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입학정원 확대, 의대 설립에 긍정적 신호탄 돼야

2023-05-25 11:04:17 게재
하충식 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려 19년 만의 의사정원 '복원'이다. 소득상승과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의료수요가 느는데 증원은커녕 의약분업 당시 대한의사협회를 달래기 위해 정원을 3300명에서 3058명으로 줄인 해부터 지금까지 배출되지 못한 의사수만 무려 6000여명이다. 지금의 필수의료 인력난도 예견된 일이었다.

도청소재지 중 의대없는 유일한 창원

의료인력 및 인프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단지 '증원'만으로 해답을 찾기란 어렵다. 지역 의료서비스 불평등과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 취약지에 제대로 된 의대 신설이 꼭 필요하다. 인구 대비 의료 취약지인 경남에도 하루빨리 의대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경남 창원은 비수도권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중 의과대학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340만 경남의 유일한 의대인 진주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에서 한해 배출하는 '예비 의사'는 총 76명이다. 강원 인구 153만에 의대 정원 266명, 광주·전남 인구 325만에 의대 정원 250명, 대전·충남 인구 356만에 의대 정원 337명에 비하면 경남 의대수 및 의대 정원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도청 이전 40여년이 된 창원은 의대 치대 약대 한의대 로스쿨이 없는 유일한 도청 소재지다. 경남의 학생들은 경남에 태어난 이유로 선호하는 학과(의대 치대 약대 한의대)의 '지역할당제'에서조차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지역에서 배출되는 의사정원이 부족하다 보니 필수 전문의 영입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과거에는 없던 과가 신설되고 기존의 과도 세분되어 의사 수요가 급증했지만,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해 일부 과(신경외과 정형외과 순환기내과 영상의학과 등)에서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에서 월 급여 세전 4000만~5000만원을 줘도 의사를 못 구하는 실정이다. 이는 절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재정부담 없는 사립의대 신설 필요

의대 신설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적으로는 국민세금 한푼도 안드는 사립의대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전국의 모든 광역지자체는 국립의대 하나에, 사립의대가 뒷받침하는 형국이다. 강원도는 의과대학 네곳 중 한곳이 국립의대이며, 세곳이 사립의대다. 대전과 충남은 다섯곳 의대 중 한 곳이 국립의대이며, 나머지 네곳이 사립의대다.

우선 각 도에 국립의대가 하나씩 있으면 좋겠지만, 국가 재정상 한꺼번에 설립하기는 어렵고 중요한 시설과 의료 인프라를 탄탄히 갖춘 사립병원을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다.

설립자가 의사인 길병원 백병원 순천향병원 성심병원 차병원 을지병원 건양대병원을 비교해 봐도 국민세금 한푼도 들이지 않고 굴지의 의과대학을 만들어 국민에게 봉사하고 있다.

의대 신설로 의료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젊은 인재들을 모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특히 의사 배출 전국 꼴찌인 경남지역 의료의 어려운 현실에 관해 정부 관계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양성을 시작하더라도 본과 및 수련의 과정을 고려하면 의사를 양성하기까지 최소 15년이 걸린다. 지역 의료격차 해소와 지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의대 설립 인가를 조속히 추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