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경제 '환경성적표지'

국내 환경성적표지가 해외에서도 통용돼야

2024-05-20 13:00:03 게재

기업이 시간 비용 부담 덜도록 상호인정협약 등 확대

환경영향 자료 필수, 전과정 목록 확보 중요도 커져

녹색 무역장벽을 어떻게 뚫을까. 유럽연합(EU)의 공급망실사지침(CSDDD) 등 최근 기업들은 기후위기를 계기로 한 보호 무역주의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공급망실사지침은 역내외 기업이 전체 공급망에서 환경과 인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각종 의무를 담았다.

기업의 가치사슬 내에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등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드는 탈동조화 경제정책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환경성적표지 인증의 국제 통용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성적표지 인증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수출 시 해외 업체들이 탄소발자국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시간이나 비용 부담을 저감할 수 있도록 국내 환경성적표지(EPD) 제도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경우가 늘어나는 게 필요하다.”

16일 LG전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환경성적표지는 제품의 전과정, 즉 원료 채취부터 수송 생산 유통 사용 폐기 과정까지 전체 단계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계량적으로 표시하는 제도다. 환경영향이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의 결정을 내리고 국제 환경 규제에 해당 제품이 적합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때 도움이 된다. 또한 제3자 평가 자료로서 해외 고객사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16일 임노현 국제지속가능인증원 대표는 “환경성적표지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려면 국가 간 교류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승인을 받는 등의 절차를 거치거나 인증기관들 간에 상호 인정을 해줘서 상호인정협약(MRA) 등을 맺는 방법이 있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속도감 있게 국제 환경 정책이나 무역 시장 변화에 대응을 하려면 상호인정협약 방식을 취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성적표지가 나타내는 환경영향으로는 △탄소발자국 △물발자국 △자원발자국 △산성비 △부영양화 △오존층영향 △광화학 스모그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탄소발자국은 제품으로 인해 발생한 온실가스 물질이 지구의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다. 또한 환경성적표지를 인증 받은 제품 중에서 같은 종류 제품군의 탄소 배출량 평균값에 비해 배출량이 적은 제품, 같은 종류 제품군이 없으면 기존 인증제품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3.3% 이상 감축한 제품은 ‘저탄소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환경성적표지 인증 취득 제품 2450개 = 우리나라는 환경성적표지 제도를 2001년부터 시행 중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2450개 제품(2024년 4월 기준, 유효인증)이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취득했다. 이 중 저탄소 인증을 받은 제품은 948개다. 이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약 829만톤이다. 서울의 약 13배 면적에 소나무 12억5600만그루를 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최근 국제 주요 발주처들이 협력업체의 제품 탄소 배출량에 대한 세부적인 요구사항을 강화함에 따라 수출품의 탄소발자국은 환경규제 대응에 필요한 핵심 정보로 떠오르고 있다”며 “실제로 최근 한 국내 철강기업은 노르웨이 발주처로부터 환경성적표지 인증서 제출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20일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국내 수출 기업 지원의 일환으로 국제적 통용성 확보에 주력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노르웨이 환경성적표지 인증 제도 운영기관인 ‘EPD노르웨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 이를 발전시켜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만약 상호인정협정이 체결되면 상호 간에 인정하는 제품에 대해 우리나라 환경성적표지 인증 시 노르웨이 환경성적표지도 함께 인증받을 수 있다. 노르웨이 환경성적표지는 유럽의 대표적인 환경성적표지 중 하나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2030년 전과정 목록 1000개 이상 구축 = 환경성적표지의 상호인정 확대를 위해서는 제품 환경성적 산정의 기초 데이터인 전과정 목록(LCI DB·Life Cycle Inventory) 확보도 중요하다. 수많은 제품의 전과정을 직접 조사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 등 주요 환경영향 정보는 주로 전과정 목록 등을 활용해 환경성 평가를 할 수 있다.

특히 스코프3(탄소 총 외부 배출량)을 산정할 때 국가 전과정 목록이 충분하면 기업들이 시간과 노력 등을 절약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에너지 및 연료 △금속 △비철 등 기반산업 중심의 전과정 목록이 개발됐다. 올해는 특히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해 기초석유화학 물질 및 자동차·배터리 소재 중심으로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최소 1000개 이상 전과정 목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해외공장의 제품 관리 시스템이 국내에서도 확인 가능할 경우 최소 조건이 충족한다면 해외공장 인증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행정 부담이 줄어들고 인증 절차도 빨라져 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할 수 있다.

최흥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환경성적표지 인증이 이제는 국내 기업들이 국제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필수 인증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제 환경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도와 우리나라 수출 기업 지원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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