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공정성

2023-06-28 11:47:20 게재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지난 6월 16일 기획재정부는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임직원의 성과급과 기관장의 진퇴가 결정되기 때문에 평가등급에 따라 공공기관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이번 평가는 윤석열정부의 국정철학이 반영된 첫번째 평가로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재무예산 관련 지표 비중이 대폭 상향돼 재무상황이 어려운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들과 LH공사 등급이 하락했다. 또한 사망사고와 탈선 등 안전사고가 발생한 한국철도공사도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는 경영평가 후속조치로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5개 공공기관장에 대해서 해임을 건의했으며, 재무위험 기관의 임원은 성과급을 삭감하거나 자율 반납하도록 권고했다.

공공기관 비효율성과 정부 정책집행으로 인한 부담 구분해야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1984년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에 따라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다. 역대 정부들은 공공기관들이 국정기조에 맞추도록 유도하기 위해 경영평가제도를 활용해왔다. 자유와 시장을 강조하는 윤석열정부도 부채비율 등 재무성과 지표 비중을 10점에서 25점으로 상향 조정하고, 사회적 가치 구현지표는 25점에서 15점으로 낮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자율 상승으로 한전 등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들의 부채는 작년 말 기준 약 287조원으로 2021년 대비 70조원이 증가했다. 또한 시장형 공공기관들은 2018년 적자로 전환된 이후 작년 말 약 23조4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전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한전의 손실로 인한 재무적인 효과를 상쇄하고 BIS 비율 13%를 유지하기 위해 8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보강했다. 결국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에도 불구하고 전기와 가스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해 발생한 공공기관의 적자는 세금으로 메꿔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전기요금은 소폭 인상됐으나 한전은 여전히 kWh당 144.0원에 사서 136.2원에 팔면서 kWh당 7.8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4월 말 기준)

LH공사도 국민임대주택 건설과 운영으로 부채가 지속적으로 누적돼왔다.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는 분양수익을 활용해서 임대주택 손실 보전에 활용했으나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이러한 교차보조도 어려워졌다. 정부는 최근 전세사기 대책으로 LH공사가 부동산을 매입해 피해자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시장기능으로 해결이 어려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담당하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일정수준 재무적 부담을 질 수 있다.

공공기관이 정책수행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손실과 부채를 해결할 수 없다면 결국 세금으로 보전하거나 다음 세대에게 빚을 떠넘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기관 경영평가 과정에서 정부정책으로 인한 효과와 기관의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인한 효과를 최대한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집행으로 인한 재무적 부담을 공공기관에 떠넘기거나 공공기관이 방만경영으로 인한 비효율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자율성 확대와 엄정한 경영평가 및 환류 병행돼야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명확한 공적 책임과 경영목표를 공공기관에게 부여하고 자원과 인력 활용에 관한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경영성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환류는 기관이 통제가능한 자원과 인력, 그리고 경영활동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항상 권한과 책임의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가 요금과 같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직접 수행하면, 해당 판단에 대한 책임을 기관에 묻기 어렵다. 경영평가과정이 단순히 등급으로 서열을 매겨 임직원의 성과급을 차등화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공공기관이 양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지속가능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