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거점 국립대학 '알짜 학과' 바로 알기
수도권 선호 심화로 합격선 급락 … 국립대 우수한 인프라.이전 공공기관 채용 강점 눈여겨 봐야
지역 거점 국립대(지거국)는 서울 외 9개 지역에 위치한 국립대학을 뜻한다. 부모세대에 비해 요즘 학생의 선호도는 꽤 하락했다.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서울 인프라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비수도권 학생들의 서울 소재 대학 쏠림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연금공단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은 이전 지역인재를 대상으로 의무채용을 실시하며, 이 채용 전형에선 다수의 지거국 출신이 선발된다. 갈수록 심화되는 취업난을 고려했을 때 매력적인 요소임은 분명하다. 차선이 아닌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지거국, 취업 경쟁력이 높은 알짜 학과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지역 거점 국립대는 ‘거점 국립대학교 총장 협의회’에 가입된 전국 10개의 국립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보통 서울대를 제외한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를 묶어 ‘지거국’이라고 부른다.
전통과 역사에 기반을 둔 탄탄한 위상을 유지하며 지역 내 거점 대학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지역학생의 수도권 대학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경쟁률과 합격선은 하락세다. 부산대의 계열별 선호 학과 정시전형 입시 결과를 보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70% 컷이 2022년과 2024년 사이에 83.33에서 79.33으로 떨어졌으며 기계공학부도 86.33에서 84.17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충북대의 입시 결과도 비슷하다. 컴퓨터공학과의 70% 컷 평균은 2022년 77.50에서 2024년 73.95로, 같은 시기 경쟁률은 7.45:1에서 4.3:1로 하락했다. 전자공학부 역시 70% 컷은 77.17에서 72.98로, 경쟁률은 4.64:1에서 4.0:1로 내려갔다.
조국희 부산 양운고 교사는 “학생들의 서울 소재 대학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부산대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낮아지고 있다”며 “정시 기준 건국대는 학과 선호도에 따라 수능 백분위 92~82 정도로 합격선이 형성되는데 부산대의 합격선은 최상위 학과는 88, 중하위권은 82 정도”라고 설명한다. 오창욱 광주 대동고 교사는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 대학의 인기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광주 지역의 경우 특히 가천대에 대한 선호가 높다. 약술형 논술전형을 통해 내신 4~6등급 학생도 진학한다”라고 전했다.
◆지역 거점 국립대 대신 서울행 = 비수도권 학생은 왜 지역 거점 국립대보다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게 됐을까? 일단 취업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다. 일자리위원회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자의 수도권 집중은 심화됐다. 1990년 수도권 취업자 수는 776만명으로 비수도권 1032만명 대비 약 25% 적었다. 당시 지거국을 졸업했을 경우 취업이 어렵지 않았다. 이후 수도권 취업자 수는 급격히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 취업자 수는 완만히 증가했다. 2014년부터 취업자 수는 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앞질렀으며 2020년 기준 수도권 1352만명, 비수도권 1338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노동력 중 고학력·고숙련을 요구하는 다수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1990~2020년 고학력 취업자 중 수도권 비중은 54.1%~56.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문직취업자의 수도권 비중은 1990년 51.6%를 시작으로 1997년 57%를 돌파한 이후 2020년까지 약 60% 내외로 꾸준히 상승세다. 그중에서도 인문계열 졸업자의 일자리는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부산 출신 한 변호사는 “10여년의 서울 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부산에 있는 로펌으로 옮기는 순간 소득이 큰 폭으로 내려간다”며 “서울에 있는 로펌만큼 기업 사건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업의 수가 많은 만큼 인턴 기회와 공모전도 많다는 점, 비슷한 진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 함께 준비하기 유리하다는 점도 서울행을 이끄는 요인이다. 고교 현장에서는 취업 문제에 앞서 ‘서울 생활에 대한 동경’이 수도권 대학 진학의 가장 큰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는 “서울인프라를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다. 집을 떠나 독립적으로 생활하려는 열망도 높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한 학년 160명 중 전교에서 12~13명, 즉 반에서 1~2명은 서울권 대학으로 진학하며 반에서 7~8명 정도는 강원대로 진학한다”고 전했다.
◆졸업 후 경쟁력 높은 학과 주목 = 지거국의 위상이 예전만 같지 않다고 하지만 지거국 중에서도 직업적 안정성이 뛰어난 의약학 및 보건계열 모집 단위는 여전히 높은 합격선을 유지한다. 2024학년 대입 정시 최종 등록자 70% 컷 평균을 보면 부산대 의예과 98.00, 부산대 약학부 96.33, 전남대 의예과 97.67, 제주대 수의예과 96.00, 충남대 의예과 96.25로 형성됐다.
의약학 및 보건계열 모집 단위 외에도 해당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표)의 지역인재 의무채용에 지원할 수 있는 관련 전공 역시 인기가 높다. 한국전력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전남대 전기공학과의 경우 2024학년 교과전형 합격선 평균이 1.67등급이었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에 따라 도입됐으며 공공기관이 위치한 대학 또는 고교를 졸업한 인원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를 말한다. 해당 지역 출신자가 아니어도 해당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모두 적용된다. 즉 지역에서 중·고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해당 지역 소재 대학만 졸업하면 적용되며, 반대로 지역에서 중·고교를 나와도 서울권 대학을 졸업했다면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6년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대학 출신 중에서도 지거국 졸업자의 취업률이 매우 높았다.
경남 지역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의무 채용하는 LH는 67%가 경상대, 경북 지역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채용하는 신용보증기금은 52%가 경북대, 광주·전남 지역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채용하는 한국전력은 59%가 전남대 출신이었다.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사실 한국전력이나 LH 취업을 고려해 지거국에 진학하는 고교생은 거의 없다”며 “실제 지거국 취업률이나 취업처를 고려했을 때 지역학생이 유사한 성적대로 고려하는 서울 사립대보다 지거국 진학이 실용적인 선택일 수 있다. 교육인프라가 우수하고 교환학생 등 해외 교류 프로그램도 잘돼 있다”고 전했다.
◆공학계열 기업 선호도 상승세 =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와 공학계열도 인기가 여전하다. 삼성전자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인 경북대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전공은 같은 대학의 수의예과와 유사한 합격선을 기록했다.
계약학과가 아니어도 취업에 용이한 공학계열은 전반적으로 합격선이 높게 형성되며 학생 선호도 또한 높다. 이원오 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졸업생 중 약 60% 이상이 대기업과 공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하는데 취업률뿐만 아니라 취업의 질도 매우 우수하다”고 말했다. 기계공학이 자동차 철강 건설 조선 항공 등 전통 제조업과 로봇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신기술의 개발·응용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첨단 분야 연구원이나 엔지니어가 근무하는 대기업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젊은 세대는 이직이 잦은데, 기업은 이직 없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인재를 선호하는 편이다. 지역 출신은 비교적 이직률이 낮다 보니 전남대에 추천서를 의뢰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역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학과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강원대의 경우 공대 강세 속에서 지역 산림관련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진 교사는 “생명과학 진로를 염두에 두던 학생들이 산림 쪽으로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생명과학은 아무래도 석사 이상 공부해야 하다 보니 부담이 큰데, 산림 관련 학과는 상대적으로 학업에 대한 부담이 적은 데다 도내에 국립공원공단이 있어 산림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진로 선택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외 지역엔 대규모 산업 단지가 하나씩 있는데, 들여다보면 주력 산업·기술에 차이가 있다. 또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따른 특성화 분야도 있다. 이와 관련한 대기업과 중견 기업 등 알짜 취업처도 상당하다. 학생들이 대학·전공을 선택할 때 눈여겨볼 부분이다.
◆취업 이후 고려해 대학·전공 따져보길 = 비수도권 대학은 인구 감소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으나 지역 거점 국립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비와 우수한 교육 인프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지역 육성 정책과 맞물려 지거국으로 다양한 지원이 몰리고 있다는 점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혜택 또한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전남대 기계공학부는 미래차인력양성사업, 지역혁신플랫폼사업 등의 정부·지역·기업 연계 사업을 통해 재학생에게 장학금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며 “이런 교내외 장학금과 국가 장학금을 통해 매 학기 평균 30% 정도의 학생들이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 재학 중에 역량을 높여 유망한 진로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진로진학 전문가들은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 때 보다 면밀히 정보를 탐색하길 권한다. 특히 서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 자신의 성적대, 취업 후 진로를 고려한다면 다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강성우 충남대 국제학부 교수는 “서울 집중 현상으로 지역 학생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크지만 지역의 강점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도를 보면 2022년 수출액이 1075억달러로 경기도에 이어 광역시·도 2위 수준이었다. 인근의 대전은 47억달러, 세종은 16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만큼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다수의 첨단 산업과 다국적 기업이 있어 인턴십과 취업에 유리하며 공공기관 취업 시 지역인재전형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지거국이다 보니 정부가 지원하는 국립대 육성사업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학생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과·비교과 프로그램 지원이 늘고 있다”고 강조한다.
김기수 기자·김민정 내일교육 리포터 mj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