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마포 핫라인(Hot Line)' 안전생태계를 이루다

2023-04-24 11:34:15 게재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

이태원 사고가 있은 지 다섯달이 지났다. 아직도 날선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의 희생을 딛고 앞으로 어떻게 안전사회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선 오히려 잠잠하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조차 아쉬운 상황이다. 구청장으로서 비판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마포에서만큼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사고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법적인 관리책임을 떠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을 쉼 없이 다녔다. '홍대'라는 세계적인 관광지를 끼고 있는 자치구로서 각종 축제, 연말연시, 월드컵 시즌에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캠페인과 안전지도를 실시했다.

지역 주민을 '안전보안관'으로 임명해 위험요소를 살피게 하고 전문가와 팀을 이뤄 지역 내 노후시설물을 긴급 점검하기도 했다. 이런 사전대응과 신속한 정비로 안전사고 발생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위험이 임박했거나 이미 사고가 발생한 긴급상황에서는 법적 통제 권한이 낮은 기초자치단체의 행정력만으로는 안전을 확보하기에 충분치 않다.

지역 주민을 '안전보안관'으로 임명

소통으로 무리의 안전을 지키는 나무가 있다. 기린이 주로 먹는 '우산아카시아'다. 기린이 잎사귀를 뜯기 시작하면 나무는 유독물질을 잎으로 보낸다. 그 사실을 알아챈 기린은 근처에 있는 다른 아카시아 나무까지 포기하고 멀리 사라진다. 그 이유가 흥미롭다. 잎을 먹힌 아카시아가 주변 나무들에게 에틸렌이라는 가스를 방출해 적의 등장을 알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변 나무들도 똑같은 유독물질을 잎으로 보내 기린이 먹지 못하게 방어한다. 이것이 바로 우산아카시아가 위험으로부터 무리를 지키는 방법이다.

여기서 우리 인간이, 또 많은 이들의 안전에 책임이 있는 자가 배워야 할 두 가지 핵심이 있다.

첫째는 함께 뭉치면 안전에 유리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서로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 4월 지자체 최초로 9개의 기관을 한데 묶은 '안전마포 핫라인(Hot Line)'을 만들었다. 구를 비롯해 지역 내 경찰 소방 육군 교육청 한국전력 KT 한국전기 가스공사가 포함된 재난대응 연합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관들이 '안전마포'를 위한 협약을 맺고 앞으로 재난안전통신망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위험과 재난 발생 상황을 소통·공유한다. 재난 상황의 실시간 공유는 신속한 초동대응을 가능하게 함은 물론,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합동점검이나 안전환경 조성에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미는 책임과 한계를 넘어 주민 안전을 위해 함께 나아간다는 데 있다.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기관의 장들이 365일 안전에 관심을 갖고 뜻을 모은다는 사실은 관련된 수많은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어 안전사회의 기반을 만들고 주민들은 거기서 신뢰를 얻는다.

소통과 연대, 안전사회의 기반

그 바탕에는 안전에 있어서는 작은 빈틈도 편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깐깐한 신념이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신념에 공감하고 함께 행동할 든든한 지원군도 필요하다. 안전사회는 결코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까닭이다. 소통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안전마포 핫라인(Hot Line)'. 안전사회를 향한 첫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