서 시작되었고, 이들 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목적으로 마늘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뱀파이어와 다른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특별한 명절에 마늘을 문과 창문에 걸어놓거나 문에 바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풍습의 유래에 대해서 유럽 역사에서 가장 잔혹했던 전염병인 페스트가 등장한다. 페스트는 1300년대에 유럽을 휩쓸어 당시 유럽 인구의 1/3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때 페스트를 물리치기 위해서, 마늘을 사용해서 집 문과 창문에 걸어놓는 일이 크게 유행했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왜 마늘인가? 마늘은 실제로 항균작용이 강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강력한 소독효과를 보여준다. 많은 종류의 감염성 박테리아는 마늘 즙을 물에 희석한 용액에 넣으면 곧 사멸
11.24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심각한 수준으로 최근 몇년 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5명으로 집계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3년 연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1명 미만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출생아수는 약 23만8000여명으로, 2015년 43만8000여명에 비해 8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우리사회에서 저출생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태어난 아이에게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미숙아와 저체중아 출생률이 특별히 높아져 우려를 낳고 있다. 임신 중에 태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는 태아의 체중이다. 신생아의 정상체중인 3.5kg다. 2.5kg 이하면 저체중아로 분류된다. 저체중아는 출생
11.17
만성콩팥병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콩팥기능이 감소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단계의 질환을 의미한다. 만성콩팥병은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때문에 예방과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당뇨병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약 5배, 고혈압이 있으면 약 3배 높아진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병이 진행하면 빈혈 고혈압 부종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심장 등 다른 주요 장기의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쳐 심부전이나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원인은 심혈관질환이므로 심장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콩팥 기능의 저하는 뇌졸중 수면장애 말초신경병증 경도인지장애 치매 등 신경계 질환의 위험도 높인다. ‘콩팥이 나빠지면 뇌도 늙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콩팥은 단순히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관이 아니라, 전신의 혈관과 신경 기능을 조율하는
11.10
가을은 걷기와 책 읽기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공기는 차분하고 낙엽이 바람에 실려 발끝을 스친다. 걷는 동안 마음의 속도도 느려지고 생각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책을 읽는 일도 그렇다. 활자를 따라가며 마음을 정돈하는 일, 그것이 걷기와 닮았다. 그래서일까.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운동화 끈을 조이며 다짐한다. “이젠 매일 만보는 걸어야지.” 하지만 정말로 그게 건강의 비결일까. ‘하루 1만보’라는 기준은 오래된 통념이다. 원래는 1960년대 일본의 만보기 광고 문구에서 비롯된 숫자였다. 과학의 근거라기보다 상징적인 제안이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반세기를 지나며 전세계의 건강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최신 연구들이 그 신화를 다시 검증하고 있다. 걷기의 핵심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몸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깨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은 올해 초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대규모 연구에서 그 근거를 제시했다. 70대 여성
11.03
“요즘은 집 안에서도 몇 걸음 걷기가 힘들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넘어질까 봐 겁나요.” 외래 진료실에서 만난 82세 여성 환자의 말이다. 예전에는 손주들과 시장에 가고, 친구들과 노래방에도 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외출이 두려워 하루 대부분을 거실 소파에 앉아 보낸다. 무릎 통증과 체력 저하로 활동이 줄면서 근육은 빠르게 약해졌다. 어느새 일상의 많은 부분을 혼자 해내기 어려워졌다. 그녀를 병들게 한 것은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은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는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이고, 기대수명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선진국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 그 자체를 반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강한 상태로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나타내는 건강수명은 70세
10.27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는 작고하신 박완서님의 소설 제목이다. 부끄러움이 사라진 세속에 대한 작가의 시대정신이 소설로 표현된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를 생중계로 보면서, 국회의원들과 증인 참고인들의 진술과 공방을 접하면서 지금 제일 필요로 하는 교육은 부끄러움에 대한 교육이지 않나 생각했다. 증거로 밝혀지지 않는다면 죄가 아니라는 법 기술자들의 낯 두꺼운 태도와 모호한 표정으로 시간 때우기를 하면서 부끄러움을 피해가는 적당한 방어적 태도의 증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부정한 짓을 하더라도 증거가 없다면 범죄가 아니라는 잔혹한 법 기술, 명백한 진실이어도 언론과 법의 방패막 속에서 진실이 왜곡되는 것이 가능해진 탈진실의 시대에 일부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버리고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에서 전형적으로 그려진, 비겁하거나 파렴치한 인물보다 때로는 더 적나라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카르텔과 이익에 눈이 멀어 양심과 이성을 속
10.20
치아와 구강은 음식을 섭취하고 말을 하고 표정과 관련된 심미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태어나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첫번째 치아가 나오고 6세부터 15세까지 유치가 영구치로 바뀐다. 성인의 치열로 완성이 되고 이후 다양한 구강 질병을 경험하며 전 생애에 걸쳐 치의학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비장애인도 치과병의원을 방문할 일이 생기면 꺼려지고 겁이 나는데, 장애인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법령에 따라 장애를 15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각 장애에 따른 맞춤형 의료복지를 지원한다. 장애인은 어느 정도 구강관리(양치질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다. 특히 뇌병변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그리고 정신장애의 경우 스스로 또는 보호자에 의한 양치질이나 치과 진료 협조 차원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위에 언급한 4개 장애를 ‘치과적 중증장애’로 분류하고 2024년 3월부터 제도적 개선을 통해 중증장애인을 위한 치과 의료 접근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별도로 2010
10.13
57세 직장인 동수씨는 십여년 전부터 고혈압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 약 덕분에 혈압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었지만 최근엔 조절이 잘 안돼 그는 요즘 다소 건강에 예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코가 막히고 목이 아픈 증상이 생겨 동네 약국을 찾았다. “감기약 하나 주세요.” 별다른 설명 없이 약을 받아 복용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뒷목이 불편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혈압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감기 증상은 조금 나아졌지만 고혈압 환자인 그에게 감기약 속 특정 성분이 혈압을 자극한 것이다. 5년 전 정년퇴임한 명호씨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최근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은 그는 소변 줄기가 약하고 밤에도 두어 번 깨서 화장실에 가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중 콧물이 나고 목이 칼칼해 약국을 찾았다. 그는 역시 아무 생각없이 “감기약 하나 주세요”하고 약을 받아 복용했다. 하지만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아 화장실에서 한참을 씨름해야 했고, 이튿날엔 거의 소변이 안 나와 응급실
09.29
현대는 광고사회로 불린다. 우리는 건강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일반약품 등 잠시 주변을 살펴보면 건강광고가 너무나 많다. 대중교통에서 병원광고도 흔하게 볼 수 있고 아침방송 케이블티브이를 통해 간접광고도 상시 유통되고 있다. 낮시간 뉴스채널과 케이블방송은 건강기능식품광고가 다수를 차지한다. 너무 광고가 많다보니 전 국민이 건강문제와 질환의 박사가 될 지경이다. 그래도 신문이나 방송, 대중교통의 승인된 광고들은 심의를 받아야하고 병원광고는 협회의 심사도 받는다. 대표적으로 과거 성행했던 연예인을 동원한 병의원 광고는 그 부작용 때문에 불허상태다. 건강기능식품 광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최근 주류매체로 등극한 유튜브 등 플랫폼은 이런 규제 사각지대다. 유튜브 등에서는 기존의 광고규제를 피해갈 여러가지 술수가 동원된다. 플랫폼 광고는 경험담이나 사용기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워낙 사실 확인이 안된 다양
09.22
우리 신체 가운데 현대사회에서 가장 혹사당하는 기관이 어디냐고 물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눈’이라고 대답할 듯하다. 깨어있는 시간 중 우리 눈이 편안히 쉬고 있을 때가 하루 중 몇시간이나 될까. 어린 아이부터 학생들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중장년층에서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우리 눈은 거의 항상 일을 하고 있다. 눈이 불편하고 시력이 떨어지면 그제서야 안과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자각증상이 생겼을 때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눈 건강에 대해서 염려하면서도 정작 안과검진을 받는 데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눈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나이에 맞는 눈 검진을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눈 검진은 영유아 시기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영유아검진 항목에 문진 및 시력검사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이 시기에 주요한 안질환인 사시 약시 굴절이상 선천이상 등을 발견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만 3~4세경 첫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
09.15
80세 김아무개씨 아들이 의원에 찾아왔다. 아버지는 평소 고혈압이 있어 정기방문해 진료를 봤던 분이다. 최근 앓으면서 식사도 못한다고 했다. 영양제라도 맞히고 싶다고 아들이 말했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나라는 방문진료(왕진)제도가 없어 가서 진찰할 수도 영양제를 맞힐 수도 없다”고 말했다. 난감해하는 얼굴을 보고 안타까워 진료 끝나고 저녁에 한번 들르겠다고 안심을 시켰다. 실제 여러번 겪은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럴 때 왕진가방을 들고 방문해서 진료를 할 수 있을까? 결론은 ‘절대 안된다’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방문진료시범사업에서 승인을 받은 극히 일부 의사들만 할 수 있다.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 의사가 진료는 하더라도 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어 무료봉사를 해야 한다. 필자는 간단히 진료가방을 챙겨 방문을 했다. 평소 장애인건강주치의로서 여러차례 필요한 곳에 방문을 했기 때문에 준비가 돼 있었다. 어르신을 보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없고 옅은 숨만 쉬고 있었다
09.08
열대야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에어컨 없이 잠들기 어려운 밤이 이어진다. 낮 동안 축적된 열은 건물 벽과 바닥에 머물며 밤에도 쉽게 식지 않는다. 선풍기를 켜고 창문을 열어도 무더운 공기가 밀려들어 결국 냉방기의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잠자리에 들 수 있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 속에서도 깊이 잠들지 못하는 사람은 많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의문이 든다. 더우나 추우나 시끄럽거나 어수선해도 뒤통수만 베개에 닿으면 금세 잠에 빠져들었고 아침에 눈을 뜨면 개운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깨고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이는 뇌의 각성 시스템이 나이에 따라 변하고, 스트레스나 건강문제로 수면구조가 단순하지 않게 바뀌기 때문이다. 왜 나이가 들수록 깼다 다시 잠들기 어려운지는 수면구조와 생체시계의 변화로 설명된다. 노화와 함께 서파수면이 줄고 N1 N2 같은 얕은 단계가 늘어 각성이 잦아진다. 이로 인해 한번 깬 뒤 깊은 단계로 재진입하는 복원력이 약해진
09.01
올해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기후이상을 실감하고 있다. 국내 기후재난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폭염 한파 미세먼지 감염병 홍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 몇년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급증, 2024년에만 응급실 감시체계 신고로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3704명으로 전년 대비 31.4% 늘었다. 올해는 8월 27일 현재 온열질환자는 4117명으로 2024년 전체보다 훨씬 많다. 노약자 야외노동자 등이 특히 취약하며 장기간 고온 시 사망자 수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겨울철 한파로 인한 저체온증 동상 등 한랭질환 응급 신고와 사망 사례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겨울철 초미세먼지(PM2.5) 농도 상승이 심뇌혈관질환 입원 및 사망과 연관되어 보고된다. 기온 및 습도 변화로 인해 뎅기열, 쯔쯔가무시, 비브리오 패혈증 등 매개 곤충 및 세균성 감염병도 증가하고 있다. 강원 산불, 기록적 폭우 등 자연재난 직후 피해자들의 불면 불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발생률이 크게
08.25
포털뉴스 첫 화면에 뜬 ‘○○ 하나면 수명 10년 늘어난다’는 건강기사. 오래 살고 싶은 마음에 혹해서 클릭해 보니 특정식품의 성분 몇가지를 장수의 비밀처럼 포장해 놓았다. 결론은 “골고루 먹고 꾸준히 운동하라”는 뻔한 이야기였다. 자극적인 제목에 시간을 낭비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했을 것이다. 기사 하나로 삶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처럼 과장된 건강뉴스는 순간 눈길을 끌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만 남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 뉴스의 신뢰도를 낮게 보고 있다. ‘과장되었다’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실제로 포털이나 SNS에서 건강기사를 본 뒤 “내용이 광고 같다”는 반응도 흔하다. 이런 기사들은 마치 한 공장에서 찍어낸 듯 비슷하다. 처음에는 우연 같지만 반복되다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속에는 사람들의 판단을 흔드는 공통의 기제가 숨어 있다.
08.18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주된 혈관인 경동맥은 목의 좌우에 있다. 경동맥은 대동맥에서 시작해 목을 지나 안면과 두개골 안으로 들어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된 혈관이다. 총경동맥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내경동맥과 두피 및 얼굴에 혈액을 공급하는 외경동맥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경동맥은 전방순환계를 담당하며 전체 뇌 혈류의 약 70% 정도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혈관이다. 이러한 경동맥이 여러가지 원인으로 좁아지는 것을 ‘경동맥 협착’이라고 한다. 협착이 심해져 혈관이 막히는 경우를 ‘경동맥 폐색’이라고 부른다. 주된 원인은 혈관 벽에 쌓이는 ‘죽상경화반(粥狀硬化斑, atherosclerosis)’이다. 혈관 안쪽이 손상되면 LDL 콜레스테롤 같은 지질이 침착되고, 염증반응이 생기면서 점점 두꺼운 경화반이 만들어진다. 혈관이 점점 딱딱해지고 좁아지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든다. 심하면 이 경화반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아 급성 뇌경색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동맥 협착의
08.11
경쟁과 외로움, 부담과 존재감에 시달리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은 무겁고 또 무겁다. 생각없이 스마트폰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청소년들도 속으로는 자기비하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쟁을 포기한 자신이 ‘쓰레기 같은 존재’라고 행동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내면이 썩어 들어가고 헬조선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중고등학교 6년을 바꾸지 않는 한 더 나은 내일을 희망으로 간직하는 청소년들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청소년·청년들을 주로 진료하는 의사로서 면담시간은 힘든 감정의 쓰레기터를 함께 거니는 일이 됐다. 그들의 내면에 혹처럼 붙어있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흉터로 남은 마음의 상처들은 그들이 세상을 얼마나 살기 힘들어하고 있는가를 알게 한다. 가혹한 경쟁의 가시밭길, 중독의 길, 생사를 고민해야 하는 존재적 갈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내면은 황폐화돼 포기 도태 낙오 은둔 자해 중독과 같은 하위문화가 판을 친다.
08.04
평균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어서는 이 시기에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의 기능이 점차 약해지는 것을 ‘노쇠’라고 한다. 최근 ‘구강노쇠’라는 개념이 사회에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구강노쇠는 구강 기능이 약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단순히 치아가 몇개 빠지거나 잇몸이 안 좋아지는 것을 넘어 우리 몸 전체의 건강, 즉 전신노쇠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구강노쇠는 단순한 노화현상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치아가 마모되고 잇몸이 약해진다. 하지만 구강노쇠는 이러한 생리학적인 노화현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구강노쇠는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 씹는 능력이 떨어진다. 치아 상실, 치주질환, 의치 불편감 등으로 인해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침 분비 감소로 인한 구강건조증이 나타난다. 침은 음식물 소화를 돕고 입안을 세
07.28
“그 약 없으면 밥을 못 먹겠어요.” 몇년째 위산억제제(PPI)를 복용 중인 60대 진수씨는 하루라도 약을 거르면 속이 쓰리고 신물이 올라와 불안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손발이 저리고 이유없이 피곤해지며 아침마다 어지럼증까지 생겼다. 병원을 찾은 결과는 의외였다. 빈혈과 저마그네슘혈증. 원인은 다름 아닌 오랜 프로톤 펌프 저해제(proton-pump inhibitors, PPI) 복용이었다. “위장약을 여러개 먹고 있는데도 속이 니글거리고 트림이 나고 자주 배탈이 난다”고 하소연하는 70대 영순씨는 무릎이 아파 진통소염제(NSAIDs)를 공복에 복용하고 있었고, 식후 바로 눕는 습관도 있었다. 생활습관을 조정하고 약 복용법을 개선해드린 뒤 몇 후 “약도 줄고 속도 편해졌다”며 웃을 수 있었다. PPI는 위산을 분비하는 ‘프로톤펌프’라는 효소를 차단해 위산 생성을 억제하는 약이다. PPI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판매되는 약물 중 하나로 역류성 식도염, 소화성 궤양,
07.21
나이 들어 건강이 나빠지는 이유 중 많은 경우는 충분한 영양섭취가 안되기 때문이다. 영양섭취에 제한이 생기는 문제는 첫째 치아손상으로 씹기가 잘 안 돼서 발생한다. 구강보건과 치과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다음으로는 소화기능 저하로 섭취하는 음식물의 양이 줄어드는 경우다. 이 경우는 단순한 노환이 아니라면 대체로 위장관계운동을 저해하는 다양한 조건 때문이다. 적절한 신체활동 특히 걷기를 유지하면서 정제 탄수화물이나 연식 중심의 식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채소와 과일 그리고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끝으로 삼킴곤란 때문에 섭취를 잘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사래가 들고, 삼킬 때마다 힘든 걸 당연시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삼킴곤란은 흔하고 위험하다. 2019년 연구를 보면 한국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의 33.7%가 삼킴장애(연하장애, Dysphagia)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된다. 삼킴곤란이 발생하면 점도가
07.14
출생체중이 500그램도 채 되지 않는 극소저체중미숙아가 집중치료를 잘 받고 건강하게 퇴원한다는 반가운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른둥이를 돌보는 우리나라 의료진 및 집중치료시스템이 나날이 발전한 덕분일 것이다. 2021년 통계청 자료에서 확인된 우리나라 의 미숙아 출생 빈도는 9.2%, 저체중출생아의 빈도는 7.2%였다. 고령 임신에 따른 조산과 다태아 출생이 점차 높아지면서 미숙아의 출생 빈도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미숙아들의 생존율 또한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미숙아 레지스트리인 한국신생아네트워크 보고에 따르면 1000그램 미만 초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은 2007년 62.7%에서 2015년 72.8%로 개선되었고, 1500그램 미만 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 또한 2007년 83.2%에서 2020년 89.3%로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미숙아로 세상에 일찍 태어난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아주시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