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부동산 광풍' 그때로 돌아가 보자

2023-02-21 11:59:03 게재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불과 얼마 전까지 아파트가격 폭등과 전세난이 가히 '광풍'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파트가격은 급락하고 미분양이 늘어나고 역전세난으로 이사를 못 가고 전세금을 떼일 판'이라는 뉴스가 부동산 광풍을 전하던 자리를 채운다. '영끌'했던 사람들이 금리부담을 견디지 못해 손해를 보고 집을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는 사연이 답답하다.

시장의 자유를 신봉하는 대통령이 은행의 금리장사를 질책하기에 이르렀고, 국토교통부는 규제를 풀어 아파트 수요를 진작할 방도를 찾고 있다. 이 돌연한 상황에 대책을 말하기 전에 그 '광풍'의 진상을 복기해보자. 잘잘못을 논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 올바른 대책을 하기 위한 성찰이다.

'부동산 광풍'의 복기, 잘잘못 논하기보다 올바른 대책 세우는 성찰

아파트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던 2019년 11월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집값을 확실히 잡겠다고 했다. 그리고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도 했다. 투기꾼 색출 회오리가 정관계를 몰아쳤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자산 소유는 그것이 주식이든 아파트든 투기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른바 아파트 실수요자도 가격상승을 기대하기에 소유한다. 모두가 가격상승을 기대하며 매입하고 소유하는데 실수요자와 투기수요자로 양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하고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했다.

언론인과 전문가, 전직 관료, 시민단체 책임자들까지 나서서 사설 칼럼을 통해 현실을 진단·예측하고 처방을 소리높여 말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경제원론과 싸우려 말라' '공급을 늘리지 않는 한 광풍은 잡히지 않는다. 양도소득세를 낮추어야 공급이 는다' '대출을 규제해 돈없는 사람은 집을 살 수도 없게 만드는 게 말이 되나' '임대차 3법으로 전세까지 폭등했다' '앞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가격상승에 대한 믿음은 상수가 되고, 국민 70%가 아파트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에 이르렀다.

2021년 초 정부도 공급으로 방향을 틀었다. 도시재개발과 자투리땅 개발을 확대하고 강남 최인접지 시흥·광명에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엉뚱하게 LH공사 직원의 농지투기 문제가 폭발해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생각해보자. 부동산이건 주식이건 자산가격은 미래수익의 현재가치다. 미래수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것은 할인율이므로 할인율이 낮을수록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경제논리 아닌가.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013년 3.3%에서 2021년에는 1.5%로 떨어졌다. 아파트가격이 급등할 조건이 갖추어졌던 것이다. 수십년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아파트를 사고팔며 차익을 남겨 아파트 불패는 신화가 됐다.

기대수익에 대한 믿음은 충분했다. 2012년 7월에는 가계대출 금리가 5.5%였으나 2018년 7월에는 3.7%로 떨어졌고, 팬데믹을 거치며 2년 후에는 2.6%로 하락할 만큼 돈은 풍부했다. 아파트가격 급등은 자연스러운 귀결 아니었던가. 금리가 낮을수록 월세보다 전세가 더 오르는 것 또한 당연한 경제현상 아닌가. 지금은 금리가 치솟으니 집값과 전세가 폭락하는 것 아닌가.

정확한 현상 분석과 대책보다 시류 쫓던 전문가들부터 반성을

이제 광풍이 몰아치던 그때로 돌아가보자. 그때 갑자기 공급이 부족해서 폭등했던가. 무리한 공급 확대가 적절한 방향이었나.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했을까. 양도소득세를 낮추었으면 달라졌을까.

정부는 아파트가격을 잡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고, '언젠가 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고 아파트가격은 하락한다. 상투를 잡으면 하우스푸어가 될 것이다'라고 말해야 했던 것 아닌가. 대출 규제, 수요억제를 비판하고 공급을 외쳤던 전문가들이 앞장서 위험을 소리 높여 외쳐 '영끌'을 말려야 했던 것 아닌가. 적어도 그 광풍의 순간에는. 생각해보자. 그때로 돌아간다면 내가 했던 생각과 말이 그대로일까? 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